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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를 부탁해 바일라 5
한정영 지음 / 서유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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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한정영 작가님의 책을 아주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칼눈이의 꿈>이라고!

지금은 줄거리가 가물거리는데 그때 당시 굉장히 감동 깊게 읽었던 터라 책 제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페북에서는 아주 위트 있고 유머 있게 글을 쓰시는 분인데

이 작품은 많이 먹먹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님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진행 중인 슬픔 또한 이렇게 담담하게 담아 낼 수 있는 그런 작가님이 참 부럽고

이렇게 기억하게 이야기로 만들어 주셔서 독자로서 감사하다.

누군가는 이제 제발 그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그만 울궈 먹으라고 한다지만

과연 그럴까!

아니 영원히 기억해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 아닌가 싶다.

 

책에서는 세월호라는 직접적인 단어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하지만 독자는 곧 알아챈다.

 

작가님은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바로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담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야말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담당해야 할 몫이 아닌가 싶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면,

왜 제목이

<엘리자베스를 부탁해>인지 알게 되는데

그 장면이 정말 가슴 아팠다.

너무 세세한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이 될 것 같아 말을 아낀다.

무조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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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마노 그림 / 애플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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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딸이 중학생일 때 이 책의 전작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를 사줬던 기억이 있다.

그때 딸이 재미있다고 한 것을 기억한다.

난 그 책을 읽지 않았더랬다.

이 책을 읽고나니 주인공인 재석이가 일진으로 활동하던

전작을 읽고 싶은데 어디에 꽂혀 있는지 몰라 안타깝다. 


이번에 게임중독을 다룬 내용이 새로 나왔다고 하여

아들에게 읽히려고 구매하였다.

(그동안 시리즈가 계속 나온 줄도 몰랐었다. )

아들은 게임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게임하지 말아라 게임 시간 좀  줄여라는 나의 잔소리보다

책으로 느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구매한 것인데

아들보다 내가 앞서서 읽어버렸다.


재석이는 그새 문제아에서 벗어나 작가의 꿈을 가진 멋진 아이가 되어 있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는 재석이가 아니라

재석의 여친 보담의 사촌여동생 은미였다.

이번 책은 게임중독에 빠져 엄마의 암 사망보험금 8천 5백만원을 날려버린 중학생 은미를

구제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재석이와 일행들의 활약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난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 아들이 늘상 하는 게임에도 별 관심이 없다.

다른 식구들이 말하는데 아들이 꽤 게임을 잘한다고 한다.

그 소리에도 그런가 보다 한다.

교실 아이들이 오버워치 오버워치 하는데도 어떤 게임인지 잘 모른다.

요즘에 유행하는 게임이 뭔지도 당연 관심이 없다.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했던 게임은 "애니 팡" 이었다. 

아들이 왜 그리 게임에 빠져 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게임 중독은 아닐지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을 보면서 게임에 빠져드는 아이의 심리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솔직히 책을 읽고나니 더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혹시 은미처럼 되는 거 아니야?

재현이처럼 되면 좋은데...

이러면서 말이다.

아들이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어떤 소감을 말할지 어떤 깨달음을 얻을지 궁금하다.


이 책에서도 게임은 무조건 나쁘다. 무조건 좋다 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보다

중용을 강조하고 있다.

은미처럼 중독이 되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중독이 되기 전에 무엇보다 예방이 필요한데....

내가 아들에게

" 혹시 중독 아니니?"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 엄마, 난 중독은 아니야. 할 일은 해요" 라고 대답한다.

그래. 

적당히 중용을 지키며 하길 바라. 


책은 가독성이 끝내준다.

작가의 꿈을 가진 재석과 각각의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는 재석의 친구들이

은미를 위해 구원하기 위해 펼치는 작전 또한 멋지다.

그들을 도와주는 주변 어른들도 항상 있고 말이다.

그런데

현실이 그럴까?

은미 같은 어려움에 빠진 아이들이 이런 멋진 언니오빠와 멋진 어른들을 만날 확률이 높을까?

180대의 컴퓨터가 있는 pc 방에서 변호사를 찾는 일도 가능할까?

무엇보다 게임으로 날려버린 돈을 보상 받는 일도 가능할까?

재석이네가 하는 일이 너무 일사천리로 잘 풀리는 게 어쩐지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통쾌하긴 한데 마음 한 구석에서 자꾸 회의감이 고개를 쳐든다.

현실은 여기 소설에서처럼 녹록하지만은 않은데... 라는 생각 말이다.

다음 번에는 진짜 고등학생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룬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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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 소녀와 좀비 소년 라임 청소년 문학 18
김영리 지음 / 라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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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주인공 같은 겉표지의 소년 소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자세히 살펴보면

소년은 여기저기 얼굴에 상처가 나있고

소녀는 치타 풋을 착용하고 있다.

이 둘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소년의 이름 태범

소녀의 이름 수리

둘 다 열여덟살이다.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인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태범의 아버지가 귀가 중이던 수리를 뺑소니 하고 도망가는 바람에

수리는 한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하게 된다.

수리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그렇게 만든 뺑소니범 태범 아빠를 찾아가

살인을 저지른다. 태범의 동생도 그 때 죽게 된다.

태범의 가족은 한순간에 풍비박산 난다.

태범의 엄마는 그 사건으로 인해

정신을 놓아버린다. 심지어 태범 또한 그 날 죽었다고 여기며 태범을 좀비 취급한다.

태범은 자신만 보면 기겁하는 엄마를 뒤로한 채 가출하여

노숙자 생활을 하며 맷값으로 돈을 받아 연명한다.

수리는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오명 하에 치타 풋을 장착하고 마라톤 완주를 꿈꾸며 매일 매일

엉덩이와 다리에 쥐가 나도록 뛰고 또 뛴다.

 

책의 내용 중 둘은 서로 데칼코마니 처럼 닮아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태범과 수리 둘다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안고 있다.

태범은 가족이 산산이 흩어졌고

수리는 살인자의 딸이라는 말과 함께 한 다리를 잃었다.

따지고 보면 서로는 상대에게 원수 같다.

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둘은 서서히 다른 사람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맞으면서 돈을 벌지언정 절대 파란집 대문으로 들어가지 않던 태범과

살인자 아버지를 한 번도 면회가지 않았던 수리의 삶에 서서히 변화가 생긴다.

 

태범과 수리에게 일어났던 끔찍한 일들.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좋았겠지만서도

이미 벌어진 일을 후회해도 원망해도 소용 없다는 걸 우린 너무 잘 알고 있다.

 

원망과 자해, 자포자기 속에 살던 태범과 수리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감싸 주면서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이

이 쓸쓸한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린다.

 

요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이 읽으면 많은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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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퍼 - 제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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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교과서를 채점하다

반 아이 중 한 명이 수학책에 가득 낙서를 한 게 보였다.

너무 내용이 어두워 잠시 불안한 생각을 했으나

자세히 보니 랩 가사여서 한시름 놓았다.

평소에 공부 잘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녀석인데

이 아이도 이런 갸벼운 일탈(?)을 하는구나 싶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한두 쪽이 아니라 거의 모든 쪽수에다 랩을 적어놨다.

음~ 이건 아닌데.

수학 시간이 지루했나 싶기도 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 흠~~ 그 분(사춘기) 이 오셨군!'

 

딸래미도 초6 때 교과서 가득 그림을 그려놨던 게 떠올라

조용히 해당 아이를 따로 불러 조근조근 말했다.

랩을 좋아할 수 있고 깊이 빠질 수도 있으나

수업 시간에 이렇게 하면 곤란하다는 경고를 살포시 줬다.

왜냐하면 이걸 쓰는 동안 수업에 집중 안 했다는 거니깐.

물론 안 들어도 공부 잘하니깐 괜찮다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쉬는 시간에 낙서를 했을 리는 없다.

똘똘한 아이라서 말뜻을 금방 알아들었다.

그 후로 수학 교과서를 채점하지 않아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교과서에 낙서하진 않았을 거라 믿는다.

 

힙합의 무엇이 그 아이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았을까!

평소에는 얌전하고 문학소녀에다 자기 일만 파고

반에서 " 암기의 신"인데 힙합에 심취했다는 게 다소 의외였다.

힙합을 좋아해서 암기를 잘하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고보니 그 아이가 시 좋아하는 주인공 도건이를 닮은 구석이 있는 것도 같다.

 

이 책 <싸이퍼>를 읽어보니

전부는 아니지만 도건과 그 아이의 마음을 약간 알 듯도 하다.

힙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힙합을 좋아하게 되지도

수학책 가득 랩 가사를 적어놓은 그 아이의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하겠지만

힙합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정도는 알게 된 게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1꼭지를 읽고 깜짝 놀랐다.

와~ 대상 탈 만하네! 이런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었다.

1꼭지를 읽다보면 합합의 문외한인 사람도 힙합 리듬을 저절로 타게 된다.

비트 박스도 하게 되고 말이다.

책인지 힙합인지 모를 정도로 라임이 절묘하게 맞아 진짜 신기하다.

첫부분이 이렇게 강렬할 수가.

중간과 뒷부분은 어떨까!

너무 궁금해 한달음에 내달렸다.

 

힙합 꿈나무 중2 도건과

허슬을 하며 힘겨운 가운데서도 여전히 힙합을 사랑하는 가출 청소년(?) 정혁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되는데 스토리도 탄탄하고 짜임새도 있다.

도건의 이야기는 라임에 맞게 힙합처럼

정혁의 이야기는 보통 책처럼 서술되는데

이것 또한 독자로서 흥미진진하다.

또 하나 도건 어머니의 파업과 가출도 중요한 이야기이다.

위 세 가지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축이다.

 

마냥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고 내달리는 중2 도건.

도건이처럼 고등학생 때, 꿈만 보고 내달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출하여 여지껏 힙합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낀 정혁.

가족을 위해 현모양처로 살아왔지만 죽음의 순간에 직면한 친구를 외면했다는 자책감에 빠져 가출한 엄마.

 

위 세 명은 독자가 걸어가야 할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세 명의 스토리를 읽다보면 살면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머리에 떠오른다.

과연 난 지금, 잘 살고 있는가?

 

현재 청소년인 경우에는 도건의 삶이 가장 와 닿을 것 같고,

현재 직장을 놓고 고민하는 20대 이상한테는 정혁의 갈등이 자신의 삶과 오버랩될 듯하다.

나같은 40대한테는 도건 엄마의 삶이 공감될 거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를 통해

결국 " 어떻게 살 것인가?" 를 묻고 스스로 답하게 만들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나라가 하도 어수선하여 시간 관념도 없어진 느낌이다.

이제 2016년도 달력도 겨우 2장만 남겨 놓고 있다.

새해 첫날 세웠던 계획과 목표들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아직 2달이 남아 있다.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된다.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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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2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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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라는 소설 때문에 구병모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녀의 문장은 처음에는 너무 낯설어서 잘 읽히지 않았다.

문장이 너무 길어 중간에 내용을 자꾸 놓쳐 몇 번을 읽어내린 적도 있다.

하지만 흡인력 있는 내용 때문에 그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초반에는 작가의 문장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는 말도 있어

그녀의 초기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현재와는 달리 청소년문학으로 등단하였다고 한다.

바로<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책으로 수상을 하였다고 한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빵은 과연 어떤 맛일까?

행복하고 즐거운 마법도 들어 있지만

부두 인형처럼 남에게 해꼬지하는 마법도 빵에 들어 있다.

이런 부정적인 마법이 들어간 빵은 주로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곤 한다.

이런 부정적인 마법이 들어간 빵을 주문하는 사람은

스스로는 상대를 어떻게 처치하지 못해

마법의 힘을 빌리려는 이들이다.


한 일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어떤 여학생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빵을 주문했다.

배탈이 나는 빵이었다.

시험날, 여학생은 라이벌인 친구에게 마법이 들어간 쿠키를 먹였다.

그 아이는 시험 내내 배탈이 왔고 시험을 엉망으로 봤을 뿐 아니라

교실 바닥에 큰 실례를 하고 말았다.

낙심한 그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빵을 주문한 여학생은 크게 후회하며

자신은 친구의 목숨까지 뺏을 생각은 아니었다며

위저드 베이커리에 항의 하러 왔다.

사장은 여학생의 항변을 듣고

그것 또한 여학생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못 박는다.

그러니 마법이 들어간 빵을 주문할 때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니 말이다.

 

이 이상야릇한 위저드 베이커리에 매일 들러 빵을 사가는 남학생이 한 명 있다.

껑충한 키에 말을 더듬는 게 특징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빵을 사가는 이 남학생이

어느 날 밤 다급하게 위저드 베이커리에 들이닥친다.

옷은 찢겨나가고, 얼굴은 누군가에게 맞은 채로 말이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소년은 이제껏 누구도 보지 못한 오븐에 숨어지낸다.

그 속에서 지내며 이 위저드 베이커리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소년이 말을 더듬기 시작한 건 4년 전이다.

친엄마가 청량리역에 소년을 버리고 갔을 때도

친엄마가 샹들리제에 스스로 목을 매달았을 때도 말을 더듬진 않았다.

아빠가 초등학교 교사인 새엄마와 재혼하고 나서 처음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엄마는 소년을 부담스러워하고,

아주 교묘하게 구박하였다.

소년은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었고 급기야 말을 더듬게 되었다.

종래 자신의 끼니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

소년이 매일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빵을 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소년은 배선생(새엄마)이 가급적 자신과 부딪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혼자 알아서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자기 방에 콕 틀어박혀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배선생이 데리고 온 배다른 동생 무희에게 나쁜 일이 생겼다는 걸 빨랫감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 어린 무희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이다.

무희가 범인으로 영어학원 강사를 지목하였으나

그쪽에서 완강하게 범죄사실을 부정하고,

재판 과정에서 어린 무희에게 너무 심한 질문을 하는 탓에 무희와 배선생의 정신적 고통은 더 커진다.

이 과정에서 배선생은 엄청난 히스테리를 부리고

무희도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며 더 겁에 질리게 된다.

사건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던 찰나,

잔뜩 겁에 질린 무희가 엉겁결에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으로 오빠를 지목하자

이성을 잃은 배선생은 소년의 옷을 찢고 때리고 죽일 기세로 달려든다.

그 순간,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이미 배 선생은 소년이 범인이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그래야 이 지리한 싸움이 끝나니 말이다.

그렇게 소년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았으면서

이복동생을 건드린 파렴치한이 되어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숨어 지낸다.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주문 내용을 알게된다.

온라인을 통해 들어온 주문은 하나같이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그득하였다.

그 중 부두인형 주문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주소가 익숙해서였다.

바로 소년 자신을 해하기 위한 주문인 것이다.

누가 주문한 것인지는 뻔한 일...

배선생은 죽이고 싶을만큼 소년이 미웠나?

무희를 그렇게 만든 진범이 소년이 아니란 것쯤을 알고 있을 텐데...

소년은 너무 비참하였다.

'내가 그렇게 죽이고 싶을만큼 나쁜 존재였던가'

소년이 이 주문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지....


식탁에 마주 앉는 것조차 역겨워 하는 배선생 때문에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년의 신세가 너무 처량했다.

가족이긴 한데 가족이 아닌 유령처럼 지내야 하는 소년의 생활이 너무 딱했다.

급기야 동생을 건드린 파렴치한으로까지 내몰리고

그것도 모자라 죽이고 싶은 대상이 되어버린 소년.

이 소년의 아픔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소년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부두인형 주문을 사장에게 보일 건지 말 건지.

사장이 소년에게 마지막 준 타임 리와인드를 사용할 건지 폐기처분할 건지.

사장이 여학생에게 말한 것처럼

선택은 자유이나 그것에 따른 파장 또한 오롯이 소년의 몫이다.

소년의 아픔을 봤던 나는 소년이 타임 리와인드를 써서 배선생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갔음 했다.

그럼 적어도 말을 더듬거나 동생을 건드린 파렴치한으로 오해받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숙명이란 게 있어

또 다시 아버지가 배선생을 선택하여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이번에는 소년이 배선생과 당당히 맞서길 바랄 뿐이다.

전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 말고 말이다.


<송곳>에서 구고신이 한 말처럼

인간은 자기 것을 빼앗기면 분노하고, 화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소년처럼 당하고만 있으면 상대는 더 강하게 압박해 들어올 뿐이다.

소년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어주길 바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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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2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병모작가는 청소년 문학도 어두운 분위기네요^^
잘 읽었습니다, 수퍼남매맘님, 좋은하루되세요

수퍼남매맘 2015-11-30 14:19   좋아요 1 | URL
어둡고 칙칙한 이야기에 강한 분인 듯해요.
아직 2작품만 읽어봐서 단정할 순 없지만서도.
일단 이 작품은 문장이 길지 않아 좋았어요.

2015-11-30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30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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