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호 교수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에 보면

지금의 학교에서

뭔가 다른 것을 해보려고 하는 소위,

개혁적인 교사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느끼는 것은

교장, 교감도 학생도 아니고 바로 동료교사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을 읽으면서 나도 몰래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이런 경험이 좀 있기 때문이다.

학교 사회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개혁을 하고자 의견을 내 놓으면

오히려 교장, 교감보다 동료 교사들이 지레 겁을 먹고,

" 뭘 바꿔? 그냥 하던 대로 해. "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깊은 슬픔을 느낀 적이 있다.

 

엊그제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독서교육을 담당하고서

2년 동안 운영했던 <책 읽어주는 엄마>를 좀더 다르게 운영하고자 기획을 올렸다.

작년까지는 책 읽어주는 엄마가 도서실에 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곤 하였다.

이게 한 학기에 2회로만 그쳐서 난 별로 효율성이 없어 보였다.

그냥 흉내만 낸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나처럼 매일 교실에서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가정에서도 부모가 책을 안 읽어주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책 읽어주는 선생님도, 책 읽어주는 부모님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 아이들을 배려하고 고려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

책 읽어주는 엄마라도 자주 와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1-2학년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하려면 그 횟수를 늘려야 하는데

도서실은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다른 학년 수업이 겹치기 때문에....

그래서 희망찬 샘이 했던 것처럼

아침자습시간에 책 읽어주는 엄마가 각 교실로 가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형태도 진행하면

격주로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거의 연 12회 정도가 나온다.

이것도 결코 많은 횟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작년에 비하면 3배 정도이니 그나마 도움이 될 듯했다.

마침 학부모 독서 동아리도 세 팀이나 있으니 이 엄마들을 잘 설득하여

운영하면 1-2학년 어린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선정하여 읽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획안을 올렸고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고 하신 교장, 교감님은 오케이를 하셨다.

 

그런데 교실로 엄마들이 찾아가는 것이므로 1-2학년 샘들께 여쭤봐야 할 듯하여

작년 것과 올해 것 중에 어떤 것이 좋겠냐 여쭤 보니

한 분 빼고(전교조 선배 교사다.) 모두 작년 것이 좋다고 대답하셨다. 순간 괜히 물어봤다 싶었다.

이유는 아침자습시간에 엄마들이 교실에 오는 게 싫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더 자주 그림책을 읽어주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보다

샘들의 아침자습시간이 누군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 일단 싫으신 것이다.

교장, 교감님의 허락도 있었겠다

이번에 독서교육이 학교 특색 사업이겠다

담당자인 내가 밀어붙여서 나가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담임들의 의견도 존중해줘야 할 것 같아

작년 방식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경우를 보면서도 역시 새로운 것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동료구나를 절감하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4-03-0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당연히 선생님들도 좋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저희 학교는 고맙다고 하셨거든요.
아, 안타깝네요. 정말!!!

수퍼남매맘 2014-03-10 15:15   좋아요 0 | URL
정말이에요. 저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어요.
안타까워요.
 

어제 5년 전 학부모로부터 카톡이 왔다.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지나간 영상들이 나오는데

1학년 때 내가 가르치던 모습이 잠시 지나가자

아들이

" 엄마, *** 선생님이다." 하며 반가워하였단다.

그 순간 @@어머니는 내가 많이 생각나서 졸업식 사진과 함께 안부를 전해왔다.

항상 기쁜 일이 있으면 소식을 전해 주는 고마운 학부모이다.

 

@@가 우리 딸과 같은 학년이었으니 졸업을 한 게 맞구나!

책벌레에다 개구쟁이었는데....

노래를 잘해서 상을 탔다니 놀라웠다.

1학년 때는 @@가 노래에 재능이 있을 줄 몰랐는데 의외였다.

그 때는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수준 높은 책을 읽어서 그 쪽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지금은 책과는 조금 멀어지고, 노래 쪽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니

아이들은 자라면서 많이 변하는가 보다.

 

내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도 고맙고,

기쁜 일 있을 때마다 잊지 않고

카톡을 보내주는 학부모 또한 고맙다.

내가 누군가에게 "스승"이라고 불린다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잘 못 살아온 것은 아닌 듯해서 말이다.

 

며칠 전 졸업을 앞둔 딸에게

" 6년 동안 어떤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니?" 란 질문을 했다.

어쩌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와 유사한 유치한 질문이 될 수도 있지만서도

우리 딸은 어떤 선생님을 가장 기억할까 교사의 입장에서 궁금해서 한 번 해 봤다.

딸은 1학년 때 선생님을 뽑았다.

이유를 물어보자

1학년 때 자기가 교실에 뭘 찾으러 갔는데 선생님이 자신을 자기가 그린 그림 앞에 데리고 가시더니

" 너는 그림을 정말 잘 그려. 색칠도 꼼꼼하게 잘하고 표현도 대담하고.

 ##는 나중에 멋진 화가가 될 거야." 라고 칭찬해 주셨단다.

그 칭찬이 지금도 생생하단다. 그래서 1학년 때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였다.

그렇구나!!!

딸의 1학년 담임은 나의 롤 모델이기도 하시다.

지금은 퇴임을 하셔서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나도 교사로서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셨다.

 

얼마 전 우리 꼬맹이들과 교과서에 나온 인형극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어떤 모둠 아이들이 인형극을 참 잘해서 칭찬을 해 줬다.

그 아이들 중에 한 명은 받아쓰기가 유독 약한 아이였는데

인형극 대본을 그 아이가 썼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 넌 작가 재능이 있나 보다" 라고 칭찬을 해 줬다.

그 아이를 비롯한 그 모둠은 내 칭찬에 탄력을 받아

이번 마지막 학급 행사인 장기자랑 때도 인형극을 하였다.

장기자랑 때도 그 아이가 대본을 썼다고 한다.

아마 그 아이는 2학년 올라가서도 역할 놀이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할 거라 여겨진다.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주는 것에 무한한 긍정 에너지를 갖게 됨을 그 아이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5년 전 제자, 우리 딸, 우리 반 아이를 보면서

좋은 교사란 그 아이의 강점을 찾아내어 적절하게 칭찬을 해 줘야 하는 사람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아이들 하나하나를 지긋이 응시하며

그 아이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가 찾아내어 시기적절하게 칭찬을 해주도록 노력해야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4-02-1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때 가르쳤던 아이와 학부모가 졸업할때까지 잊지 않고 사진전송까지 해주시다니 슈퍼남매맘님 보람을 느끼시겠어요.^^

수퍼남매맘 2014-02-17 11:34   좋아요 0 | URL
네. 이런 문자 받으면 가슴이 뭉클해지죠.
어제도 또 한 명의 졸업생이 영상에서 제 얼굴 봤다면서 연락이 왔더라구요.
1학년 때 담임인데 기억하고 있으니 참 고맙죠.
 

아직도 개학 전날이면 잠을 설친다.

혹시나 알람을 못 들어 지각을 할까 염려되어 어젯밤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딸도 걱정되는지 옆에서 계속 부시럭거렸다.

다행히 제 시간에 기상하여 출근 준비를 하였다.

오늘부터는 아이들과 걸어다니기로 하여서 걸어서 갔다.


우리 반 꼬맹이들은 한 명도 지각없이-어제 학부모님게 일찍 재워달라고 문자를 다 돌렸다.- 제 시간에 교실에 들어와 

칠판에 써진 대로 그림책을 골라 읽었다.

39일 동안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은 상태라서 교실은 조금 냉기가 느껴졌지만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1교시부터 공부하면 아이들도 나도 적응이 안 되니 준비체조 삼아

"겨울 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발표하기를 하였다.

먼저 종합장에 한 번 써 보라고 하였다. (5분 동안)

쓴 내용을 가지고 짝에게 1분 동안 말하는 연습을 하였다. (1분 동안)

그 다음 앞에 나와서 전체를 대상으로 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발표하였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말한 것은 "겨울 왕국 관람" 이었다.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하다.

아직 안 본 아이들은 꼭 보라고 말해줬다. 아주 감동적인 영화라고.

우리 수퍼남매도 그 영화를 보고와서 1주일 동안 내내 "Let it go"를 불러대서 나도 이 노래를 중얼거리게 되었다.

주제가도 덩달아 대박 났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야외 체험을 말하지 않는 걸로 봐서

올 겨울 방학은 집이나 실내에서 하는 체험을 주로 한 듯하다.


18명의 발표(1명은 결석)가 모두 끝난 후 아침독서시간에 읽은 책을 읽어줬다.

제목은 <노란 양동이>이다.

몇 년 전에 읽은 기억은 나는데 내용은 통 생각이 안 났다.

아마 리뷰를 안 써서 그럴 것이다.

리뷰를 써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좋은 책 목록에 항상 들어 있는 책이라 책장에서 꺼내 아침시간에 읽어봤는데

내용과 주제가 참 좋아서 아이들에게 읽어줘야겠다 싶었다.


아기 여우가 우연히 발견한 노란 양동이.

주인 없는 양동이를 덥석 가지지 못한 아기 여우는

친구인 아기 곰과 아기 토끼의 조언대로

일 주일을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양동이에 자신의 이름을 써서 가지기로 한다.

고작 양동이 하나.

그냥 가져갈 법도 한데(누가 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양심을 지키는 아기 여우의 모습과

세찬 비가 몰아칠 때 그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양동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슬픈 표정을 짓는 여우의 모습에서

"공감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가 전해졌다.

그새 누가 가져갔을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외나무다리 옆에 있는 노란 양동이를 찾아가 문안을 드리는 여우의 모습에서

작은 물건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다하는 여우의 고운 마음결이 느껴졌다.

그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자신의 물건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을까!

예전에 나는 지우개 하나라도 교실에서 잃어버리면 끝까지 찾고야 말았는데

수퍼남매만 해도 학용품이나 장난감에 대한 애착이 너무 없다.

학용품,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겠지.

아기 여우는 자신의 것이 되지도 않은 주인 없는 노란 양동이에 대해서도 참 지극정성이다.


월요일에 발견한 노란 양동이.

다음 주 월요일까지 주인이 나타날까 나타나지 않을까 조마조마 이야기는 전개된다.

내가 실감 나게 읽어줘서인지(자화자찬) 우리 반 아이들이 아주 귀 기울여 잘 들었다.

드디어 월요일,

항상 있던 자리에 노란 양동이는 없었다.

친구 아기 곰과 아기 토끼가 아기 여우를 위로해 준다.

나 같으면 너무 속 상해서 꺼이꺼이 울 듯한데

여우는 "괜찮아!" 라고 말한다.

지난 일주일 동안 노란 양동이로 인해 좋은 추억이 생긴 것으로 충분하다는 아기 여우의 말에 가슴이 찡하다.


결말이 노란 양동이가 아기 여우의 것이 되었다면 이 책의 감동은 훨씬 덜하였겠지.

일 주일 동안 그렇게 애지중지 하였건만

운명은 얄궂게도 아기 여우에게서 노란 양동이를 빼앗아 갔다.

물론 처음부터 노란 양동이는 아기 여우의 소유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 주일 동안 노란 양동이를 지켜보면서 아기 여우는 행복했고,

어쩌면 마음 저 밑바닥에서 ' 저게 내 양동이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스멀스멀 올라왔을 것이다.

노란 양동이 대신 비싼 물건이나 돈다발이라고 생각해 보면

욕심이 생길 법하다.

이 명제 가지고 도덕 수업을 해도 좋을 듯하다. 또는 토론 수업?


노란 양동이가 없어지고 나서 아기 여우가 보여준 어른스러운 행동은 본받을 만하다.

아무리 지극정성을 다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내 것이 되지 않는 경우가 살다보면 꽤 많다.

그럴 때 자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인생 공부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해 본다.

노란 양동이를 발견한 첫 날, 그걸 냉큼 가져갔다면 여우는 양심 없는 녀석일 뿐이었을 것이다.

가지고 싶어도 참고 기다리는 여우의 인내심과 절제력

사라졌다고 해서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양동이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는 아기 여우의 어른스러움이 눈에 들어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4-01-28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학을 하셨군요.
우리는 명절을 보내고 개학을 합니다.
노란 양동이... 읽으면서 조마조마했던 그 기억~

수퍼남매맘 2014-01-28 07:37   좋아요 0 | URL
아하! 부산은 개학이 늦군요. 오늘과 내일만 나가면 또 며칠의 황금연휴가 있다는 이 설레임....

마노아 2014-01-2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 관람가 영화가 극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흐뭇해요. 온 가족이 함께 열광할 수도 있고요.^^

수퍼남매맘 2014-01-28 18: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랜만에 온가족이 열광할 수 있는 애니가 나왔어요. 연휴동안 더 많은 관객이 보게 되겠죠.
 

독서교육연수가 끝났다. 정말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강사님들 모두 커다란 울림을 주셨고,

"독서"가 아니라 왜 "독서교육"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갖게 되었다.

조금 지쳤던 마음이나 매너리즘에 빠졌던 상태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후배들 중에도 밤마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는 사람도 생겨났고,

앞으로 맡은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어주겠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야말로 돈오점수의 상황이다.

 

함께한다는 것은 커다란 힘을 준다.

이번 연수가 공지되자마자 독서동아리샘이 알려주고, 다같이 연수를 받자고 의견을 모으고

뜻을 같이하는 샘들에게 문자를 돌려 5명이 함께 연수를 받았다.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동지가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을 준다.

선배님, 후배들과 함께한 연수였기에 더 뜻깊고 더 의미가 있었다.

물론 매일 점심 메뉴 정하고, 맛있는 것 탐방하는 재미도 컸다. ㅎㅎㅎ

혜화동(대학로)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이 연수를 들은 교사 한 명 한 명이

이제 개학하고나서 자신이 맡은 아이들에게 서서히 달라진 모습들을 보여줄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감동스럽다.

함께했던 영양사샘이 어떤 직무연수에서도 보지 못했던 역동적인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실은 여름 연수 때가 더 뜨거웠었는데....

그만큼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연수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오늘은 직접 1: 1 토론  2 : 2 토론 실습 하였는데도 정말 진지하게 열심히 토론을 하였다.

배우고 익혀 교실에서 써 먹으려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매 시간마다 질문하게 하고,

강사들로 하여금 오버타임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

여름과 겹치는 강의가 2개였던 게 흠이라면 흠이었는데

6개월만에 들으니 그 사이 많이 잊어버려서 또 새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연출한  신성욱 PD의 "뇌과학 " 이야기였다.

교육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의 이야기, 그것도 뇌 이야기는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좌우뇌 신화를 믿는 분이 현실에서 아주 많기에 신 피디님의 뇌 과학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좌뇌는 논리적 부분을 담당하고, 우뇌는 창의성을 감당한다고 지금까지 알고 있는데

이 가설은 벌써 오래 전에 뇌과학에 의해 뒤집혀졌다고 한다.

 

몇 가지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뇌는 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

2.뇌는 일정 나이까지 발달하고, 그 이후에 쇠퇴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발달한다.

3.침팬지와 인간의 뇌가 99% 일치하는데 단 1%에 의해 인간이 침팬지와 구별된다.

4.그 1%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바로 뇌과학인 셈이다.

5.그 1%는 오랜 시간 동안 휴먼 스킬(human skill)의해 침팬지와 구별되어진 것이다.

6.휴먼 스킬의 대표는 바로 아이를 품 안에 안고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7.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자는 것은 휴먼 스킬이 아니다. 아이가 혼자 잔다고 독립 선언을 할 때까지 부모의 품 안에서 함께 자는 게 좋다.

8.만 12세를 기억하라. 이 때까지는 완전한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즉 이성이 아직 온전하지 못하기에 부모가 잔소리를 하더라도 그 때 뿐이고, 금방 잊어버린단다. 물론 정리정돈도 안 되는게 당연하단다. 뛰는 것이 당연하다. 10분 이상 집중을 못한다.

9.인간의 뇌는 50대 중후반 정도에 최대 성능을 가진다고 한다. 즉 통찰력 등이 이 때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10. 인간의 선택은 무의식에서 먼저 결정을 내리고, 감정을 담당하는 뇌가 선택을 한 후, 비로소 입을 통해 나온다.

   생각한 다음 말한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거짓이다. 

교사와 부모라면 꼭 이 분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뇌를 이해하면 아이를, 남편을 훨씬 잘 이해할 듯하다.

우리 학교 학부모 연수 때 꼭 강사로 초청하고 싶은 분이다.

피디 님이 보여주신 " 안 보이는 고릴라 " 동영상이 던져 주는 의미도 참 감동적이다.

부모는 자신이 아이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아이의 안 보이는 것을 보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의미였다.

예전에 이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난 고릴라를 보지 못 했다. ㅋㅋㅋ

수퍼남매의 안 보이는 고릴라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주시"가 아니라 "응시"를 해야 보인다고 하니 명심하자.

 

그 다음 강좌는 바로 오늘 강사셨던 이영근 샘의 강의였다.

<아침독서신문>에서 이 분의 칼럼을 매달 읽고 있었는데 동일인물인 줄은 강의를 듣다 쉬는 시간에 직접 찾아가 질문을 드려 알게 되었다.

솔직히 신문 칼럼을 볼 때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

하면서 건성건성 읽을 때가 많았다.

오늘 강의를 들어보니 이 분은 정말 교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존경심이 우러났다.

아침에 기타와 노래로 아이들을 맞이해 주시고, 함께 싱어롱을 하고,

전체를 향해 화를 낸 적은 일년에 한 번,

점심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주변을 관찰하고,

아이들이 "영근 샘" 이라 부르게 하고, 토론을 자주 하고,

민주적인 학급 문화 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거의 신의 경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위해 바쁘게 사는 분이었다.

영근 샘이 토론 부분을 맡아 강의를 해 주셨는데 아주 귀에 쏙쏙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실습을 통해 토론을 경험하게 하여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토론이야말로 독서교육의 꽃이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도, 해 본 적도 없어서 두려움이 많았다.

물론 한 번의 실습으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음~ 다음에 고학년을 맡게 되면 꼭 토론 수업을 해 보고 싶다.

우리 1학년 꼬맹이들과도 한 번 해볼까나! 아주 쉬운 논제로 말이다. ㅎㅎㅎ

백 그라운드 음악으로 틀어준 백창우 선생님의 음악도 아주 근사했다.

아! 마지막에 라이브로 노래를 들려주셨다.

강사가 마지막에 노래 선물을 준 것은 처음이다. 가사가 심금을 울렸다.

현직교사가 쓰신 곡인데 교사라면 모두 공감할 그런 노래였다. 완전 감동이었다.

 

5일간 30시간의 연수가 끝나고,

후배들과 함께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거기서 건져온 책들이다.

무겁게 들고 왔더니 아이들이 "엄마, 집에 있는 책을 또 사 왔어? "

도대체 어떤 책이 이미 집에 있단 말이야?

집에 있는 책 목록 정리를 언제 날 잡아서 해야 할 듯하다.

아무튼 강의 내용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정리해야 할텐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4-01-27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들은 뜻만 있으면 좋은 연수를 받을 수 있으니 좋겠어요.
부럽습니다~
좌뇌,우뇌 역할에 집착하는 분들 많던데... 뒤집혀진 가설이었군요.ㅠ
고릴라와 다른 1%가 휴먼 스킬이라... 저 책을 사봐야겠어요.
집에 있는 책인 줄 모르고 또 살때가 나도 있지요~ ^^

수퍼남매맘 2014-01-27 07:37   좋아요 0 | URL
피디님 말씀에 의하면 좌우뇌 가설은 이미 정설이 아님이 드러났다는데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맹신하고 있거든요.
휴먼 스킬의 대표가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고, 관계를 형성해서 그 안에서 사는 것이라고 해요.
저도 이 책 사서 정독하려구요.

희망찬샘 2014-01-28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셨네요. 집에 있는 책, 또 사기! 저도 전공입니다. ><

수퍼남매맘 2014-01-28 12:40   좋아요 0 | URL
이영근 샘과 신성욱 피디님 강의는 정말 다른 분들도 들으셨으면 할 만큼 좋았어요.
저와 같은 분들이 주변에 있어서 살 맛 납니다. *^^* (산 책 또 사기 전공)
 

어제 독서 연수에서 류재수 작가님 강의가 있었다. 역시 화가의 풍모에 화가의 포스가 느껴졌다.

주변인들이 교사가(특히 아내분도 교사란다.) 많기도 하지만 학교가 희망이고

교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교사모임이라면 어디든지 달려 가신다고 하셨다.

 <백두산 이야기><노란 우산>을 쓰신 분이다.
아침에 바삐 나오느라 사인 받을 책을 챙기지 못해 아쉽다.
작가님은 요즘 작품활동 대신 북녘 어린이 돕기에 주력하시나보다.

책 이야기보다는 북녘 어린이들의 실상을 많이 이야기해 주셨다.

어디서 들을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라 모두 초집중하여 들었다.
백두산 이야기에서 작가님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조금 느껴졌는데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시는 줄은 강의를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아마도 다음 작품은 " 통일"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 나온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광주 민주 항쟁을 다룬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이

류 작가님의 후학이란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그림책을 아주 높이 평가하였다.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가슴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아직도 진행 중인 그들의 아픔을 들여다 보게 하는 따뜻한 그림책이라고 하셨다.

수강자들에게 자신의 책은 안 사도 좋지만

이 그림책만큼은 꼭 사셔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하셨다.

혹자는

이런 가슴 아픈 역사까지 굳이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해?

때가 되면 스스로 알게 되겠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작가님은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런 역사를 이해한다고 하셨다.

나도 그 말에 동감한다.

이런 그림책이야말로 아이들이 우리의 부끄럽고 가슴 아픈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숨기고, 축소하고,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님의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권정생 작가님도 북녘 어린이들을 늘 불쌍히 여기시고 돌아가실 때  통장에 있던 10억 원을

북녘 어린이,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쓰라고 전액 기부하셨다고 들었다.

이제 그 일을 류 작가님이 대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작가님은 겸손하게도 자신은 그저 대학생 때 자신의 친한 친구를 따라 하다가 지금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하셨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류 작가님이 북녘 어린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친구를 통해서였듯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한 권의 책을 통해서일 수도 있고, 한 명의 친구를 통해서일 수도 있다.

이걸 돈오점수 (문득 깨달음에 이르는 경지에 이르기까지에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 단계가 따름을 이르는 말)라 할 수 있겠지.

독서연수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 책 읽어주기의 힘"이다.

내가 몇 년 전 도서관담당자 연수를 통해 돈오점수 하였듯이

모든 부모들의, 모든 교사들의 돈오점수가 오길 바란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4-01-2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시는군요.
그 분들을 통해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으니 참 좋지요.
저는 그 분들이 쓰신 글로나마 한 손을 살짝 얹어 함께 가 보렵니다.

수퍼남매맘 2014-01-24 18:48   좋아요 0 | URL
책읽는사회재단 강사진이 참 좋아요.
책사세와 함께 하는 분들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울림을 주시더라고요.
책을 통해서 만나도 좋은데 실제로 보고 육성을 들으니 더 좋네요.
류재수 님은 교사가 부르면 어디든지 가신다 하셨어요.

순오기 2014-01-27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5월 18일에 재능나눔 하면서 5월 관련도서 전시와 주먹밥 체험부스를 운영 했는데
그때 '오늘은 5월 18일'도 전시해서 많은 이들이 보고 갔어요.
올해도 5월에 같은 일을 하게 될 듯...

수퍼남매맘 2014-01-27 18:26   좋아요 0 | URL
이런 좋은 책을 널리 알리는 게 저희들 몫인 듯해요.
저도 매년 그 날이 되면 이 그림책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구요.
아! 그리고 따끈따끈한 소식 하나
이 책의 작가가 신간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장기려 박사 이야기래요.
장기려 박사님이 이산가족이셨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다룬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