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북클럽
박현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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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이 있었고, 그때 만나 산소공급기가 되어준 소설. 덕분에 지금은 조금 덜 힘들어진 것 같다. 책은 인생을 바꾸지는 못할지 몰라도 하루를 견뎌낼 힘은 확실히 준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라서 망설임 없이 별 다섯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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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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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제대로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번역은 조금 아쉬웠지만 간결하고 촉촉한 문장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20대 초반쯤에 이 소설을 읽었으면 어땠을까. 사랑 이야기지만 로맨틱하게 읽히지 않는 것이 나이 탓만은 아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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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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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특히 종이책 좋아하는 사람 치고 책을 보관하는 일로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장서의 괴로움』이라는 제목을 보고 '이거 내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가진 책이라고 해봐야 3천 권이 채 안되고, 그 중 아직 못 읽은 책이 수백권인 나는 장서가라고도 독서가라고도 할 수 없지만 장서의 괴로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장서가 괴로운 이유는 장서를 포기할 수 없어서라는 것을 잘 아니까. 

 

책 속에 소개된 장서가들의 책은 대부분 수만 권 단위이다. 책이 집을 잡아먹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고작 수천 권을 가진 나도 내 방을 책에게 잡아먹혔는데 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럼에도 여전히 책을 사고, 책 둘 곳이 없다고 절규하면서도 종이책을 포기하지 못한다. 이 책은 그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저자가 수많은 장서가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덜어주기 위해 썼을 것이다.

 

장서의 가장 큰 위험은 역시나 사고의 가능성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대부분의 책장은 보호장치(?)가 없다. 지진이라도 나는 날에는 책에 깔려 죽기 십상이다. 또 하나의 문제라면 이사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부피에 비해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책은 이삿짐센터에서 가장 꺼리는 짐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너무 많은 책은 꼼꼼하게 목록을 작성해서 인덱스라도 붙여두지 않는 한 검색이 불가능하다. 집안 구석구석 처박힌 책들이 기억이 안 나 같은 책을 또 산 기억은 아마 많은 장서가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장서를 처분하고 정리하는 법에 대해서 저자 자신을 비롯한 여러 장서가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꼭 실천해보고 싶은 항목들이 많다. 다시 안 볼 것 같은 책들은 헌책방에 팔고 나눠 장서량을 5백 권 정도에 맞추고, 필요한 책은 손 닿는 곳에 두고 책등이 늘 눈에 보이게 하는 것, 장서의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조언이다. 벽마다 천장까지 닿는 책장에 책을 가득히 꽂아두고 사는 것도 장서가의 꿈일 테지만 실질적으로 그 정도 되면 읽는 시간보다 책을 관리하는 시간이 더 많이 들 게 뻔하다. 대저택에 서재 관리원을 따로 두고 살 경제력이 있지 않은 한, 장서는 적당한 선에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150쪽) 

그저 책을 사서 쌓아두기보다는 계속 손이 가는 책 5백 권 정도만 소유하고 평생 독서가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할 수만 있다면 "명창정궤(明窓淨机, 햇빛 잘 드는 창 아래 깨끗한 책상) 위에 책이 한 권 놓여 있고, 그걸 손에 들고 읽는" 이상적인 독서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책갑에서 책을 꺼내, 읽기 전에 먼저 만지고, 책장을 펼치는 동작에 '독서'의 자세가 있"고, "그에 수반하는 소유의 고통이 싫지 않기에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결국 장서는 즐겁기 때문에 괴로움을 무릅쓰고 계속 할 수밖에 없는 행위이다. 장서가보다는 독서가가 되어야지,라고 결심하면서 이미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을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해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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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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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저 '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유명한 신혼여행지'였다. 너무 유명해서 딱히 가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그 하와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한 편의 영화 때문이었다. 하와이의 여유로움과 따스함을 가득 머금은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영화 속에서 하와이는 흔한 관광지가 아니라 달무지개와 말라사다와 풋풋한사랑이 있는 아름다운 땅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딱 1년만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와이는 동경의 땅이 되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크고 손가락보다 조금 얇은 조그마한 책, 『꿈꾸는 하와이』는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유명작가의 책이라서가 아니라 '하와이'에 대한 에세이라서 끌렸다. 하와이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바나나의 글 속에서 하와이는 더욱 사랑스러운 장소가 되어 나타났다. 훌라춤과 바다와 고운 사람들이 사는 곳, 한 번 가면 잊지 못하고 또 찾을 수밖에 없는 곳.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을 때 가는 것, 현실은 그 작은 바람을 늘 무너뜨린다. 그래도 하와이라면 그 지독한 현실에 어퍼컷을 한 방 날리고 훌쩍 떠나보고 싶다. 하루종일 일하고 퇴근한 늦은 밤 좁은 고시텔 침대에 누워 『꿈꾸는 하와이』의 책장을 넘기면 맡아본 적도 없는 하와이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 잠시나마 행복해지곤 했다. 돈 앞에서 좋아하는 많은 것을 포기한 채 기계적으로 출퇴근하는 생활 속에서 이 책은 내 영혼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 속에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안에서 홀로, 늦은 걸음이나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나 자신으로 있을 뿐이라는 것, 그 이상의 행복이 있을까. 소설과 훌라의 현장에서 각기 역할은 다르지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102쪽)

산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순간에 이런 문장을 만나는 감동을 아는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만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와이는 그냥 내가 나 자신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해도 억지로 등을 떠밀지 않는 곳일 거라고 마음대로 상상해 본다. 하와이에 가면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만의 '그곳'을. '정작 나는 아무 애도 쓰지 않았는데, 너그럽게 품어주는 듯한' 그곳. 늘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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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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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는 직업은 언뜻 무척 정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인간 내면의 어둠과 고통을 표현할 줄 알았던 작가 헤르만 헤세는 더욱 그렇게 생각된다. 내면으로 침잠하고 상처를 헤집어 내어 글을 쓰는 일에만 몰두했을 것 같은 작가 헤세의 에세이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헤세의 에세이는 유독 자연과 가깝다. 그는 평생 자연 속에서 살고 자연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가 정원가꾸기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에세이 속 헤세는 얄궂게도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떠나야 했고,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쓴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이 책, 『헤세의 여행』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다소 장황한 번역투 문장에 당황했다. 그러나 금세 적응이 되었고, 헤세 특유의 시각적 묘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던 헤세의 여행기는 마치 사진처럼 한 장면 한 장면 머릿속에 박혔다. 그러나 헤세는 '보는' 여행을 극도로 싫어한 여행가였다. 

헤세의 여행은 옳고, 다른 사람의 여행은 그르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헤세의 여행법은 살면서 한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헤세는 여행에서 '의미'를 찾는 데 무척 능숙했다. 그에게 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과 깨달음을 주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헤세의 에세이 속 여행지는 아름다운 건물이나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헤세가 했던 생각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난다. 이 책 속 여행지가 우리가 알던 그곳인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그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 제법 찬 기운을 몰고 오는 가을 초입, 바람이 좋은 창가에 앉아 나뭇잎이 바스락대는 소리를 들으며 이 책을 조용히, 그리고 찬찬히 읽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몸은 이곳에 있어도 분명 마음은 헤세와 함께 먼 유럽의 어딘가로 떠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훗날 정말로 그 장소에 가게 된다면 헤세 덕분에 우리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여행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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