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언젠가부터 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에 거실 컴퓨터로 작업을 하려면 너무 추워 자꾸 게을러진다.

게다가 수퍼남매가 자라다보니 내 차지가 잘 돌아오지도 않는다.

물론 새 가족이 된 아이패드가 있지만 그걸로는 리뷰를 쓰거나 내 볼 일을 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스타벅스에 가게 되었다.

딸을 기다리면서 책을 읽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1인석에 앚은 대부분 사람이 노트북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동네 카페를 주로 다니던 나로서는 좀 낯선 광경이었다. 한마디로 문화 충격?

그 모습을 보고나서 결심을 굳혔다. '나도 노트북 사야지.' 하고 말이다.

카페 가서 노트북 꺼내 리뷰 쓸 일은 거의 없겠지만

나도 노트북이 필요하던 참이었고, 딸을 위해 장만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자고 남편과 합의하였다.


그 때부터 좀더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한 웹 서핑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내 전용으로 아주 저가의 노트북을 사려고 했으나 

딸의 그림 작업을 위해 아이패드와 호환되는 맥북이 낫겠다 싶었다.

중간에 이마트에서 애플 재고 20%를 할인하고 있어서 잠시 마음이 흔들렸었다. 맥북 20% 할인은 대단한 거다.

근데 레티나가 아니라 구모델이어서 좀 그랬다.

이왕이면 "레티나"를 하는 게 나을 듯해서이다. 아이패드 레티나를 써보니 화질 차이가 엄청났다.

나야 워드나 인터넷 정도를 사용하지만

딸은 그림 작업을 해야 하니 화질도 중요하다.

이왕 투자할 것이라면 레티나를 사자 결심하고 때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졸업, 입학 시즌에 노트북 선물을 많이 하니 좋은 시기가 오지 않겠나 싶었다.

그러다 드디어 때가  왔다. 모 쇼핑몰에서 아주 좋은 가격이 나왔다.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13인치" 모델이었다.

지난 번 이마트에서 할인하던 제품과 비고해 사양이 엄청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그 때 안 사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맥북 처음 사용자들이 전원 켜고 끌 줄도 모른다 하여 

금요일 동네 도서관에서 맥북 길라잡이를 대출하려고 했는데 문이 닫혀 못 빌려왔다.

정말 어떤 아저씨처럼 시스템 종료 방법을 몰라(윈도우랑 전혀 달라서) 전원 버튼을 누르는 상황이 되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이 슬슬 됐다.

솔직히 아이들과 이마트에 갈 때 애플샵에  전시된 맥북도 가끔 사용해봤는데 마우스가 아니라 손으로 움직이는 게 영 낯설고 어색했다.

한 달 내내 모셔 놓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워졌다. 남편과 딸이 있으니 설마 그럴 리는...


주문하고 나서는 언제 택배가 올지 몰라 하루종일 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어제 드디어 맥북 프로 레티나가 도착하여 개봉식을 거행하였다.

개봉해 보니 정말 멋졌다. 은색이 블링블링!!!

제조일도 2014년 12월이었다. 완전 대박!

맥북은 운영 체제가 윈도우가 아니라 아직도 적응을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오타도 엄청 나온다. ㅋㅋㅋ

맥북 유저 중에는 맥북 운영 체제가 낯설어 다시 윈도우를 까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

어제와 오늘, 이틀 만에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 확실히 딸은 나보다 빨리 익힌다.

맥북으로 리뷰도 올리고 이렇게 페이퍼도 쓰고 있으니 말이다.

푹신한 요에 누워서 따뜻하게 작업하니 정말 기분 좋다.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정말 간지 난다.

아까 잠깐 외출하였는데 스타벅스 3층까지 자리가 꽉 차서 반대편 작은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커피 값이 스타벅스 절반 정도인데도 스타벅스에 몰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1인석이 준비된 것과 와이파이가 터지는 점이 아닐까 싶었다.

다음부턴 이 카페에서 기다려야겠다 싶다. 커피 맛도 좋고,  저렴하다.

딸과 차를 마시는데 " 엄마, 저기 애플 있다" 하여 쳐다봤다.

스타벅스 1층 1인석에 앉은 3명 모두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데 가운데 애플만 도드라져 보였다.

애플 로고가 환하게 빛나서였다. 스티브 잡스가 난 사람이긴 하다. 노트북 표면에 로고가 저렇게 빛나게 간지나게 디자인하다니...

우리 가족도 애플 로고가 환하게 빛나고 키보드에 빛이 들어오는 것 보고 "와! 죽인다. 멋지다"를 연발했는데.

반대편 카페에서 봐도 양쪽 노트북에 비해 애플 로고가 빛나는 맥북이 멋져 보였다.


진짜 얇고 가볍다.

내가 갖고 다닐 일은 거의 없을 테고,

가족 여행 갈 때 갈 때 가벼워 휴대가 용이할 듯하다.

맥북 프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하겠다.

지금 막 한 가지 기능을 익혔다.

영/한 전환하는 방법이다. command키와 space 키를 동시에 누르면 된다. 

맥북도 생겼는데 이제 더 자주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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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1-13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 식구를 맞았네요! 공주님이 정말 좋아라 했겠어요.

수퍼남매맘 2015-01-14 11:16   좋아요 0 | URL
공주님은 맥북으로 주로 영어 학원 숙제를 하고 있네요.
한글보다 영어 쓰기가 더 편하다면서요.

2015-01-14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1-1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로고가 선명한 노트북 득템..축하해요.^^
진화된 세상을 따라가는 거 버거워도 굿.ㅋㅋ

수퍼남매맘 2015-01-15 22:47   좋아요 0 | URL
저와 딸을 위해 거금을 투자했는데
윈도우가 아니라서 버벅거리고 있어요.
 

  얼마 전 영화 <역린>을 봤다. 정조 역을 맡은 현빈의 멋진 근육-난 별로 근육질을 좋아하진 않지만서도-이 처음부터 시선을 잡아 끌었다. 조선의 역사 중에서 사도세자의 죽음만큼 애절한 사연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하여 그 이야기는 늘 회자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역린>에서는 정조가 중심이 되어 정순왕후와의 대결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회상신에 삽입되어 있다.

 

  영화를 보고나서 영조가 이해가 안 됐다. 분노가 일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어찌 아들을 죽일 수 있지?  그냥 혼만 내주려고 했다손 치더라도 어찌 그 더운 여름 날,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좁은 뒤주에 갇아 놓을 수 있지? 설사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사도세자가 광기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 해도 그래도 자식인데 어찌 그럴 수 있지? 세력을 부리던 노론과의 정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도 해도 그게 말이 되냔 말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솔직히 이해가 안 갔다. 아무리 영조가 오랜 기간 동안 나라와 백성을 위해 선정을 하였다 해도 자식을 죽인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 자식이 부모를 해하는 것도 당연히 천륜을 거스리는 일이지만 부모가 자식을 해하는 것은 그보다 더 천륜을 거스리는 일이 아니던가!  세계사에서 영조처럼 자식을 죽인 왕이 또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아무튼 부모가 되어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를 다시 보니 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보통의 부모라면 자식을 제 몸보다 더 아끼는 게 인지상정인데 어찌하여 영조는 자신의 아들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할 수 있었는지. 영조의 변을 듣고 싶다.

 

  영화에 나왔던 장면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영화에서는 사도세자가 죽고나서 영조가 세자의 저고리에 편지를 썼고 이걸 정조가 비밀리에 간직하고 있었다. 아마 사도세자가 허망하게 죽고나서 아비였던 영조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자식을 그렇게 죽게 놔뒀는데 마음이 안 아팠다면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일 것이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죽였다. 왕이지만 정적이 매일밤 나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정조는 어떤 마음으로 이 엄청난 현실을 버티었을까. 이 영화는 거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 바로 정조와 그를 평생 모신 내관이 외던 중용 23장이 답이다.

 

  중용과는 인연이 깊다. 고1 담임 선생님을 사모하고 존경하던 적이 있다. 지금도 물론 존경심은 그대로이다. 한문을 가르쳤던 선생님은 늘 한문책과 더불어 다른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셨다.  야자를 할 때도 본인은 늘 책을 읽으셨다. 책벌레셨던 것이다. 아마 내가 본 어른 중에서 가장 책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그래서 닮고 싶었던 분이셨다. 외모도 출중하셔서 손석희 앵커와 흡사했다. 그 분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 했던 게 바로 " 중용" 이었다. 그 때는 이렇게 설명하셨다. "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이라고 말이다. 그 말이 참 멋졌다. 치우지지 않고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그때부터 나의 좌우명도 당연히 "중용"이 되었다. 한문 선생님이었던 담임은 아마 책 <중용>을 읽으신 후 좌우명으로 삼으신 게 아니었던가 싶다. 아직까지 <중용>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역린>이란 영화를 보고나서 언젠가는 꼭 완독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에 의해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커다란 슬픔과 항상 자객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던 정조가 택한 것은 복수가 아니었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영조와 정조를 놓고 본다면 정조가 훨씬 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영조는 이유야 어찌 되었건 자신이 왕으로 있을 때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정조는 제 눈앞에서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목격하고, 늘 정적에 둘러싸여 지냈지만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화목하려고 애썼다. 노론을 싹 쓸어버리지 않은 것만 봐도 정조가 얼마나 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연산군은 자기 어미를 죽인 사람을 모조리 쓸어버지 않았던가. 나를 아프게 한 사람, 나를 욕보인 사람, 나를 대적하는 사람을 참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들을 한번에 휩쓸어버릴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걸 억누르고, 정적과 함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이것만 보더라도 정조가 영조보다 훨씬 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용 23장에 나온 것을 정조는 실천하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자신을 죽이려는 정적을 향해 복수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 굴복시킬 줄은 몰라도 근본적으로 내면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정조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정조가 중용의 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 경험한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버지의 죽음이 커다란 슬픔,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노론에 대한 복수심도 물론 만들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정조는 그런 마음에 갇혀 있지 않았다. 정조는 아다시피 자객의 위험 때문에 밤새 잠도 안 자고 책을 읽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 많은 책이 정조에게 "복수하라.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라. " 말하지는 않았을 성 싶다. <중용>처럼 정조에게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다스리라고 했을 것이다. 좋은 책은 그렇게 정조의 슬픈 마음과 복수심을 다독여 줬을 거라 생각한다. 정조의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 줬을 거라 생각된다. 결국 아버지의 죽음이 커다란 상처가 된 건 사실이나 그로 인해 정조가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된 것 또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이 정조를 더 단단하게 만든 셈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 시키고

남을 감동 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역린> 중에서 중용 23장


  영화 <역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배우 현빈의 등근육과 식스팩이 아니라 중용23장이었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라는 그 말, 남을 감동시킬 때 결국 나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 말을 2015년 새해의 다짐으로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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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30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31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지난 토요일 딸의 미술 영재 4차 면접이 있었다. 작년에 4차 면접까지 가서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연말을 좀 우울하게 보냈다. 이번에는 꼭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번 3차 실기 시험을 볼 때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구내염과 구순염이 동시에 생겨 학교를 3일 동안 결석한 상태였다. 딸말로는 태어나서 가장 아팠다고 한다. 입 안팎이 난리가 나니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 보는 사람도 안타까웠다. 실기 시험이 제일 중요한데 최악의 컨디션으로도 최선을 다해  힘든 3차를 통과해 준 딸이 정말 기특하였다. 3차에서는 1.3배수를 뽑는다. 최종 20명 선발인데 26명이 면접을 봤다. 면접 보기 전, 구내염과 구순염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온 얼굴에 알러지가 생겨 또 하루 결석을 하였다. 피부과에 가니 의사가 피곤해서 그런 거라면서 약과 연고를 처방해줬지만 면접 때는 온 얼굴이 불긋불긋한 상태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 일 주일은 간다고 하니 여드름 난 것처럼 당분간 그렇게 지내야 한다. 다행히 가렵지는 않은가보다.

 

면접 시험은 인성을 물어보는 문제들로 나온다. 올해까지 합하면 4번 면접을 본 건데 딸도 나도 문제들이 기억나지 않아 연습도 못했다. 면접 하루 전 얼굴 두드러기 때문에 집에서 쉬면서 면접 연습 좀 하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시험장, 학부모 대기실에서 초등 미술 영재원에 함께 다니던 엄마를 만나 줄곧 수다를 떨었다. 엄마  둘 이상이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아이 이야기, 교육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나 보다. 나 포함 세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는데 예고를 보내야 할지 일반고를 보내야할지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예고 보내려면 내신도 아주 우수해야 하고, 경제적 뒷받침도 되어야 하고.... 울 딸은 지금 거창고등학교 간다고 하는데.... 두 엄마는 작년에 중등 미술 영재를 다녔다. 올해까지 합격하면 초2년, 중 2년 그러니까 4년 내내 미술 영재원을 다니는 셈이다. 그런 경우가 참 드문데 재능도 있고 성실하고 게다가 노력파라서 3년 내내 미술 영재원을 다닌 게 아닌가 싶다. 영재원 다녔어도 3차 실기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울 딸은 그래도 매번 3차 실기는 통과하니 영재성과 창의성은 있나보다.  @@과 울 딸의 공통점은 미술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 미술 학원을 한 번도 안 다녔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은 성실하고 노력한다는 점, 울 딸은 그게 부족하다는 점. 초등 미술 영재 할 때도 둘이 친하게 지내고, 엄마들도 친해서 둘 다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제발 그러기를.....

 

면접 시험은 제비를 뽑아 순서를 정한다. 울 딸은 3번을 뽑아서 일찌감치 면접을 끝내고 대기실로 왔다. 면접 문제가 뭐였냐고 물어보자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단다. 해마다 그랬다. 왜 아니겠나?  질문지를 뽑아 5분 동안 답을 메모한 후에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5분 안에 말하는 것이다. 나라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듯하다. 그러더니 연필을 잡으면 손이 기억할지도 모른다면서 종이를 달라 하더니 정말 하나하나 기억해 내는 것이다.

 

1번 문제는 만약 다른나라 박물관에서 우리나라 문화재를 봤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2번 문제는 학교 시설물 중에서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고치겠는가?

3번 문제는 동물 로봇을 어디에 이용할 것인가?

 

1번 문제 듣고 " 그야, 반갑지" 했더니 딸이 " 왜 반가워? 우리나라 문화재를 빼앗아 가서 전시한 건데?" 한다.그렇구나. 엄마보다 낫다. 그래도 이번에는 황당한 문제는 아니고 평범한 문제가 나왔다는 딸의 이야기이다. 작년은 "상자가 하나 있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서 말해보라" 는 했다는 거다. 3차 실기 시험 문제도 참 당황스러웠다. 딸은 이제 시험을 4번 보니 문제가 익숙하단다. 3차 실기 시험 문제는 " 원기둥을 분활하여 동물을 그리시오" (그리기 문제) " 원기둥을 이용하여 동물 로봇을 만드시오" (만들기 문제) 였다고 한다. 난 문제 자체를 이해 못하겠는데 영재 시험 치르는 아이는 그걸 이해하고 그리고 만든다는 것을 보니 역시 다르긴 다르다 싶다. 제발 합격의 페이퍼를 쓸 수 있도록 좋은 소식이 있기를 응원해 주시길.

 

2. 알라딘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었다. 작년에 이어 2번째이다. 수상 소감 같지만 먼저 내 서재를 방문해서 댓글 남겨 주시고, 별로 잘 쓰지 못한 글임에도 공감 눌러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내가 쓴 글의 양이 <엄마를 부탁해 >단행본으로 7권 정도라고 하니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긴 했나 보다. 리뷰보다는 페이퍼를 많이 썼던 한 해였다. 리뷰 100개 쓰기가 목표였는데 절반 밖에 이루지 못한 점은 좀 아쉽다. 페이퍼는 책을 다 안 읽어도 쓸 수 있지만 리뷰는 완전 소화를 해야 쓸 수 있어서 솔직히 리뷰 쓰기가 더 어렵고 정성이 더 들어간다. 내년에는 리뷰를 많이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얼마

전 읽은 책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저자가 예민함 즉 인문적 통찰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로 세 가지를 추천한 게 기억에 남는다. 수퍼남매에게도 오늘 그 이야기를 들려줬다. 세 가가 안전 장치가 뭐냐면 바로  글쓰기, 운동, 낭송이다. 셋 다 몸을 쓴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은 실천과 체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몸으로 표현할 때 비로소 체득이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 낭송은 꾸준히 했었는데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더니 몸 여기저기 경고등이 켜졌다. 알라딘은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적합한 장소이다. 낭송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니 이것도 꾸준히 하는 것이고, 마지막 운동 이걸 보다 열심히 해야겠다. 요즘 절운동을 하고 있는데 나름 괜찮다. 실내에서 할 수 있고, 자리도 많이 안 차지하면서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좋다.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다. 수퍼남매한테 중도에 포기하는 엄마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자 아자 파이팅!!!

 

3. 드라마 <미생>이 끝났다. 다른 결말은 없었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원작을 다 봤지만 드라마 미생이 훨씬 더 생동감 있

었다. 그 이유는 인물의 성격이 더 섬세하게 그려졌다고 할까. 오차장,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기타 인물들의 캐릭터가 하나

하나 섬세하게 잘 표현되었고 갈등 구조가 원작보다 더 뚜렷해서 보는 맛이 더 있었다. 19화 20화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장그래의 섣부른 말 한 마디 때문에 전무와 오차장이 회사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고,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평소에는 진중하기 이를 때 없던 장그래도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 모두 미생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강대리가 본사에서 감사온 사감 선생 같은 여자를 흠모의 눈길로 보는 장면은 진짜 웃겼다. 상사 속도 모르고 사감 선생 같은 대리 보다 신입 사원이 취향이라는 말을 해버린 장백기를 향해 " 여자 취향이 그 정도입니까? 실망입니다" 라고 말하는 강대리의 모습은 코믹했다. 이처럼 주인공 장그래 뿐만 아니라 원 인터내셔널에 근무하는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잘 드러난게 드라마 미생의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회 김대리가 오차장이 새로 차린 사무실에 들어와서 벌어지는 일은 개그 콘서트보다 웃겼다. 직장을 다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대리의 마음을 알 것이다.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버틴다. 하지만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버티기가 힘들다. 오차장, 장그래가 떠난 영업 3팀. 대화보다는 페이퍼로 사업 이야기 하자는 새상사는 김대리에겐 견디기 힘든 환경이었을 것이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게 메신저와 페이퍼로 대신하는 게 많아졌다. 인간미가 없어졌다. 각자 교실에 콕 박혀 있으면 하루종일 동료 얼굴 한번 마주치기도 힘들다. 전에는 커피 타임이다 해서 잠깐이라도 모여서 이야기 나눴는데 요즘엔 겨우 1주일에 1번 회의할 때 만나는 학년도 많다고 한다.  만나야 정이 드는데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학교도 점점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삭막해져 간다. 난 그게 정말 싫은데 다른 분들은 잘 견딘다. 아니 그게 더 좋다는 분도 있다. 난 영업 3팀 라인인가 보다.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 메신저나 페이퍼는 딱딱하고 인간미가 없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아닌 게 아니라는 오차장의 말. 여러 사람이 함께 가면 곧 그게 길이 된다는 말. 멋지다. 오차장 같은 좋은 선배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직장에서 존경할만한 상사를 만나는 것,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동지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다. 난 운좋게도 가는 근무지마다 그런 선배를 꼭 한 분씩 만났더랬다. 진짜 감사하다. 이제는 내가 그런 선배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위치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직장에서 그런 동지가 있으면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김대리가 잘나가는 대기업을 박차고 오차장을 찾아 온 것이 이해되고 그런 용기를 낸 김대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전무도 젊었을 때는 오차장 같은 초심으로 일했을 게다. 어쩌다 전무는 초심을 잃어버렸을까. 욕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린 누구나 오차장처럼 살 수도 있고, 최전무처럼 살 수도 있다. 내 선택에 달려 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저자의 말을 되새겨 본다.  "자신의 욕망대로 살아라."  "자신이 바라는 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라."  "행복한 개인이 모인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이다." 라는 말도 명심하자. 영업 3팀은 자신이 바라는 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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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2-2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따님이 같은 시험에 응시하는군요. 이번엔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해에 서재 달인 되셔서 축하드렸던 것이 얼마전 같은데, 그 사이 한해가 지나서, 올해도 또 서재의 달인이 되셨네요. 축하드려요.

수퍼남매맘 2014-12-22 17:53   좋아요 0 | URL
네 그때 축하해 준 인연으로 서니데이님과 알게 되었죠.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4-12-2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재미술 면접에 그런 문제들이 나오는군요.
요즘 아이들 정말 똑똑하죠~^^
아~서재의달인 축하하고요.
선배들이 그랬듯 수퍼남매맘님도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실거라 믿어요!!

수퍼남매맘 2014-12-22 17:55   좋아요 0 | URL
전 모르거나 힘들면 선배를 쪼르륵 찾아갔는데
요즘 후배는 자신들이 알아서 다 하더라구요.
그것도 달라진 모습이죠.
어찌 되었건 배울 게 있는 선배가 되려고 노력해야죠.

2014-12-22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2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몇 달 전부터 잇몸이 자꾸 붓고 아팠다. 잇몸 치료를 가야하는데 겁도 나고, 시간도 없어 차일피일 마루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에는 동네 치과가 아닌 좀 더 괜찮은 치과를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그 중 한 분이 생활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함께걸음 마을 치과>가 노원역에 있다고 알려줬다. 지난 주 조퇴를 하고 마을 치과를 찾아나섰다. 생각해보니 여름 즈음에 " 마을 치과 건립을 위한 1000명 조합원 모집 " 이라는 현수막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노원역 주변을 거의 30분 이상 헤맸는데도 찾질 못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우연히 단골 미용실 부원장을 만났다. 이 근처에 미용실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물어봤더니 본 기억이 있다며 가르쳐 주셨다. 귀인을 만난 셈이다.  일단 모르면 아무나 잡고 물어봐야 한다니까.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부원장이 알려준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까 내가 지나온 길이었다. 그 때는 간판을 못 보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보였다. 앗싸!  좋아하던 순간, 간호사가 말하길 담담 의사가 휴무란다.  헐~~ 30분 동안 헤매고 겨우 찾아왔는데. 휴진이라니!!! 인생 새옹지마라니까.

 

  다음 주에 오기로 예약을 하고 왔다. 쓰윽 둘러봤는데 시설이 꽤 좋았다. 마을 주민 1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투자를 하여 5억원으로 치과를 개업하였다고 한다. 조합원 가입비는 5만원, 매달 1만원씩 증자를 하면 비보헙되는 치료비를 10% 할인해준다고 한다. 가족 중 한 명만 조합원이면 그 가족 모두 헤택을 본다고 한다. 남편과 상의하여 조합원에 가입하기로 하였다. 치과는 비보험 되는 것이 많으므로 10%도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치과갈 일이 많을 듯하니 보험 든 셈치고 조합원에 가입하려고 한다.  우리 마을에 이런 치과가 있다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의사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드디어 어제 진료를 받으러 갔다. 먼저 최첨단 X-ray 장비로 이 전체 사진을 찍었다. 의사는 전체적으로 잇몸이 내려앉았다고 하면서 걱정하는 내게 앞으로 관리 잘하면 된다고 위로를 해줬다. 이어 요즘 불편했던 잇몸 쪽에 마취주사 세 방을 맞고 잇몸 치료를 받았다. 굉장히 아플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동네 병원에서는 3회 정도 잇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경과를 보고 차도가 없으면 오라고 하였다. 과잉진료를 안 한다는 느낌을 받아 신뢰가 확 갔다.

 

  병원에 가면 거의 ㅈ 일보, ㄷ 일보가 테이블을 장식하고 있는데  마을 치과에는 시사 IN 이 여러 권 있었다. 반가웠다. 병원 바로 옆에 쉼터가 있는데 기다리면서 책을 볼 수 있는 북 카페 같은 공간이었다. 병원도 깨끗하고 의사도 젊고 힘 있어  오래된 치석을 한번에 제거했다. ㅎㅎㅎ. 조합원이 많아지고 증자가 되면 저소득층과 장애우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할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단다. 이에 나도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의사도 더 좋은 조건 내세우며 오라는 병원 많았을텐데 함께 걷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을 치과에서 일하는 모습 보니 아직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나보다. 물론 땅콩 껍질 안 깠다고 비행기를 돌리는 안하무인, 무례한 사람도 있지만서도.  아직은 마을치과를 건립한 1000명의 조합원과, 기꺼이 함께 걷는 의료진 같은 좋은 사람이 여기저기 건재하기에 사회가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마취가 깨면 아플 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아프지 않다. 겨울 방학 때는 협동 조합 관련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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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2-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치과네요.
저도 가고 싶은 치과!
직장맘은 시간 없는데 자꾸 오라고 하니 짜증나요. 과잉진료 느낌도 나고...

수퍼남매맘 2014-12-11 19:41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사시는 곳에는 언젠가는 생기지 않을까요?

수연 2014-12-1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병원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에는 아쉽게도 없네요 ㅠㅠ

수퍼남매맘 2014-12-11 19: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을마다 생긴다면 좋겠죠. 그러기 위해선 마을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하구요.

2014-12-11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1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2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4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12-16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협동조합 치과가 생겼군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네요!!
<협동조합, 참 좋다> 김현대 기자님은 우리 구청에서 초청강연도 했었지요.
내가 알라딘에 강연페이퍼 올렸었는데... ,님도 댓글을 남겼었네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6190050

수퍼남매맘 2014-12-16 07:37   좋아요 0 | URL
그랬었네요. 순오기님이 추천한 이 책부터 읽어봐야겠어요.

팅커벨 2014-12-16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함께걸음 마을치과에 근무하는 직원입니다. 이렇게 좋은 후기를 남겨주시니 더욱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수퍼남매맘 2014-12-18 21:36   좋아요 0 | URL
우아~ 반갑습니다. 어떤 분일까 궁금하네요. 다음 번에 치과 가면 아는 척해야겠어요.
˝제가 알라딘 서재 수퍼남매맘입니다˝ 하고 말이죠. ㅋㅋㅋ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혈압이 엄청 높이 올라갔다.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혈압이 높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검진 끝나고 다시 한 번 쟀는데도 높게 나와서 의사가 재검이 나올 거라고 했다. 헐~~새삼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구나 절감하였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니 한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각 몸이 축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이 세 가지라고 서천석 박사가 말했었지. 첫째는 스트레스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내 생각을 바꾸는 것이며 셋째는 회피하는 것이라고. 보통 성격상 첫째 번을 선택하는 편인데 요즘 일들은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둘째, 셋째 방법을 선택하다 보니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느낌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몸이 축 나면 나만 손해니까.

 

  스트레스를 해소의 일환으로 지난 일요일, 두 편의 영화를 봤다. 하나는 <비커밍 제인>이고, 나머지는 <인터스텔라>이다. 비커밍 제인은 집에서 남편과 보고, 인터스텔라는 딸과 함께 극장에 가서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준 것은 <비커밍 제인>쪽이다. 그렇다고 인터스텔라가 스트레스 지수를 높인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것은  제인 오스틴의 삶을 다룬 영화 <비커밍 제인>이었다. 워낙 그 시대가 배경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둘 다 앤 헤서웨이가 나오는데 역할에 따라 사뭇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그녀는 분명 세계가 주목할만한  여배우였다. 약간 줄리아 로버츠를 닮은 듯하지만 어딘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얼굴이다. 그녀의 전작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 다른 영화들도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멋졌다. <비커밍 제인>에서는 약간 고집스러우면서도 자유분방하고 작가로서의 자존심이 돋보이는 제인 오스틴의 역이 잘 어울렸다. 또 <인터스텔라>에서는 맡은 역은 약간은 차갑고 매우 이성적인 천재 과학자인데 그런 특성을 잘 표현해줬다. 두 역 모두 잘 어울렸다. 배우가 그 역에 잘 맞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미생이 히트 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장그래, 김대리, 오차장 역을 맡은 배우들이 원작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기 때문인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얼마 전 봤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런 면에서 좀 실망스러웠다. 원작 배우 최진실, 박중훈보다 두 배우가 그 역에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노다메 칸타빌레> 우리나라 버전이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도 주인공 여자 역을 맡은 배우가 그 역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 컸다고 본다. 이처럼 그 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명량>을  최민식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어땠을까!  1700만관객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낼 수 있었을까! 그만큼 배우가 그 역에 어울리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실제로 제인 오스틴은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아름다운 앤 헤서웨이가 제인 역에 정말 어울렸다. 좋은 가문에 시집가는 것이 여자가 갖는 최고의 목적이었던 시대, 소설가가 되기를 꿈 꾸며, 습작을 일삼고, 그 글을 가족 앞에서 낭독하는 일상을 지내던 제인이었다. 그녀 앞에 어느 날, 오빠 친구인 한량 쿠퍼가 나타나 대놓고 시골을 무시하는 언사를 행한다. 이에 분개한 제인과 그에 맞서는 쿠퍼. 티격태격 언쟁을 벌이는 동안 사랑이 싹튼다. 둘의 사랑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한 번 위기가 찾아오지만 다시 사랑을 선택한다. 부자가 그녀에게 청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사랑만을 선택했던 그녀도 쿠퍼가 소중히 간직하던 편지 한 장을 발견하곤 사랑을 포기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쿠퍼가 자신을 선택하게 되면, 가족을 등지고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결별을 선언하 후, 발걸음을 돌린다. "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말이다. 그녀의 사랑이 그렇게 슬프게 끝나서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했을까. 사랑이란 걸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인데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면서도 파문이 일듯 서서히 감동이 전해진다. 겨울 방학에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책으로 만나봐야겠다.

 

  동료 중에서 <인터스텔라>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고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 흥행 중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우주 이야기도 좋아하는 편이고 말이다. 3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는데 솔직히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하는 게 좀 놀랍다. 영화는 꽤 어렵고 철학적이고 심지어 난해하기까지 하다. 어려운 전문 용어가 마구 등장한다.  예전에 봤던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우주 관련 영화를 상상한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스타워즈, 아마겟돈, 아폴로13, 아바타 등의 영화에 비하면 굉장히 스토리 전개도 느리고, 호흡도 더디며, 영상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하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더구나 함께 본 딸도 어렵지만 재밌다고 하였다. 기이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집에서 본 <비커밍 제인>이 훨씬 날 행복하게 해줬는데..... 우주의 광활함이나 신비보다는 부성애를 더 진하게 느끼게 만드는 영화였다. 누군가 날 애타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우주이건 사지이건 가려고 하는 그 마음이 참 절절했다.  

 

  영화 두 편으로 한껏 높아진 스트레스 지수와 혈압이 당장 내려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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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7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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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8 17: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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