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어 주다 보니 고전이 이래서 좋구나! 실감한다. 창작동화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깊은 맛을 느낀다고나 할까? 요즘 아이들에게 <플랜더스의 개>를 한 꼭지씩 읽어주고 있는데 천천히 조금씩 읽어 주다 보니 그 깊은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그래서 고전을 읽을 때는 속독하지 말고,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으라고 하는 것 같다. 완역본에는 플랜더스 지방의 모습을 한 꼭지에 세세하게 담아 묘사를 하였는데 축약본에는 얼마나 잘라 먹고 편집을 했을까 싶다. 축약본을 읽어도 줄거리 파악은 되겠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담긴 작가의 철학과 문장미의 맛은 느낄 수 없을 듯하다. 그래서 어제 아이들에게 축약본을 읽는 것은 마치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해 주었다. 고전을 읽으려면 제대로 된 완역본을 읽으라는 의미였다. 읽기 힘들면 나중에 커서 읽으면 되지 고전을 읽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축약본을 읽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 울 반 아이가 자신의 고민을 말한다. 선생님은 고전의 축약본을 읽지 말라 하는데 엄마는 축약본을 읽어 두면 나중에 커서 완역본을 읽을 수 있으니 집에서는 엄마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선생님과 엄마의 주장이 달라서 정말 헷갈린 나머지 나에게 슬쩍 고민을 말한 것이다. 엄마를 설득할 자신이 있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럼 너는 축약본 읽는 게 좋니?" 다시 물어 보자  " 아뇨" 라고 대답한다. 이런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 줘야 할까 잠시 고민이 되었다.  선생님 말을 들어라 할 수도, 엄마 말을 들어라 할 수도 없다. 이럴 때가 교사로서 가장 난감하다. 교사의 교육적 방향과 학부모의 방향이 서로 상반될 때 말이다.  

  이런 예는 교사 생활하면서 얼마든지 직면하게 된다. 가장 흔한 예로 나는 사교육과 선행을 하지 말라는 입장인데 학부모 중에는 사교육과 선행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아이는 가치관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난 고작 해야 일 년 동안 그 아이를 교육하는 사람이고, 부모는 그 아이의 평생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비겁하게 보일 지 몰라도 난 이렇게 담임과 학부모의 견해 차이가 있으면 부모말을 따르라고 한다. 난 그 아이의 평생을  책임질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요즘 학부모들은 똑똑해서 담임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긍하지도  않기에 괜한 논쟁을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 자리에서만이라도 교사의 말에 찬성를 해 주거나 차라리 침묵하셨으면 아이가 덜 헷갈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일화가 있다. 어떤 식물학박사가 자녀의 담임 선생님이 식물 이름을 아이에게 잘못 가르쳐 준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 " 야. 니네 선생님이 틀리셨어." 하면 아이가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선생님 입장도 난처해지실까 봐 틀린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순간은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박사님은 편지로 선생님이 무안해하시지 않도록 살짝 식물이름을 알려주셨단다. 선생님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시고 박사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제대로 된 식물이름을  자녀에게  다시 알려주셨다고 한다.  선생님도 무안해하지 않고 식물이름도 제대로 알게 되고 ..... 박사님의 지혜가 느껴지는 이 일화를 난 참 좋아한다. 

   만약 박사님이 자녀의 말을 듣자마자 "너희 담임이 틀렸어"라고 말하며 식물이름을 정정해 줬다면 아마 이 아이는 자신이 평생 만나게 되는 교사들을 신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난 학부모들이 이런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교사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고 부모와 다른 견해와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녀 앞에서 직접 대고 선생님의 실수와 허물 내지는 자신과 의견이 다름을 말해버리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자녀라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학생처럼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은 위 똘똘이처럼 누구 말을 따라야 하나 혼란스러울 수 있다.  부모가 담임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자녀 또한 교사를 신뢰할 수 있고 그럴 때 교육의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 앞에서는 " 너희 선생님이 최고야. 너희 선생님 말이 맞아" 하는 말을 자주 해 주면 아이들이 담임말을 하늘처럼 생각하고 잘 따라하여 교육의 효과가  높아진다. 

   위에 언급한 학부모의 말이 우리 나라 대부분의 학부모가 갖고 있는 고전에 대한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나 혼자의 생각이었다면 아이들에게 축약본을 읽지 말라고 강하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난 여러 독서 연수와 독서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축약본의 폐해가 크기에 아이들에게 이왕이면 좋은 책을 읽으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그래서 난 학부모들이 < 초등 고전 읽기 혁명>을 꼭 읽어 보시고 자신의 생각을 한 번 점검해 보셨으면  한다. 본인의  가치관이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한 번쯤 전문가들의 생각도 들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아래 책의 작가님도 그래서 <혁명>이란 낱말을 쓰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선입견을 깨부수는 작업이 힘들다는 의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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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1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01-31 12:49   좋아요 0 | URL
네!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면 책 넣기가 안 되어요.
책 넣기를 했습니다.고맙습니다.

서영은준아빠 2013-01-31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성하신 글이 좋아서 우리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싶은데요. 내용을 가져가도 좋을까요? ^^ 저희 커뮤니티 주소는 gpuser.com/BookPlus 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01-31 16:04   좋아요 0 | URL
이런 황공할 때가.... 그럼요. 출처만 밝혀 주세요.

서영은준아빠 2013-01-3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감사합니다. 출처 밝혔구요. 커뮤니티 주소는 위와 같고, 게시글은 http://goo.gl/Ou89M 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알라딘도 아니고 나에게 택배가 올 리가 없는데 택배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어요.

이건 뭐지? 열어 보니....

내가 후원하고 있는-월 1만원 밖에 안 되어 말하기도 좀 거시기하지만서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보내온 것들이었어요.

예상도 못 했는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고 놀라기도 하였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공동대표 두 분의 편지, 에코백, 소책자 3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작년에 이 단체에 가입을 하고 후원을 하게 되었어요.

<아깝다 학원비>란 책을 접한 지는 몇 년 되었는데 회원가입은 작년에서야 했네요.

그런데 그 작은 후원금에 이렇게 큰 선물을 보내주시다니....

예상보다 살림살이가 커져서 재정이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에요.

갑자기 저 밑에서 뭉클한 것이  느껴졌어요.

그냥 난 단지 아이들이 사교육에 너무 몰려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아주 적은 돈을 기부한 것일 뿐인데....

 

 

 

얼마 전 시사 인 잡지 서문에 편집장이 쓴 글귀가 기억납니다..

한두 명의 생각이 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겠어? 라고 우린 종종 자조섞인 소리를 하곤 하는데

결국 세상이란 것이 그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이뤄진 것이라고.

그러니 한 명 한 명의 가치관과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학부모치고 사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엄청난 교육비, 그 교육비 중에서도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우리 나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조기영어 교육을 해대고

줏대를 가지고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사회제도 및 교육제도는 사교육을 부추기고

내 소신껏 인성교육에 전념하다가 혹시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모든 학부모가 대동소이하게 느끼는 부분들일 것입니다.

 

그렇게 학부모들이  어쩌지 어쩌지 고민만 하다가

옆집 @@네 엄마가 하는 대로 따라하다가

내 아이만 뒤쳐질까 봐 사교육에 편승하다가

스펙을 쌓는 게 중요하다며 사교육에 올인하다가

우리 나라는 학생들이 가장 불행한 나라가 된 것은 아닐런지....

<2013학교>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한 두 명이 달라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고 미리 비관하지 말고,

새해에는

내가 그 한 사람이 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그런 멋진 부모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부모의 가장 큰 자질 중의 하나가 " 줏대 "라고 하더군요.

옆집 아줌마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봤음 좋겠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금방 답이 나오지 않나요?

적어도 사교육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부모가 결심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확실한 현재를 불행하게 사는 것은 맞는 걸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아이가 미래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줏대를 가지고  내 갈  길로 가더라도 부조리한 세상과 부딪히면 마구 흔들리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도 늘 그렇습니다.

어떤 선배님이 그러시더군요. 그러니까 흔들리지 않으려면 소모임을 만들어야 한다구요.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고, 함께 행동하면 흔들리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흔들린다 싶으면 모임을 하면 됩니다.

나이가 먹으니 가치관이 같은 사람과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건 그들로부터 힐링을 받기 때문이고,

이 지리하고 외로운 싸움을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두 분의 대표의 편지가 저에게는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 주고, " 그래, 다시 일어서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존재하는구나!

그래 그렇담 열심히 세상과 싸워 보도록 하자.

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2013학교>에 나오는 정인재(장나라), 강세찬(최다니엘)교사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우린 어떤 교사가 훌륭한 교사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인재처럼 하는 게 진정한 교사인 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려고 합니다. 왜일까요?

힘든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정인재는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했는데도 결국 아이들에게 버려지잖아요.

그런 결과가 뻔히 보이는 거라서 아예 상처 받을까 봐 시작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훌륭한 교사가 되기가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고 만다면

강세찬처럼 지식만 전달하는 강사가 되는 것입니다.

정인재때문에 강세찬이 본래 되고 싶었던 참교사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주변에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힘을 얻습니다. 본질을 회복합니다.

아이들에게 거절당한 교사는 이미 교사가 아니라고 절규하는 정인재도

강세찬의 마지막 말에 다시 용기를 얻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인재 혼자 하는 싸움은 백전백패이겠지만

둘이 하는 싸움은 조금 더 나이지지 않겠습니까?

정인재 같은 교사들이 하나 둘 많아진다면 학생들과 학교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제가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많지는 않지만 아직도 이 세상 어딘가에

정인재 같은 교사가 존재하고, 그런 교사가 되고자 매일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교사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도 매번 갈등하는 교사 중의 한 명이고요.

 

부모도 교사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모가 훌륭한 부모인지 우린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불안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힘든 첫걸음을 옮기게 해 줄 책을 추천합니다.

 

 

옆집 @@ 네 엄마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작년에 학부모들께 빌려 드리곤 했습니다.

나만 사교육을 안 시키면 불안하지만 옆집 아줌마도 안 시키면 덜 불안해지지 않을까요?

일명 물귀신 작전!!!

저도 그런 맥락으로 이 페이퍼를 작성합니다. ㅎㅎㅎ

 

 

 

 

 

 

 

 

 

다른 책들도 있는데 아직 못 읽어 봤지만 소개해 봅니다.

(박원순 시장님의 이름도 보이네요.)

 

 

 

홈페이지 구경해 보세요.

http://cafe.daum.net/no-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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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1-1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깝다 학원비.
절대 동감인 제목입니다. 그리고 말이죠, 슈퍼맘님의 이 페이퍼 자체에 절대 공감 중이랍니다.

"줏대", 넵, 저두여, 저두요.

수퍼남매맘 2013-01-11 01:05   좋아요 0 | URL
저도 줏대가 없고 팔랑귀인 편이라서 좋은 사람을 옆에 두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거든요.
줏대 있는 부모가 되자에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순오기 2013-01-1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줏대 있는 학부모~ 알라딘에서 소모임 해보면 어떨지요?^^

수퍼남매맘 2013-01-11 01:10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는 줏대 있는 학부모들이 많으셔서 가능하리라고 보지만
이런 모임은 얼굴 보면서 하는 게 최고인데....
'나' 가 아니라 '우리'만 되어도 조금 든든할 거라 믿어요.

희망찬샘 2013-01-11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귀신 작전에 빵~
엄마없는 시간을 학원이 메워줘서 감사할 때도 있어요.
지금 우쿨렐레 연수 중인데, 내년 울 학교 방과후에 들어온다해서 희망양 배우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가 언니에게 한소리 들었습니다. "야, 이제 5학년인데, 악기를 두 가지 할 시간이 어딨노? 한 가지만 해라, 한 가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교육의 의미는 영어, 수학... 뭐 이런 것만을 이야기 하는 건가요? 피아노, 미술, 태권도도 포함???

수퍼남매맘 2013-01-11 20:06   좋아요 0 | URL
저희 딸은 악기 두 가지 해요.자기가 원하는 거라서 계속 하게 할 거예요.(피아노, 기타)
기본적으로 예체능은 불포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제 뉴스에 보니 딱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해요. (유아들 스포츠 과외가 성행한다고)
학습지만 해도 아이들은 너무 싫어하는데 과도하게 시키는 경우도 있잖아요.
울반 아이들도 학원은 안 다니지만 여러 개의 학습지를 하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당연 아이들이 버거워하죠.
 

지난 주에 <른 글씨 쓰기 대회> 하였다. 예전에는 주로 <경필 쓰기>라고 하였는데 이번에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 낱말이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다고 판단되어 우리 학년에서 알아서 고쳤다. 그런데 괜찮은 것 같다.

 

상의 등급 없이 각반에서 우수작 5편을 골랐고, 방송실 가서 대표 상장을 받아야 할 아이를 정하는데 그래도 그 아이는 대표성을 띄는 것이므로 글씨를 아주 잘 쓰는 아이를 추천하기로 하였다. 거기서 우리 반 남자 어린이가 뽑혔다. 다른 반 선생님들이 이 어린이의 글씨를 보시더니 이구동성으로

" 체본이랑 똑 같다. 이거 1학년 글씨 맞아?" 하셨다.

이 친구는 일년 내내 글씨가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다.

다른 애들은 10칸 공책만 정성껏 쓰는 반면에 이 친구는 모든 공책 글씨가 동일하다. 나는 글씨가 바른 것도 칭찬하지만 바로 그 점을 더 칭찬하고 싶다. 알림장, 공부공책, 일기장, 받아쓰기, 교과서 등등. 모든 글씨체가 똑같다는 점 말이다.

 

1학년을 여러 번 맡아봤는데 이 아이처럼 잘 쓰는 아이는 본 적이 없어서 기념으로 그 어린이의 글씨를 기록으로 남겨 본다.

 

 

      

 

 

갈수록 손 글씨에 대한 중요성이 줄어드는 시점에, 덩달아 글씨 쓰기 대회도 없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글씨를 바르게 정갈하게 정성 들여 쓰는 것이 좋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컴퓨터 만능 시대라고 하지만 손글씨를 써야 할 때도 있고, 손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 배우 장동건 씨의 손글씨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남자 글씨임에도 엄청 이쁜 걸 보고,  그 사람이 대강대강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소문대로 책도 많이 읽고, 꼼꼼하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손글씨를 잘 쓰는 분들이 대부분 팔방미인들이 많이 계시다.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교장 선생님께서도 가끔 손글씨를 정성 들여 쓴 편지를 주시곤 하시는데 진짜 글씨가 예술이다.  그 편지를 받고 나선 매번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만약 삐뚤삐뚤한 손글씨였다면.... 아마 그랬다면 손글씨로 쓰시지 않으시고 워드로작업을 하셨겠지.

 

물론 이 어린이가 자라면서 몇 차례 글씨 형태가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동건처럼 어른이 되어도 반듯반듯 정갈한 글씨를 유지할 거라고 생각한다.  글씨가 그 사람 전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사람의 일부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런 글씨를 쓰는 어린이라면 뭐든지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성심성의껏 하는 아이일 거라고 누구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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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12-11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썼네요. 글씨 잘 쓰는 아이들의 글씨는 쭈욱 가던걸요.
 

해마다 이맘 때면 크리스마스 씰이 학교로 온다. 발령받고 나서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어떤 해에는 정말 여러 개의 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해서 어지러울  때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씰, 사랑의 열매,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등 며칠 간격으로 오니 그 때는 정말 아이들에게 말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아이들 성금이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계속해서 성금 이야기를 해야 하니 괜히 미안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제 크리스마스 씰을 배당받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씰의 유래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매년 함께 공부하는데도 왜 까먹는지 모르겠다.일 년에 한 번이라서 그러나 보다.

 

일각에서는 크리스마스 씰을 굳이 학교에서 판매를 하게 하는지 교사들이 거세게 항의하여 씰을 돌려보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왜 난 이 생각을 여태 못하고 있었을까 싶었다. 가난하고 못 살던 시절에는 이해가 되지만 아직도 크리스마스 씰이 나 어릴 때랑 똑같이 학교로 배당되어 어린이들에게 판매하라고 하는 것 자체는 개인적으로 나도 반대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불우이웃돕기를 좀 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크리스마스 씰이라니?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기회 아니면 내가 자발적으로 불우 이웃을 찾아가서 내 주머니를 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연말연시에 불우 이웃 돕기 행사들을 여기저기서 많이 하긴 해도 개인이 일부러 방송국으로, 자선 냄비를 찾아, 아니면 다른 구호 단체들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만 그러나?)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싶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던 터에 씰이 오면 " 얼씨구나 잘 됐다. 이거라도 하자" 이런 맘이 들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모른 척 하지 말고 도와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나마 돈으로 하는 이웃돕기가 가장 쉽고 편한 게 아닌가? 전에 가르쳤던 아이의 가정은 엄마와 자녀가 함께 복지관에 가서 봉사를 한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학부모를 다시 보게 되었다. 매체를 보면 목욕, 이발, 음식, 등등 그렇게 시간과 몸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시간을 들여 봉사하는 것에 비하면 돈으로 하는 게 가장 쉬운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2012년이니만큼 구태의연한 방법 말고 다른 형식으로 했으면 더 호응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 순진한 초등학교에서나 씰이 판매되지 중. 고등학교는 안 될 것 같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서도. 이것도 어떻게 보면 잔무가 될 수 있다.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돈 세고 있으니 꼬맹이들이 신기한지 빤히 쳐다본다. 그러면서

" 와! 돈 많다" 이러는 거다. 귀요미들!!!

 

씰의 유래에 대해 공부를 하고 알림장에 희망자는 3000원을 가져 오라고 적어 주었다.다음 날 몇 명을 제외한 아이들이 씰 값을 가져왔다. 각반 16매가 배당되었는데 모자라서 6학년에서 안 팔린 것을 가져와서 21매를 팔았다. 다른 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 우리 엄마가 돈 없대요."

" 우리 엄마가 사지 말래요"

하며 부모님이 한 말을 고스란히 담임에게 전하더란다. 저학년은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에 사실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에 3000원이 없어서 고통을 받는 가정은 없다고 알고 있다.

차라리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시지.

아이들 인성 교육상 이런 말들은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 반은 그렇게 말한 아이가 한 명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제 못 산 아이들은  오늘 돈을 가져왔다고 하여 다른 반에서 또 빌려와서 씰을 줬다.

우리 반은 이렇게 착한 아이들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러나?

아님 씰 공부하면서 내가 들려줬던 이야기?-얼마 전 할머니와 손자가 전기세를 내지 못하여 전기가 끊어지자 촛불을 켜놓고 지내다 화재가 난 사건-가 감동적이었나?

정말 자기 용돈을 가져온 아이도 몇 명 있었다. 동전 세느라 혼 났다. 여기가 학교인지 은행인지 ( 구시렁구시렁)잠시 헷갈림.

 

" 3반, 진짜 착하다. 불우 이웃도 이렇게 잘 도와주고..... 착한 일 해서 하늘에서 복을 내려 주실 거예요" 하자

살며시 웃는다. 마침 눈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였다.

"너희들이 착하니까 하늘에서 복을 주잖아요. 눈도 내리고, 선생님이 재밌는 동화책도 읽어 주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이웃을 돕는 일은 행복하고, 기쁜  일임을 알려 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내가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기꺼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곳이 학교이다.

학교에서는 불우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배운 아이들이 부모님의 그런 말- 안 도와줘도 돼-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씰이지만 아이들이 불우이웃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씰을 사는 걸 보니 기쁘다.

" 3반, 너희들 진짜 착해요. 이대로 쭈욱 착하게 자라야 해요. 알았죠?"

" 네"

 

이 착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더렵혀지지 않도록 책을 잘 읽어줘야겠다.

오늘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왔으니 내일은 이 착한 귀요미들 데리고 운동장 나가서 눈 놀이를 해야지.

장갑 끼고 오라고 했으니 끼고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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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2-0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아이들도 선생님도 착해요!^^
빛고을에도 첫눈이 내렸어요~ 우린 모두 복 받은 거에요!ㅋㅋ

수퍼남매맘 2012-12-06 12:5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착한 것은 부모님이 착해서일 거라고 생각해요.
 

어제 아이들에게 <행복한 두더지>를 읽어주려고 회전의자를 잡아 끌다가 그만 전선이 당겨져 오는 바람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와장창 깨지고, 떨어지고 난리가 났다. '나중에 청소하자 ' 마음 먹고 일단 책을 먼저 읽어 줬다.

 

아들이 부상으로 받은 책 중의 하나인데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판화로 그려지고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 숨겨져 있어서 참 흥미롭게 읽었다. 교실의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서 집에서 가져왔다.

 

다 읽어 주고 나서 아이들에게는 우유를 먹으라고 하고, 혼자서 떨어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줍고 있는데 김@@가 쓱 오더니 " 제가 도와줄까요?" 하며 떨어진 물건들을 같이 줍는다. 또 이어 저 뒷쪽에 앉은 이@@가 오더니 ' 나도 도와줄까' 하며 혼잣말처럼 말하더니 함께 물건을 주웠다. 셋이 하니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이쁜 녀석들!!!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정말 착한 일을 했다면서 칭찬을 왕창 해 주었다. 부모님께도 포스트잇에 선행을 적어서 알림장에 끼어  보내 드렸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바른생활, 도덕 시간에 배운 것들을 매일매일 한 가지씩만이라도 실천하면 좋겠다. 1학년은 이렇게 착하고 이쁜데 왜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의 인성이 파괴되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궂은 일에 앞장 서는 아이가 꼭 한 두 명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정말 마음이 포근해진다. 작년에도 공부는 꼴등인데 친구 도와주기는 일등인 여자 아이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거짓말과 남의 물건에 가끔 손 대는 버릇 때문에  혼을 내기도 하였지만 궂은 일에 매번 앞장서는 그 아이를 보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곤 하였다.  2학년이라서 구구단 외워야 할 텐데 잘하고 있을까 여전히 남을 잘 도와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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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1-0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아이들이네요.
저렇게 심성이 바르고 이쁜 아이들을 교육이 망치고 있다는 생각은 슬퍼요.ㅜ

수퍼남매맘 2012-11-02 14: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려심도 커지고 이타심도 생겨야 하는데
이건 거꾸로 가니...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012-11-02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02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2-11-04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중에서도 훌륭한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희망양 목표가 우리 반 *영 언니처럼 크는 거지요. 날마다 친구 책상에 우유 배달해주는 친구도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그런데, 꾸러기들 쳐다 보느라 그 아이들 쳐다 볼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요. 1학년은 정말 이쁜 아이들이더라구요. 순수한 영혼~ 2학년까지도 그게 좀 가는 것 같아요. 찬이를 보면. ㅋㅋ~

수퍼남매맘 2012-11-04 13:58   좋아요 0 | URL
정말 마음이 이쁜 아이네요.
5년 전에 저도 6학년 할 때 몇 아이 빼고는 6학년도 참 심성이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개인차이겠지만 아이들이 타인을 돌아볼 그런 여유조차 빼앗는 구조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저학년은 고학년에 비해 학습량도 적고,학원도 적게 다니고, 그러니 스트레스나 부담감이 없는 반면에
고학년은 학습량도 많아지고, 학원도 많이 다니고, 책 읽을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고....
그러니 타인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