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의 숲
이은선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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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두 번 읽고 싶은 소설을 만났다. 참혹하고 쓸쓸한 이야기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아름다운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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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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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으로 가득한 작품. 연재로 미리 만나봤지만 책이 나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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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시가 되어 창비청소년시선 17
김민기 외 지음, 김이구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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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을 다루는 출판사의 저작권 인식이 이렇게 바닥이라니 정말 독자의 돈을 받고 책을 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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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랜드
서레이 워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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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누가 봐도 마른 몸을 가졌는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나도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나보다 훨씬 마른 친구들까지 다이어트에 목숨을 거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50센티미터에 39킬로그램인 친구도, 163센티미터에 45킬로그램인 친구도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며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여자들이 모이면 어디서나 다이어트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교사부터 부모, 친구들까지 여자의 몸매를 품평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품평당하는 쪽도 그것이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했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일면서 깡마른 몸이 여자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던 다이어트 공화국의 여자들이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고통스러운 다이어트를 의무라고 생각해 왔는가? 왜 의류회사는 여성복을 아동복보다 작게 만드는가? 왜 걸그룹 체형이 모든 여자들의 이상이 되어야 하며, 걸그룹은 왜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가? 왜 남자들의 뱃살은 인격이고 여자들의 뱃살은 자기관리 실패의 증거인가? 뚱뚱한 사람은 왜 놀림의 대상이 되어도 괜찮은가? 뚱뚱함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당연했던 것들이 죄다 이상한 것으로 바뀌었다. 

『다이어트랜드』의 주인공 플럼(얼리샤 케틀)의 체중은 130킬로그램이 훌쩍 넘는다. 플럼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인 웨이스트 워처스 회원이며, 안해본 다이어트가 없다. 살을 빼고 나면 입을 작고 예쁜 옷들을 몰래 사서 모으고 있으며, 비만수술을 고려 중이다. 10대 타깃의 잡지 <데이지 체인>의 편집장 키티를 대신해 키티에게 오는 10대 여자들의 상담메일에 답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날 플럼은 독특한 차림새의 여자가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음을 눈치챈다. 그에게서 『다이어트랜드 대모험』이라는 책을 받게 되고, 그 책을 쓴 베레나 뱁티스트를 만나면서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맞는다. 

나는 이미 뚱뚱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사태였다. - 191쪽

플럼의 인생은 뚱뚱한 몸 때문에 괴로움과 자학으로 가득차 있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해야 하고, 때로는 이유없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직업도, 연애도 꿈꿀 수 없다. 살만 빼면 인생에 꽃길이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효과도 없는 다이어트를 반복하고, 자괴감과 좌절감 속에서 허우적댄다. 137.9킬로그램이라는 플럼의 몸무게는 상상하기 힘든 수치다. 하지만 플럼이 겪는 고통에는 거의 모든 여자들이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날씬하고 더 섹시하고 더 가녀린 몸을 가져야 한다고, 그것이 여자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세뇌받으며 살았으니까. 이 책이 말하는 '다이어트랜드'는 가상의 왕국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다. 

하지만 『다이어트랜드』는 여자들을 옥죄는 지긋지긋한 현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납치와 협박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서 반라의 여자 사진으로 도배된 잡지 표지를 반라의 남자 사진으로 바꾸게 하는 데 성공한 '제니퍼'가 등장하면서 반격이 시작된다. 이 통쾌한 미러링이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이때부터 소설은 베레나의 지휘 아래 '뉴 뱁티스트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변화하는 플럼과, 여자를 물건 취급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제니퍼의 활약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불합리한 세상을 깨닫고 변해가면서 플럼은 제니퍼의 정체를 알게 된다. 

『다이어트랜드』는 재미있는 소설인 동시에 꼭 필요한 소설이다. 남자들이 주축이 되고 여자들은 배경밖에 못 되는 콘텐츠의 바다 속에서 여자가 주체가 되는 이야기는 놓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여자의 이야기를 즐겨야 한다. 여자를 '섹시하고 화끈하고 떡치기 좋은' 대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대중문화는 여자가 남자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데에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책, 영화, 만화, 드라마, 공연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다이어트랜드』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 찾아서 봐야 한다. 여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연대하고, 갈등하고, 화합하는 이야기 말이다. 

나는 온갖 일들을 겪었음에도 겉으로는 예전과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은 달라져 있었다. 나는 변신을 거쳤다.  -319쪽

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 나 역시도 변신을 거쳤다. 나는 더이상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여성의 대상화에 불편을 느낀다. 그리고 더 많이 공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을 전하고 싶어졌다. 변신한 모습으로 세상 속에 뛰어든 플럼처럼,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다이어트랜드에서 탈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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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왜 왔니 5 - 완결
이윤희 지음 / 애니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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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애의 방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일상에 스며들면서 정형화된 사랑 표현법들이 일방적인 인내와 희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로맨스를 주제로 한 창작물을 보는 것이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처음 『우리집에 왜 왔니』를 추천받았을 때도 심드렁했다. 연애 만화는 예전부터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세상은 분명 변하고 있고, 창작물 속 연애의 모습도 진일보했음을 깨달았다.

아홉살 때 아버지를 따라 중국 항주에 한달간 머물게 된 재희는 그곳에서 호텔집 아들 버들이를 만난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즐거웠던 추억을 간직한 채 한국으로 돌아온 재희는 생존 최적형 어른으로 성장한다. 스물여덟살이 된 재희는 어느날 아버지로부터 버들이가 자신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는다. 재희는 지저분하고 촌스러운 버들이(연이)의 첫인상에 실망과 당황을 감추지 못하지만 결국 그를 집에 머물게 하고,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연이와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재희는 매사 갈등을 빚는다.



'쟤랑 얘기하면 피곤해. 묘하게 대화의 초점도 어긋나는 느낌이고... 혹시 이런 게 문화 차이인 걸까.
...나쁜 의도가 있어서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열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걸.' - 1권 149쪽
가진 거라곤 당당함 하나뿐인 여자가 다 가졌으나 사랑받은 경험이 없는 남자를 만나 연애하는 (주로 일본) 만화가 지겹도록 나오던 시절 로맨스 만화에 질렸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순정만화 작가들은 일찌감치 다양한 방식의 러브스토리를 시도했다. 『우리집에 왜 왔니』는  그 완성형에 가깝다. 21세기 한국의 현실을 주재료로 판타지를 적절하게 양념한 수작이다. 사사건건 성희롱과 빈정거림을 일삼는 백과장, 젊은 여자가 택시나 타고 출근한다고 핀잔하는 택시기사, 칭찬이라고 생각해서 초면에 '미인이다'라는 인사부터 던지는 경태 같은 사람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여성혐오가 생활화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희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예쁜 외모 덕분에 편하게 살았을 거라는 오해를 받는 재희 같은 여성들의 고충이 연이의 말을 통해 잘 드러난다.

"경태의 말을 듣고 나니, 실제로 너는 겉모습이 무척 예쁘니까 오히려 사람들에게 칭찬이라는 이유로 쉽게 평가당하는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나는 겪어보지 못했고 생각해본 적 없는 부분이라..." - 2권 41쪽



『우리집에 왜 왔니』가 묘사하는 현실에서 직장생활이 빠질 수 없다. 상사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성희롱, 집까지 일을 끌고 들어와야 하는 현실에 분개하면서도 참을 수밖에 없는 재희의 모습은 곧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미래가 없는 계약직 생활을 버티고 있는 은경도 마찬가지다. 유지원 과장은 유니콘 같은 존재지만 유사모처럼 마음 맞는 사람들 덕분에 힘든 시간을 견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매 장면마다 공감하며 봤다. 그에 반해 연이의 한국 생활은 너무 무난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연이가 단단한 멘탈로 평화로운 일상을 지탱하고 있었기에 재희는 그에게서 안식을 얻을 수 있었고, 재희가 아득바득 살아가면서도 요령있게 중심을 지키려고 노력했기에 연이가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재희가 대표하는 현실과 연이가 대표하는 판타지가 적당하게 혼합되어 있는 것이 만화로서 『우리집에 왜 왔니』가 가진 미덕이다.  

로맨스 묘사는 백점 만점에 백점이다. 남자의 박력으로 포장되는 폭력, 끈기있는 구애로 포장되는 스토킹, 여성의 선택권을 차단하는 가스라이팅, 현실감 없는 삼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재희가 민망할 정도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애정행위에 동의를 구하는 연이의 모습은 기습키스나 포옹, 공개고백보다 훨씬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지점에서 연이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라는 설정은 적절하다. 연이는 한국어가 서툰 만큼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했는지 항상 확인받고 설명한다. 재희는 조금씩 방향이 어긋나는 연이의 말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의 말을 바로잡아주고 이해하려 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더 섬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아이러니. 돌려 말하고, 어림짐작하고, 알아주려니 기대하고, 그렇지 않아서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연애가 과연 바람직한지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처럼 네게 힘든 일이 생기면 또 이유를 묻고 싶어질 거야. 내 멋대로 네가 내게 의지해주고 마음을 나눠줬으면 하고 바라게 될 거야.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다시 너와 함께 지낼 수 있겠어?" - 4권 235~236쪽

'역시 나는 그앨 좋아하나봐. 좋아하니까... 그애가 귀여워 보이고 웃으면 설레고 찾아와주면 기쁘고 네 앞에서 자꾸 눈물이 나고 네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했으면 좋겠고... 그래. 집에 가면 말하자. 문을 열자마자 말하자.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 5권 108~111쪽

연애가 주제지만 두 주인공이 각자 충실하게 자신의 삶을 구축하는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역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애틋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깊게 느끼게 한다. 재희의 친구 정인과 연이의 형 류준, 그밖의 조연들에게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해 작품의 세계를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현실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우리집에 왜 왔니』는 아주 오랜만에 만난, 몇번을 읽어도 새롭고 설레는 좋은 만화다. '오랫동안 행복하게'라는 말은 동화 속에나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재희와 연이만큼은 정말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 둘의 영원한 빌어본다. Happily ever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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