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지음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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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국의 노사관계는 대개 적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 대기업은 노사관계를 유연하게 푸는 대신 20년넘게 높은 수준의 자동화와 로봇 도입으로 생산직 숙련 노동자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왔다. 결국 신규 산단이 입주하는 지역뿐 아니라 기존 모공장이 위치한 산업도시에서도 정규직 생산직 채용이 줄어들 수있다. - P85

그런데 최근 상황은 제조 대기업이 생산직 노동자의 숙련을 우회하거나 배제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 생산직 노동자들 대신 고학력의 대졸 엔지니어를 많이 뽑아 그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제조대기업의 관심사다. 저학력이지만 고숙련 공정을 담당했던 정규 생산직노동자의 자리가 자동화와 로봇에 의해서나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나저임금-저숙련 하청 노동자로 대체됐다. 중숙련 업무인 사무직 자리는 신규 채용 대신 ‘경력직 같은 신입‘이나 경력직을 통해 충원되거나, 전직을 바라는 엔지니어에게 돌아간다. 특히 산업도시에서는 사무직을 정규직으로 뽑지 않으려는 경향마저 있다. - P86

연구개발과 설계가 생산 현장과 분리되면 현장은 의미를 잃는다. 적대적 노사관계에서 자동화가 끝없이 전개되면 노동자의 숙련과 역할은 점차 사라진다. ‘구상과 실행의 분리‘가 뜻하는 것을 요약하면 그렇다. 제조업에서 연구개발, 제품 개발, 설계 등 구상 기능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그에 비해 실행을 담당하는 공장과 조선소, 그리고 공장과 조선소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의 역할은 줄었다. 더불어 도시라는 관점에서 구상 기능을 담당하는 연구소가 생산현장을 보유한 울산에서 점차 멀어져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제조업 내부에서 울산의 역할이 줄어들고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됐다는 말이다. - P91

경제 부문에서는 넓은 의미에서의 생산의 공간적 형태가 재조직화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분점 양성, 생산 조직에서 본사의 분리, R&D 기능의입지 분리 및 전문적인 생산자서비스의 수용 등과 같은 변화는 하나같이 경제 기능의 공간조직에 주목했고 각 기능을 연계하는 사회적 관계의 공간적 확장을 모색한 것이다. 경제 공간은 생산관계의 지리적 조직화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해될 수 있다. (도린 매시, 2015:69-70)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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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지음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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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소의 고용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경기는 좋아졌는데 이번엔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2015년 기준 조선업 종사자는 20만 명에 육박했지만 2023년 기준으로는 10만 명을 간신히 넘겼다. 낮은 임금과 좋지 않은 처우로 인해 조선 업계를 떠났던 사내하청 노동자, 즉 물량팀으로 대표되는 최말단의 노동자가 여전히 조선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서다. - P23

"지구상 대다수 사람에게 2030년은 이 세 도시의 종합 세트가 될것이다. 즉 인구통계학적으로 고령화되고, 기술적으로 진보하고,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도시 사회가 될 것이다." - P23

2000년대까지만 해도 울산에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대기업 대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많았다. 하지만 2010년대쯤 ‘고용 세습‘이 도마에 올라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쯤, 그리고 현대자동차 노사간에 사내 하청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때쯤 울산에 정규직 생산직 일자리가 사라졌다. - P29

이케다 스케타다의 산업도시 계획은 1945년 8월 15일 일제가 항복하면서 70퍼센트 완공 단계에서 멈추었다. 그러나 일제가구상했던 석유 비축기지이자 정유 공장의 흔적은 결국 산업도시 울산의 경로에 큰 영향을 끼쳤다. - P51

따라서 이 중 한 가지를 이유를 꼽는 것은 무리다. 입지 요건과 당시 기업가들의 이해관계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울산에서 공업센터가 시작됐고, 공업센터라는 기반을 활용해야 했기에 경로 의존이 작동하면서 중화학 공업화가 전개됐다는 것이 합당한 해석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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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세상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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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피에르 르메트르> 작품중 <대단한 세상>이 가장 좋았다. 2023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4부작(1945~1975년)중 2번째 <분노와 침묵>이 벌써 기다려진다.

소설에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 작가 이름을 보고 앞뒤 살피지 않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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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세상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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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연히 그렇지! 그의 교회는 모든 이와 잘 지낼 필요가있어요. 자기에게 영토를 내준 프랑스 정부와도 잘 지내야 하고, 언젠가 자기의 강력한 동맹군이 될 베트민하고도 잘 지내야 하지. 이 친구 로안은 개밥이나 돼지 밥이나 다 주워 먹고있을 거예요! 아주 약아빠진 친구라고!」 - P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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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세상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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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이 첫날의 조사 끝에 프랑수아에게는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먼저는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자기 혼자만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 P611

하지만 일은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그렇게 주의하는 것은범행을 사전에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장은전혀 다른 경우였다. 그는 갑작스럽고, 즉각적이고, 충동적이었다. 생각 같은 것은 없고, 오직 불같이 치미는 분노가 표출될뿐이었다. 그런데 지문 같은 것에 신경 쓸 정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 P622

장은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었나 하는 두려움에서 멀어졌기때문이었고, 엘렌은 자신이 약국 일 때문에 체포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으며, 프랑수아는 자신이 제대로 짚었다는 것을확인했기 때문이었다. - P635

「그게 말이야, 이게 상당히 난처한 사건이었거든. 이 사기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사람들은 열이 받쳐 있었어. 그런 상황에서 범인들을 잡아들이려면 전쟁의 상처를 다시 벌려야 하는데, 이 나라는 신경 쓸 다른 일들이 많았단 말이야. 그리고 정직하게 말하자면, 당시 정부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였어. 왜냐하면 이 사건이 불거질 경우,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데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느냐는, 내가 말장난을 조금 하자면 이런 <기념비적인> 사기 행각을 피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모두가 품었을 테니까.」 - P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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