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드롭스 10 - 번외편
우니타 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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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린과 다이키치, 차마 보내기 힘든, 사랑스러운 두 사람과의 추억을 되짚어 보았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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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1
히구라시 키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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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늙어가는 것,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당연'하다고 인식되는 진로이다. 하지만 세상에 60억의 사람이 산다고 가정할 때 남자와 여자가 딱 30억 명씩 되는 것도 아니고, 운명의 붉은 실로 하나하나 연결된 것도 아닌데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살 리는 없다. 60억의 사람이 살면 60억 가지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이하 『두 사람』)의 주인공 슈이치와 리츠코처럼 연인 이상 부부 미만으로 살아가는 커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슈이치와 리츠코는 10년째 연애 중, 8년째 동거 중인 커플이다. 나이는 똑같이 스물 여덟이지만 결혼 예정은 아직 없고, 아이도 없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 왜 아직 결혼을 안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아도 왜 화를 내는지 모를 때가 있다. 아니, 사실 그보다 아직도 이런데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이다.

30년을 살아도, 40년을 함께 살아도 상대의 속마음을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 눈치를 살피며 배려한다고 하는 행동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서로 자존심 좀 세우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때도 있다. 비밀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서로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다. 네 맘이 내 맘 같지 않고, 때로는 내 맘도 내 맘 같지 않다. 함께 사는 것, 참 어렵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두 사람』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해볼까. 사랑하는 사이라서 오히려 말 못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여자의 시점과 남자의 시점에서 동시에 그리고 있는 것이  『두 사람』의 매력이다. 

 

사람은 역시 편한 쪽으로. 편한 쪽으로.... 그게 딱히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화와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는 법은 없지만 읽고 나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한 가지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가 날 때, 상대에게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섭섭할 때, 상대도 똑같이 섭섭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힘들 때, 상대는 내 걱정으로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러니까 내 감정을 터뜨리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볼 여유를 가지는 것 말이다. 슈이치와 리츠코의 평범한 고민과 익숙한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소중한 이유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기 때문이 아니라, 모자란 것 많은 내 곁에 있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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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아인슈타인님 1
쿠사노 사카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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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편견은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과 마주칠 때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의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것이 편견이고, 그 편견으로 생성된 이미지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첫인상과는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냉정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마음이 따뜻하다거나, 새침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허술하고 털털하다거나, 거만한 줄 알았는데 순간순간 해맑은 사람들 말이다. 사람을 일정 기간 이상 만나 가까이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친애하는 아인슈타인 님』(이하 『아인슈타인 님』)의 주인공 타마키는 평범한 여학생이지만 과하게 따른 운 때문에 초엘리트 학교인 사립 카이오우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 속에서도 유난히 특이한 하라다 코세이를 만난 타마키는 알려진 것과는 다른 그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그와 친구가 된다. 오만하고 무서운 이미지로 고착된 코세이는 사실 아인슈타인을 존경하며 타임머신을 만드는 꿈을 가진 소년이다. 남이 몸을 만지는 것에 과민반응하는 체질 때문에 오해를 사기 쉬울 뿐이다. 코세이는 모두가 멀리하는 자신에게 다가온 타마키에게 관심이 생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이 세상에 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야.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땐 반드시 이유가 있고 생길 만하니까 생긴 거야. 합격한 게 기적이라고 한다면 네가 그 기적을 일으킨 거야.


화려하거나 귀엽거나 섬세한 그림체를 자랑하는 만화들과 비교하면 『아인슈타인 님』의 그림체는 어설프기 그지없다. 하지만 작가가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은 신인임을 생각하면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 작가, 의외로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코세이처럼 특이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평범해서 더 잔혹한 10대들의 현실을 짚어내고 있다. 성적에 목숨까지 거는 아이, 남자 잘 잡는 것이 행복이라 여기는 아이, 성적이 나쁜 아이에게는 자퇴까지 권유하는 냉정한 교사 등 어두운 교육현실을 만화의 밝은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배치한 센스가 돋보인다.  

 

 

또한 세상의 냉담함과 편견 속에서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뭐든지 쉽게 포기하던 타마키는 코세이를 만난 후 '절실함'을 배웠고, 늘 혼자이기를 고수하던 코세이도 타마키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서서히 연결고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밖에도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라다의 진짜 모습을. 그걸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마음을 열고 대해야만 우리는 상대방의 진심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누군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우리의 삶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편견을 버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인슈타인 님』의 표지를 처음 보는 순간 상상한 천재 과학자의 좌충우돌 발명일기 같은 이야기도 결국 편견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편견이 스스로에게 '진실'로 굳어지기 전에 마음의 문을 조금만 더 넓게 열어보자. 그 문 밖에는 분명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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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MIX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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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다치 미츠루가 야구 만화로 돌아왔다는 것은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스포츠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 만화 한 편쯤 안 읽어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메이세이'. 메이세이라니, 아다치 미츠루 야구 만화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터치』의 그 메이세이 중학교? 얼른 뒷표지를 살펴보니 맞다, 그 메이세이다. 우에스기 카즈야와 타츠야 형제가 야구혼을 불사르던 그 학교 말이다. '아, 또 메이세이야?'라는 마음과 '다시 메이세이라니 기대돼!'라는 마음이 교차했다. 이 작품은 아다치 미츠루의 장점이자 단점인 클리셰 남발로 무너져내리거나 익숙한 무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며 비상(飛上)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설정부터 『터치』와 매우 비슷하다. 메이세이 중학교, 성격이 다른 두 형제와 한 소녀, 야구, 『터치』의 마스코트였던 강아지 펀치까지. 하지만 『MIX』는 『터치』와 결정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타치바나라는 성을 공유하지만 토우마와 소이치로는 친형제가 아니다. 그리고 '한 소녀'인 오토미의 성도 타치바나이다. 셋이 남매인 것이다. 게다가 오토미는 소이치로의 친동생이다. 이들은 서로의 부모가 재혼하면서 이뤄진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문제는 애초에 『터치』와 비슷해질 수 없는 구조이다.

 

다른 점은 또 있다. 『터치』에서 카즈야와 타츠야는 '함께' 야구를 하지 않았다. 카즈야가 야구선수로 승승장구할 동안 타츠야는 빈둥대며 야구를 멀리했다. 하지만 『MIX』에서는 토우마가 투수, 소이치로가 포수, 즉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배터리이다. 그래서 이들은 연애는 물론 야구에서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이 점이 『MIX』의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무척 궁금하다. 물론 1권에서는 낙하산 에이스에 밀려 토우마가 아직 투수로서 마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언젠가부터 진부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야구 만화는 더욱 그렇다.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만큼 똑같은 얼굴, 비슷비슷한 성격의 주인공과 전작에서 이미 보았던 설정들의 재조합으로 만들어진 스토리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MIX』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아다치 미츠루가 아니면 그릴 수 없기 때문에 『MIX』는 또 다시 기대감을 자아낸다. 진부하고 익숙해도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 만화는 재미있으니까. 

 

 

전작들처럼 등장인물 중 누군가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설정만 없다면 이 작품도 기대해 볼 만하다. 어쨌든 믿고 보는 아다치 미츠루 아닌가. 심지어 (피는 안 섞였지만) 형제 배터리라니, 이렇게 설레는 설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다치 미츠루는 자신이 구축한 야구 만화의 공식 속에서 또 어떤 변주를 보여줄까. 자, 그러면 함께 플레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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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회고도시 1
이시즈에 카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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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첫눈에 반한 『공정회고도시』는 스타일리시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이시즈에 카치루의 작품이다.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짜인 스토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쁜 것에 약해서 그림이 예쁜 작품에 곧잘 끌리는 편이다. 다행히도 그림만 보고 선택한 작품의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다. 『공정회고도시』도 일단은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표지를 넘기면 일러스트집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컬러일러스트가 마중을 나온다. 내지 그림 역시 대단히 수려하다. 아, 그림에 넋을 잃는 바람에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공정회고도시'가 대체 무슨 뜻일까.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회고'는 돌이켜 생각한다는 의미일 텐데 '공정(空挺)'은 생뚱맞게도 군사용어란다. '지상부대가 항공기를 이용하여 전투지역 또는 적 후방에 투입되어 적을 공격하는 일'이 사전에 나온 뜻풀이다. 지상에 살던 사람들이 공중을 떠다니는 도시로 옮겨간다는 의미하는 것일까, 추측해 본다. 



『공정회고도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지상이 점점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 가상의 미래가 배경이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사람들은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공정도시'를 건설한다. 주인공 도키는 공정도시의 부력을 지탱하는 연료가(街)에서 일하고 있다. 연료가 사람들 사이에는 '멜랑콜리아'라는 병이 돌고 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심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사람을 잊어버리게 된다. 아예 없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화석연료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는 공정도시의 유지기반이기 때문에 상부에서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사라지는 세계를 낳는 발전이라면 안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도키는 어느 날 우연히 유나라는 소녀를 만나고, 묘한 끌림을 느낀다. 유나는 사실 멜랑콜리아가 앗아가 버린 도키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도키는 유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유나는 그런 도키의 곁을 계속 맴돈다. 



과거와 현재를 쉼없이 오가는 이 작품의 페이스를 따라가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도시와 지상을 헤매며 오던 길을 몇 번이고 되짚어 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키와 유나 외에도 중요한 캐릭터가 굉장히 많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1권만 해도 도키와 함께 공정도시에 가기를 꿈꾸었지만 갑자기 사라진 야에, 도키의 직장동료이자 삼총사처럼 붙어다니는 나나오, 나츠키, 보탄, 공정도시와 유나에 대해 무언가를 아는 듯한 등롱 장수, 유나를 찾아다니는 연구소 사람들까지 엄청난 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것만 봐도 작품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성이 복잡한 데 반해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무척 명료하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발전이 과연 정당한가?' 라는 것과 '있는 자들을 위한 없는 자들의 희생은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다소 낭만적인 작품의 분위기에 비해 던지는 메시지는 마음에 묵직하게 얹힌다. 



시작은 거창하지만 마무리를 못해서 초라한 작품으로 전락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몽환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공정회고도시』. 참신한 설정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복선을 잘 살려서 이야기의 전체 틀을 해치지 않고 탄탄하게 살을 붙여나가야만 이 작품이 용두사미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공정회고도시』의 앞으로의 전개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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