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빠져드는 도시기담 세계사
가타노 마사루.스가이 노리코 지음, 서수지 옮김, 안병현 그림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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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기담 세계사』에는 저자 가타노 마사루와 스가이 노리코가 30년간 유럽 33개국을 발품 팔아 취재하며 건져 올린 13편의 도시 기담이 실려있다.

저자는 역사와 전승이 살아 숨 쉬는 유럽은 도시 기담의 보물창고와도 같다고 말한다. 그 보물창고에서 신뢰할 수 있는 문헌과 근거가 있으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한 이야기 13편을 선정해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기담이라고 하면 시골에서 여름밤 할머니가 해 주시던 옛날이야기나, 매년 여름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봤던 ‘전설의 고향’이 떠오른다.

역사와 문화, 종교에서 국제 정세까지 아우르는 유럽의 도시기담은 지식과 교양을 갖춘 성인에게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거기다가 어릴 적 향수도 불러일으키니 무더위로 심신이 지치는 요즘 읽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다.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나는 <희대의 잭 더 리퍼 연쇄 살인 사건>에 매료되었다.

1888년,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주로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성들을 난도질한 엽기적인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메스처럼 날카로운 날붙이로 피해자를 난도질했을 뿐만 아니라 장기까지 도려내는 등 엽기적인 범죄 행각을 벌였다. 더군다나 대담하게도 자신을 ‘잭 더 리퍼 Jack the Ripper’라고 칭하며 서명한 편지를 신문사에 보냈다. 하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딴 ‘리퍼학(ripperlolgy)’, ‘리퍼 연구자(ripperologist)’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고, 10편 이상의 영화와 TV 드라마, 소설과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등장했다.

연쇄 살인 사건은 1888년 8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약 2개월에 걸쳐 대략 11건이 벌어졌다. 이 책에서는 그중 확실히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5건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제 편지 사진까지 담고 있어서 실감 났다. 또한 사건 묘사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상황 이야기들도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세 번째 범행에서 앞에 두 명의 피해자처럼 내장을 도려내지 않은 것은 범행 도중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범인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네 번째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어쨌든 네 번째 피해자인 캐서린은 유치장에서 30분만 더 늦게 나왔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까웠다.

다수의 목격자와 증언이 있었음에도 결국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아, 범인은 정말 신출귀몰한 것 같다.

왜 잭 더 리퍼 연쇄 살인 사건이 여전히 다양한 매체에 재생산 되는지 알만하다.

여름이 가기 전에 조니 뎁이 형사 역을 맡았던 《프롬 헬》을 봐야겠다.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책을 놓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 책은 이야기마다 기승전결이 있어서 읽고 싶은 이야기만 읽어도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폭염 때문에 야외활동이 제한적인 요즘 같은 때에 시원한 카페와 이 책만 있다면 피서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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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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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아이브는 2013년부터 《뉴요커》에서 주로 의료윤리, 정신의학, 사법 및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와 관련해 글을 기고하는 전속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내게 너무 낯선 나』는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정신의학적 설명의 한계에 부딪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레이첼 아이브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뿐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 《뉴요커》, 《커커스》, 《북포럼》, 《NPR》 등 유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프롤로그 레이첼 이야기부터가 너무 흥미로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로 ‘거식증’에 관한 내용이다.

6살짜리 아이가 거식증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어렸기에 거식증이 레이첼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그 어떤 이야기에도 얽매여 있지 않을 수 있었다.

레이첼은 거식증에 걸린 이유를 “내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식증에 대한 어떤 정신의학적 설명 보다 명확한 해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식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이어트로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동일한 동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왜 어떤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고도 회복되는데 반해 어떤 사람은 그 질환을 마치 자신의 ‘커리어’인 양 지니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질환을 설명하는 ‘정신의학적 모델’과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사례사’를 꺼내들었다.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이 대답하지 못하는 복잡한 인간성을 ‘사례사’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저 사례를 들려주는 이야기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정신의학 논문도 아니다.

정신의학적 진단을 이야기로 기록한 보고서라고 해야 할까?

장르가 뭐가 됐든, 이 책을 뭐라고 부르든 무관하게 중요한 것은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어떤 의사의 상담이나 설명 보다 더 나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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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독서평설(12개월 정기구독)
지학사(월간지)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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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하는 『독서 평설』은 매달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을까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월간지이다.

8월 호도 받자마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설레면서 ‘독평 스마트 플래너’부터 훑어보았다.

역시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흥미로운 제목들이 많이 보인다. 이러니 책을 싫어하는 아이도 『독서 평설』 만은 예외적으로 재미있게 읽는구나 싶었다.

절기상으로는 입추를 지나, 말복도 지나고 있건만 여전히 덥다. 여전히 여름의 한 가운데 있는 듯한 기분 때문인지 <최고의 여름이 될 거야!>라는 제목이 가장 눈에 띈다.

<최고의 여름이 될 거야!>는 여름 방학을 맞이한 Jayden과 Kevin 두 친구의 대화를 통해 영어를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과거 시제와 현재 완료 시제의 차이점과 어떻게 사용되는지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또 기억에 남는 내용은 <부산, 광역시 최초 소멸 위험>이라는 가슴 철렁한 제목이었다.

부산 시민이기에 더 유심히 읽었던 것 같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일 때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는데, 부산은 23%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로써 전국 6대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 위험 단계로 진입했다는 내용이었다.

전체 228개 시군구 중에서 소멸 위험 지역이 130곳으로 전체의 57%나 된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부산 시민으로서 무척 걱정스러웠다.

경북 예천군의 경우 신규 산업 단지 조성 등의 지역 발전 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을 막은 결과, 지난 20년 동안 전체 인구가 소폭 증가했으며 20~39세 인구 감소율도 다른 소멸 위험 지역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경북 예천군을 모델 삼아 부산도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을 막는 정책을 많이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초였나? 학생들 사이에서 '어느 날 내가 벌레로 변한다면'이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우리 아이도 느닷없이 톡으로 이 질문을 했었다. 나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었기에 그 질문의 의도를 쉽게 알아챘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호 '소설을 읽는 시선'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다루고 있다.

그레고르 잠자는 변신 때문에 가족들에게 외면받게 되지만, 동시에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대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내가 벌레로 변한다면’이라는 질문은 열심히 살지만 행복하지 않은 인간 소외를 다루었다는 점, 바로 현대인의 초상을 담았기에 다시 소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자신이 했던 질문을 떠올려보고 왜 그 질문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서 평설』 8월 호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풍성한 읽을거리와 알찬 내용이 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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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엠블럼 사전 - 위대한 영감과 테크놀로지로 탄생한 전설의 명차 브랜드 라이브러리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김태진.임유신 지음 / 보누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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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음식이 너무 맛있었을 때, 무심히 본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을 때.

이렇듯 기대감 없는 상태에서 만나는 행운은 훨씬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느낌이었다.

사실 큰 기대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 엠블럼 이야기로 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을 뿐이었다.

저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에 관한 정보라면 상식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동차 브랜드와 엠블럼에 얽힌 역사와 문화도 상식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일반상식 교재를 보더라도 ‘이런 게 왜 상식이지?’ 하는 의문이 생기는 내용이 많은데, 거기에 비하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보게 되는 자동차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일반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다.

과거 역사와 현재 모습을 다뤄 브랜드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의 뒤에 담긴 서사와 역경을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자동차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 자동차로는 BMW, 람보르기니, 볼보, 페라리, 포르쉐, 폭스바겐 등이 나온다.

아메리카 자동차로는 테슬라, 제너럴 모터스, 지프, 포드를 다루고 있다.

아시아 자동차로는 한국의 현대자동차, 기아, 일본의 닛산, 스바루, 토요타, 혼다, 중국의 BYD, 상하이 자동차/지리 자동차, 니오/샤오펑/리오토를 다룬다.

차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재규어는 참 좋았었다. (정확히는 재규어 앞에 달려있는 조각품 ‘리퍼’(Leaper)를 좋아했다.)

여느 자동차보다 우아하면서도 힘이 있어 보였다. 저런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도 위트를 잃지 않은 품위 있는 모습일 것이라 상상하곤 했었다.

그래서 재규어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4인승 차량으로 기록된 XJ12 모델, 지금까지도 자동차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힌다는 E-타입 3.8.

이렇게 “아름다운 고성능”으로 불리던 재규어가 모회사 포드의 간섭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고, ‘경제성’의 포로가 되어 재규어의 정통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이 안타깝고.

재규어의 리퍼 엠블럼에 마음을 빼앗겼던 나로서는 재규어의 ‘재규어’가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씁쓸했다.

자동차 콘텐츠를 제작하는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나쁜 차는 없다. 단지 취향에 맞지 않는 차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브랜드 철학과 차를 개발하는 동안 구성원이 들인 공을 생각하면 자동차는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책으로 100년이 넘어가는 자동차 역사의 면면을 알아가면서, 자동차 브랜드(제조사)에 담긴 그들만의 가치를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말이 이 책의 목표이자 의미라고 느꼈다.

사람도 외모보다는 내면을 보고 만나야 하는 것처럼, 자동차를 단지 디자인이나 성능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그 자동차만이 가진 가치를 알아보면 남다른 애정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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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첫 문해력 신문 - 읽기로 시작해 쓰기로 완성하는 초등 첫 문해력 신문 1
이다희 지음, 서희진 그림 / 아울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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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흥미도 없고, 성적도 좋지 않았던 학생이 방학 동안 국어 교과서를 10번 넘게 완독하고는 성적이 크게 올랐다는 성공담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교과서만 읽었을 뿐인데 정말 성적이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더군다나 국어 과목만 오른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의 성적이 올랐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궁금했다.

공부의 3 단계는 입력하기, 정리하기, 쓰기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문해력의 과정도 정확히 공부의 3단계와 일치한다. 읽기, 생각하기, 쓰기이다.

사례의 학생은 국어 교과서를 여러 번 읽으면서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숙달됐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다른 과목도 어렵지 않게 공부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국어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리딩타임즈 대표 이다희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초등 첫 문해력 신문』을 썼다고 한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읽기 자료를 매일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읽게 해주기 위해서 탄생한 책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가득 담은 신문은 아이들을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는 최적의 자료라고 말한다.

『초등 첫 문해력 신문』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주제 총 42개의 흥미로운 기사를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어휘를 선택하여 담아내고 있다.

총 42개의 기사, 즉 6주 동안 일간지를 받는다는 기분으로 매일 한 꼭지씩 읽었다.

이 책은 앞에 언급했던 공부의 단계를 저절로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사 읽기와 단어 공부, OX 퀴즈 등 내용 활동, 수수께끼나 그림 그리기 등의 창의 활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리하기, <놀면서 생각 쓰기>와 <나도 신문 기자>를 통해 쓰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물론 초등학생을 주 독자층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내용과 어휘들이 쉽긴 하지만, 문해력 연습이 충분하지 않은 중학생 이상 청소년들이 읽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방학 동안만이라도 학과 공부에서 벗어나서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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