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착한 매일 저염식 - 짜지 않아서 가볍다! 건강하다!
이정민 글.요리 / 니들북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나트륨 과다섭취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나트륨을 적게 먹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짠 음식이 많은 식단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저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트륨이 적은 소금도 나오고, 라면스프는 절반만 넣어 먹자든가 김치를 싱겁게 먹자든가 하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싱거운 입맛이 짠 음식에 길들여지는 것보다 짠 입맛을 싱거운 음식에 맞게 바꾸는 것이 훨씬 어렵다. 그리고 간이 되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식욕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저염식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소금만 적게 넣는다고 저염식인 것일까?


평소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저염식은 흥미있는 아이템일 것이다. 이미 질병을 앓고 있다면 저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것이다. 『내 몸에 착한 매일 저염식』(이하 『매일 저염식』)은 병이 있는 사람은 물론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매일 저염식』은 실제로 신장병을 앓아서 무염식을 해야 하는 필자가 직접 연구하고 쓴 요리책이다.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것이 바로 '저염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저염식만을 다루었으리라는 점은 믿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앞부분에서 저염식의 정의와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여 읽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나머지 부분은 요리 레시피와 팁으로 구성했다. 소금이나 간장처럼 짠맛을 내는 양념뿐 아니라 부침가루나 소면 등 생각해 본 적 없는 재료들 속에도 나트륨이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매일 저염식』의 목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염식이라기에 보기에도 싱거울 것 같은 음식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치와 무생채 등등 우리가 흔히 먹는 반찬들과 파스타, 피자 등 외식으로 자주 먹는 메뉴들도 있었다. 심지어 팟타이나 규동 도 발견할 수 있다. 와플과 쿠키에 이르러서는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레시피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소금'은 보이지 않는데 과연 이게 맛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레시피도 너무 간단해서 의심은 더욱 커졌다. 맛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만들어 먹어보는 게 최선이겠지만 말이다.

맛이 없어도 건강을 위해 참고 먹는 것보다는 맛있는 것을 먹으며 건강을 지키고 싶은 게 사람들의 본심일 것이다. 이 책에는 드레싱 없이 야채를 먹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트륨을 줄인 샐러드 드레싱 만드는 법, 저염식에 맛을 더할 수 있는 소스 만드는 법 등 깨알같은 정보가 있어 무척 유용해 보였다.


조만간 『매일 저염식』에 나오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후기를 올릴 예정이다. 맛이 괜찮다면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여름을 위한 저염식 다이어트에 도전해도 좋을 것 같다. 맛있게 즐기는 저염식이라면 굳이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5-06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법고냥이 2014-05-07 07:51   좋아요 0 | URL
아...제가 카테고리 설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지금 전환해 두었으니 꼭 다시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플라이트 홀릭 - 하늘길에서 세상을 배우다 스튜어디스 1만 시간 비행의 기록
한소연 지음 / 니들북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 대한 동경은 나를 설레게 하기도 하고 괴롭게 하기도 하는 짝사랑 상대와도 같다. 하지만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용기가 없어서 그 마음을 서점에서 여행 에세이를 들춰보는 것으로 달래곤 한다. 그러던 중 조금 특이한 책을 발견했다. 하얀 바탕에 비행기 창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고, 그곳을 통해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보이는 표지를 가진 책이었다. 제목마저 마음이 울렁울렁해지는 『플라이트 홀릭』.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책을 자세해 보니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스튜어디스가 쓴 비행 이야기였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저 여행이라면 나도 충분히 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있더라도 스튜어디스의 삶은 여행객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게다가 나는 절대 스튜어디스가 될 수 없다. 미지의 세계를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즐거움이지 않은가. 땅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하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삶이 여행이나 마찬가지일 것만 같은 그들의 비행에 대한 속마음이 궁금했다. 


 

이 책의 필자는 대한항공 소속 승무원으로 책을 낼 당시 11년째 근무 중이었다. 책 속에서 만난 필자는 밝고 상냥하고 보통 여자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스튜어디스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지고 있을 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으로 추억을 잡아두는 것이 취미이고,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 스튜어디스로서 어디서나 잘 잔다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제는 감흥도 없고 언제나 똑같아 보이는 그 곳이 땅인지 하늘인지,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을 알고 있는지, 나는 잊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는 일은 언제나 설렐 것 같았는데 직업이 되면 역시 익숙해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필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강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음이 책 전체를 통해서 전해져 왔다. 이 책을 읽으며 스튜어디스라는 낯선 직업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공항에 몇 시에 떨어져?'와 같은 표현을 스튜어디스는 쓰지 않는다는 것, 승무원의 세월은 '마하'로 흘러간다는 것, 언제나 떠나고 싶어하는 우리와 달리 한국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참고 비행에 나선다는 것, 그리고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의 상징과도 같은 빳빳한 스카프 매는 법도 말이다. 

 

 

책 속의 사진은 필자가 직접 찍은 것이다. 세계의 관광명소와 필자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승객이 볼 수 없는 그들만의 공간을 담은 사진들이다. 언제나 비행기를 타면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흘끔거리기만 했던 곳들을 당당히 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었다. 여행 에세이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스튜어디스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프로 작가가 아니다 보니 문체가 마치 개인 블로그처럼 가볍다는 점도 처음에는 조금 거슬렸지만 읽다 보니 오히려 진솔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플라이트 홀릭』은 하늘에서 쓴 스튜어디스의 소소한 일기이다. 하루의 기록이기도 하고 일의 기록이기도 하다. 온몸을 불태울 정도의 열정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언제나 조금 더 잘해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필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행 가고 싶은 열망을 달래려고 펼쳤던 책에서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배웠다. 지금은 별볼일 없는 잉여지만 오늘부터라도 주어진 하루를 꾹꾹 채워 살기, 남은 한 해의 목표를 이렇게 수정해볼까 한다. 나만의 'OOO 홀릭'을 꿈꾸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이라도 쉽게 배우는 가방 만들기 행복을 수놓는 DIY 시리즈 4
우메타니 이쿠요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봄이다. 벌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들이 거리를 봄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 낮 동안의 햇빛은 얇은 외투마저 벗어야 할 만큼 따사롭기만 한다. 이러다 금세 여름이 와 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될 지경이다. 이 봄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꽃을 찾아 빛을 찾아 소풍이라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소풍을 가려면 우선 챙겨야 할 필수품이 있다. 돗자리, 선글래스, 모자, 도시락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필수품들을 넣을 예쁘고 실용적인 소풍 가방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소풍 가방은 패브릭 재질을 선호하는 편이다. 일단 가볍고, 눈으로 보이는 크기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고, 원단이나 프린트에 따라 같은 디자인이라도 여러 가지 느낌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부터 실용성까지 내 마음에 꼭 맞는 가방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색에 이런 무늬에 주머니는 어디에 달리고 크기는 어느 정도인' 가방을 가지고 싶다는 구체적인 욕구가 생기면 기성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보다도 어려운 일이 된다. 


종종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 『처음이라도 쉽게 배우는 가방 만들기』(이하 『가방 만들기』)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표지를 보니 단순하지만 예쁘고 쓰기 편할 것 같은 여러 가지 가방들이 실려 있었다. 그래,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싶어서 책을 집어들었다. 



재봉틀을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꽤 구미가 당길 것이다. '처음이라도 쉽게 배우는'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아주 기본적인 가방과 파우치 만드는 법이 실려 있다. 주머니 등은 원하는 대로 더 달거나 빼는 식으로 응용도 가능할 것 같아서 더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원단 디자인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가방 만들기』는 필요한 재료, 도안, 마름질하는 방법부터 마무리하는 방법까지 그림과 사진을 적절히 이용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또한 여백이 크고 시원해서 보기에도 편했다. 귀여운 일러스트를 사용해서 만들 때 필요한 팁을 알려주는 점도 좋았다. 단순히 색이나 아이콘으로 표시하는 것보다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가방 만들기』를 보고 있자니 돗자리까지 넣을 수 있는 커다란 가방과 런치백&물통홀더 세트, 보냉시트를 부착한 케이크백을 만들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꽃놀이를 가고 싶은 생각이 마구 샘솟는다. 봄과 잘 어울리는 진달래색 가방도 좋을 것 같고, 새싹처럼 싱그러운 연두색이나 민트색 가방도 예쁠 것 같다. 직접 만든 소풍 가방은 그대로 훌륭한 데일리백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본래 목적이 매일 들 수 있는 편안한 가방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른 어떤 계절보다 봄과 잘 어울리는 패브릭 가방, 오늘부터 당장 하나씩 만들어 볼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 먹으러 가자
까날 지음 / 니들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여행에는 목적이 있다.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도 있다지만 떠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내게 여행은 '현실도피' 혹은 '전환의 계기'라는 목적이 강했다.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좀 추상적인 목적이 있어야 여행의 명분이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바꿔놓은 것은 2년 전 친구와 함께 다녀온 태국 여행이었다. 열흘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오니 태국을 그립게 하는 것은 온통 그곳에서 먹고 온 것과 미처 먹지 못하고 온 것이었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 태국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오히려 한 끼라도 더 외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노력하면 했지)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나라는 유난히 더 끌린다. 만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온갖 먹을거리 때문에 끌리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비록 지금은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여행 기피 지역처럼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음식의 매력은 뿌리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책을 만나다니. '본격 먹방 여행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은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는 오사카, 교토, 고베로 대표되는 일본 간사이 지방의 맛집을 소개해 놓은 여행서적이다. 일본에 간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지방이 바로 오사카와 교토라서 이 책이 더욱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는 단순히 맛집만 소개한 책은 아니다. 일본 여행 준비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 맛집을 중심으로 한 추천 여행 코스, 각 지방의 유명 관광지, 지하철 노선도까지 실려 있어서 여행 가이드로 손색이 없다. 책의 주제인 '맛집 소개'도 매우 충실하다. 음식의 유래와 맛집의 역사는 물론 교통편과 대표 메뉴의 가격까지 나와 있어서 예산과 동선에 맞춰 맛집 투어를 계획하기에도 좋다. 여행지의 맛집만을 소개한 책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당장 혼자 일본에 간다 해도 충분히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주는 책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일본 고유의 음식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만드는 식당, 술집과 디저트 가게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책은 오사카, 교토, 고베, 세 파트로 분류되어 있다. 오사카에서는 일본, 중국, 한국의 음식을 퓨전한 메뉴가 있다는 '스시긴'과 초콜릿으로 유명한 '코코아샵 아카이토리'가 눈에 띄었다. 일본 대표 요리인 오코노미야키가 한국 부침개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텐노지의 유명한 가게들이 간판까지 그대로 가져온 모습을 보고, 재개발로 가게의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운 한국과 비교하면 살짝 부럽기도 하다.(42쪽)"는 구절에서는 정말 깊이 공감했다. 


교토에서는 일본에 흔치 않은 '걸어다니며 군것질하기'가 가능한 '후미야 교토 니시키혼텐'과 심플해서 더 매력적인 아이스크림 가게 '교 키나나', 커피점 '자가배전커피 가로'가 특히 눈에 띄었다.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온통 디저트 가게들만 눈에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대지진 외에는 아는 게 별로 없는 지역이었던 고베가 세계 각국의 문화가 혼합된 곳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프랑스 요리점인 '루셋토'부터 베트남 요리를 하는 '꼼 베트남', 퓨전 중국 요리로 유명한 '효탄 모토마치혼텐'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들이 소개된 점이 눈에 띄었다. 저렴한 가격과 색다른 메뉴가 강점인 '모토마치 케이크 모토마치혼텐'은 가장 가보고 싶은 케이크 가게였다. 교토의 교야사이와 고베의 고베 비프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식당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여행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녀오든 여행자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다. 내게만 해당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평소보다 위장과 지갑을 조금 헐렁하게 해도 좋은 것이 여행이니까 맛집 순례만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상당히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처럼 딱 좋은 맛집 가이드북이 나오는 세상이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정회고도시 1
이시즈에 카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첫눈에 반한 『공정회고도시』는 스타일리시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이시즈에 카치루의 작품이다.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짜인 스토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쁜 것에 약해서 그림이 예쁜 작품에 곧잘 끌리는 편이다. 다행히도 그림만 보고 선택한 작품의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다. 『공정회고도시』도 일단은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표지를 넘기면 일러스트집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컬러일러스트가 마중을 나온다. 내지 그림 역시 대단히 수려하다. 아, 그림에 넋을 잃는 바람에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공정회고도시'가 대체 무슨 뜻일까.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회고'는 돌이켜 생각한다는 의미일 텐데 '공정(空挺)'은 생뚱맞게도 군사용어란다. '지상부대가 항공기를 이용하여 전투지역 또는 적 후방에 투입되어 적을 공격하는 일'이 사전에 나온 뜻풀이다. 지상에 살던 사람들이 공중을 떠다니는 도시로 옮겨간다는 의미하는 것일까, 추측해 본다. 



『공정회고도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지상이 점점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 가상의 미래가 배경이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사람들은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공정도시'를 건설한다. 주인공 도키는 공정도시의 부력을 지탱하는 연료가(街)에서 일하고 있다. 연료가 사람들 사이에는 '멜랑콜리아'라는 병이 돌고 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심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사람을 잊어버리게 된다. 아예 없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화석연료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는 공정도시의 유지기반이기 때문에 상부에서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사라지는 세계를 낳는 발전이라면 안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도키는 어느 날 우연히 유나라는 소녀를 만나고, 묘한 끌림을 느낀다. 유나는 사실 멜랑콜리아가 앗아가 버린 도키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도키는 유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유나는 그런 도키의 곁을 계속 맴돈다. 



과거와 현재를 쉼없이 오가는 이 작품의 페이스를 따라가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도시와 지상을 헤매며 오던 길을 몇 번이고 되짚어 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키와 유나 외에도 중요한 캐릭터가 굉장히 많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1권만 해도 도키와 함께 공정도시에 가기를 꿈꾸었지만 갑자기 사라진 야에, 도키의 직장동료이자 삼총사처럼 붙어다니는 나나오, 나츠키, 보탄, 공정도시와 유나에 대해 무언가를 아는 듯한 등롱 장수, 유나를 찾아다니는 연구소 사람들까지 엄청난 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것만 봐도 작품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성이 복잡한 데 반해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무척 명료하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발전이 과연 정당한가?' 라는 것과 '있는 자들을 위한 없는 자들의 희생은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다소 낭만적인 작품의 분위기에 비해 던지는 메시지는 마음에 묵직하게 얹힌다. 



시작은 거창하지만 마무리를 못해서 초라한 작품으로 전락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몽환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공정회고도시』. 참신한 설정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복선을 잘 살려서 이야기의 전체 틀을 해치지 않고 탄탄하게 살을 붙여나가야만 이 작품이 용두사미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공정회고도시』의 앞으로의 전개를 기다려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