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뷰티풀 - 헐리우드 셀레브리티의 발레리나 몸매 코칭
메리 헬렌 바워즈 지음 / 니들북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매우 좋아하던 책이 있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그 책을 좋아한 이유는 일러스트가 예뻐서였다. 만화가 김숙의 그림이었다는 것은 아주 오래 지난 후에서야 알았지만. 또한 그 책은 어린 나에게 발레에 대한 환상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안나 파블로바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발레를 배워볼까 하다가 엄지발가락이 길어 남들보다 고통이 심했다는 안나의 이야기를 읽고 포기했다. 나도 엄지발가락이 길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고작 그런 게 겁나서 포기한 걸 보면 배워도 오래는 못했을 것 같다. 

 

잡설은 여기까지. 발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긴 것은 직장 생활을 하며 어깨와 허리가 망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자세교정에 발레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규칙한 근무시간 때문에 배우기는 어려웠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는 만만찮은 수강료 때문에 계속 미루기만 했다. 

 

영화 「블랙스완」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발레리나 몸매를 선보인 나탈리 포트만의 몸을 만들었다는 전직 프로 발레리나 메리 헬렌 바워즈의 책 『발레 뷰티풀』은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발레 운동'이라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책이었다. 가늘지만 탄탄한 근육으로 둘러싸인 발레리나의 몸매와 여성스럽고 바른 자세는 많은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실제로 발레리나의 동작을 응용한 스트레칭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책의 제목 '발레 뷰티풀'은 실제로 메리 헬렌 바워즈가 설립한 피트니스 사업의 명칭이기도 하다. 발레 뷰티풀 홈페이지(www.balletbeautiful.com)를 방문하니 유료 동영상 강의와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영어다. 

 

그런데 단순히 운동법을 소개한 책이라기엔 분량이 좀 많았다. 책을 펼쳐보니 거의 절반 가량이 글로만 꽉 차 있었다. '이게 뭐지?' 싶어서 읽어보니 이 책은 운동법뿐만 아니라 메리 헬렌 바워즈가 '발레 뷰티풀'을 시작하게 된 동기부터 발레 뷰티풀의 목표, 라이프스타일, 마음가짐, 식이요법까지 총망라되어 있었다. 그저 날씬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강함과 아름다움, 자신감을 끌어내어 삶의 자세 자체를 바꾸는 것이 발레 뷰티풀의 이념이라고 한다. 무턱대고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마음가짐부터 새로이 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 1/3 정도가 앞의 내용을 설명하는 서론 부분인데 약간 중언부언이기도 하고, 너무 길어서 지루한 면도 있다. 꼼꼼히 읽어봐도 좋지만 빠르게 훑으며 중요한 문장들만 체크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틀린 말은 없다.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하고자 하는 의지와 근성이라는 것은 이론(異論)의 여지 없는 사실이니까. 

 

책 표지를 벗기면 60분 운동 프로그램을 정리한 브로마이드가 등장한다.

 

중반부에는 운동법과 운동 프로그램 짜는 법이 나와 있다. 실제 발레리나처럼 발끝으로 선다거나 연속회전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당연히 없다.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의 동작으로 짜여져 있으며, 요가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부터 시작하기를 권하고 있다. 운동마다 초급자용 자세와 상급자용 자세를 따로 표시하는 섬세함도 보여준다. 다만 사진 몇 장과 글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동작들이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참고할 수 있는 동영상이 있으면 상당히 좋았을 것이다(이는 아마도 유료 동영상 강의나 DVD 구입을 유도하는 것이지 싶다). 

 

좋은 점은 15분에서 60분까지 원하는 시간만큼 프로그램을 짜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이 많을 때는 길게, 바쁠 때는 짧게 해도 상관없단다. 다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특별한 기구나 복장이 필요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스트레칭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해도 좋을 것 같다. 나이들수록 중요한 것은 근력과 유연성이라고 하지 않는가. 

 

 

마지막 부분은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재료와 레시피 등이 나와 있는데, 저자가 미국인이다 보니 음식 자체가 너무 서양식이라는 단점이 있다. 라비올리라든가 퀴노아라든가 가스파초 등 이름부터 낯선 음식들 앞에서 시도해보기도 전에 주눅이 든다. 레시피가 글로만 되어 있는 점도 조금 아쉽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고, 어떤 재료로 대체하면 좋은지에 대한 부분은 참고할 만하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실용서를 읽을 때는 필요한 것만을 쏙쏙 뽑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탄탄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늘고 매끈한 메리 헬렌 바워즈의 몸매는 부럽기 그지없다. 물론 이걸 좀 따라한다고 해서 일주일에 70시간씩 발레를 했다는 전직 프로 발레리나의 몸매가 될 리는 없다. 그러나 발레 동작을 따라하면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쓸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반드시 핫팬츠나 비키니를 입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바른 자세와 강한 근력, 유연성,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위해서 발레 라이프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뭐, 다이어트를 하든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든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입만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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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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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등학교 시절, 내게 라디오는 그냥 라디오 이상의 의미였다. 특히 스탠드 불빛으로 간신히 내 자리만 밝힐 수 있었던 어두컴컴한 독서실에서 참고서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라디오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다. 그때의 라디오는 내게 산소공급기나 마찬가지였다. 질식할 것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주었으니까. 그렇게 소중했던 라디오와 멀어진 것은 대학에 들어간 후였다. 휴대용 CD 플레이어가 생겼고, 술을 마실 자유가 주어졌고,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더이상 산소공급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라디오를 잊어갔다. 

 

라디오는 여전히 전파를 타고 있지만 라디오를 안 들은지 10년도 넘은 내게는 과거의 유물 같다. 그래서 『마술 라디오』라는 책의 제목이 무척 복고적으로 들렸다. 과거를 추억하기도 지쳐서였을까. 비슷비슷한 형식의 에세이에 질려서였을까. 처음에는 이 책이 그리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쓸어가며 읽는 동안 마음에서 알 수 없는 물결이 일었다. 구어체로 쓰인 이 책은 맑은 밤하늘 아래에서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캔맥주 하나씩 손에 들고 나누는 이야기 같았다. 손수레로 외제차를 긁은 할머니에게 도리어 차를 잘못 세워둬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는 부부의 이야기가 눈물 날 만큼 감동적인 미담으로 읽히는 이 삭막한 시대에 한 방울 꿀과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마술'은 인간의 영역이고, '마법'은 신의 영역이라 했던가. 마술은 눈속임이므로 불완전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믿음이 꼭 필요하다. 보는 사람도 마술을 마법이라 믿을 때 더 즐거울 수 있다. 믿으면 진짜가 되는 것, 그것이 마술이다. 마술을 즐기듯 마음을 활짝 열고 책을 읽다 보면 세상의 온도가 5도쯤 올라가는 것 같다. 애는 그냥 애일 뿐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고 말하는, 자폐증 아들을 둔 아버지가 나오는 「빠삐용의 아버지」, 낚시에 필요한 찌를 손수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며 '돈 없어도 폼 나게 사는' 낚시꾼이 나오는 「지상의 선물」은 '살리고 살려내는 세상'을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조차 책임감을' 느끼는 피폭자의 후손이 나오는 「주먹맨」이나 '소중한 존재들의 눈물 위에 세워진 어떤 천국의 입장권도 거부'하는 사람의 이야기 「마지막 잎새 인간」을 읽고 있으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무조건 앞에 나서서 외치고 투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숨 쉬러 바다 위로 고개를 내민 사람들 머리를 물속으로 처박는' 짓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인간답게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사는 것도 중요하다.  

 

부자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작지만 단단한 이야기들이 정혜윤의 손을 통해서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로 다가온다. '실제로 살지 않은 삶에 영향을' 받는 게 인간이기 때문에 책의 존재는 더욱 가치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충분한 것이다. '시작은 거창하였으나 끝은 미약'하더라도 '자신이 풀어야 할 질문'을 찾고 싶고 '한 인간으로서 내가 가진 것을' 알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조용히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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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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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떤 책들은 '읽기에 적당한 때'가 있다. XX세 미만 구독불가처럼 제도적으로 정해진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를 먹고 이런저런 일들을 직접 겪어봐야만 그 의미를 깊이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책들이 있다는 것이다.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도 그런 책 중 하나이다. 문학적 동지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의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 에세이는 소중한 사람과 사별하거나 평생의 동반자를 만난 경험이 없는 내게는 가까이 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단순히 감성부족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읽고 나서 크게 느낀 건 없으니까(쓸데없이 두꺼워서 읽기 불편했던 책의 장정도 한몫했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열기구 위에서 지상의 사진을 찍고자 했던 사진가 나다르의 이야기, 여행가 버나비와 여배우 베르나르의 러브스토리, 아내를 잃은 반스의 이야기가 독립된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 하늘-지상-지하로. 꿈-사랑-상실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와 자전적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인지 문체는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매우 당황했다. 죽은 아내를 그리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사진과 항공술의 결합을 꿈꾸던 실존인물 나다르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어내려갔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나다르의 사진모델 중 하나였던 여배우 베르나르와 여행가 버나비의 러브스토리가 뜬금없이 펼쳐졌다. 208쪽밖에 되지 않는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중요한 이야기들일 텐데 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의문은 마지막 챕터인 「깊이의 상실」에 이르러서야 풀렸다. 드디어 반스가 자신의 아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앞의 두 이야기가 다양하게 인용되고 변주된다. 앞의 두 글을 주의깊게 읽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챕터에서 익숙한 글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앞의 두 이야기가 꼭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 새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마지막 챕터에서 인용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글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나의 비탄이 다른 비탄을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둘은 서로 겹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별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는 은밀한 공감이 존재한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아는 이는 오로지 당신뿐이라는 점이다.(117쪽) 

이 문장이 답이 될 수도 있겠다. 결국 반스가 알고 있는 것을 아는 이는 오로지 반스뿐인 것이다. 게다가 사별의 고통을 모르는 나로서는 그 '은밀한 공감'마저 공유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다르, 버나비와 베르나르의 이야기가 쓰인 이유를 모르는 건 당연할지도. 한 가지 공감하는 것은 슬픔을 겪은 이를 섣불리 위로하거나 격려하려는 주변인들의 무심함에 대한 반스의 일침이었다. "세상이 그녀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 뭣 때문에 세상을 살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비탄으로 인해 바뀌어버린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지금까지 당연했던 일들이 다 무슨 소용인지, 아픔을 겪은 사람이 왜 위로해주는 사람의 기분까지 신경써야 하는지. 반스는 솔직하게 자신이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낸다.

 

누군가의 고통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자신의 잣대로 남의 고통을 판단하여 어쭙잖게 위로하려 들거나 너만 힘드냐며 기운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만도 못하다. 때때로 보이는 반스의 냉소적인 말투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디까지나 외부자였다. 언젠가 상실의 고통을 겪게 된다면 이 책이 달리 읽힐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 이 책은 조금 아껴두기로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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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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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청춘의 이야기. 윤, 명서, 단, 미루, 그리고 윤교수를 둘러싼 따뜻하지만 어두운 분위기가 무겁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지 않는다면 후회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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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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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 내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것 같다. 삶을 모두 걸 수밖에 없는 것을 가진 남자의 불꽃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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