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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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퀴즈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스릴 있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다니 역시 천재 작가 오가와 사토시라는 생각이 든다. [너의 퀴즈]는 퀴즈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퀴즈 덕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퀴즈와 인생의 차이와 퀴즈로 풀 수도 있을 법한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번에 보여준다. 물론 인생의 문제는 퀴즈와는 달라서 정답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마다 우리는 우리만의 퀴즈를 풀고 있다. 아무도 답안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저마다 그 선택을 할 때는 나름대로 정답이라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

여기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한 명은 퀴즈 덕후인 미시마 레오, 그리고 또 한 명은 세상을 머릿속에 저장한 남자이자 일명 퀴즈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의학부의 혼조 기즈나이다. 그리고 혼조 기즈나는 세상을 놀라게 한다. 바로 마지막 퀴즈 문제가 나오기도 전에 정답을 맞혔기 때문이다. 꽤나 큰 상금이 걸린 제1회 Q-1 그랑프리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를 그는 문제가 호명되기도 전에 답을 말했고 그 답은 딩동댕을 울렸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퀴즈가 파생된다. 이는 혼조 기즈나가 어떻게 마지막 문제를 맞히게 됐는가에 대한 퀴즈이다. 그 퀴즈는 오롯이 미시마 레오의 몫이다. 어떻게 해서 혼조는 마지막 문제를 맞힐 수 있게 되었을까? 프로그램 담당자끼리의 담합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뛰어난 촉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여기 소설 [너의 퀴즈]의 재미가 있다.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해가면서 주인공인 미시마 레오와 같이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 말이다.

미시마 레오는 혼조에 대해 몰두한다. 그가 퀴즈를 맞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삶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퀴즈와 삶이 과연 무슨 상관이 있길래 그러할까? 퀴즈는 그냥 퀴즈일 뿐이고, 인생은 그저 하루하루 시간의 연속일 뿐 아니던가? 하지만 미시마 레오를 통해 하나 둘 그 비밀을 알아가면서 인생 역시 퀴즈의 연속임을 독자는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단,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당장은 모르지만.

소설에서는 퀴즈에서 문제를 남보다 빨리 맞힐 수 있는 배경에는 확정 포인트가 있다고 말한다. 많이 아는 것과 퀴즈를 잘 푸는 능력은 분명히 다르다. 오히려 많은 지식은 명백한 답을 유추하는 데 방해가 될 수가 있다. 오직 퀴즈를 맞히려면 확정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아나운서의 입모양을 통해 정답을 미리 유추하고 남보다 빠르게 부저를 누르고 정답을 말해야 한다.

얼마 전에 몬티 홀 딜레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충분히 선택을 바꿈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확률임에도 대부분은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들 염소가 있는 문이라고 표현되는 문을 사회자가 열어주어서 정답을 맞힐 확률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그 확률은 반으로 늘어났다고 여긴다. 하지만 선택을 바꾸는 것이 처음에 한 선택을 유지하는 것보다 확률상으로는 유리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선택을 밀고 나간다. 이것이 몬티 홀 문제에서의 딜레마이다.

인생은 확실히 퀴즈와 닮아있으면서도 다르다. 퀴즈라는 문제, 그것은 같다. 우리는 항상 선택을 강요받는다. 옳든 옳지 않든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흔한 아침 메뉴 선택부터 말이다. 하지만 퀴즈에서는 정답이 존재하지만 인생의 선택에는 정답은 없다. 행여 그 선택이 스스로의 불행을 야기할만큼 잘못된 결정이더라도 그것의 후회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가능하다. 가끔은 인생도 퀴즈처럼 딱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얼마나 명쾌하고 유쾌할까? 하지만 인생의 그 불명확성이 우리를 하루하루 나아가게 하는 것 같다. 항상 선택의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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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비 교차로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현숙 옮김 / B612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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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비 교차로』​​

찰스 디킨스 외 (지음) | 이현숙 (옮김) | B612 (펴냄)​

내게는 참 헷갈리는 작가 두 명이 있다. 바로 본 [머그비 교차로]의 저자인 찰스 디킨스와 또 다른 작가 마크 트웨인이다. 왜 인지 이 두 인물이 난 참 헷갈린다. 톰 소여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 작품인데 왜인지 찰스 디킨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올리버 트위스트는 찰스 디킨스 작품임에도 마크 트웨인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두 인물 모두 소년의 성장, 가난, 자본주의의 모순 등을 묘사하는 글쓰기를 했고, 작품들이 모두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더군다나 이 두 작가의 작품에는 위트와 해학이 있다. 단순히 줄거리의 흡입력이나 이야기의 힘을 넘어서서 사회 현상을 아우르고 그 폐부를 꼬집는 듯한 작품 활동을 남긴 두 인물이다.

찰스 디킨스의 [머그비 교차로]는 1866년 주간 잡지 [올 더 라운드]의 편집을 맡고 있는 중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서 특별판을 준비했는데 바로 철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통의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칠면조, 눈사람, 만찬, 크리스마스트리..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를만한데 느닷없이 철도라니... 아마도 이것은 그 시대의 사회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법하다. 철도에 가득 선물을 싣고 달리는 광경을 묘사한 작품이나 애니메이션도 있었고, 눈 내리는 따뜻한 풍경이 아마도 크리스마스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오르골만 해도 열차 오르골이 인기가 있으니 말이다.

디킨스의 작품에는 19세기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미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올리버 트위스트나 위대한 유산을 말하지 않더라도 단편들 역시 캐릭터들 간의 묘사나 상생이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책 [머그비 교차로]는 디킨스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당대에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 시대상을 언뜻 들여다본 것도 좋고, 작품의 형식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흥미가 있었다.

가상의 공간인 머그비 교차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철도와 연관시키고 모두의 전체성을 통일 시키는 것... 작품들은 모두 저마다 다르면서도 닮아있다.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미스터리한 면도 있어서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은 역시 찰스 디킨스의 [시그널맨]이다. 그 속에 등장하는 묘한 설정과 결말의 아득함을 생각할 때 우리 모두의 삶이 반추되는 측면도 있다. 과연 왜 신호수는 그런한 예시를 받고서도 끝내는 그것을 피하지 못했을까? 과연 진정한 유령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우리 안에 도사리는가? [시그널맨]은 디킨스가 실제 1861년에 발생한 클레이튼 터널 열차 충돌 사건을 이야기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유명하면서도 여러 연극, 뮤지컬 등으로 각색이 많이 되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직접 연극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다소 철도와 연관이 모호한 작품인 듯한 느낌이 들었던 [보상 하우스] 역시 흥미로왔다. 거울을 보지 못하는 한 남성에 대한 설정이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 아님에도 [시그널맨]과 연관성이 지어졌다.

[머그비 교차로]는 무엇보다 기차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는 선물같은 책일 것 같다. 그리고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디킨스의 작품 중 상당수는 잡지나 신문 등지에 연재되거나 일부분의 내용으로 출가로 디는 형태로 나왔다고 한다. 많은 소설이 연재물의 형태였다고 한다.

디킨스의 생애에 대해 찾아보다가 그의 죽음에서 꼭 [시그널맨]의 신호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길을 가다가 뇌졸중으로 쓰려졌는데 어떤 사람에게 땅바닥에 누워달라는 말을 듣자 On the ground?!라고 외친 후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왠지 소설 같은 죽음이다. 그는 죽기 전에 과연 무엇을 본 것일까? 한 사람의 창조물과 한 사람의 일생은 좀처럼 무관하지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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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백석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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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백석 (지음) | 스타북스 (펴냄)​

예전에 박해일이 경성 모던 보이로 나온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다 보고 나서 박해일의 역의 모델이 백석이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 바람에 날린 머리하며, 댄디한 옷차림들... 아, 영화에서 보면서도 매력적이면서 눈에 띄고, 파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백석을 그 시대로 가서 직접 본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간다.

이상이 여름의 이미지라면 백석은 겨울의 이미지이다. 둘 다 연인을 사랑했고, 천재적인 면이 있는 유사함을 지닌 이상과 백석.. 백석은 언어적으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작가로 6개 국어에 능통했고 독일어, 영어, 러시아어는 수준급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백석의 시는 뭔지 다르다. 이상 역시 여타의 시들과 다른 시들을 썼는데 말이다. 게다가 둘 다 이름이 외자이다. 물론 본명은 둘 다 김해경과 벽 기행이지만서도.

백석은 사랑의 시인이다. 그리고 그의 시어들은 날뛰는 생선과도 같다. 삶에 직접 닿아있는 생생한 시어들을 골라서 시를 썼다. 비록 글밖에 몰라서 농사일을 제대로 못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친절하고 다정한 그를 만나면 아마도 그의 품성을 다들 칭송했을 것이다.

이상이 단명한 데 반해 백석은 노환으로 1997년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비록 그가 세상에 남긴 글은 지금 우리가 접하는 것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가난했지만 고결한 시인, 찬 겨울 시기에 태어난 뜨거운 불같은 시인이었다. 그의 글들을 다시 읽으면 다가올 가을과 겨울을 맞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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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육면각체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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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 시집 '건축무한육면각체'』​​

이상 (지음) | 스타북스 (펴냄)​

학창 시절에 이상의 권태를 읽은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에게 이상은 시인으로 유명한 것보다도 산문에 으뜸인 자였다. 운문도 걸작이지만 산문 역시 수준급인 작가였다. 이상의 아쉬운 점은 그의 짧은 생과 그로 인해 그 안에 갇혀있을 많은 작품들을 만나보지 못한 것이다. 얼마나 많은 천재성이 그 속에 똬리로 남아있을까? 더 많이 더 넓게 뻗어갔어야 할 그 천재성이 무척이나 아쉽다.

이상은 천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보성고보 재학 시에는 미술전람회에서 <풍경>이라는 유화를 그려서 1등으로 입상하고,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수석 졸업했으며 조선건축회 학회지 표지 도안 현상 모집에도 응모해서 1등과 3등 모두를 싹 쓸었다. 또한 그는 장편소설도 발표하였던.. 실로 진정한 박학다식의 삶을 산 천재였다.

왜 항상 이상하면 이해 못 할 정신의 소유자인 프레임이 나에게 씌었나 모르겠다. 그저 어렵고, 난해하고, 뭔가 현실에서 붕 뜬 것 같은 세계관을 지닌 인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시 본 그는 그저 한 시대를 살다 간 우리네 청년이자 문학인이었다. 현실에서 아파하고 끝없이 고민한 예민한 사람... 그런 그가 이런 세상에서 온전한 정신을 갖고 살기란 무척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처서가 지나서인지 아침나절이 몰라보게 상쾌하다. 옛사람의 절기란 어쩌면 이리 정확한지 감탄할 일이다. 이런 날 이상의 권태를 읽는다면 올여름이 더 잘 기억되리라... 권태 이상의 권태... 그리고 삶 이상의 삶... 일상이란 권태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그것이 삶의 중심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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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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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펴냄)) ​

마지막이란라는 것은 얼마만큼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솔직히 마지막 자존심, 마지막 직계손, 마지막 왕자, 마지막 황제 등등의 것들은 다소 허무하고도 애잔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다가도 무엇이든 마지막이 있다는 것, 시작은 역시 끝을 동반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덤덤하게 모든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소설가 권비영은 직전 소설인 덕혜옹주와 하란사를 통해 알고 있던 작가였다. 전작 덕혜옹주가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의 진위와 왜곡 등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킨 켰다는 것... 특히 영화로 만들어 진 후 잡음을 말이다. 영화는 그런 모든 것들을 떠나서 많은 사람이 보고 공감을 얻었지만 말이다.

사실 역사소설가는 엄청난 고뇌의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하는 듯하다. 기존 세간에 알려진 진실을 호도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을 알려야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덧입혀 허구의 장치로 완성해야 한다. 거기에 따른 호불호를 감당하는 것은 오직 작가 자신의 몫인 것이다. 물론 독자 역시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소설책은 역시 소설이라는 것... 역사 소설 역시 소설이라는 것 말이다. 물론 이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권비영 작가의 특별한 능력이라면 우리가 세간에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인물을 현실로 소환시켜서 상기한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모두가 잊힐 뻔한 인물과 역사지만 작가의 손길로 다시 태어나고 생명을 얻고 세간에 회자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이번에 우리 현실로 작가가 불러온 인물은 조선,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족인 영친왕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은, 그리고 그의 아들은 이구이다. 이은이라고 할 때 왠지 덕혜옹주에서 그려진 잘생기고도 훤칠한 인물이 생각났다. 조선의 독립운동에 이바지하고자 애쓴 인물, 덕혜옹주를 아끼고 감싸준 인물...

이은은 순종의 일곱 번째 아들로 덕혜옹주의 오라버니이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황족인 마사코와 혼인을 한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인한 볼모성 혼인일 것이다. 그저 조선 황족의 핏줄을 일본 황실과 연관시키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진 결혼이었다. 하지만 이은은 마사코를 진실로 대했다. 마사코에게 결혼이라는 것, 특히 조선인과의 결혼은 모험이었을 것이다. 아마 그녀가 다른 일본인과 결혼했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마사코 역시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결혼이 아니었기에 이은과 마사코의 결혼은 어찌 보면 운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몰랐던 사실은 영친왕의 아들 이구에 대한 것이었다. 소설은 이구와 그의 아내 줄리아 멀록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후에 조선의 독립으로 모두들 돌아왔으나 마사코는 훌륭히 적응했지만 줄리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조선의 독립으로 그간 대한제국 황실로 지원되었던 지원금은 모두 끊기게 되었다. 이제 영친왕이 아닌 인간 이은으로, 황태자가 아닌 그저 한 범인으로 살아야 한다. 순식간에 황족의 옷이 벗겨지는 기분...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은 아마 느끼기 힘든 마음일 것이다.

소설에서 말하는 [잃어버린 집]은 무엇일까? 일제에 의해 점령당한 조선일 수 있고, 사라진 대한 제국이라는 이름일 수 있다. 그리고 후원이 끊기자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했던 이은 개인의 집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다시금 옛 인물을 소환시키고 상기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아마 이런 독서가 아니었다면 옛 인물이 다시 내 마음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남양주에 위치한 홍유릉에 가보고 싶다. 영친왕과 황세손 이구가 잠들어 있는 곳... 산책하기도 좋다고 하니 그곳에서 다시 이들의 삶을 반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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