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유의 젊은 학자 내공이 독자를 사로잡는 강인한 필력으로 결합되었다. <견문>의 겸손한 표현과는 달리, 좌/우, 전근대/근대, 서구-비서구의 3중 분단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유라시아의 재구성이다. 특히, 서양중심의 근대사 편견과 한계를 지적하는 부분에 고개를 저절로 끄덕여진다. 다만, 저자의 친중국적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중국의 유라시아 일대일로 사업, 공산당의 지도 체제 및 선출 방식, 유교 전통 등 미화되어 서술되고 있는 흠이 있을 뿐만아니라 학자적 관념성도 엿보인다. <서울선언>의 저자 김시덕 교수와 더불어 유연한 사고와 진영적 사고에서 자유로운 젊은 학자들의 만남은 항상 기쁘고 역동적이다. 새로운 자극이랄까...저자는 몇 개 언어를 구사할까 궁금해졌다.
다시 말해서, 공정성이 담보되지않은 경쟁의 실상에 대해 이전 세대들보다 더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더구나 계급(계층) 간 사회이동성이 낮아지며 상층계급 이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여론을 통해 거듭 공유되면서, 현 청년 세대는 금수저와 흙 수저의 대비를 일찍부터 ‘내면화 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미 아파트가 여러 채 있는 조부모를 뒀거나 자기 명의의 집과 건물이 있는 친구들을 보며 자란 세대인 것이다. (p. 240)
16세기초 근대 세계사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도서이기도 하지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현재 시점에서 약 500년전의 자본가 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맥락과 흐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 후에, 그 시대 최고의 자본가 야코프 푸거(가문)가- 영향과 정의와는 상관없이- 그동안 왜 역사적으로 소외받았는지 자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