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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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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선물받았다.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하루키의 소소한 글에 반하고 말았다. 마스다 미리의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와 많이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스다 미리는 에세이도 자신의 만화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소박한 그림체와 단순한 대사로 여자의 고민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부드럽게 안아주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모두 소장하고 있을 만큼 좋아한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40대 싱글 여성이자 작가로서 살아가는 마스다 미리의 일기장 같은 책이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여행을 다니고, 귀여운 물건에 꺅꺅대며 좋아하는 여자로서의 일상 이야기에 '맞아 맞아'를 연발했다. 읽다 보면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어른스럽지 못한 자신에 대한 후회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멋부리지도 않고, 잘난 척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이지만 억지로 위로하지 않기 때문에 더 큰 위로가 되는 것이 마스다 미리의 힘이다. 


프로 작가로서의 일상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업계 사람들과의 이야기, 마감 이야기, 수짱의 이름에 얽힌 비화 등을 읽다 보면 비록 취미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어느 정도는 동경하게 된다. 성실한 편이라서 미리미리 원고를 써 둔다는 마스다 미리를 보며 마감이 코 앞에 다가와야만 허덕이며 리뷰를 쓰는 내 모습을 반성하기도 하고 말이다. 다음 리뷰는 꼭 마감 전에 시간 넉넉히 두고 충실하게 써야지,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자는 '소녀'를 버릴 수 없다는 내 생각이 마스다 미리와 같아서 기쁘다. 마흔이 넘은 마스다 미리도 이렇게 소녀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고작 30대 중반에 들어선 내가 그걸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더이상 여자로 불리지 않는다 해도 가슴에 여자의 조각을 남긴 채 '다 큰 여고생'으로 살아갈 마스다 미리와 친구들처럼 나도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 그렇다고 애처럼 떼를 쓰거나 할 일을 무시하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장점은 사랑하고 단점을 인정하고, 고칠 수 있는 점은 고치고 남들이 뭐라든 자신을 믿으면 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렇게 말하는 마스다 미리의 글을 읽으면 스스로가 조금은 사랑스러워진다. 이 책은 좋은 말이 너무 많아서 단 한 문장도 인용할 수 없었다. 그냥 침대 머리맡에 두고 우울할 때, 부끄러울 때, 자신이 싫어질 때, 외로울 때, 불안할 때마다 읽어보기를 권한다. 분명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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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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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여러 장르 중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추리소설이지만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이름은 생소했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선구자라는 유명작가도 모를 만큼 얕은 독서력에 잠시 심란해진다. 하지만 이런 기회에 거장을 또 한 명 알게 되는 기쁨도 크지 않냐고 스스로 위로하며 책을 펼쳤다.  이 책,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라는 제목부터 참 매력적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팬뿐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그에 덧붙여, 좋아하는 정유정 작가가 챈들러를 스승으로 삼았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느 시대 어느 때건 가장 좋은 소설은 언어로 마법을 부리는 소설이다.

챈들러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꾸미지 않은 챈들러의 민낯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희대의 대작가들에 대해서도, 거대자본과 권력으로 무장한 할리우드에 대해서도, 자신의 책을 읽는 평론가와 독자에 대해서도 그는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는다. 예를 들면 '요즘 비평가들이라면 피곤한 놈, 잘난 척하는 놈, 자기 직업의 공허함에 당황해하는 정직한 사람뿐'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칭찬도 비판도 분노도 옹호도 담백하고 직설적이다. 심지어 자신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오 개월이나 걸려서 쓴 소설에 대해 작품 전체가 망할 허세로 가득하다고 평가하는 걸 보면 말 다했다.

나는 돈이나 어떤 특권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랑 때문에, 어떤 세계에 대한 이상한 미련 때문에 글을 쓰는 거죠. 사람들이 치밀하게 생각하고 거의 사라진 문화의 언어로 말을 하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나는 그런 세계가 좋습니다.

무심하고 시크해 보이는 챈들러지만 굉장한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아내 시시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고양이 타키에 대한 경애가 그의 편지에서 절절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창조한(본인은 부정하지만) 탐정 필립 말로에 대한 애정 또한 무척이나 깊고 끈끈하다.


그래도 역시 작가로서의 챈들러가 가장 매력적이다. 자신은 '제대로 읽고 쓸 줄 알고 지적이기까지 한' 작가라며 엄청난 자신감을 표출하면서 '나는 거만한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싫어하기도 힘들다. 그러면서도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과 겸손함뿐이라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문장과 단어에는 하나하나 진정성이 묻어난다.  


전업 작가라면 글쓰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동안 글쓰기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작가 지망생도 아니고 글쟁이 노릇으로 돈을 벌고 있지도 않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싶은 입장에서 이 말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글쓰기는 엉덩이와의 싸움이라는 모 작가의 말도 생각나고.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글을 쓰는 것이 삶의 목적이죠. 나머지는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것일 뿐입니다. 어떻게 실제로 글 쓰는 일을 싫어할 수가 있습니까? 싫어할 만한 요소가 뭐가 있다고? (중략) 어떻게 문단이나 문장이나 대화나 묘사를, 창조적인 무언가로 만들어 내는 마법을 싫어할 수가 있습니까? 글쎄, 분명히 그러면서도 성공할 수 있나 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우울하군요.

'글쓰기'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소설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니. 당장 읽어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 이 책 덕분에 온라인서점 장바구니가 한층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챈들러 씨,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제 소설로 당신을 만나볼 생각이니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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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명장의 이기는 독설 - 세계 축구 명감독의 혀끝에서 승리하는 힘을 읽다
구와바라 데루야 지음, 김정환 옮김 / 니들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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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이다. 우리나라 프로축구는 프로야구만큼 인기 있는 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경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뛰는 대표선수들에 대한 기대는 2002년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나 역시도 야구팬이지만 4년에 한 번 이맘때가 되면 축구혼(?)이 불타오른다. 월드컵이 한 달도 안 남은 이때, 흥미로운 책이 하나 나왔다. 『축구 명장의 이기는 독설(督舌)』이라는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유명한 축구 감독들의 어록을 모아놓은 책이다. 

 

축구 해설가나 스포츠 기자가 쓴 책인가 했는데 저자가 경제/경영 저널리스트란다. 프롤로그를 읽어보니 축구 명장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책이 아니라 축구 명장들을 통해 '승리하는 힘'에 대해 말하고자 한 책이다. 그렇다면 굳이 축구팬이 아니어도 읽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총 15명의 축구 감독이 등장한다. 아홉 명이 각각 한 파트씩을 채우고 있고, 마지막 파트에 나머지 여섯 명이 소개되어 있다. 축구에 대해서 조금만 알면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 감독들이 즐비하다. 특히 2002년의 우리나라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이름이 반갑다. 

 

 

히딩크 외에도 첼시의 감독 무리뉴, 박지성 덕분에 친숙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레알 마드리드의 안첼로티 등도 눈에 띈다. 현역에서 물러난 감독들도 보인다. 축구팬들에게는 상당히 반가운 이름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축구에 좀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 아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제가 '축구'는 아니지만 축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감독이 남긴 말과 그 말을 남긴 상황을 설명하는 식의 구성이다 보니 축구 용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청난 중압감을 버텨내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 특유의 에너지랄까 아우라 같은 것이 전해져 오는 느낌은 좋았다. 프로페셔널의 자세와 좋은 리더의 조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신이 이끌어야 할 사람들을 믿고, 그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 그리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것.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을 지켜나가기 때문에 그들은 승리할 수 있었다. 개성이 뚜렷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대부분의 감독들이 비슷했다.


 

팬들이 의견을 내는 것은 쌍수를 들어 찬성한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이 확신하는 바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느꼈다. - 알렉스 퍼거슨

 

축구에서는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도전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 거스 히딩크

 

선수의 능력 향상은 경기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설령 정답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해답을 찾아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 아르센 뱅거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축구관이나 방식과 팀의 잠재 능력을 융합시켜 최선으로 생각되는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카를로 안첼로티 

리더는 그저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다룰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인내와 배려, 결단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지금 리더의 자리에 있거나 앞으로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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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아인슈타인님 1
쿠사노 사카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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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과 마주칠 때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의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것이 편견이고, 그 편견으로 생성된 이미지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첫인상과는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냉정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마음이 따뜻하다거나, 새침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허술하고 털털하다거나, 거만한 줄 알았는데 순간순간 해맑은 사람들 말이다. 사람을 일정 기간 이상 만나 가까이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친애하는 아인슈타인 님』(이하 『아인슈타인 님』)의 주인공 타마키는 평범한 여학생이지만 과하게 따른 운 때문에 초엘리트 학교인 사립 카이오우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 속에서도 유난히 특이한 하라다 코세이를 만난 타마키는 알려진 것과는 다른 그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그와 친구가 된다. 오만하고 무서운 이미지로 고착된 코세이는 사실 아인슈타인을 존경하며 타임머신을 만드는 꿈을 가진 소년이다. 남이 몸을 만지는 것에 과민반응하는 체질 때문에 오해를 사기 쉬울 뿐이다. 코세이는 모두가 멀리하는 자신에게 다가온 타마키에게 관심이 생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이 세상에 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야.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땐 반드시 이유가 있고 생길 만하니까 생긴 거야. 합격한 게 기적이라고 한다면 네가 그 기적을 일으킨 거야.


화려하거나 귀엽거나 섬세한 그림체를 자랑하는 만화들과 비교하면 『아인슈타인 님』의 그림체는 어설프기 그지없다. 하지만 작가가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은 신인임을 생각하면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 작가, 의외로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코세이처럼 특이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평범해서 더 잔혹한 10대들의 현실을 짚어내고 있다. 성적에 목숨까지 거는 아이, 남자 잘 잡는 것이 행복이라 여기는 아이, 성적이 나쁜 아이에게는 자퇴까지 권유하는 냉정한 교사 등 어두운 교육현실을 만화의 밝은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배치한 센스가 돋보인다.  

 

 

또한 세상의 냉담함과 편견 속에서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뭐든지 쉽게 포기하던 타마키는 코세이를 만난 후 '절실함'을 배웠고, 늘 혼자이기를 고수하던 코세이도 타마키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서서히 연결고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밖에도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라다의 진짜 모습을. 그걸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마음을 열고 대해야만 우리는 상대방의 진심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누군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우리의 삶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편견을 버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인슈타인 님』의 표지를 처음 보는 순간 상상한 천재 과학자의 좌충우돌 발명일기 같은 이야기도 결국 편견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편견이 스스로에게 '진실'로 굳어지기 전에 마음의 문을 조금만 더 넓게 열어보자. 그 문 밖에는 분명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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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MIX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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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가 야구 만화로 돌아왔다는 것은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스포츠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 만화 한 편쯤 안 읽어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메이세이'. 메이세이라니, 아다치 미츠루 야구 만화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터치』의 그 메이세이 중학교? 얼른 뒷표지를 살펴보니 맞다, 그 메이세이다. 우에스기 카즈야와 타츠야 형제가 야구혼을 불사르던 그 학교 말이다. '아, 또 메이세이야?'라는 마음과 '다시 메이세이라니 기대돼!'라는 마음이 교차했다. 이 작품은 아다치 미츠루의 장점이자 단점인 클리셰 남발로 무너져내리거나 익숙한 무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며 비상(飛上)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설정부터 『터치』와 매우 비슷하다. 메이세이 중학교, 성격이 다른 두 형제와 한 소녀, 야구, 『터치』의 마스코트였던 강아지 펀치까지. 하지만 『MIX』는 『터치』와 결정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타치바나라는 성을 공유하지만 토우마와 소이치로는 친형제가 아니다. 그리고 '한 소녀'인 오토미의 성도 타치바나이다. 셋이 남매인 것이다. 게다가 오토미는 소이치로의 친동생이다. 이들은 서로의 부모가 재혼하면서 이뤄진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문제는 애초에 『터치』와 비슷해질 수 없는 구조이다.

 

다른 점은 또 있다. 『터치』에서 카즈야와 타츠야는 '함께' 야구를 하지 않았다. 카즈야가 야구선수로 승승장구할 동안 타츠야는 빈둥대며 야구를 멀리했다. 하지만 『MIX』에서는 토우마가 투수, 소이치로가 포수, 즉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배터리이다. 그래서 이들은 연애는 물론 야구에서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이 점이 『MIX』의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무척 궁금하다. 물론 1권에서는 낙하산 에이스에 밀려 토우마가 아직 투수로서 마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언젠가부터 진부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야구 만화는 더욱 그렇다.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만큼 똑같은 얼굴, 비슷비슷한 성격의 주인공과 전작에서 이미 보았던 설정들의 재조합으로 만들어진 스토리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MIX』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아다치 미츠루가 아니면 그릴 수 없기 때문에 『MIX』는 또 다시 기대감을 자아낸다. 진부하고 익숙해도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 만화는 재미있으니까. 

 

 

전작들처럼 등장인물 중 누군가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설정만 없다면 이 작품도 기대해 볼 만하다. 어쨌든 믿고 보는 아다치 미츠루 아닌가. 심지어 (피는 안 섞였지만) 형제 배터리라니, 이렇게 설레는 설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다치 미츠루는 자신이 구축한 야구 만화의 공식 속에서 또 어떤 변주를 보여줄까. 자, 그러면 함께 플레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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