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
손길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손기창 (손길)

1994년 청양군에서 태어났다.

발자국을 남기는 삶이 가치 있다고

답을 내려서 글을 쓰고 있다.

 

겨울에 읽어도 좋겠지만,

지난 겨울을 추억하며 봄에 읽는 맛도 좋았던 책.

 

사람도 본디 연어같은 성향을 띄고 있나 보다. 소설 속에서도 힘들 때면 고향으로 돌아가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스토리가 많은 걸 보면 말이다. 달팽이 식당이 그랬고,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그랬다.

 

남은 방학 동안 할머니 댁에 가있기로 했다. 하루 종일 방에만 있는 모습이 부끄러워서 내가 부모님께 부탁을 한 것이었다. 아빠는 쉽게 승낙했다. 비어있는 시골집에 누구라도 가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았다.

시골집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쭉 빈집이다. 할머니께서 일평생을 그곳에서만 사셨기 때문에 아무도 집을 처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p.14

 

할머니 댁은 고속버스로 두 시간을 가야 한다. 잠을 자지 않는다면 꽤나 소모적인 시간이 되기 때문에 시집 한 권도 챙겼다. 정말로 읽을지 확신은 없지만, 손에 들고만 있어도 분위기를 내는 좋은 소품이 될 것이다.

빌딩이 가득한 도시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나는 머리 위에 있는 전등을 켰다. 배가 불룩한 가방의 지퍼를 간신히 열자 시집이 숨을 쉬지 못하겠다며 한쪽 손을 뻗고 있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p.17

 

<집으로>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부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빈 집. 주인공은 방학 끝물을 맞아 그 집에 머물기로 한다. 사람이 안 사는 집은 금방 폐가가 되는 법, 아버지가 더 반겨하셨다고 했다. 갑자기 외갓집이 생각났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는 2층 집을 버려두고 1층의 쪽방에서 사셨다. 단독주택이 얼마나 많은 관리를 요하는지, 덩그라니 큰 집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울 뿐이었다. 그 시기가 지나선 곳곳에 흩어진 여덟 자식들의 집에 달팽이처럼 번갈아 계셨다. 잊은 듯 지내다 필요한 물건이나 서류를 챙기러 빈집에 가면 얼마나 마음이 스산해했던지. 이제 재개발이 되어 그마저도 빈집은 사라져버렸다.

책을 읽다보면 잊혀졌던 장기기억이 떠오르는 경우들이 있다. 책의 스토리와는 별개로 그 느낌과 서정 속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을 반가이 마주했다. 요가가 안 쓰는 근육을 쓰게 만드는 것처럼, 독서 또한 한 쓰던 기억들을 떠올리는 기능이 있다.

 

종교단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진리라는 환상의 동물을 오래전에 포획해 자신들의 건물 안에 가두어 버렸다. 그리고는 전국 곳곳에 체인점을 늘려가며 진리를 보러올 관람객을 모으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관람이 허용되는 시간은 대체적으로 직장인들이 쉬는 주말인데, 이때 종교 단체는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관람료를 걷는다. 나는 그 모습이 진리와는 아주 다르게 느껴졌다.

나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일으킨 것은 종교가 맞았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더 깊은 것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철학과에 입학했는지 모르겠다. p.34

 

개인적으로도 종교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무턱대고 빌고, 바라는 기복에서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배우는 관점으로 말이다.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고, 이사 날짜나 방향을 심사숙고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가졌으나 그 또한 자유로워지고 있다.

때 아닌 코로나 난리를 겪으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위생에 힘쓰는 우리의 모습이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듯 말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정화수나 무당의 힘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고 관람료를

기꺼이 지불했다. 그것은 위안이었을 지는 몰라도 진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총각이 한번 찾아가 봐.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대화가 안 되잖어. 그 양반은 술도 안 잡수고 말이여. 홀몸 되고부터는 통 안 나오니께 걱정도 되고. 고추장이나 좀 갖다 줘버려.” p.48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 불을 켰는데 깜빡거리던 전구가 더 이상 버텨주지 못하고 눈을 완전히 감아버렸다. 전구를 사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하지만 어쩐지 이것을 구실 삼아 선생님 댁에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속이 빈 소라 껍데기 같은 전구를 들고서 선생님 댁으로 향했다. 마당에는 못 보던 회색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내가 오는 것을 느끼고는 잽싸게 마루 밑으로 들어가서 나를 경계했다. p.52

 

전구값을 해야지?”

최 씨 아저씨 댁에서처럼 일을 시키시려는 것일까?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넘기려 했다.

전구값으로 자네 이야기를 해보게.”

어떤 이야기요?”

왜 이곳에 머물고 있나?”

밤낮으로 생각해온 것인데 막상 누군가가 물으니 처음으로 생각해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그것을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p.55

 

선생님은요?”

나는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신 것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화제를 돌리려고 물었다.

나야 자네에게 전구를 주려고 와 있지 않겠나?”

선생님의 대답은 그게 전부였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별의별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에 이런 식의 대화에도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안 사실은, 이렇게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자신의 마음을 순전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보편적인 언어 안에 담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러내는 쪽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처럼 보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애쓰는 부류다. 후자는 대개 교실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 자리에서 선생님이 나에게 그러실 필요는 없었다. p.57

 

내가 말을 마쳐도 선생님은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다. 단지 고개를 몇 번 끄덕이실 뿐이었다. 그건 내 말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듣고 있음을 표현해주신 것이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사모님의 노트를 바라보며 괜히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자네 말이 맞네. 자네는 역시 그런 사람이구만.”

그런 사람이 뭔가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지. 좋은 사람들이네.” p.62

 

처음에 주인공이 할머니 댁으로 내려갔을 때 내심 연애소설이 시작되는가 기대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곳엔 선생님이 계셨다. 인생 선생님. 철학을 전공한 학생과 글을 쓰는 사람의 묘한 콜라보.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관계.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생각났음. 그곳에선 바닷가를 배경으로 어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루트라고 하자라고 말한 박사가 있었다면, 이 책에선 본인을 노랑으로 주인공을 빨강으로 칭하는 작가가 있었다는 점이 달랐달까.

 

생각을 적으면 글이고, 그게 모이면 책이지. 자네는 전공이 뭐라고 했지?”

계속해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화제를 바꾸셨다. 어쩐지 선생님은 자신이 해온 일들을 뽐내지 않으시는 것 같다.

저는 철학이요. 아직 학부라서 세부전공은 없지만요.”

역시 유별나군. 그거 해서 먹고 살겠나?”

수많은 어른들이 되묻는 말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 사람과는 더 이상 대화할 수 없음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장난스러운 말에는 그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그 질문을 받았을 때처럼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식의 웃음을 보였다.

그러게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그럼. 어떻게든 되지.”p.73

 

뒤를 돌아보며 앞을 기대하는 일, 파괴가 아닌 변화의 시간,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는, 그것이 나의 겨울이었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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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수능 기출 총정리 How to 수능 1등급 미적분 (2020년) - 2021 수능대비 미래로 How to 수능 1등급 (2020년)
이룸E&B 편집부 지음 / 이룸이앤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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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수능1등급 기본구성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1권: 개념설명 및 유형별 기출

2권: 고난도 별책 및 실전모의고사

3권: 서브노트 겸 해설 (전 문항 문제 수록)

어떻게 해야 수능1등급이 되냐고 물으신다면

수학이 늘 그렇듯

그냥 꾸준히 맞는 방법으로 공부하는 수밖에 . . .

갑자기 실력 오를 생각하지 말고

늪 속을 헤집는 기분으로

차곡차곡

한켜한켜

뚜벅뚜벅

수능날까지 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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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수능 기출 총정리 How to 수능 1등급 수학 2 (2020년) - 2021 수능대비 미래로 How to 수능 1등급 (2020년)
이룸E&B 편집부 지음 / 이룸이앤비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기출문제집도 EBS 연계교재도

손을 댈 수 있는 학생들은

내가 보기에 2/3가 되지 않는다.

기초가 어느정도 되지 않으면

응용문제 풀다 개념이 우르르. . .

특히 기초가 약할수록

단원별문제집으로 내용이 섞이지(?)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1학기에는

그리고 또 한가지 주의할 점

이제는 한과목씩 끝내면 안되고

한번에

문과면 수1,수2, 확통

이과면 수1, 확통, 미적+기하를

두과목이상 병행해 풀어야 한다.

안 그럴 경우

문제집 하나 끝내고 나면

다른 과목은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불.상.사.가. 일.어 남.

 

고3 가방은

거의 벽돌을 지고 다닌다고 할 수 있다.

가방만 보면 2달 배낭여행을 다녀도 될 듯

이 책은

3단 구성으로 분책이 된다.

BOOK1에는 개념과 유형별 문제를

BOOK2에는 고난도문제와 모의고사 문제를

BOOK1에는 자세한 설명과 해설을 수록했다.

 

고3 수업을 하다보면

빠른 아이들은

2주에 문제집 한셋트를 풀기도 한다.

학생이 푸는 문제집을 다 사다보면

과외나 일대일 맞춤 강의를 하는 입장에선

학원비보다 교재비가 부담스러운 때가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룸비앤비는 해설자체가

교사용 문제집이라고 보면 된다.

모든 문항과 해설이 같이 있는 고마운 문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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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수능 기출 총정리 How to 수능 1등급 수학 1 (2020년) - 2021 수능대비 미래로 How to 수능 1등급 (2020년)
이룸E&B 편집부 지음 / 이룸이앤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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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월부터 시작되는

월별 모의고사 끝에는

대수능이 기다리고 있다.

역시 고3은

 

EBS연계문제집과 수능기출문제집

기출문제집이 결국 기출이라지만

요즘처럼 교과과정이 바뀐 직후엔

더 신경써서 골라야 한다.

1. 교과과정에 맞는 문항구성

2. 교재의 내외부 디자인

3. 해설의 친절도

4. 적당한 분권

그런의미에서 이룸비앤비에서 나온

기출문제집은 세권으로 분권되고

내부구성이나 디자인 모두 굿

수학1

1권 개념+유형 총정리(필수유형62개)

2권 고난도+실전모의고사30회

3권 서브노트 및 해설

요렇게 이루어 있음.

자칫 고난도 문항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그리고 책의 무게도 줄이고

공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구성이다.

고난도 문항은 동영상 강의도 수록되어 있음

어떻게 하면 고3 및 재수생들이

공부를 수월하게 할 수 있을지

얼마나 편집부에서 고민했는지 느껴짐

덕분에 수업하기는 참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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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을 위한 초등 1학년 준비법
이나연 지음 / 글담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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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1999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2009년에 쌍둥이 남매의 엄마가 됐다. 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기 전부터 초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워킹맘으로서 아이를 키워 나가는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하고 <오마이뉴스>100여 개의 기사를 기고했다. 자녀교육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하며, 교육 전문가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교육서를 읽는 등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내년 첫째가 학교에 들어간다. 운전면허증을 따려하니 길에 가득한 차 하나하나가 예사로 안보였듯, 요즘은 하굣길에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아이 하나하나가 대견하게만 느껴진다.

봄이 되면 늘 변화가 찾아왔고 그 변화에 맞춰 나는 카멜레온이 되어야 했다. 왜 엄마만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저 탈피의 시기가 도래했구나 하는 생각뿐이다.

 

수많은 워킹맘이 그 당신의 저처럼 워킹맘이라는 글자를 주홍 글씨처럼 새기고 스스로를 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일과 육아를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상 먼저 스스로에게 좀 더 당당해지면 좋겠습니다. 엄마로 70, 일에서 70, 각자의 영역에서 70점의 역할이라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도 유지하고, 엄마로서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주위에도 알려야 합니다. 이미 140점짜리 삶을 살고 있는 워킹맘이라고 말입니다. p.270

 

스케줄이 변경되면 워킹맘은 틀어진 스케줄과 이동 시간을 확인하며 회사에서 수시로 대리 양육자나 학원 선생님과 아이의 동선을 체크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소통이 어긋나 아기가 길에서 방황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이를 대비해 스케줄과 스케줄 사이에 여유를 두거나 일주일에 하루 이틀쯤은 수업 없이 비워 두면 좋습니다. 물론 기관을 이용하지 않아도 아이를 봐줄 대리 양육자가 있는 경우에나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요. p.235

 

입학준비는 사실 아이의 준비가 아니라, 입학의 과정을 둘러싼 나의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위해 나는 집 앞 상가에 작은 교습소를 오픈했고 지난 일년여의 시간동안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 마음 놓을 줄 알았는데 꾸물꾸물 올라오는 걱정보따리란.

 

그속에서 아이는 하루하루 입학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아침 시간이 되면 혼자 일어나 냉장고에서 과일이나 음식을 꺼내먹기도 하고, 혼자 보고 싶은 TV프로그램이나 핸드폰 유튜브를 시청한다. 챙겨놓은 옷가지를 입고, 혼자 씻는다. 거실이나 다른 방에서 혼자 잠드는 날이면 오히려 내가 분리불안으로 불면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떤 삶이 펼쳐질지... 시간을 멈추고 싶기도 하고 빨리 감고 싶기도 한 당황스러운 양가감정 속에서 2019년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중.

 

직업과 지역에 따라 분위기는 많이 다르겠지만 아이의 초등 입학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두는 엄마가 많습니다. 그런 워킹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만 봐도 초등 아이를 둔 워킹맘의 숫자가 전체 직원의 1퍼센트에도 못 미칩니다. p.4

 

실제로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20~40대 워킹맘 중 대부분이 학기가 시작되는 2~3월 사이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그 숫자가 연평균 8,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맘 카페에는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1년밖에 안 되는 육아 휴직을 언제, 어떻게 나누어 사용하면 좋을까 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고 올라옵니다. p.19

 

워킹맘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자녀의 학교성적에 부담을 느낍니다. 아이를 방치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습에 집착하게 되죠.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도우며 교육적인 지원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부담은 늘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에게 수시로 언제까지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p.22

 

워킹맘에게 육아는 밀물과 썰물이다. 적응이 됐다고 생각하면 다시 밀물이 닥친다. 애써 만든 모래성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다시 상황을 정리하고나도 그 평온이 오래가지 않는다. 지지고 볶는 삶. 그것이 육아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

 

사회라는 정글은 승진이든, 출장이든, 야근이든 육아와 집안일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만의 리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워킹맘에게 100퍼센트를 넘어 120퍼센트의 능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집에서도 엄마의 시간과 능력을 100퍼센트 혹은 그 이상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인 시기처럼 말이죠. p.23

 

초등학교 1학년 시기는 확실히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워킹맘이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에게 소홀하다는 죄책감으로 사표를 고민하죠. 하지만 엄마가 제대로 챙기지 못해 아이가 선생님의 눈 밖에 나거나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워킹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엄마가 느끼는 걱정입니다. 사실 그런 문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설령 일어난다 하더라도 엄마가 일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엄마가 일하지 않고 아이를 챙기는 경우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p.26

 

자녀의 성장과 양가 부모님의 부양 등 가정의 라이프 사이클은 모든 시기마다 돈을 필요로 합니다. 인생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인생의 많은 요소를 조금 더 쉽게 해결해 주기도 합니다. 학원에 덜 보내고 엄마표 학습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오늘날의 입시 구조는 사교육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더욱이 필수 입시 과목의 경우,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보충 학습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학원을 선택해야 할 때 워킹맘의 소득은 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가 시작되는 중·고등학생 때 직장을 그만둔다면 아이를 위해 쓸 교육비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덜 쓰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부의 노후 준비는 눈앞에 닥친 우선순위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 이후로 미뤄야 할지도 모릅니다. p.29

 

아이를 위해서라도 워킹맘은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는 자부심은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워킹맘은 아이 키우는 일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간 제약으로 발생하는 몇 가지 것들을 돌봄 시스템에 위임하고 있을 뿐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시기를 잘 버텨 내면 그 이후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물론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도우며 일을 통해 경제적인 여유와 개인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조금 부족할지라도 일과 육아 모두 욕심내도 괜찮지 않을까요? 일과 육아 꼭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p.31

 

길을 가다 보이는 간판 하나하나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디자인을 선택하고, 달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쌓아 왔을지 감이 오니 말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이제 아이들을 보면 그 뒤에 있는 엄마의 시간이 보인다.

자식을 키워보니 자식들이 모두 남같지 않고, 내 자식 역시 누군가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보니 한걸음 물러서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걸 볼 때, 육아를 하며 경력의 플러스 알파를 첨가했다고 생각한다.

 

습관 교육을 하기로 마음먹은 과정을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시간이 넉넉지 않은 생계형 맞벌이 부부에게 태어난 쌍둥이 남매가 선택할 수 있는 답지는 일단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답지가 정해진 상황에서 공부가 평범하지만 행복을 좇는 도구이자 어차피 헤야 할 의무라면 아이 스스로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공부를 대하는 자발적인 태도는 자기 주도적인 삶의 태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기 주도적인 습관 길러 주기를 초등학교 입학 준비의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p.47

 

학습 진도가 너무 빨라서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어서도 안 되고 선수 학습 부족으로 수업에 어려움을 느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학교 생활을 책임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교과서를 막힘없이 읽고 알림장을 원활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독서와 함께 한글과 숫자를 가르쳤습니다. 한글과 숫자를 제대로 읽고 쓸 수 있다면 수업을 듣거나 알림장을 중심으로 학교생활에 대해 소통하는 데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p.90

 

저는 평균 80퍼센트의 정답률이 나오는 문제집이 아이에게 맞는 난이도의 문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원에 따라 정답률이 달라지기도 하므로 가장 어려운 단원은 70퍼센트, 가장 쉬운 단원은 90퍼센트 이상의 정답률이 나오는 문제집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틀리면 아이가 해당 과목에 자신감과 흥미를 잃을 수 있고, 반대로 매번 100점만 받으면 아이의 약한 부분을 찾아내기 힘드니까요. p.144

 

요즘에는 통신사와 제휴해서 아이가 지정 단말기를 착용하면 학교 교문에 설치한 센서를 통과할 때마다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등·하교 안심 알리미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개별적으로 통신요금제를 선택하고 기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학교에 입학해서 가정통신문을 통해 서비스의 내용을 확인한 뒤 기기 구입을 고민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폰 역할을 하지 않는 카드형 열쇠고리 형태도 있습니다.

다만 키즈폰의 경우 스피커폰으로만 통화가 가능해서 부모와 통화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대화 내용이 노출되고 간단한 문자만 주고받을 수 있는 불편함으로 아이들이 2~3학년만 되어도 사용을 거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제 주위에서는 처음부터 통화와 문자가 가능한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워킹맘들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고장 내는 일이 발생하고, 기기의 사양이 조금 높은 경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부모와 갈등을 겪는 일도 있었습니다. p.212

 

입학을 앞둔 시점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의 돌봄 공백시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학교생활의 적응부분이다. 미리부터 플랜 B와 플랜 C를 계획해보는 것은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라도, 만약의 경우는 불시에 일어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고. 그런 일이 발생할 때 가장 동분서주하며 전두지휘를 해야 할 당사자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학교 행사

입학식(3)

공개수업(3)

학부모 총회(3)

학부모 상담(3~4월 중)

현장 체험 학습(4,10)

운동회(연간 1, 격년)

발표회(11~12월 중, 행사별로 시기 다양함)

방학식(7,12)p.219

 

이미 돌봄 시터의 도움을 받고 있는 워킹맘이라면 언제쯤 아이를 봐줄 사람을 찾아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주변 지인들을 보니 중학생이 되어도 여전히 엄마의 관리가 필요하더군요.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학원 스케줄이 변경되거나 아이가 셔틀차량을 놓칠 때면 엄마는 일하다 말고 길거리에 서 있는 아이를 챙기기 위해 학원 혹은 대리 양육자에게 전화를 돌리기 바쁩니다.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학원에서 학원으로의 연결이 제대로 안 되면 워킹 맘은 속이 탑니다. 갑자기 빈 시간을 채워 줄 대안이 없기 때문이죠. 빈 집에 아이를 혼자 두어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워킹맘이 스케쥴 관리에 느끼는 부담감은 거의 공포에 가깝습니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난 뒤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아이의 오후를 채워 줄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돌봄 교실과 방과후 수업, 학원을 적당히 섞어 하교 후 시간과 방학 기간을 채웠습니다. 친정 부모님이라는 대리 양육자 시스템을 만들어 둔 덕분에 저는 부모의 퇴근 시간과 아이들의 하교 시간 사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이점을 누렸습니다. p.229

 

돌봄교실

돌봄 교실은 학교 안 돌봄 교실과 지역 사회에서 운영하는 곳 2종류가 있습니다. 운영 방식은 시간대에 따라 아침 돌봄(7~등교), 오후 돌봄(하교~5), 저녁 돌봄(5~10)으로 나뉩니다.

학교 돌봄은 1~2학년만 참여 가능하고 지역 돌봄의 경우 초등 전학년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간식을 제공하며, 시간대별로 종이접기, 독서 지도, 수학 문제 풀이 등을 비롯해 피아노, 영어 등 외부강사의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돌봄 교실 참가 신청을 받고 입학식 당일이나 그 전에 추첨을 합니다. 따라서 초등학교의 예비 소집일에 신청 여부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 교실은 규모에 따라 1학년, 다둥이, 한부모, 저소득가구와 같은 우선순위를 정해 선발합니다. 지역에 따라 참여하는 아동 수의 부족으로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학교가 있기도 하고, 추첨에 참여해야 할 정도로 돌봄 수요가 넘치는 곳도 있습니다. p.231

 

선배세대보다는 돌봄교실이나 방과후 등의 프로그램이 있어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고, 이도저도 안되는 급하게 호출을 하거나 내가 끼고 있을 수 있겠으나... 그래도 첫째의 저학년 생활과 한숨 돌리고 나면 바로 이어질 둘째의 저학년 생활은 상상만으로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러고보니 남매의 연이은 탈장수술, 사시수술, 설소대수술, 독감치레 등... 자잘한 매는 미리 맞아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세 살 까지만 키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들 말을 믿는게 아니었다. 육아에 정년퇴직은 없을 듯.

 

밥을 먹는 일부터 화장실의 뒤처리까지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했던 유치원과 달리 아이가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초등학교에 가면 선생님과 엄마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선생님과 아이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이가 선생님을 좋아할수록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고 생활과 공부 전반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부모가 선생님과 아이의 관계가 좋아지도록 돕는 방법은 알림장, 가정통신문 등을 잘 숙지하고,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학급을 운영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가정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가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맺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선생님을 신뢰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p.247

 

학부모 상담 요령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마세요.

단점보다 장점 위주로 선생님에게 알려 주세요.

상담 당일, 아이를 훈육하지 마세요.

상담 설문지는 꼼꼼히 적으세요.

아빠도 함께 참여하세요. p.251

 

 

회사일도, 가사와 육아도 혼자 힘으로만 하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내는 일이라는 걸 한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일과 육아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사는 건 좋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힘을 빼고 내가 가진 것, 내 주변의 사람을 바라보는 여유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는 여유를 잃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p.278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크고 있다. 입학을 앞두고 나니 하루하루 키도 크고, 혼자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내 눈에는 한없이 어린 아이가 며칠 뒤 학교에 가겠다고 책가방을 멜 생각을 하면 마음이 몽글몽글하려 하니... 아이에게 자꾸 학교 가는 소감이 어떠냐고 물을 수도 없고 ㅠㅠ

결국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믿고, 선생님을 믿고, 함께할 양육자들을 믿는 것 뿐이리라.

...

... 잘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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