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도 쉽게 배우는 가방 만들기 행복을 수놓는 DIY 시리즈 4
우메타니 이쿠요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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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벌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들이 거리를 봄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 낮 동안의 햇빛은 얇은 외투마저 벗어야 할 만큼 따사롭기만 한다. 이러다 금세 여름이 와 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될 지경이다. 이 봄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꽃을 찾아 빛을 찾아 소풍이라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소풍을 가려면 우선 챙겨야 할 필수품이 있다. 돗자리, 선글래스, 모자, 도시락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필수품들을 넣을 예쁘고 실용적인 소풍 가방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소풍 가방은 패브릭 재질을 선호하는 편이다. 일단 가볍고, 눈으로 보이는 크기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고, 원단이나 프린트에 따라 같은 디자인이라도 여러 가지 느낌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부터 실용성까지 내 마음에 꼭 맞는 가방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색에 이런 무늬에 주머니는 어디에 달리고 크기는 어느 정도인' 가방을 가지고 싶다는 구체적인 욕구가 생기면 기성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보다도 어려운 일이 된다. 


종종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 『처음이라도 쉽게 배우는 가방 만들기』(이하 『가방 만들기』)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표지를 보니 단순하지만 예쁘고 쓰기 편할 것 같은 여러 가지 가방들이 실려 있었다. 그래,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싶어서 책을 집어들었다. 



재봉틀을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꽤 구미가 당길 것이다. '처음이라도 쉽게 배우는'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아주 기본적인 가방과 파우치 만드는 법이 실려 있다. 주머니 등은 원하는 대로 더 달거나 빼는 식으로 응용도 가능할 것 같아서 더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원단 디자인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가방 만들기』는 필요한 재료, 도안, 마름질하는 방법부터 마무리하는 방법까지 그림과 사진을 적절히 이용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또한 여백이 크고 시원해서 보기에도 편했다. 귀여운 일러스트를 사용해서 만들 때 필요한 팁을 알려주는 점도 좋았다. 단순히 색이나 아이콘으로 표시하는 것보다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가방 만들기』를 보고 있자니 돗자리까지 넣을 수 있는 커다란 가방과 런치백&물통홀더 세트, 보냉시트를 부착한 케이크백을 만들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꽃놀이를 가고 싶은 생각이 마구 샘솟는다. 봄과 잘 어울리는 진달래색 가방도 좋을 것 같고, 새싹처럼 싱그러운 연두색이나 민트색 가방도 예쁠 것 같다. 직접 만든 소풍 가방은 그대로 훌륭한 데일리백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본래 목적이 매일 들 수 있는 편안한 가방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른 어떤 계절보다 봄과 잘 어울리는 패브릭 가방, 오늘부터 당장 하나씩 만들어 볼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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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먹으러 가자 먹으러 가자
까날 지음 / 니들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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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에는 목적이 있다.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도 있다지만 떠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내게 여행은 '현실도피' 혹은 '전환의 계기'라는 목적이 강했다.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좀 추상적인 목적이 있어야 여행의 명분이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바꿔놓은 것은 2년 전 친구와 함께 다녀온 태국 여행이었다. 열흘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오니 태국을 그립게 하는 것은 온통 그곳에서 먹고 온 것과 미처 먹지 못하고 온 것이었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 태국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오히려 한 끼라도 더 외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노력하면 했지)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나라는 유난히 더 끌린다. 만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온갖 먹을거리 때문에 끌리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비록 지금은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여행 기피 지역처럼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음식의 매력은 뿌리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책을 만나다니. '본격 먹방 여행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은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는 오사카, 교토, 고베로 대표되는 일본 간사이 지방의 맛집을 소개해 놓은 여행서적이다. 일본에 간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지방이 바로 오사카와 교토라서 이 책이 더욱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는 단순히 맛집만 소개한 책은 아니다. 일본 여행 준비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 맛집을 중심으로 한 추천 여행 코스, 각 지방의 유명 관광지, 지하철 노선도까지 실려 있어서 여행 가이드로 손색이 없다. 책의 주제인 '맛집 소개'도 매우 충실하다. 음식의 유래와 맛집의 역사는 물론 교통편과 대표 메뉴의 가격까지 나와 있어서 예산과 동선에 맞춰 맛집 투어를 계획하기에도 좋다. 여행지의 맛집만을 소개한 책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당장 혼자 일본에 간다 해도 충분히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주는 책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일본 고유의 음식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만드는 식당, 술집과 디저트 가게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책은 오사카, 교토, 고베, 세 파트로 분류되어 있다. 오사카에서는 일본, 중국, 한국의 음식을 퓨전한 메뉴가 있다는 '스시긴'과 초콜릿으로 유명한 '코코아샵 아카이토리'가 눈에 띄었다. 일본 대표 요리인 오코노미야키가 한국 부침개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텐노지의 유명한 가게들이 간판까지 그대로 가져온 모습을 보고, 재개발로 가게의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운 한국과 비교하면 살짝 부럽기도 하다.(42쪽)"는 구절에서는 정말 깊이 공감했다. 


교토에서는 일본에 흔치 않은 '걸어다니며 군것질하기'가 가능한 '후미야 교토 니시키혼텐'과 심플해서 더 매력적인 아이스크림 가게 '교 키나나', 커피점 '자가배전커피 가로'가 특히 눈에 띄었다.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온통 디저트 가게들만 눈에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대지진 외에는 아는 게 별로 없는 지역이었던 고베가 세계 각국의 문화가 혼합된 곳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프랑스 요리점인 '루셋토'부터 베트남 요리를 하는 '꼼 베트남', 퓨전 중국 요리로 유명한 '효탄 모토마치혼텐'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들이 소개된 점이 눈에 띄었다. 저렴한 가격과 색다른 메뉴가 강점인 '모토마치 케이크 모토마치혼텐'은 가장 가보고 싶은 케이크 가게였다. 교토의 교야사이와 고베의 고베 비프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식당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여행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녀오든 여행자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다. 내게만 해당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평소보다 위장과 지갑을 조금 헐렁하게 해도 좋은 것이 여행이니까 맛집 순례만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상당히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처럼 딱 좋은 맛집 가이드북이 나오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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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여자가 연애할 때 - 더 이상 금성 여자는 없다
폴레트 코프먼 셔먼 지음, 정윤미 옮김 / 니들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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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소위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21세기는 성 역할이 가장 활발하게 전복되는 시대일 것이다. '수동적, 수용적, 감성적, 비언어적'인 여성 에너지가 여성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와 달리, '활동적, 행동 지향적, 업무 중시적'인 남성 에너지를 가진 여성도 당당히 일과 사랑을 쟁취할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화성 여자가 연애할 때』의 저자 셔먼 박사는 화성인으로 대표되는 남자, 금성인으로 대표되는 여자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종족(?)인 '화성 여자'를 위한 연애 전략을 제시한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에너지를 지닌 화성 여자는 남자들과 경쟁하여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 여성들을 말한다. 화성 여자들에게는 일과 꿈, 야망이 사랑만큼이나 중요하다. 여성적인 특징만을 부각하라고 가르치는 연애지침서에 화성 여자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먼저 자신이 화성 여자인지(남성의 경우 화성 여자와 사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진단용 퀴즈, 목적에 따라 각각 필요한 기도의 방법, 실전 연애를 위한 셔먼의 코치, 수많은 실제 사례를 통해 남녀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고 화성 여자에게 알맞은 연애 비법을 조언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애뿐 아니라 결혼 후에 필요한 어드바이스까지 폭넓게 담고 있다. 


저자도 미국인이고, 사례 역시 미국의 경우다 보니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도 물론 존재한다. 생각보다 분량이 많은 책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용서의 장점은 '뽑아 읽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세분화된 목차를 보며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한마디로 '균형'이다. 일단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면적으로 남성 에너지와 여성 에너지를 균형 있게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외부적으로 한쪽에 예속되거나 끌려다니지 않는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화성 여자의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일과 사랑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삶은 이제 더이상 없어야 한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지만 슬기롭게 일과 사랑의 균형을 맞추어 공존하게 하는 것, 그것이 화성 여자로서 21세기를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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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박기로 쉽게 만드는 원피스 & 튜닉 행복을 수놓는 DIY 시리즈 3
와타나베 사토 지음, 장세연 옮김 / 니들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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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들을 중심으로 직접 옷을 리폼하거나 아예 원하는 대로 만들어 입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가정용 재봉틀도 무척 대중화되고, 아이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던 주부들이 자신의 옷도 만들어 입으면서 이런 경향은 점점 더 확산되는 추세이다. 그에 발맞춰 옷 만들기와 관련된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나도 주변에 기성복보다 더 멋진 옷을 만들어 입는 지인이 있다 보니 직접 옷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생긴다. 하지만 재봉틀을 전혀 다루지 못하기도 하고, 치수 재기부터 바느질까지 너무 어려워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직선박기로 쉽게 만드는 원피스&튜닉』이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이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니들북'에서 나온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직선박기로 쉽게 만드는'이라는 문구가 솔깃했다. 


품이 넉넉하고 길이가 긴 상의를 선호하다 보니 이 책에 소개된 옷들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직선박기로 만드는 옷들인 만큼 대부분 박스형, 혹은 A라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뒷표지를 보니 한번쯤 입어보고 싶은 옷들이 몇 벌 눈에 띄어서 주저하지 않고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에는 5가지 기본 패턴과 그 패턴을 응용하여 만드는 37가지 원피스와 튜닉이 소개되어 있다. 몸에 딱 맞게 만드는 옷이 아닌 만큼 치수를 재고 원단을 마름질하는 것도 쉬울 것 같았다. 캐미솔 원피스나 판초 블라우스는 특히 좋아하는 아이템이라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리본이나 허리띠 등의 작은 소품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책의 전반부에는 37가지 원피스와 튜닉의 사진과 간단한 설명이 나와 있다. 기본 패턴이 같아도 네크라인이나 소매 길이, 원단 재질, 각종 소품 변화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옷이 된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 매력적이었다. 사진을 보기만 해도 '이렇게 바꿔도 좋겠다'거나 '이런 걸 달면 더 예쁘겠다' 하는 아이디어가 마구 떠올랐다. 



후반부는 도안을 고치는 방법과 실제 바느질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원단받치기'라든가 '턱 박기' 등 생소한 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용어 설명이 따로 되어 있어서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아직 직접 옷을 만들어본 것이 아니라서 설명이 얼마나 충실한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보기에는 무척 상세했다. 조만간 직선박기만이라도 배워서 가장 간단해 보이는 옷부터 만들어볼 생각이다. 



도안 사이즈를 작게 축소하면 인형옷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초반에는 연습용으로 인형옷을 몇 벌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무턱대고 내 옷부터 만들다가 실패하면 원단이 너무 아까우니까... 그런데 직선박기 연습하면서 다이어트도 함께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생기기는 한다. 캐미솔 원피스 입으려면 다이어트는 필수....(...)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옷들이 모두 여름용은 아니다. 원단에 따라, 입는 방법에 따라 사계절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단 개인적인 목표는 올여름에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외출하는 것이다. 언제나 책만 사 두고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너무 복잡하고 귀찮아서 포기한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기다려라, 여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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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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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최인호'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그의 책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도 그 이름을 아는 것을 보면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무거울 것이다. 등단 후 약 50년 동안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그는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은 천생 작가였다. 최인호가 그의 글만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전에 그의 마지막 글이 담긴 유고집 『눈물』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랑하는 벗이여, 그대에게 고백합니다. 이것은 죽어 버린 제 육체의 거부할 수 없는 마지막 자백입니다."라는 표지의 문구를 보는 순간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이 책이 천주교 신자로서의 최인호가 쓴 기록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것이다. 종교를 가져본 적도 없고 종교를 믿는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 책은 무척 읽기 힘든 책이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기를 여러 번.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주님에게 바치는 한 천주교 신자의 고해성사'가 아니라 '죽음을 앞둔 한 작가의 절절한 고백'으로 이 글을 읽자고. 최인호가 이 원고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런 것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 책은 나에게 조금씩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작가의 영적 고백은 여전히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파우스트』 『삼국유사』 『향연』 등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작품들 속의 종교적 코드를 자신의 생각과 매끄럽게 연결하는 솜씨는 감탄스러웠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펜을 놓고 싶지 않았던 작가의 고집은 페이지 곳곳에 스며있었다. 종교에 대한 거부감과는 별개로 글 자체의 매력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작가의 이런 뜨거운 열망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작가로 죽고 싶었던 고인의 길고 긴 기도였다. 병을 얻고, 신앙을 가짐으로써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을 떴을 작가가 스스로 죽음을 예견하고 쓴 글들이 가지고 있는 성찰의 깊이는 감히 파헤쳐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생의 마지막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작가의 고통스럽지만 순결한 여정은 마치 한 편의 여행에세이처럼 사진을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그리고 그를 알고 사랑하고 존경했던 수많은 이들의 진심이 담긴 편지로 완성되었다.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인 최인호의 최후의 글들 속에서 우리는 가장 솔직한 최인호를 만나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육체는 탁상 위 눈물자국처럼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지만 그 영혼만은 이렇게 글로 남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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