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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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캐스린 슐츠 (지음) | 한유주 (옮김) | 반비 (펴냄)

얼마 전 학전의 대표 김민기 님이 세상을 떠났다. 난 사실 그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그의 노래들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 들은 풍월이 있어서인지 나직이 흥얼거릴 수 있는 정도이다. 물론 유명한 노래 상록수, 작은 연못, 아침 이슬, 봉우리 등은 아마도 대중적인 노래 중 한 축이었을 것이다. 특히 나는 그중 작은 연못을 좋아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그 노래가 남과 북을 상징하는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 김민기 님의 예전 인터뷰를 읽고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작은 연못에 사는 물고기 두 마리... 서로 싸우다가 한마리가 죽는다. 결국 물도 썩어가서 마지막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되어버린 연못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노래가 왜 이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냥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왜 이 단순한 가사가 나에게 이렇게 다가왔는지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그저 상실에 대한 괴로움이라고 여겨졌을 뿐이다.

여기 상실에 대한 이야기하는 에세이집이 있다. 캐스린 슐츠의 개인적인 회고담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상실과 발견]. 그는 어느 날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된다. 거의 돌아가시기 여덟 달 전이다. 그 이후 캐스린은 생각한다.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과 발견한 것 사이의 간극을 말이다. 어쩌면 상실하는 순간 또 다른 발견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면서 우리가 마주치고 경험했던 모든 것은 바로 그러했으니까 말이다.

동양철학에서는 이를 뜻하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한자성어이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반드시 정해져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도 있다는 말이다. 불교 경전에서 나온 말이다. 아마도 이런 내용의 에세이를 동양인이 썼다면 제목은 상실과 발견이 아니라 회자정리 혹은 거자필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커다란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작고 소중한 것들의 상실 역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대단한 발견만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소소하고 반짝이는 것들 역시 언급한다.

캐스린의 이야기는 언젠가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실을 경험하고 말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 것처럼 당연한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상실을 경험하는 과정을 독자는 온전히 지켜볼 수 있다. 캐스린의 부친인 아이잭 슐츠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동할 때 그에게서는 다정함이 느껴졌다.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과정은 소란스럽지 않고 평온했다.

상실에서 이어지는 발견은 [그리고]라는 파트를 통해서 비로소 완성된다. 삶에서 작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상실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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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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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참 이상한 습성이 있다. 바로 보고 싶은 것을 미루는 것이다. 사고 싶은 것은 바로 사는 편인데.. 영화나 책, 음악 등등 진짜로 듣고 싶고, 읽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은 미룬다. 최근 그렇게 미루다가 보게 된 영화가 있다. 바로 [드라이브 마이 카]란 영화이다. 그 영화에는 바니 아저씨라는 체홉의 희극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데 거기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아마도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의 어둠과 고통을 그저 받아들이고 살아가라는 것...

왠지 이 책을 보고 그 영화가 생각났다. 우리는 저마다 어두움이 있다. 그리고 고통이 있다. 아마도 토니, 캐리스, 로즈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보통 고통의 실체는 뭉뚱그려지게 마련인데 소설에서 그것은 형체가 있다. 그리고 너무도 분명하게 악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그 존재를 지니아로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영혼까지 갉아먹는 그녀를 세 인물은 어찌 되었든 받아들이고 견딘다. 그리고 후에도 여전히 그 존재를 기억한다.

어쩌면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저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것. 인생이란 어찌해야된거나, 사람마다 이래야한다거나..등 등 .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이해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그저 받아들임의 영역이다. 사는 것 역시 왜 사냐고 물어보는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 그저 태어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결혼할 신부라고 생각했지만 그 결혼의 끝은 죽음이었음을 말하는 독일 동화처럼.. 인생 역시 축복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처음부터 그 고통을 말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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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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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이은선 (옮김) | 민음사 (펴냄)

희대의 악녀라고만 생각했다. 지니아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말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내가 바라는 모습이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 모두 지니아에 의해 고통받지만 동시에 그녀의 모습을 갈망하고 부러워한다. 처음에는 그러했다. 그러했기에 다가오는 지니아에게 곁을 내어준 것이겠지... 그녀의 아름다움, 즉 사악한 아름다움에 말이다.

악한 것, 퇴폐적인 것... 이런 것들은 왠지 모르게 강하다.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쿨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그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하면 달라진다. 부럽거나 강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끔찍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변한다.

여기 지니아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 초월적인 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출생이나 가정사 등등의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모를 존재, 신비 그 자체이지만 세 여주인공들을 통해 지니아의 모습은 너무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외적으로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면에서도 그러하다.

소설 [도둑 신부]는 원래 독일의 전래 동화 [도둑 신랑]에서 그 제목을 차용했다고 한다. 도둑 신랑에서는 사악한 도둑들이 가짜 신랑 행세를 하면서 신붓감인 처녀를 잡아먹는 설정인데 반해 애트우드가 창조한 [도둑 신부]에서 악, 즉 지니아의 존재는 오로지 세 명의 친구들에 붙어서 그녀들을 어떻게 하면 더 불행하고 고통을 줄까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토니, 캐리스, 로즈에게 있어서 지니아의 존재는 자신들이 갈망하는 모습을 지닌 존재인 동시에 불행의 존재였다. 영혼까지 갉아먹는 바퀴벌레 같은 지니아... 그런 지니아가 그들에게 한 가장 긍정적인 일은 바로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각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는 과거의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딛고 나아가게 한 존재는 다름 아닌 지니아였다. 나름대로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새로운 모습과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 흔적들... 그 사이에는 지니아란 악녀가 존재했다.

결국 그래서 그들은 모였고, 스스로 지니아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을 열었으면 끝도 지어야 한다. 토니가 느끼는 것처럼, 그녀들에게는 지니아를 기억할 책임이 있으며 끝을 맺어줄 책임 역시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들은 죽기 직전까지 지니아를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그녀들 사이에서 지니아는 불사신처럼 살아갈 것이다. 실체는 없지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일상 중에 느닷없이 말이다.

우리의 모습 속에서도 그런 존재가 있을까? 과연 애트우드가 말하고자 하는 지니아라는 존재, 그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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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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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유키 하루오 (지음) |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유키 하루오의 전작 <방주>도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같은 세계관으로 묶여있는 작품이 또 나왔다니...... . 이 얼마나 반가운가? 또 여기에 더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낙원>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대망의 성서 3부작이 완성. 기대되는 추리소설이다.

클로즈드서클물의 특징은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범인이 누굴까를 유추해내고 막힌 공간에서 숨구멍을 찾아내는 묘미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범인을 아예 알아맞히지 않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다. 만일 당신이 범인이 누구인가를 맞춘다면 그 즉시 당신은 죽는다. 최대한 모르는 척 끝까지 사흘을 버텨야만 살아남는 것이다.

주식으로 큰돈을 번 큰아빠, 그리고 그가 사들인 많은 것들 중 하나인 에다우치지마섬. 어느날 큰아빠가 죽었다. 그리하여 그 섬을 리조트로 개발하려는 니초 관광개발회사의 사와무라씨... 큰아빠는 결혼을 안해서 그 유산은 모두 오무로네가 떠안게 되었다. 그리고 오무로네 중에서도 섬의 시찰을 갈 멤버는 바로 화자 리에와 그녀의 아빠이다. 니초 관광개발회사 사와무라와 여자 인턴 아야카와, 구사카 건축사무소 건설회사에서 나온 구사카씨와 노무라씨, 거기에다 하제쿠라 부동산 회사에서 온 후지와라와 오사나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아빠의 친구인 야노구치까지 모두 9명이 에다우치지마섬에 모였다.

에다우치지마섬은 둘레가 1킬로미터도 되지 않은 작은 무인도이다. 그리고 그 모양이 흡사 콜라병 뚜껑처럼 생겼다고 한다.(친절하게 책 안에는 삽화도 실려 있다.) 그 안에서 9명의 인원들이 모인 후 사건은 일어난다. 바로 그들이 폭탄을 발견한 순간이다. 이 조용한 섬에 왜 이다지 많은 폭탄이 있는 것일까? 그 의심이 가시기도 전에 석궁에 맞은 오사나이가 절벽 밑에서 발견된다. 오사나이의 죽음 이후로 섬 안의 인물들은 복잡해진다. 바로 범인이 남긴 십계때문이다. 그 누구든 범인을 밝히려하는 즉시 이 섬은 폭발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말이다.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지만 함부로 범인이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느냐, 죽느냐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무사히 사흘을 넘기면 육지를 밟을 수 있다고 하니 최대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사이에 누가 죽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반전을 위한 반전 그 자체는 의미가 없지만 이 소설에서의 반전은 치밀하게 계산되어있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아마도 초반에 알 수도 있었겠지만 다들 설마 설마하면서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유키 하루오의 다음 작품도 클로즈드서클물일까? 그리고 범인은 과연 어떤 인물들일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범인과 그리고 범인의 캐릭터 설정에 탄복한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다음 작품이 너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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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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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이은선 (옮김) | 민음사 (펴냄)

여중, 여고를 다닌 여학생들은 알 것이다. 남녀공학보다 오히려 여학생들로만 구성된 학교생활이 더 치열하고 더 남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더 외롭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도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른다. 누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그런 말을 퍼트렸는지... 사실 알고 보면 그 말을 한 자는 남성이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그 모든 것을 깨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바로 이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릴 자, 그런 캐릭터의 등장... 소설 [도둑 신부]에서 독자는 만날 수 있다. 바로 팜 파탈 같은 존재인 지니아라는 여인을. 그리고 지니아의 입속으로 모든 것들은 그냥 소리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말이다.

그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왔다. 토니, 로즈, 캐리스가 한 달에 한 번 하는 여성들만의 모임.. 거기에 오 년 전에 죽어 장례까지 치른 지니아가 온 것이다. 아니, 어떻게 죽었는데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가 있는 것일까? 모두들 멘탈붕괴에 빠진다. 그러면서 과거, 미래, 현재, 옛 유년의 기억까지 넘나들면서 소설은 펼쳐진다.

지니아를 처음 만나서 알게 된 이는 토니였다. 냉철한 역사학자의 이미지를 지닌 토니는 애클렁 홀 기숙사에서 그녀를 알았다. 자신과 지니아의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그녀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고 칭송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웨스트가 있었다. 토니와 웨스트 사이를 지나아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파고들었고 웨스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귀찮은 장난감인 듯 웨스트를 떠났다. 그리고 지니아가 떠난 후 토니는 웨스트와 결혼을 한다. 모든 것은 이런 식이었다. 빌리와 캐리스 사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빌리를 지니아는 또 다른 희생물로 여긴다. 빌리와 캐리스 사이에는 오거스트라는 자식도 있었다. 하지만 빌리는 아무런 제약 없이 모든 것을 지니아에게 맡겼다. 아니 그냥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듯이 빠졌다고 하는 편이 나으리라. 그리고 토니는 알았다. 빌리 역시 웨스트처럼 지나아의 또 다른 타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바탕 가지고 놀 새로운 장난감이라고.

역사학자인 토니, 온화한 성품으로 텃밭 가꾸기가 취미인 몽상가 캐리스, 그리고 당당한 사업가인 로즈... 이 세 명의 친구들은 지니아와 연관되어 있다.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그들은 그녀에게 당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망쳐놓는 지니아.

캐리스는 생각한다. 그녀는 바로 영혼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빨아먹는다. 그것도 한 번에 죽이지는 않고 천천히 시름시름 앓도록 만들면서 말이다.

[도둑 신부1]의 마무리는 캐리스의 다짐이다. 그녀는 빌리와의 일을 한 번쯤은 지니아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숨을 곳이 없다고도 느낀다.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 어차피 지니아는 성서 열왕기하 속에 존재하는 이세벨의 운명이라고 여긴다. 과연 기묘함으로 설명될 수밖에는 지니아는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세 친구들의 운명은 어떻게 펼쳐지는 것일까?

이야기는 [도둑 신부 2]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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