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 저택 사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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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 저택 사건』​​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펴냄)

만일 당신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느 시대에 태어나고 싶은가? 한때 학창 시절에 줄곧 하던 공상이었다. 그 당시에는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나름 신앙생활에 진지했던 나는 예수님이 있던 시절에 태어나고 싶기도 했고, 한창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한 친구는 나름 일제강점기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다소 사명감 가득 찬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 했던 몽상 가득한 대화였지만 가끔은 지금도 다시 태어나고 싶은 시대를 그려보기도 한다.

얼마 전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우연히 시청한 적이 있는데, 한 남자가 우연히 타임머신을 발견하고 빌어먹을? 그놈의 호기심으로 자신의 미래로 한번 가보았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미래에 죽어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것도 살인... 왜 자신이 죽었고, 살인자는 누구인지,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해 남자는 과거로 떠난다. 그 과거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과거이다. 과연 남자는 과거를 바꾸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가 줄거리라면 줄거리다. 왜인지 이 책 [가모 저택 사건]이 떠오르는 드라마였다.

다카시라는 한 청년은 이제 18살이다. 도쿄 예비교에 응시를 위해서 인적이 드문 작은 호텔에 머무른다. 하지만 그곳 복도에서 마주친 남자가 비상계단을 통해서 뛰어내리는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마치 자살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떨어진 남자는 발견되지 않는다. 호텔 프런트맨에게 그 사실을 말하니 그곳 호텔에서는 유령이 출몰한다는 것... 과연 그는 누구인가? 곧 호텔에서 불이 나고 꼼짝없이 방에 갇혀 죽을 시간만을 기다리는 불쌍한 다카시... 하지만 이때 그 이상한 남자가 또 나타난다. 이번에는 다카시의 구원자?로 말이다. 다카시를 둘러업고 58년 전 그 호텔이 있던 그 자리에 지어졌던 가모 저택을 향하는데... 과연 그 저택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어쩌다가 다카시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 것일까?

가모 저택에서 가모 대장은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벌어진 사건 군사 쿠데타... 이 사건은 일본에서 일어난 2.26을 말한다. 작가 미미 여사는 책 안에서 역사적 사건을 집어넣음으로써 역사 안에서 인간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한다. 아무리 있었던 일을 없었다고 말해봤자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다. 역사적 인간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록하고 후대에 전하는 일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2.26 사건이란 일본 황도파 주도하에 군사정권 수립을 목적으로 한 젊은 장교들의 반란, 즉 쿠데타였다. 만일 이 쿠데타가 성공적이었다면 일본의 역사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여기서 황도파란 일본 육군 내의 파벌 중 하나로 천왕이 친히 친정하여 군대의 주인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이른바 극단적인 천왕 절대론을 신봉하는 파이다. 이 당시 일본에서 여론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만주사변이 진행되고 있었고, 군은 황도파와 통제파로 나뉜 대립 양상의 시대... 이 당시 일본 사회는 몹시도 혼란했다고 한다. 굶어죽는 자들이 속출하고 어린 여자아이들이 인신매매로 팔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니 더 말을 안 보태도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군대 내에서는 심각한 인사 정체가 누적되어서 젊은 장교들은 진급을 못하고 그 위의 장교들이 많이 포진해있는 상황이었다. (살기 힘들어서 그 당시에는 군대에 자진 입대해서 직업군인을 지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불평등한 상황 역시 쿠데타의 한 축이었을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추리소설에서 역사적 사건의 삽입은 항상 그렇듯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자료의 고증과 올바른 역사의식 또한 필요하다. 일본에서 이런 역사에 관심을 지닌 미미 여사와 같은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역사를 왜곡해도 진실한 펜은 계속 움직일 테니 그것을 언제까지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다카시가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2.26의 끝을 알고있다. 과연 다카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궁금한 사람은 어서 미미 여사의 [가모 저택 사건]을 펼치길 바란다. (속닥속닥 : 이스터에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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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국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0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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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국가』​​

플라톤 (지음) |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펴냄)

국가란 과연 무엇이고, 그 안에 속한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플라톤은 억울하게 다수에 의해 죽임을 당한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켜서 해당 물음을 풀어나간다. 다소 추상적인 국가에 대한 이념 및 역할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 책은 구체적인 인간의 윤리와 도덕성, 행복, 정의와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플라톤의 국가는 많은 생각을 지니게 했다. 책에서 언급된 글... 통치하고 싶은 의욕이 없는 사람이 다스리는 국가는 더 정의롭고 잘 통제될 것이고, 오히려 통치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가득한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과연 지금 이 세계는, 작게 말하면 이 나라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국민을 통제하고,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야욕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라면 바로 히틀러일 것이다. 그가 초래한 세상은 그야말로 죽음의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을 바라는가? 다수가 바라는 세상이 수구적이고, 민족적이라면 그 길로 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 다수에 의한 판결이 과연 옳은 것인가? 소크라테스의 죽음, 다수에 의해 선택된 지도자들의 최후 등등을 보더라도 우리는 답을 알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축제를 즐기고 돌아가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 폴레마르코스, 소크라테스는 그의 아버지인 케팔로스를 만나서 노년의 삶에 대해서 말한다. 과연 돈이 있어서 남에게 빚을 지지 않고, 억울한 소리 한번 안 하고 풍요하게 살 수 있었던 것... 그것은 행복일까? 돈이 있는 삶과 정의로운 삶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소크라테스와 케팔로스와의 대화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최근 지올팍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되었다. 다소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색채가 뚜렷한 음악성을 지닌 지올팍... 그는 현대 사회에서 돈에 점철된 기독교를 비판하는 가사를 써냈다. 과연 돈과 기독교는 어떤 존재일까?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한 부유한 자가 자신도 천국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예수는 그에게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자와 나누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그 부유한 자는 근심하면서 돌아갔다. 예수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가는 비유를 들면서 부유한 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부와 천국과의 관계는 극명하게 대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 모든 것을 기가 막히게 바꾸어버렸다. 거대한 교회가 나타나고 교회 층마다 현금지급기가 배치되어 있고, 목사의 설교에는 돈 즉 성금은 천국을 향한 티켓처럼 묘사되어 등장한다. 그리고 돈을 어떻게 벌든지 돈만 벌면 용서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주가조작도 위에서 하면 불법이 아니듯이) 오히려 바늘도둑은 큰 도둑으로 몰려 감옥에 가야 하지만 배포 큰 도둑은 영웅 취급받는 세상이다. 부유한 부모 만나서 태어난 것도 능력이라 말하는 세상이다. 오호통재라...... .

이 시기에 우리는 다시 소크라테스를 만나야 한다. 그가 말한 정의를 다시 찾아야 한다. 지금 사회에서 철인 정치를 논한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 영웅을 기다리기에는 우리 사회는 너무 지쳤다. 대신 현명한 유권자, 현명한 시민들이 더 나오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 빠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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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3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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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소설가의 이야기, 소설의 힘, 이야기의 이야기... 그 속으로 안내하는 속죄, 그리고 영화 어톤먼트....

[속죄]를 떠올리면 영화 [어톤먼트] 속의 글 쓰는 브라이어니가 먼저 떠오른다. 거대한 의자 위에 앉아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던 소녀 브라이어니...그리고 그녀 뒤로 보이는 일렬로 늘어선 인형의 집과 인형들... 그 속에 있던 브라이어니는 흡사 신과 같았다. 그녀 자신의이 홀로 주무르는 세상, 모든 것을 그녀 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어떤 자신감들....

브라이어니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녀는 로비를 사랑했나? 아마도 그녀는 로비에게서 초기에는 호감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 느낌이 언니에 대한 질투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브라이어니는 세실리아를 어떤 부분에서는 구원을 해주기를 원했던 것 아니었을까? 통제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언니 세실리아가 누군가에게 당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대상이었던 로비에 대해서 뭔가 껄끄러움을 느꼈을까?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치명적이었다. 로비에 대한 거짓말을 하기 전에 브라이어니는 언니와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언니에게 로비에 대한 마음을 물어야 했다. 그녀 스스로 독단에 빠지기 전에 말이다.

로비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나? 왜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맺어지지 못하고 오랜 세월 고통 속에서 지내야 했을까? 그것도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으면서 말이다. 로비에게 잘못은 단 하나이다. 브라이어니에게 세실리아를 위해 쓴 편지를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한 것... 편지는 본인 스스로 줬어야지... 그는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브라이어니가 그 편지를 뜯어볼 것을 말이다. 아마 맑은 눈의 로비는 한 톨의 의심도 하지 않았겠지... 의심하지 않음이 바로 그의 약점이었다. 결국 로비는 사랑하는 세실리아를 죽을 때까지 그리워하게 되었으니...... .

슬프다. [속죄]는 왠지 속으로 울게 되는 책인듯하다. 그 연인들이 결코 돌아올 수 없음이... 그 찬란한 사랑의 시절이 다시 반복될 수 없음이... 거짓말 하나로 참혹한 인생을 살게 된 모든 이들의 삶이... 그리고 가해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오히려 당당하게 속죄? 하면서 살아가는 현실이...

브라이어니의 속죄는 과연 이루어졌을까? 아마 그녀의 속죄는 평생 계속되었을 것 같다. 소설가가 된 브라이어니가 과연 속죄를 완성할 수 있을까? 아니 더 나아가서 소설가가 과연 속죄할 수 있을까? 소설의 결말을 바꾼다고 한들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설가는 스스로의 왕국에서 모든 것을 주무른다. 속죄할 필요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언 매큐언은 자신의 책 [속죄]가 소설가와 소설가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라는 데, 아직 정확하게 이해는 안 되지만, 왠지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다는 생각이다. 매해 읽을수록 새로운 느낌인 책 [속죄]... 영화적으로도 무척 훌륭했다. 이언 매큐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많은 부분이 소설의 원작에 충실했다고 하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꼭 추천한다. 책을 먼저 읽어도, 영화를 먼저 보아도 아마 모두들 만족할 것이다.

책을 읽고 다시 영화를 찾아보았다. 역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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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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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그 일을 누군가가 했거나 관여했다면 어찌 됐든 결과는 바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눈으로 본 일을 믿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인가? 믿는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 그 자체를 받아들일 뿐인가? 어떤 식으로 모든 것은 관계가 되어있다.

소설 [밤의 소리를 듣다]는 세상에 스스로의 의지 없이 태어났지만 어찌 됐건 살려는 아이들의 고분분투기를 그리고 있다. 어릴 적 자신을 어찌 됐든 스스로의 방식으로 학대를 한 엄마의 충격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료타... 료타의 엄마 역시 자신의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고 스스로의 도움을 외부에서 구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아들에게 침묵의 공범자 역할을 맡기면서 스스로 어둠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세상에 자식을 사랑할 수 없는 부모도 존재하는가? 사건 사고의 뉴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아쉽게도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료타가 그때 공원에서 자신의 손목을 긋는 소녀인 유리코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떠했을까? 그에게 과연 미래가 있었을까? 그는 그곳에서 소녀를 만났고, 그녀에게 공감했으며 후에 그녀를 따라서 하루노부 고등학교 야간부 과정에 다니게 된다. 책을 둘러싼 띠지에서의 글처럼 [모든 일은 그곳에 네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났단다]가 연상되는 순간이다. 아마 그 일이 없었더라면 료타가 너무도 사랑하는 친구 다이고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

료타는 유리코를 따라서 학교에 가고 그곳에서 다이고를 만나게 된다. 불과 일 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너무도 가까워진 료타와 다이고... 아마도 다이고의 밝은 성격이 그 한몫을 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그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비밀의 이야기가 말이다.

료타는 다이고가 숙식을 해결하는 일명 [달나라]라는 재활용품 매장이자 심부름센터에 새가 방앗간을 드나드는 것처럼 들리게 되고 그곳에서 11년 전 마을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비밀을 알게 된다. 과연 그 비밀에 관계된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사건의 진범은 과연 누구인가?

소설은 처음에는 평이하게 흘러가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무섭게 휘몰아친다. 하지만 결국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은 어떤 따스함이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이러한 따스한 울림은 아마 작가 우사미 마코토가 지닌 본연의 감정선에 있을 것이다. 세상이 험하고, 고통스러워도 포기할 수 없는 것, 살게 하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작은 따스함, 애정 어린 시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흡사 주인이 여러 번 바뀌지만 꿋꿋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내는 개 요사쿠와 같다. 그래도 된다는 것이다.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을 료타의 엄마는 잔인한 방식으로 거부했지만...... . 다이고가 혼자 지낼 것을 걱정해서 달나라에 요사쿠를 남겨둔 료타의 마음과 얼마나 대비되는지...

지금도 어디선가 분명히 존재할 또 다른 하루노부 고등학교 야간부를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곳에는 학생들의 일이라면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또 다른 이사미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유일하게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곳, 쉴 수 있는 오티움... 세상의 모든 갈 곳 없는 영혼들이 저마다의 오티움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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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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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오카다 다카시 (지음) |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 (펴냄)

오래전부터 나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나는 왜 인간으로 태어나서 사람을 싫어할까? 하는...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이유없이 짜증을 부리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고,(그래서 나는 결혼전에는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생각함) 직장 생활로 통근을 해야 해서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는데 언제나 초밀집으로 꾸역 꾸역 밀려오는 사람들의 숨냄새는 정말이지 참기 어려웠다. 결국 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제 발로 나오고야 말았다. 정말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나는 인간 알레르기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고민들이 넘쳐났던 시기였다. 그때 나의 경험들, 그리고 지금도 역시 간간이 이어지고 있는 환절기성 인간 알레르기들... 미처 원인을 알지 못했고 그저 나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여겼는데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그 증상의 원인과 치료법을 유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려 이 책은 7주년 기념 개정판이라고 하니 무려 나는 이 알레르기 증상의 치료법을 7년이나 간과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ㅎㅎ

저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철학을 공부하고 다시 의과대학에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래서였을까? 철학과 의학의 절묘한 뽕짝 내지는 환상의 비빔밥의 향연을 우리는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책마다 적절한 예시가 들어가 있어서 쿡 쿡 웃고, 공감하면서 옆 사람을 간혹 찔러가면서(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보게 되는 책이다. 설마 자신의 증상이 인간 알레르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조차 이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의 질병을 저절로 깨달을 수가 있을 것이다.

왜 사람은 백번 잘해주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삐끗하는지, 왜 잘생긴 사람도 자주 보면 식상해지는지, 왜 사람에게서 간혹 아나팔락시스같은 치명적인 질환이 생겨나는지 ㅎㅎ 하나같이 촌철살인의 위트가 넘치는 문장과 예시들이 가득 찬 책이다.

처음부터 읽어나가다 보면 약간 답답한 면도 있다. 아니, 알레르기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치료법은 없는 걸까? 이렇게 모두 늘어놓고만 있다가는 인간 혐오가 더 생길 것같은데... 이런저런 궁금증을 갖고 있다 보면 해결책이 마지막에 등장한다. 제5장 [나는 나를 조종할 수 있다] 편으로 대망의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추천한 가족치료 전문가인 이남옥 레지나님에 따르면 (성미가 급한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코멘트하신 것 같다.) 알레르기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5장에 나오니 1장에서 4장까지 잘 읽으라는 것이었다. ㅎㅎ (역시 )

가장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인간에 대한 알레르기를 일으킬 때 그것이 사실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생존본능이라는 점이다. 일명 혐오를 느끼는 증상이 예민할수록 위험에 더 잘 대처하게 된다는 것... ㅎㅎ 이와 비교해서 고통도 그러하다. 누구나 경험하기 싫은 것이지만 고통이 없다면 위험도 감지할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자신이 치료받고자 원한다면 인간 알레르기는 누구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투머치토커의 대명사인 야구선수 박찬호님이 생각난다. 그도 엄청 어려운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인간 알레르기를 지닌 자들이여, 더 이상 스스로의 괴로움으로 방치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해결책을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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