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그리움이라 말할 때 사라진 꿈들은 세상 어느 곳에도 없었다.(226쪽)

나는 '김광석'이라는 가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좋아하는 노래 몇 곡이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이 노래들이 김광석의 곡이라는 것을 안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김광석이 그만큼 좋은 노래를 많이 남긴 가수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짧은 생을 치열하게 살았던 그가 남긴 노래들은 편안하고 아늑하다. 사람들에게 미소와 눈물을 주는 노래 뒤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 책은 한 권의 시집 같은 느낌이었다. 단지 글이 짧아서가 아니다. 운율이 느껴지고, 마음을 울리고, 단어 하나하나가 아름답다. 그래서 낙서 같은 글도 그냥 슥 읽고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그의 글을 읽으며 김광석은 솔직하지만 솔직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으리라 조심스럽게 상상해 봤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 김광석'과 관련된 네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 첫번째가 '새로움', 두번째는 '삶과 사랑', 세번째는 '세상을 보는 시선', 마지막으로 '노래'이다. 


버릴 수 있는 자만이 새로움을 맛볼 수 있다.(49쪽) 

김광석은 새로움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익숙함에 안주하고픈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가지 마음 중 한쪽이 승리하기에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싶다.  


삶이란 어떻게 보면 시종일관 기다림인 것만 같습니다.(60쪽) 

김광석은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아프더라도 사랑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었고, 빠르고 급한 세상 속에서 '틈'과 '여유'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알고는 있어도 실행하기는 어려운 일들을 그는 삶 속에서 조금씩이라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사람, 사람, 참 어리석은 동물이다.

스스로 함정을 파놓고 그 안에서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민하는 답답한 생물(113쪽)

김광석은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무 빠르게 변하고, 전통을 소중히 하지 않고, 획일화된 사람만을 선호하고,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을 바로잡을 힘이 없음을 인정하지만 적어도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꿈에서라 볼 수 없는 세상을 노래로 본다.(162쪽) 

사실 앞의 세 가지 키워드가 모두 '노래'로 수렴된다. 노래를 직업으로 삼은 계기는 '어쩌다 보니'였지만 그는 역시 태생이 음유시인이었던 것 같다.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들려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노래만큼이나 아름다운 글을 읽다 보니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작가로서 책도 몇 권 냈을 것 같다. 


김광석은 한없이 외로워했지만 그래도 '행복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기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그의 글들이 하나하나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행복하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이다. 미처 완성되지 못한 그의 다섯번째 앨범에 실릴 예정이었던 노랫말들을 작게 소리내어 읽으며 그의 목소리를 떠올려본다. 아쉽고, 아쉽다. 김광석의 부재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의 목적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에게는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소중한 것'이 있다. 그러나 '소중한 것'이란 일부러 끄집어내지 않으면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의 목적어』는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던 '소중한 것'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답한 '내게 소중한 것'을 집계하여 1위부터 44위까지 정리하고 순위 밖의 단어 6개를 추가해 총 50개의 단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다운 독창성과 창의성을 십분 발휘하여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책 디자인도 무척 예쁘다. 가끔 억지스럽다 싶은 부분도, 너무 썰렁하다 싶은 구절도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꼽은 가장 소중한 것 1위는 '가족', 2위는 '사랑', 3위는 '나'였다는 결과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편 생각만큼 소중하게 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중한 것으로 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과 사랑과 나를 지키기에는 너무 차갑고 냉정한 세상에서 분투하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기도 해서 마음 한켠이 쓸쓸해졌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식 뒤집기이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A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과감히 B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상식을 비틀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예를 들면 '꿈'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먹고 살기 위해 꿈을 버릴 수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자조는 누구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꿈에 대한 강요로 바뀌어 버렸다. 세상은 없는 꿈을 어떻게든 찾아내라고 사람들을 닥달한다. 꿈조차 스펙이 되어버린 세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저자는 "꿈이 없"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꿈을 찾기 위해 조급해하지 말라고, "세상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 많지 않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반면 읽다가 가슴이 뜨끔해지는 구절도 있었다. 37위를 차지한 '일'에 대한 이야기는 내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만 하고 있는 내게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어 주저한다면 영원히 일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며 신랄하고 냉정한 한 마디를 던진다. 9위에 등극한 '믿음' 파트도 그렇다. "도대체 믿을 만한 구석 찾기 어려운 게 나라는 사람"이지만 "형편없었던 기억을 모조리 날려 버리고 폼 나는 기억 하나만 붙드는 것"이 자신을 믿는 길이라는 구절을 보며 나는 스스로를 너무 폄하하고 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그림을 빼면 단어 하나당 2~3쪽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글들을 보며 나의 인생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동시에 이 책에 나온 50가지 중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분명 '나'이다. 나를 소중히 하는 것이 곧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믿고 사랑하는 일이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서 더욱 '나'라는 존재를 소중히 하고 싶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소중한 것'을 꼭 찾아보기를 바란다.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글귀 하나를 남기며 리뷰를 마친다. 

 

내 길을 가십시오. 내 길을 가는 사람에게 늦은 출발은 없습니다. 느린 속도도 없습니다. (346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를 위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성의 심리에 대해 알려준다는 에세이는 어지간하면 읽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 호기심에 몇 권 읽어보았다가 실망만 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100명이면 100가지 성향이 있는 것인데 이런 에세이는 어쨌든 명료한 '답'을 내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편견에 빠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화성인과 금성인으로 비유될 정도이니 성별에 따른 눈에 띄는 차이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존재할 리 없다. 그래서 『남자를 위하여』를 받아들었을 때도 걱정이 앞섰다. 반면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으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조금 있었다. 

 

  일단 열린 마음으로 읽기로 결심하고 책을 펼쳤다. 그동안 남자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들이 다소 풀렸다. 예를 들면 남자는 '본능적으로 감정을 배제'하기 때문에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는 것, '자신의 감정언어가 폭력적'임을 알고 있다는 것, '대단히 사려 깊고 용기 있는 남자만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등이다. 특히 남자의 폭력성에 대해 서술한 3부는 남자들에게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폭력이 곧 범죄라고 인식하는 대신 죄가 되는 폭력과 죄가 되지 않는 폭력을 구분하려고 드는 남자들이 얼마나 여자들에게 위협이 되는지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남자들의 습관적인 폭력(육체적/감정적 폭력 모두)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공감이 갔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이 책 역시 다른 책들과 똑같은 함정에 빠져 있었다. 단적인 예로 저자는 미혼모에 대한 남자들의 편견은 비판하면서 스스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여자에게도 소중한 물건이 있지만 그것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보석류, 명품 가방, 옷과 구두. 그것은 대체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물건들이다.(110쪽) 

  그럼 보석, 명품 가방, 옷, 구두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라는 건가. 내가 특이한 건지는 몰라도 내게 보석, 명품 가방, 옷, 구두는 큰 의미가 없는 물건들이다. 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외계생명체쯤 되는 걸까. 남자의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자를 고정관념에 밀어넣은 점은 이 책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인용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한 페이지 이상이 인용문이다. 전체 책의 40% 정도는 인용문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다른 책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은 좋으나 인용한 책의 신뢰도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모르겠다. 인용문 외의 근거는 저자 주변 남자들의 사례나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 정도이다. 남자가 아무리 단순하다고 해도 붕어빵처럼 틀에 넣어 찍어낸 존재가 아닌데 이렇게 미약한 근거로 남자를 설명하려 들다니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꿈꾸는 남자도, 남자가 꿈꾸는 여자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23쪽) 

  결국,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위의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독자의 자세이다. 맹목적인 믿음은 위험하다. 스스로 판단해서 내 것으로 만들 부분과 버릴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성별이기 이전에 같은 인간이다. 그러니 서로에 대해 알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고,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낮추고, 진심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배운 점은 이것이다. 좋은 점도 있는 책이지만 고백하건대,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좋아하면서 서점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종이 냄새와 건조한 공기마저 사랑스러운 곳이 바로 서점이다. 그 모든 것이 '책'이니까. 전자책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책 구매에서 온라인 서점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와중에도 손으로 종이책을 넘기는 감각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서점은 최고의 놀이터이고 휴식처이고 스위트홈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제목부터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그저 이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서점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꿈꾸던 그 서점은 바로 멕시코시티에 자리한 '카페브레리아 엘 펜두로'이다. 복층으로 구성된 서가, 서점과 카페가 하나로 녹아든 모습은 완벽하게 나의 상상과 일치했다. 거기에 투명 유리로 된 천장과 곳곳을 초록으로 물들인 풀과 나무들, '책과 함께 하는 힐링'이라는 테마를 현실에 옮겨놓은 모습 같았다. 내가 멕시코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카페브레리아 엘 펜두로'의 전경


서점이 가진 중요한 역할은, 상투적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책이든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책과 조우하거나 혹은 자신의 세계관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 기능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41쪽)

오프라인 서점은 절대 온라인 서점보다 많은 책을 수용할 수 없다. 이런 시대일수록 테마가 있고, 주관이 뚜렷한 서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소개된 미국 오하이의 '바츠 북스'는 집의 구조를 그대로 가진 서점이다. 식탁 위에까지 진열된 책을 보면서 서점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 사람을 위한 한 권"을 추구하는 일본 도쿄의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책은 인류의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든 서점인 만큼 그 자체로 보물과도 마찬가지이다. 


인류의 보물이 가득한 공간이니 서점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서점은 분명 있다. 그런 서점에 사람들은 눈을 빼앗기고 마음을 빼앗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아메리칸 북센터'의 점장 린의 말처럼 "아름다운 서점이란 독자가 그 책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싶을 만큼 엄선한 책을 진열"하는 곳이고, "열정과 지식을 겸비한 안내원들이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책과 독자와의 만남을 돕는, 언제나 생동감 넘치는 곳"이다. 


단순히 외관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서점의 미(美)를 평가할 수는 없다. 이 책 속에는 오래된 역에 지어진 서점도 있고, 극장을 활용한 서점도 있다. 온갖 예술작품이 가득한 서점도 있고, 아이들 놀이공원처럼 꾸며진 서점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모든 서점에 '철학'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서점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공간에 수많은 책장을 가지런히 세워두고 많은 장서량으로만 승부하는 서점들과는 다른 독특한 원칙이 사람들이 서점을 찾을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 


서점은 책 창고가 아니다. 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가장 기쁜 순간은 당장 사서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책을 만나는 순간일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해 설계된 서점보다 더 아름다운 서점이 어디 있을까. 모든 장르의 책들이 한데 섞여있는, 어디를 가도 똑같이 생긴 대형서점이 아니라 진짜 아름다운 서점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은 독자가 책을 펴기도 전에 말을 걸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독자가 그 안에서 모험과 탐험을 즐기게 하고, 낯익은 작가 혹은 낯선 작가와 만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휴식과 행복을 주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으며 이 책 속에 소개된 서점들이라면 앞으로도 오래도록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니까 말이다. 아름다운 서점이여, 영원하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를 쓰게 된 것이 무척 영광이면서도 조심스럽다. 이윤기 선생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번역가이기 때문이다. 평어체로 쓰는 리뷰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지만 그 밖에 다른 호칭은 생각나지 않는다. 글로 밥먹고 사는 것도 아닌 내가 감히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되나 하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이윤기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와 『변신』을 '재미있게' 읽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책은 어렵게 번역될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바꿔준 것이 바로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이었다. 

 

 

이윤기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윤기 선생님은 읽고 쓰기를 좋아하고, 언어에 관한 모든 것을 즐겼으며, "길을 따르지만 길에 갇히지 않는 말, 정교하고 섬세하면서도 살아 펄떡이는 말에 대한 집착"을 가진 사람이었다. 책 속에서 살아 펄떡이는 글들처럼 선생님도 생명력이 넘치는 분이었을 것 같다. 잘못 사용하는 표현을 꼬장꼬장 지적하는 학자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마치 첫사랑에 빠진 해맑고 수줍은 소녀 같다. 글 속에서 이윤기 선생님은 보수적이면서도 자유롭고, 공정하면서도 애정이 넘친다. 

 

이 책은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에 대한 생각, '문학'에 대한 생각, '우리말'에 대한 생각을 엿보기에 딱 좋다. 특히 「잘 읽은 말을 찾아서」라는 글은 두고두고 읽어볼 만하다. 좋은 문장을 뽑아내거나 짧게 요약할 수 없을 만큼 글 전체가 유익하다. 


'번역이나 하는 사람'으로는 안된다. '번역까지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121쪽)

 영화 『러시안 소설』에서 소설가를 지망하지만 문장력이 형편없는 신효에게 소설가의 딸 가림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밀도는 문장이나 단어 하나하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글자 하나, 점 하나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글자를 막 다루면 안된다고. 하물며 다른 이의 글을 옮겨야 하는 번역가에게 있어서 글자 하나하나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이윤기 선생님의 글이야말로 글자 하나하나를 허투루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윤기 선생님은 문법을 정확하게 지킨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입말(구어)을 글말(문어)로 쓰는 것에 적극적이다. 구어체로 쓰면 재미있고 문어체로 쓰면 딱딱한 글이 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말을 쓰는 것이 좋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독자가 이해할 수 없으면 소용없다. 한편으로는 "언어는, 살짝 보수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서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바른 말 사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나도 그 고삐를 잡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공부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깨닫고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결국 "문제는 소통이다". 전세계가 공통 언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번역은 소통의 필요조건이다. '소통'은 '공감대'가 있으면 더욱 빠르고 활발해지는 법이다. 같은 작품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렇듯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좋은 것들을 공유하기 위해 번역에 사용되는 언어는 정확성, 융통성, 유연성, 시대성을 모두 지녀야 한다. 번역만이 아니라 어떤 글이라도 마찬가지다. 


이윤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앞으로 글을 쓸 때 좀 더 '고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은 끝까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뱉어놨다고 남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더 고민하고 공부하고 읽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써야 한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책이었다. 앞으로도 옆에 두고 틈날 때마다 읽고 또 읽어야겠다. 내 글에서도 '땀과 자유'가 날뛰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토끼 2013-12-2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 분이시군요. 쓴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보이는 리뷰에, 저도 공감하고 갑니다. 저도 직업적 글쟁이는 아니지만 쓴다는 것에 고민이 있어 그런가봐요. 잘 읽고 갑니다^^

마법고냥이 2013-12-22 23:14   좋아요 0 | URL
저도 글 쓰는 일이 직업은 아닙니다. 취미에 가깝죠.^^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글인데 조금이라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반성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