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그리는 소녀
조이스 시드먼 지음,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그림, 이계순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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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그리는 소녀

조이스 시드먼 글 | 마리아 메리안 그림 | 이계순 옮김 | 북레시피

이 책은 17세기 스위스의 박물학자이자 예술가, 그리고 곤충학자로의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에 대해서 조이스 시드먼이 글을 쓴 것이다. 마리아의 나비와 나방 분류법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니 시대를 연 곤충학자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리아가 남아메리카 수리남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쓴 <수리남 곤충의 변태>라는 책은 생물을 실제 크리로 재현해 낸 책이라고 하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은 마음이다.

저자 조이스가 마리아에 대해서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쓰게 되었을까? 그녀는 미니애폴리스 박물관에 갔을때 마리아의 기록을 만났다고 한다. 그곳에서 마리아가 수리남에 있을 때 그린 그림들을 발견하고 거기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한 친구의 나방 고치 선물도 한 몫하여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시인인 조이스의 손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마리아가 살았던 시절만해도 여성이 곤충에 관심을 갖고 애벌레를 키우고 관찰하는 일은 여타의 시선과 좀 달랐을 것이다. 그때는 조그마한 수상한 몸짓도 마녀로 오해받은 암흑 시기였다. 마리아가 살던 독일에만 해도 1660년대에 2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재판에서 마녀로 판정되어 처형되었다고 한다. 끔찍한 일이다.

마리아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하고 후에 수리남으로 가는 배에 올랐을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시기가 그녀가 곤충에의 호기심이 최대한으로 발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닐까 한다. 비록 남편의 이혼 소송으로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수리남에서 최대한 호기심 가득한 시절을 보냈다. 색다른 곤충들을 관찰하고 새로운 과일들을 맛보고, 이 시기를 보내고 난 후 그녀의 책 <수리남 곤충의 변태>가 완성되었으니 말이다.

마리아의 생애를 읽고 나서 곤충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사실 얼마전 누가 장수애벌레 고치를 주었다. 한달동안 관찰하고 물을 뿌려주면서 키웠는데 도무지 번데기로 변할 기미가 안보였다. 이러다 잘못되면 아이들이 실망할까하는 마음에 시골 숲에다 놓아 주었다. 시골에서 잘 자라서 번데기로 크고 성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담고 말이다. 저자 역시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직접 애벌레를 키웠다고 한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손에서 꿈틀꿈틀 거리는 번데기의 느낌도 느끼면서 말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다 소중하다. 그것이 한낱 벌레여도 말이다. 가까이 보면 모두 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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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 베르테르에서 해리 포터까지,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본 문학 속 주인공들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지음, 장윤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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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 안드레아 보틀링거 | 장윤경 옮김 | 문학사상

색다른 책이었다. 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라니...문학 작품 속 여러인물들을 정신과 안락 의자에 앉혀두고 그들의 정신 세계를 파악하는 느낌이랄까? 아쉬운 주인공들이 많았다. 그때 그런 결정을 안했더라면... 그때 그런 길로 안갔더라면....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바로 오이디푸스이다. 신탁에의 맹신에 빠져 오이디푸스를 버리고 나중에는 그 신탁대로 이루어진 결과가 너무 비참하다. 결국 신의 뜻은 다 이루워진다이거나 아니면 어리석은 인간의 말로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는 가르침인가?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첫눈에 반해버렸다. 사실 어린 나이라야 첫 눈에 반할 수 있다. 그만큼 다른 것은 안보고 그 사람만 보이니까 말이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난 것이 그의 나이 겨우 9세때라니 그때 단 한 순간의 스침으로 단테는 평생을 약속했다. 정말로 운명이란 알 수 없다.

삐삐가 나중에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히피가 된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사실 삐삐는 예전에 내가 너무나 좋아한 캐릭터였다.(지금도 물론 좋아한다.) 힘도 쎄고 돈도 많고, 멋대로 자유로운 삐삐... 그녀는 자유의 상징이었다. 어린아이여도 할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것같다. 하지만 삐삐는 어린 아이임에도 어른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잘못된 어른들을 혼내주었다. 신통하고 방통하다. 남모르게 그녀를 응원했다. 가끔 삐삐가 외롭게도 보였지만 그녀에게는 토미와 아니카가 있으니 상관없다고 생각됐다. 그리고 식인종 나라의 왕 아빠도 있으니까 말이다.

셜록 홈즈가 아스퍼거 증후군일 거란 설정도 흥미로웠다. 설록 홈즈는 디테일에 몹시 강하고 또 알게 모르게 약에 중독되어있었으니 말이다. 셜록에게는 평범하게 보이는 왓슨이 있다. 왓슨은 셜록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한편으로는 수호자다. 왓슨이 있어야 셜록이 빛을 발한다. 셜록의 어두운 다른 이면은 왓슨의 뒷받침으로 철저히 가려진다.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이 정신상담을 받는 듯한 이야기... 흥미있는 이야기거리임에 분명하다. 사실 요즘 현대인은 누구나 정신 상담이 필요하다. 정신적이 문제가 해결 안되어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요즘 일어나는 강력 범죄의 대부분은 사실 정신적 피폐의 원인이 크다.

세상이 좀 더 발전하면 아마 정신과 상담 부분 역시 보험수가로 처리될 것같다. 사람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 문제가 생겼을때도 정신과를 당당히 두드리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정신과 의사의 발굴도 중요하고 상담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실 더 좋은 해결책은 우리가 서로 서로에게 상담자와 조언자가 되어주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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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산월기(山月記) / 이능(李陵)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명진숙 옮김, 이철수 그림, 신영복 추천.감역 / 다섯수레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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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나카지마 아쓰시 지음 | 명진숙 옮김 | 이철수 그림 | 신영복 감수

한 권의 책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기울여지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호랑이 같은 동물이(음...호랑이겠지...) 놀란 얼굴로 쳐다본다. 하지만 그 위치가 아리송하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형국이다. 사실 얼핏 봐서는 짐승인지, 사람인지 모른다. 제대로 봐야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무릎을 친다. 역시 이철수 화백의그림이다.

<산월기> <명인전> <제자> <이능> 까지 나카지마 아쓰기의 글 네 편 모두 정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첨도 없고 꾸밈도 없는 문장들이랄까... 사람이 호랑이로 변한 산월기, 그리고 공자의 제자였던 자로에 대한 이야기까지, 작가는 문학 그 다음을 구현해 낸 느낌이 든다. 글이란 것이 이렇게 담백하게도 술 술 나올 수도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할 때의 느낌이 온전히 전해져 오는 <이능>... 이능과 사마천, 소무를 중심으로 한 인간 사슬이 촘촘하게 독자 앞에 펼쳐져있다. 역사 속에 존재하던 사람들이 책 밖으로 한 발 한 발 내딛고 나오는 느낌이 든다. 아마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힘이리라... 역사 속 인물들의 실제 모습을 더 담대하고 간략하게 보임으로 극적인 효과를 내는 것 말이다. 왜 나카지마 이쓰시를 천재작가라 칭해졌는지 알만하다. 옛 인물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하니까 말이다.

책이 분량이 적지만 한 편 한 편 앞으로 나아가는 건 좀 만만치 않았다. 소재와 이야기 자체가 중국 고전이라서 그런 연유도 있을 것이다. 중국 고전을 일본 작가가 쓰고 다시 우리글로 번역한 작품, 하지만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부드러운 필체의 명진숙 번역가님의 손에서 다시 책이 살아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이철수 화백의 그림은 책과 너무 잘 어우러진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철수 화백의 힘있는 선과 묵색의 조화가 중국 고전과 잘 어울렸던 것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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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했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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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했어

이노우에 아레노 |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제목과 표지부터 무언가 범상치않은 느낌이었다. 엄마가 했어라니... 엄마가 가운데 말줌임표가 들어가야할 것같은 느낌이다. 이 책은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져있다. 에피소드별로 읽어도 줄거리는 통하지만 이야기들은 모두 다 연결되어있다.

엄마가 했어에서 등장한 가장의 존재는 실로 무의미했다. 그가 하는 일은 그저 술을 마시고 바람을 피는 일... 엄마에게 있어서 아빠는 언제든 없어져도 무방한 존재였다. 자식들 생각도 그러한가보다. 아들 소타만 제외하고는 아빠를 추모하는 자식들은 없다. 그 아들 역시 의무감으로 추모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것뿐이지만 말이다. 아빠랑 같이 자주 찾았던 새파는 가게에 들리는 것으로... 과연 소타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누나가 말한다. 아버지의 여자(물론 정말 만났던 것인지 아닌지는 소타의 입장에서는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를 데려올 것인가? 그럼 엄마가 했어는 누나가 했어, 우리가 했어로 바뀔 것인가?

믹 재거 놀이란 다쿠토 시선의 글도 인상깊었다. 제자리를 벌쩍 뛰는 것으로 다른 사람으로 이입하는 게임을 스스로 즐기는 다쿠토... 그 역시 앞선 엄마가 했어에서 나온 그 다쿠토다. 무능력하고 제멋대로다. 게다가 여자문제까지 복잡하다. 가게 일은 아내 모모코가 거의 다하고 그는 돈을 쓰는 일밖에 못한다. 모모코는 착한 아내 역할을 너무 잘한다. 다쿠토가 돈을 달라고 하면 알아서 준다.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딨어... 그런데 그 여자는 속에 칼을 갈고 있었지... 그것을 다쿠토는 몰랐을뿐이다.

소설은 이렇게 단편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서로 간 인물들은 모두 한 집안의 사람으로 엃혀있다. 시간의 순서가 약간 바뀌었을 뿐이다. 소타의 시선, 모모코의 시건, 도키노, 아야코의 시선 처리로 작품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런 방식을 오랜만에 접혀봐서 그런지 소설을 읽는 내내 신선했다.

톨스토이가 각 모든 가정은 작게든 크게든 문제가 있다고 말했는데, 역시나 이 가족의 삶은 그러했다. 막내 소타부터 엄마 모모코까지... 이 가족은 아버지 다쿠토로 부터 시작된 너무 큰 문제가 있었다. 다쿠토의 죽음은 어쩌면 예견되 죽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어찌 생각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었는 지도... 모모코가 오랜 시간 참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족 모두가 나와서 차 트렁크를 애워싸는 장면은 어찌보면 좀 섬뜩했다. 과연 그 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아니면 그 무엇을 그속에 넣으려고 했을까?

책 표지의 꽃이 뭔가 죽은 사람에게 바치는 헌화같은 느낌이 드는 건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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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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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메리 쿠비카 |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한번 심호흡하고 단숨에 읽은 책... 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다. 처음엔 짐작도 못한 책 제목처럼 디 아더 미세스를 만났다.

디 아더 미세스를 짐작도 못했더니.. 지금까지 스릴러를 헛 읽었어ㅠㅠ 하는 느낌도 들었다. 완독 후 다시 처음부터 살피니 음... 역시 군데 군데 힌트가 너무 많았다. 세이디와 카밀에 대한 힌트... 그리고 또 마우스는 또 무언가... 마우스를 난 모건의 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우리 속에 이렇게 다른 모습, 다른 자아가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내가 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파장은 얼마나 끔찍할지 모르겠다. 항상 깨어있어야하는 이유다. 스스로도 스스로를 모를 일을 저지를 수 있으니까...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 몹시도 민감하다. 그 작용으로 평소에 안하던 행동이 나올지도 모른다. 요즘은 예전보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 눈에는 너무도 평범하고 멀쩡?해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정신의 문제는 육체의 문제만큼이나 지금은 일상적이다.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을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역시 남편을 잘 만나야한다는 거다.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를 우리는 어쩌면 가장 잘 모르고 있지는 않을까? 흡사 등불 앞의 그림자처럼 말이다.

여기 등장하는 세이디의 남편 윌.... 처음엔 몹시 완벽해보였다. 자상한 남편이다. 그리고 돈은 비교적 세이디보다 잘 못 벌지만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픽업도 잘해주고, 빨래며 요리도 도맡아 한다. 하지만 사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사람은 있다. 그리고 사람이 완벽해 보일때 가장 무섭다. 무시무시한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같다. 무섭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낸다.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그런 것이 사람들이 다가가는 것에 어떤 안도감을 준다. 흡사 이빨빠진 호랑이에게 다가가는 초식동물의 마음이랄까? ㅎㅎ

오랜만에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짜릿한 소설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가독성 높은 스릴러, 스릴러의 맛이다.

앞으로 저자인 메리 쿠비카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끄게 될 것같다. 그리고 번역도 너무 매끄러워서 잘 읽혔다. 신솔잎 번역가도 유심히 봐야겠다. 전에는 외국 소설 보면서 번역가를 특히 신경쓰지 않았던 것같은데, 다독을 하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정말 번역가에 따라서 읽는 맛과 읽는 속도가 다르다.

모두들 더운 여름... 디 아더 미세스와 함께 하시길... 조금은 시원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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