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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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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면서 서점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종이 냄새와 건조한 공기마저 사랑스러운 곳이 바로 서점이다. 그 모든 것이 '책'이니까. 전자책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책 구매에서 온라인 서점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와중에도 손으로 종이책을 넘기는 감각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서점은 최고의 놀이터이고 휴식처이고 스위트홈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제목부터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그저 이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서점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꿈꾸던 그 서점은 바로 멕시코시티에 자리한 '카페브레리아 엘 펜두로'이다. 복층으로 구성된 서가, 서점과 카페가 하나로 녹아든 모습은 완벽하게 나의 상상과 일치했다. 거기에 투명 유리로 된 천장과 곳곳을 초록으로 물들인 풀과 나무들, '책과 함께 하는 힐링'이라는 테마를 현실에 옮겨놓은 모습 같았다. 내가 멕시코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카페브레리아 엘 펜두로'의 전경


서점이 가진 중요한 역할은, 상투적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책이든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책과 조우하거나 혹은 자신의 세계관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 기능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41쪽)

오프라인 서점은 절대 온라인 서점보다 많은 책을 수용할 수 없다. 이런 시대일수록 테마가 있고, 주관이 뚜렷한 서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소개된 미국 오하이의 '바츠 북스'는 집의 구조를 그대로 가진 서점이다. 식탁 위에까지 진열된 책을 보면서 서점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 사람을 위한 한 권"을 추구하는 일본 도쿄의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책은 인류의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든 서점인 만큼 그 자체로 보물과도 마찬가지이다. 


인류의 보물이 가득한 공간이니 서점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서점은 분명 있다. 그런 서점에 사람들은 눈을 빼앗기고 마음을 빼앗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아메리칸 북센터'의 점장 린의 말처럼 "아름다운 서점이란 독자가 그 책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싶을 만큼 엄선한 책을 진열"하는 곳이고, "열정과 지식을 겸비한 안내원들이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책과 독자와의 만남을 돕는, 언제나 생동감 넘치는 곳"이다. 


단순히 외관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서점의 미(美)를 평가할 수는 없다. 이 책 속에는 오래된 역에 지어진 서점도 있고, 극장을 활용한 서점도 있다. 온갖 예술작품이 가득한 서점도 있고, 아이들 놀이공원처럼 꾸며진 서점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모든 서점에 '철학'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서점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공간에 수많은 책장을 가지런히 세워두고 많은 장서량으로만 승부하는 서점들과는 다른 독특한 원칙이 사람들이 서점을 찾을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 


서점은 책 창고가 아니다. 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가장 기쁜 순간은 당장 사서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책을 만나는 순간일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해 설계된 서점보다 더 아름다운 서점이 어디 있을까. 모든 장르의 책들이 한데 섞여있는, 어디를 가도 똑같이 생긴 대형서점이 아니라 진짜 아름다운 서점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은 독자가 책을 펴기도 전에 말을 걸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독자가 그 안에서 모험과 탐험을 즐기게 하고, 낯익은 작가 혹은 낯선 작가와 만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휴식과 행복을 주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으며 이 책 속에 소개된 서점들이라면 앞으로도 오래도록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니까 말이다. 아름다운 서점이여, 영원하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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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에덴 1
요시오카 리리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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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해.
착한 아이가 되지 않으면 모두가 나를 싫어할 거야.

마시로는 가족들의 압박 때문에 어릴 때부터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시달려 왔다.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언제나 공부만 하느라 친구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해 언제나 혼자였다. 그런 마시로의 소원은 어린 시절 마법의 사탕으로 자신을 위로해 준 소년을 다시 한 번 만나는 것이다.

넌 아주 착한 아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오빠가 사탕 줄게! 이건 진짜 굉장해.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법의 사탕이거든.

그러던 어느 날, 마시로는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에게서 '마법의 사탕'을 받고, 그 청년이 자신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소년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예감한다. 그동안 아껴왔던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시로는 처음으로 용기를 낸다.

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한 걸음 더.

<하얀 에덴>은 평범한 한 명의 소녀와 세 명의 훈남이 얽힌 전형적인 소녀풍 로맨스 만화이다. 게다가 세 명의 훈남 중 두 명은 형제이고, 한 명은 소녀와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 사이여서 굉장히 복잡한 전개가 예상된다. 별볼일 없는 소녀에게 잘난 남자 여러 명이 대시하는 비현실적인 내용의 순정만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만화에서 눈길을 끈 것은 '소녀의 성장'이다. 부모님을 위해 자신을 억눌러 온 마시로에게 '자기 의지'나 '자기 욕심'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늘 외롭고 힘들게 살던 소녀가 한 남자를 만난 후 드디어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해야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은 <하얀 에덴>은 보여준다.

 

그러나 마시로가 사랑하게 된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 다카노 아이는 사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어째서 그렇게 마음을 닫고 살게 되었는지, 마시로와는 어떤 관계로 발전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바로 마시로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하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용감한 첫걸음을 내디딘 소녀의 앞길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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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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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를 쓰게 된 것이 무척 영광이면서도 조심스럽다. 이윤기 선생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번역가이기 때문이다. 평어체로 쓰는 리뷰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지만 그 밖에 다른 호칭은 생각나지 않는다. 글로 밥먹고 사는 것도 아닌 내가 감히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되나 하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이윤기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와 『변신』을 '재미있게' 읽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책은 어렵게 번역될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바꿔준 것이 바로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이었다. 

 

 

이윤기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윤기 선생님은 읽고 쓰기를 좋아하고, 언어에 관한 모든 것을 즐겼으며, "길을 따르지만 길에 갇히지 않는 말, 정교하고 섬세하면서도 살아 펄떡이는 말에 대한 집착"을 가진 사람이었다. 책 속에서 살아 펄떡이는 글들처럼 선생님도 생명력이 넘치는 분이었을 것 같다. 잘못 사용하는 표현을 꼬장꼬장 지적하는 학자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마치 첫사랑에 빠진 해맑고 수줍은 소녀 같다. 글 속에서 이윤기 선생님은 보수적이면서도 자유롭고, 공정하면서도 애정이 넘친다. 

 

이 책은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에 대한 생각, '문학'에 대한 생각, '우리말'에 대한 생각을 엿보기에 딱 좋다. 특히 「잘 읽은 말을 찾아서」라는 글은 두고두고 읽어볼 만하다. 좋은 문장을 뽑아내거나 짧게 요약할 수 없을 만큼 글 전체가 유익하다. 


'번역이나 하는 사람'으로는 안된다. '번역까지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121쪽)

 영화 『러시안 소설』에서 소설가를 지망하지만 문장력이 형편없는 신효에게 소설가의 딸 가림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밀도는 문장이나 단어 하나하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글자 하나, 점 하나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글자를 막 다루면 안된다고. 하물며 다른 이의 글을 옮겨야 하는 번역가에게 있어서 글자 하나하나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이윤기 선생님의 글이야말로 글자 하나하나를 허투루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윤기 선생님은 문법을 정확하게 지킨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입말(구어)을 글말(문어)로 쓰는 것에 적극적이다. 구어체로 쓰면 재미있고 문어체로 쓰면 딱딱한 글이 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말을 쓰는 것이 좋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독자가 이해할 수 없으면 소용없다. 한편으로는 "언어는, 살짝 보수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서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바른 말 사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나도 그 고삐를 잡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공부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깨닫고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결국 "문제는 소통이다". 전세계가 공통 언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번역은 소통의 필요조건이다. '소통'은 '공감대'가 있으면 더욱 빠르고 활발해지는 법이다. 같은 작품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렇듯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좋은 것들을 공유하기 위해 번역에 사용되는 언어는 정확성, 융통성, 유연성, 시대성을 모두 지녀야 한다. 번역만이 아니라 어떤 글이라도 마찬가지다. 


이윤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앞으로 글을 쓸 때 좀 더 '고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은 끝까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뱉어놨다고 남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더 고민하고 공부하고 읽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써야 한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책이었다. 앞으로도 옆에 두고 틈날 때마다 읽고 또 읽어야겠다. 내 글에서도 '땀과 자유'가 날뛰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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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 2013-12-2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 분이시군요. 쓴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보이는 리뷰에, 저도 공감하고 갑니다. 저도 직업적 글쟁이는 아니지만 쓴다는 것에 고민이 있어 그런가봐요. 잘 읽고 갑니다^^

마법고냥이 2013-12-22 23:14   좋아요 0 | URL
저도 글 쓰는 일이 직업은 아닙니다. 취미에 가깝죠.^^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글인데 조금이라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반성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훌리건 K - 2013 제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최홍훈 지음 / 연합뉴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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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야구소설'로 보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때 이미 야구를 못하게 된 중년의 아저씨이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근미래의 야구 경기라는 것은 지금의 야구와는 많이 다르다. 룰도 그렇고,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는 이상한 스포츠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단순히 '야구'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야구팬보다는 야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더 재미있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가 죽었다"라는, 야구팬의 심장에 빈볼을 던지는 듯한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훌리건 K>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 고등학교 때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받아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리던 한 육손 투수가 당시의 야구 심판이자 현재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판관 포청천에게 항소를 하는 내용이다. 줄거리가 간단한 만큼 소설은 매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소설보다는 웹툰이라는 형식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이 소설은 재미있고, 머릿속에서 빠르게 시각화된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바로 90년대 우리에게 '정의가 지켜지는 사회'의 통쾌함을 보여준 드라마 '판관 포청천' 속 인물들이다. 

<훌리건 K> 속에서 절대권력을 쥐고 흔드는 이가 왜 포청천이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드라마 속에서 부마에게조차 공정한 판결을 내리던 꼿꼿한 법 집행자의 상징인 포청천은 이 소설 속에서 부패한 권력의 화신이 되어 있다. 그래서 소설 중반까지 포청천이라는 캐릭터에는 쉽게 몰입되지 않았다. 쓸데없이 수식이 많은 문장이 종종 눈에 띄고,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 없는 긴 주석은 읽다 보면 소설의 흐름을 끊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사소하다. 왜냐하면 작가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은 돌직구로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에 대한 한 소시민의 작지만 거대한 반란. 그 결말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말과 관계없이 그는 이미 영웅이다. 두려워서 외면하려고만 했던 자신의 정의를 당당히 내세웠기 때문이다. 

나는 심판의 권위에 불복하는 야구선수를 보며 통쾌함을 느꼈던 거야. 오심에 대한 한 선수의 불복종이 야구를 지켜낸 거야.(213쪽)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라 체념하며 현실을 외면하거나 마치 수퍼맨처럼 초인적인 존재가 되어 현실을 뒤엎는 것만이 부당한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은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작은 정의를 내보일 용기를 가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절대권력의 무게에 짓밟히지 않고 사는 방법일 것이다. <훌리건 K>는 현실에 무조건 굴복하지 말라고, 현실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9회말 2아웃 동점 상황에서도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면 피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야구고, 그것이 인생이다. 

원문 주소 : http://cafe.naver.com/cine035/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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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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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도 가지 않던 여름이 가고, 보내고 싶지 않은 가을이 왔다. 바람이 완전, 음악이다.(186쪽)

보내고 싶지 않은 가을, 음악과도 같은 그 바람을 조금 즐기나 했더니 벌써 겨울이 새치기를 했나 보다. 쌀쌀맞은 바람이 창문의 틈이란 틈은 다 비집고 들어와 나를 괴롭힌다. 겨울에는 그저 따뜻한 핫초코 한 잔에 음악을 곁들여 이불 속에서 책이나 읽으면 파라다이스다. 그래서 겨울이 코앞까지 다가온 계절에 만난 김중혁의 『모든 게 노래』는 때이른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모든 게 노래』는 음악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소설가 김중혁이 쓴, 노래에 관한 이야기들을 올망졸망 엮어놓은 산문집이다. 고등학교 때 라디오에 매달려 살다시피 했고, 외출할 때 이어폰이 없으면 불안에 시달리고, 드라마는 안 봐도 O.S.T는 찾아 듣는 성격인지라 이 책을 받아들고 무척 설렜다. 표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이름도 많이 보여서 더 두근거렸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붙든다. 현재를 정지시키고 순간을 몸에다 각인한다.(29쪽)


 

'좋은 에세이'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모든 게 노래』를 감히 평가하자면 10점 만점에 9점. 읽으면서 계속 '맞아, 나도 그런데'나 '나는 그렇지 않은데'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김중혁 작가가 좋아하지만 나는 잘 몰랐던 김정미의 <봄>이나 고찬용의 <무지개 나비> 같은 노래가 내 취향에도 맞다는 것을 알았고, 김중혁 작가의 취향에는 별로라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를 나는 무척 좋아한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노래방에서 남의 노래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사소한 날짜나 사건까지 기억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 어릴 적 "온몸을 뒤흔들면서 귀가 터지도록" 듣던 메탈과 록을 이제는 어지간하면 못 듣는 것은 나와 김중혁 작가가 비슷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비슷한 점을 찾으면 퀴즈라도 맞춘 듯 뿌듯하고, 다른 점을 찾으면 새로운 발견을 한 듯 신기했다. 마치 내가 김중혁 작가와 음악에 대한 수다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음악도, 사람도, 물건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정체성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고 사랑해) 그 사람에게서 알 수 없는 묘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풀기 위해(흠, 푼다니까 좀 야릇한 어감이 되어버렸지만) 반복해서 만나는 것인지도 모른다.(100쪽)

나도 공부를 하거나 리뷰를 쓰거나 책을 읽을 때 항상 음악을 듣는 편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뮤지션의 새 앨범이 나오면 일주일에서 길게는 보름 이상 주구장창 그 앨범만 듣지만 평소에는 최신곡부터 90년대 명곡까지 되는대로 재생목록에 걸어두고 무작위로 듣는다. 그러다가 귀에 탁 꽂혀서 마음까지 푹 찌르는 노래를 만나는 짜릿함이 좋다. 그래서 미처 몰랐던 좋은 노래를 알게 되면 보물이라도 찾은 듯 마음이 풍족해진다.


음악은 친구가 되어준다. 나와 함께 묵묵히 걷는다. 시간을 함께 붙잡아주고, 계절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44쪽) 

노래를 추천받는 것은 새로운 친구를 소개받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친구 하자'는 말을 듣는 것 같기도 하다. 말이나 글 대신에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낭만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노래 아니겠는가. 


작가로서 김중혁의 매력은 읽다가 무의식 중에 웃음이 터지는 문장을 쓸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런 문장이 전혀 과하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러워서 또 대단하다. 타고난 감각이든, 오랜 연습과 노력에 의한 것이든, 혹은 둘의 적절한 조화이든 간에 이 책에 소개된 노래들을 몰라도 글이 술술 잘 읽히는 것은 역시 김중혁 작가의 글솜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밤만 되면 스스로가 어쩐지 진화한 인간같이 느껴질 정도다. 물론 오후 1시쯤 잠에서 깨어나 머리를 쥐어박으며 이런 잠벌레 같은 인간이 다 있나 자학하고, 헐크에서 브루스 배너로 돌아오고 말지만 말이다.(203쪽)

글 속에서 무척 겸손한 김중혁 작가이지만 읽다 보니 재주가 너무 많다.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데, 기타까지 칠 줄 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사기캐릭터'다. 음악가를 꿈꾸다가 재능이 없어서 소설가가 되었다니, 둘 다 못하는 사람으로서 샘이 나서 죽을 지경이다. 하지만 『모든 게 노래』를 읽고 나니 김중혁 작가에게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 올 겨울 남자친구 대신 옆구리를 따뜻하게 해 줄 노래를 잔뜩 선물받았으니까. 이제 책 속에 소개된 노래를 몽땅 모아서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리스트 제목은 물론 '모든 게 노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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