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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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펴냄)) ​

마지막이란라는 것은 얼마만큼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솔직히 마지막 자존심, 마지막 직계손, 마지막 왕자, 마지막 황제 등등의 것들은 다소 허무하고도 애잔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다가도 무엇이든 마지막이 있다는 것, 시작은 역시 끝을 동반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덤덤하게 모든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소설가 권비영은 직전 소설인 덕혜옹주와 하란사를 통해 알고 있던 작가였다. 전작 덕혜옹주가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의 진위와 왜곡 등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킨 켰다는 것... 특히 영화로 만들어 진 후 잡음을 말이다. 영화는 그런 모든 것들을 떠나서 많은 사람이 보고 공감을 얻었지만 말이다.

사실 역사소설가는 엄청난 고뇌의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하는 듯하다. 기존 세간에 알려진 진실을 호도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을 알려야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덧입혀 허구의 장치로 완성해야 한다. 거기에 따른 호불호를 감당하는 것은 오직 작가 자신의 몫인 것이다. 물론 독자 역시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소설책은 역시 소설이라는 것... 역사 소설 역시 소설이라는 것 말이다. 물론 이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권비영 작가의 특별한 능력이라면 우리가 세간에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인물을 현실로 소환시켜서 상기한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모두가 잊힐 뻔한 인물과 역사지만 작가의 손길로 다시 태어나고 생명을 얻고 세간에 회자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이번에 우리 현실로 작가가 불러온 인물은 조선,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족인 영친왕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은, 그리고 그의 아들은 이구이다. 이은이라고 할 때 왠지 덕혜옹주에서 그려진 잘생기고도 훤칠한 인물이 생각났다. 조선의 독립운동에 이바지하고자 애쓴 인물, 덕혜옹주를 아끼고 감싸준 인물...

이은은 순종의 일곱 번째 아들로 덕혜옹주의 오라버니이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황족인 마사코와 혼인을 한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인한 볼모성 혼인일 것이다. 그저 조선 황족의 핏줄을 일본 황실과 연관시키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진 결혼이었다. 하지만 이은은 마사코를 진실로 대했다. 마사코에게 결혼이라는 것, 특히 조선인과의 결혼은 모험이었을 것이다. 아마 그녀가 다른 일본인과 결혼했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마사코 역시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결혼이 아니었기에 이은과 마사코의 결혼은 어찌 보면 운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몰랐던 사실은 영친왕의 아들 이구에 대한 것이었다. 소설은 이구와 그의 아내 줄리아 멀록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후에 조선의 독립으로 모두들 돌아왔으나 마사코는 훌륭히 적응했지만 줄리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조선의 독립으로 그간 대한제국 황실로 지원되었던 지원금은 모두 끊기게 되었다. 이제 영친왕이 아닌 인간 이은으로, 황태자가 아닌 그저 한 범인으로 살아야 한다. 순식간에 황족의 옷이 벗겨지는 기분...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은 아마 느끼기 힘든 마음일 것이다.

소설에서 말하는 [잃어버린 집]은 무엇일까? 일제에 의해 점령당한 조선일 수 있고, 사라진 대한 제국이라는 이름일 수 있다. 그리고 후원이 끊기자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했던 이은 개인의 집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다시금 옛 인물을 소환시키고 상기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아마 이런 독서가 아니었다면 옛 인물이 다시 내 마음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남양주에 위치한 홍유릉에 가보고 싶다. 영친왕과 황세손 이구가 잠들어 있는 곳... 산책하기도 좋다고 하니 그곳에서 다시 이들의 삶을 반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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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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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사토시가 대단하다고 여기지는 새로운 상상력..그 무한한 퀴즈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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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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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끊임없는 상상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에도 시대의 이야기..새롭고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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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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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카이 버드, 마틴 셔윈 (지음) | 최형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표지만 보고 웬 영화배우인 줄 알았다.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라고는 생각이 안될 정도의 강력하고도 매력 넘치는 외모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것은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매달린 담배는 왠지 그의 말년의 풍경을 보여주는 듯도 하다. 1967년 세상을 떠난 오펜하이머...그의 사인은 바로 후두암이었던 것이다. 아마 그의 끊임없는 애연이 말년의 풍경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리고 영화로 회자되기 전까지)사실 원자폭탄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그저 누군가, 물리학자들과 화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어쩌면 우연히 개발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여기에는 천재적인 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존재했다. 어쩌면 이 세상에 그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원자폭탄은 만들어지지도 않았을지 모르며, 행여나 만들어졌더라도 시일이 좀 오래 걸렸을 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원자폭탄이 동방의 작은 한 나라의 독립의 앞당겼으니 우리나라의 미래의 모습 역시 바뀌었을 것이다. 흡사 이 모든 것이 나비 효과와 같다. 오펜하이머의 일대기가 나의 미래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한민국 태생이고 이 나라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강제 침탈을 당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일본을 2차 세게 대전의 패배로 인정하게 만든 것은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때문이다.

전에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 일본인의 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참으로 끔찍했다. 원폭은 떨어지자마자 이상하리만큼 주변이 고요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굉음... 흡사 놀이공원 자이로드롭처럼 말이다. 공중에서 매달려있는 그 짧은 순간, 정말 내가 왜 여기 있나 하면서 후회하는 그 공포스런 순간처럼... 그다음에는 가차없다. 자이로드롭이 땅 밑으로 꼬꾸라지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원자폭탄은 광풍을 밀고 오면서 말할 수 없이 뜨거운 열기로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킨다. 곳곳에 시체들은 다 녹아있고, 피부는 순식간에 벗겨진다.

아마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말년에 고민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아니면 어쩌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괴로움과 한탄이었을까? 그 자신이 개발에 성공한 원폭이 한편으로는 전 세계 전쟁을 막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거대한 위력을 세상에 보임으로 너도 나도 그것을 원하도록 만들었다. 원자폭탄만 있다면 모든 것이 굴복할 터였다. 반면에 모든 것이 사라지고 멸망할 터였다.

세상에 인간만큼 어리석은 존재가 또 있을까? 스스로의 자멸을 재촉할 무기를 개발하는 자는 말이다. 하지만 그 개발을 돕거나 일조한 과학자가 과연 잘못일까? 어쩌면 이것은 그저 인간의 숙명이 아니었을까? 책 오펜하이머 평전에서는 인간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한다. 그의 가족사에서 시작해서 물리학자가 되기까지의 여정, 소소하게 혼자서 노는 것을 좋아했던 내성적인 소년이 어떻게 해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거쳐서 트리니티 원자폭탄 실험에까지 참여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원자폭탄을 만들었지만 끝까지 수소폭탄 개발은 거부했던 오펜하이머... 어쩌면 그가 가지고 온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스스로가 원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운명으로 밖에 설명될 수 없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생.... 한 인간의 위대함을 여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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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책 -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는 메시지
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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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책』​​

제인 구달, 더글러스 에이브럼스, 게일 허드슨 (지음) |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희망을 색으로 표현하면 무슨 색일까? 아마도 표지 제목처럼 진분홍이 아닐까? 희망이라 함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일 텐데 빨강은 왠지 너무 그 자체로 힘이 든다. 힘이 안 나는데 힘을 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도 연분홍은 또 그것대로 부족하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연분홍은 왠지 설설 걷는 느낌이다. 그저 꾸준히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 그것은 이런 진분홍의 느낌이 아닐까? 달리는 것도 아니고 어슬렁거리는 것도 아닌, 그저 저마다의 자기 속도대로 힘을 내면서 꾸준히 걸어가는 것... 아마 그것이 희망의 색일 것이다.

제인 구달이 이 책 [희망의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뜬구름 잡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을까? 어차피 이 지구는 멸망을 향해 가니 니나노~ 하면서 즐기라는 것일까? 이제 아흔이 넘은 그녀가 말하고자는 것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늦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앞으로 갈 힘은 없어진다. 늦었는데, 이미 끝났는데 왜 가야 하는가? 어디서도 끝을 환영해 줄 골인 지점은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희망은 바로 생존의 본질이라고 말이다. 희망을 말하지 않는 순간 인류 역시 수많은 멸종 위기 종이 걷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목숨을 걸고 연구비를 따고, 끊임없이 사회운동을 하고, 동물권을 쟁취하고자 여러 뜻이 맞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길을 가고, 뿌리와 새싹이라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환경보호운동 역시 지속하고 있는 그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마도 자연의 힘일 것이다. 특히나 침팬지의 어머니로 알려진 제인 구달... 침팬지 연구의 최고의 실력자로 통하는 그녀를 이 자리에 오게 한 것은 바로 생명을 향한 사랑, 자연을 향한 경외심일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자연에서 배움을 찾고 영감을 찾는 사람이 많은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최근 뉴스는 역시 마음을 얼어붙게 했다.

고령 목장에서 탈출한 사순이는 이십 년을 갇혀서 보냈다고 한다. 사순이가 자유를 즐겼던 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그 한 시간 후 사순이는 엽총에 맞는다. 민간에서 이렇게 사자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이는 법체계 정비전에 들여온 개체라서 야생 동물이 민간에서 키워진 사례라고 한다. 그리고 사순이가 멸종 위기종이라니... 판테라 레오라는 위기 종으로 전세계 3만 마리 밖에 없다고 한다. 그 사자를 인간은 고작 한 시간 뛰쳐나왔다고 죽였다. 그것도 고령의 사자, 사람을 따랐던 사자, 그저 이십 분간 앉아있었던 사자를 말이다.

멸종 위기종을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살을 결정하고 그것을 행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고라니 역시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라는데 아직 우리는 고라니에 대한 서식과 그 방향에 대해서 논의도 안 하는 듯하다.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한 밤에 도로에 나온다고 쯧쯧 혀를 차면서 계륵 취급 하는 현실이다.

제인 구달은 누구보다 멸종 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생물의 종이 어울려 살아야 한다. 생태계의 파괴로 서식지가 없어지면 먹이 사슬이 붕괴되고 아마 최종은 인간의 붕괴일 것이다. 우리가 살려면 자연이 살아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제인 구달이 말하는 희망이 부디 사람의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인간의 지성에 거는 희망, 더 스스로를 망치지 않겠다는 다짐 등등 ...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아직 걸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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