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이 안톤을 찾아가는 17가지 이야기 푸른숲 어린이 문학 38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지음, 카롤라 홀란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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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금은 엉뚱한 캐릭터인 안톤의 특기는 엉뚱한 질문 던지기이다.

안톤의 꿈은 농부 또는 세상을 미소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우리 나라 아이들 중에 꿈을 적는 칸에 "농부"라고 적는 아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오스트리아에서도 꿈이 농부인 경우는 일반적인 것은 아닌가 보다.

 

사람들이 꿈을 물어봐 농부라고 대답하면 조금 이상한 눈초리로 안톤을 쳐다보는 통에

안톤은 농부라는 꿈을 가진 게 이상한 일인가 헷갈릴 때도 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책을 읽다보면 안톤의 순수함에 빠져들게 된다.

 

안톤의 17가지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부제를 보니 <생각을 열어주는 철학 동화>라고 되어 있다.

짤막한 에피소드이지만 진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령 못생기고 말라빠진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이야기가 그렇다.

엄마를 졸라 귀엽고 예쁜 강아지를 길러도 좋다는 허락을 겨우 맡게 된다.

어떤 강아지를 기를까 고민하던 중에

안톤은 자기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작고 말라빠진 고양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 길고양이가 눈에 밟힌 안톤은 결국 예쁜 강아지 대신 길고양이를 반려 동물로 선택한다.

그 고양이와 말도 하는 안톤.

역시 순수한 사람은 고양이와도 의사소통이 되나 보다.

 

안톤은 정의로운 아이이다.

어느 날, 엄마가 업무상 중요한 사람을 집으로 초대한다.

중요한 계약을 해야 한다며 엄마는 안톤에게 엉뚱한 말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런데 그 계약 상대자가 안톤의 집을 들어온 순간,

안톤은 깜짝 놀란다.

그 사람이 모피를 친친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를 향해 해 버린다.

"모피 코트 입지 마세요" 라고 말이다.

계약은 물 건너 갔지만 엄마는 안톤이 한 일을 나무라지 않는다.

안톤을 응원해 주는 이런 엄마가 있기 때문에

안톤이 정의롭게 자라고 있는 게 아닐런지....

 

하나 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안톤은 벤치에서 이상한 아줌마를 만났다.

"듣는 사람"이란 직업을 가졌다고 본인을 소개하는 아줌마.

뭐? 그런 직업도 다 있나?

아줌마의 주장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어떤 문제는 귀 기울여 들여 주는 사람만 있어도 저절로 해결이 되거든.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겐 걱정도 많고 문제도 많은데,

남의 말에 진득하니 귀를 기울이고 들어 주는 사람이 없어.

하지만 나는 아주 잘 들어 줄 수있지.

 

가족의 말을 잘 들어주고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웃의 말을 잘 들어주고

국민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회가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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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9 1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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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0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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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호텔 - 초등 6학년 1학기 국어(가) 수록도서 생각숲 상상바다 3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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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우주 호텔>이 수록되어 있다.

제법 글밥이 많아 국어 시간에 읽다가 끝날 듯하여

아침독서 시간에 미리 읽으라고 미션을 주었다.

 

도서실에 마침 이 책이 있어 빌려서 읽어봤다.

작가 이력을 보니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지우개 따먹기 법칙>을 쓴 분이었다.

책은 60쪽 안팎이지만 깊이가 있어 6학년 교과서에 실린 듯하다.

 

폐지 할머니가 있다.

동네 폐지를 주워 내다 팔아 붙여진 별명이다.

폐지 할머니는 남편이 남기고 간 빚을 갚기 위해 가족도 없이

열심히 폐지를 주워 담아 팔고

그 돈을 통장에 차곡차곡 넣는 그것만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다.

 

할머니는 자신이 폐지를 줍던 구역에

눈에 커다란 혹이 나고 앞도 잘 안 보이는  다른 할머니가 먼저 와서 폐지를 줍고 있자

냅다 밀치고 폐지를 빼앗기 까지 한다.

얼마나 삶이 퍽퍽했으면 그랬을까 싶지만

그래도 자신보다 더 딱한 처지에 놓인 그 할머니한테 패악스럽게 하다니...

 

그렇게 땅만 보고, 폐지만 줍고, 하늘도 이웃도 쳐다보지 않던 할머니가 달라지는 계기가 있다.

어느 날, 앞집 여자 아이가 그린 "우주 호텔"이라는 그림을 보고

예전 자신의 꿈을 아슴아슴 떠올리게 된 것이다.

메이만할 적 할머니에게도 ' 달에 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더랬다.

그 꿈을 떠올린 순간,

바짝 메말라 있던 할머니의 가슴이 단비로 촉촉하게 적셔졌다.

 

사느라 바빠서

나 혼자 살기도 힘들어서

삶에 지쳐서

하늘도 이웃도 돌아보지 않았던 그 인생이 참 허무했다.

통장에 돈은 쌓여 있을지 몰라도

할머니의 삶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제 폐지 할머니는 예전처럼 땅만 보고 다니지 않는다.

가끔 허리를 곧게 펴 하늘도 보고, 주변에 핀 꽃도 보고, 이웃에게 말도 건다.

할머니가 있는 공간이 우주 호텔이라 여기고

자기보다 더 외롭고, 연약한 이를 위하여

기꺼이 그 공간과 자신의 마음 곁을 내어준다.

이런 삶이 행복한 게 아닐까!

 

연일 들려오는 끔찍한 소식에 정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희망을 품어 본다.

" 사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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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03-16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6학년을 맡으셨군요~
체력 안배 잘 하셔고~ 6학년과의 멋진 한 해를 응원합니다!!

수퍼남매맘 2016-03-16 11:00   좋아요 0 | URL
네~ 응원 고맙습니다. 1학기에는 교과 시간이 많아 그런대로 견딜만합니다.
 
부처를 만난 고구려 왕자 푸른숲 역사 동화 10
백승남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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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구려 시대, 불교가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추천사를 보면
" 이 책은 이련과 마로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일 때 토착 신앙을 배척하기보다는 
끝어안음으로써 큰 마찰이 없었던 당시 고구려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라고 되어 있다.
이 추천사를 쓴 사람은 지난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후배 교사여서 더 반가웠다.
사회과에 워낙 조예가 깊어서 이 후배가 추천하는 책은 믿고 보는 편이다. 

이련은 왕자이다.

불교를 받아들인 소수림왕의 동생이자, 광개토대왕의 아버지로서 나중에 고국양왕이 된다.
고국원왕은 들어봤어도 고국양왕은 금시초문이었다.
소수림왕과 광개토대왕 사이에 고국양왕이 존재했고,
이 이야기는 바로 고국양왕이 왕자일 당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또 한 명 마로라는 아이가 나온다.

마로는 사무의 후계자로 토착 신앙의 수호자이다.

사무는 고구려 시대, 국가적인 제사를 관할하던 직분을 말한다.

마로는 이련 왕자처럼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그 당시 상황을 봤을 때 충분히 개연성 있어 보이는 인물이다.

이 책은 이렇게 신분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두 인물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진정한 지도자란 무엇인지 깨달아 가는 역사 동화이자 성장 동화이다.

작가는 이련과 마로가 서로를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판타지"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역사 동화인데 판타지라니?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역사 동화 속에 판타지가 등장하여 약간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마로가 믿는 토착 신앙을 설명하려면 말이다.


생각해 보니 
불교가 삼국에 전해질 때, 토착 신앙과 마찰 없이 잘 받아들여졌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불교 전래 순서와 불교를 국교화 시킨 왕의 이름을 암기하는데 급급했었으니깐.
조선시대만 봐도 천주교가 들어올 때  유교와의 마찰이 굉장히 심하지 않았던가!
물론 조선은 유교가 국교인 상태에서 일부가 천주교를 들여왔고,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충돌이 많았던 반면

불교는 들어온 경로가 다르긴 하다.

토착 신앙이 오랜 시간 동안 정착된 상태에서 오히려 왕권이 개입하여 불교를 받아들인 상황이니 말이다.

왕권이 개입하여 불교를 선포한 셈이니 어쩌면 굉장히 강력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치더라도 오랜 기간 뿌리 내린 토착 신앙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불교가 백성들 마음 속에 신앙으로 자리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라 짐작된다.


어찌 되었건 두 이질적인 종교 문화가 부딪히는 면에서는 고구려나 조선이나 상황이 비슷하지 않는가!
고구려 백성들은 이질적인 종교 문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조선 시대처럼 심한 박해와 문화적 충돌이 있었을까?

초반에서도 말했듯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구려에 심한 가뭄이 들자 소수림왕은

동생 이련 왕자한테 사무를  찾아 궁으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이 시기는 이미 불교를 받아들인 후였다.

아마 가뭄이 너무 심하니

사무의 기우제를 통해 가뭄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거라 짐작된다.

불도가 된 이후, 활을 잡지도 살생을 저지르지도 고기도 먹지 않던 이련은 

사무를 찾으러 가는 중에 위험에 빠지고 마로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된다.

마로와 지내면서 이련은 다시 고기도 먹고, 활도 잡게 된다.
마로를 쫓아 간 곳에서 이련은 또 다른 세상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자기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자기가 아는 것만이 옳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궁궐을 떠나기 전에는 철부지였던 왕자였지만

마로와의 만남, 사무가 하는 일, 마로의 마을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련은 변하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동화는 성장 동화이기도 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종교가 달라 야기되는 나라 사이의 전쟁은 수많은 사람을 다치거나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서로 다른 것인데 틀리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고구려인들이 토착 신앙과 불교를 조화롭게 영위한 모습은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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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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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6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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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달인 낮은산 너른들 15
김남중 지음, 조승연 그림 / 낮은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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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사각지대와 소외된 사람의 이야기를 심층 있게 다루는 김남중 작가의 신작이다.

 

5학년 이소령이 주인공이다.

이름이 "이소룡"을 닮았지만 싸움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반대의 캐릭터이다.

전학 온 지 2주 밖에 안 된 소령이를 김진기 라는 학교 일짱이 계속 못살게 한판 붙자고 한다.

싸우기 싫은데..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그럴 단계가 아니었다.

소령이는 인터넷에다 어떻게 싸움을 잘할 수 있을지 질문을 올린다.

여러 사람이 자기 경험에 비추어 대답을 해주지만 김진기와 싸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이 정도쯤 되면 학교 가는 게 너무 싫을 것 같다.

김진기가 계속적으로 소령이를 괴롭히는데 어른들은 뭐하고 있었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온다.

소령이는 순대를 파는 삼촌과 단둘이 살고 있다.

키는 작지만 생각은 어른 같아서 장사하느라 바쁘고 힘든 삼촌한테 자신의 짐까지 지우기 싫었을 테다.

그렇담 선생님은?

선생님 앞에서는 사과하는 척하고, 뒤돌아서면 괴롭히는 게 김진기 일당이다.

 

인터넷에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교길에 기다리고 있던 김진기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온 날, 

삼촌과 친한 찐빵 삼촌이 부어터진 소령이의 얼굴을 보고 전후사정을 알게 된다. 

찐빵 삼촌은 그날부터 소령이에게 싸움의 기술을 개인지도해 준다.

어디가 급소인지, 어떻게 상대를 노려봐야 하는지, 어떻게 가래침을 모아야 하는지, 어떻게 선방을 날려야 하는지...

찐빵 삼촌한데 배운 기술로 김진기한테 대적할 수 있을까?

 

결전의 날, 과연 결과는?

믿을 수 없겠지만 소령이가 김진기를 때려 눕혔다.

역시 찐빵 삼촌 말대로 적당한 때에 선방을 날려야 하는가보다.

이제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지 싶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첩첩산중이었다.

 

아이들만 싸우는 게 아니었다.

어른들은 더 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재개발 때문에 삼촌과 미래를 약속한 진이 이모 식당이 헐리게 생겼다.

오래된 상가들이 모두 헐린다는 것이다.

가게 주인들은 이 가게를 인수할 때 어마어마한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단 한 푼도 못 받는단다. 그게 법이란다.

가게 주인한테 그 돈을 준 게 아니니까 권리금은 받지 못한단다.

가게를 부수려는 사람과 가게를 지키려는 사람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른들의 전쟁을 지켜보면서 소령이의 마음이 얼마나 착잡했을까!

 

책에는 소령이와 진기의 싸움, 재개발자와 가게 주인의 싸움이 나온다.

소령이는 소령이대로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삼촌과 진이 이모 또한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용산참사가 떠오른다.

얼마 전 봤던 영화 " 소수의견"과 "내부자들"도 떠오른다.

이런 일들을 보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허망하게 들린다.

 

소령이가 보고 듣고 겪은 사회는 과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일까!

정직하게 죄 짓지 않고 성실하게 살면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일까!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깡패와 잡어 출신 검사가 협력하여 통쾌하게 거대 권력에 펀치를 날렸지만

현실에서도 그게 가능할까?

우리 아이들한테 이 세상은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라고 가르치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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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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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심란한데

들려오는 나라 소식이  더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지금 보다 더 나은 내일은 언제나 오려나!

시린 마음과 얼어붙은 몸을 잠시나마 데울 수 있는 따듯한 책 한 권을 소개해 본다.


황선미 작가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조합만으로도 이 책은 당연히 시선을 끌었다.

당대의 내노라 하는 두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니

이 웬 횡재인가!

창작은 아니지만 유럽에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을 황선미 작가가 다듬고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이보나 씨가 그렸다.

10가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폴란드 이야기 4개, 프랑스 이야기 2개, 이탈리아, 터키, 스페인, 영국 이야기가 실려 있다.


10개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어느 나라의 이야기든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비슷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권선징악적 결말이 그렇다.

마치 <콩쥐 팥쥐>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 신데렐라>가 떠오르는 그런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하루에 한 꼭지씩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어디서 읽었더라 비교 감상해 보면 좋을 듯하다.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 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이야기 하나하나 자세히 곱씹어 보면 진짜 용기와 지혜를 깨닫게 된다.

아무쪼록 높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읽고 깨닫고 실천해야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될 텐데... 갈 길이 참 멀다.


이야기 시작 전에 이보나씨의 멋진 그림과 함께 짤막한 글귀가 써져 있는데

이 글귀가 이야기의 단서가 된다.

그 중 마음을 쿵 울렸던 글귀를 소개해 본다.

이보나 씨의 고국이기도 한 폴란드의 민담 <고사리 꽃>에 나온 글귀이다.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야첵이라는 마음씨 고운 아이이다.

어느 날, 할머니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행운을 주는 고사리 꽃"에 대한 전설을 듣게 된다.

성 요한의 날, 새벽 닭이 울기 전, 그 고사리 꽃을 손에 쥐면 어마어마한 행운을 갖게 된다는 말에

야첵은 그 날이 오기만을 손 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성 요한의 날-우리 나라로 따지면 하지가 된다-에 야첵은 깨끗이 씻고, 하얀 티셔츠를 입고, 빨간 띠를 두르고

고사리 꽃을 찾아 나선다.

고사리 꽃을 손을 쥐려면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감수해야 한다는 노파의 말대로

고사리 꽃을 찾아가는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겨우 고사리 꽃을 찾았다 싶었지만 새벽 닭이 울어 그만 실패.

두 번이 실패를 무릅쓰고 고사리 꽃을 찾는 걸 멈추지 않았던 야첵은

세 번 째 도전에 드디어 고사리 꽃을 손에 거머쥔다.

고사리 꽃은 야첵의 심장에 파고들며 이 말을 한다.

" 네가 나를 가졌으니 행운은 너이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명심해야 한다.

나를 가진 사람은 무엇이든 자기가 원하는 모든 걸 얻을 수 있지만,

그 행운은 누구하고도 나누어서는 안 된다."

삼 년 만에 고사리 꽃을 쟁취한 야첵은 이렇게 생각한다.

" 자비로운 신이시여! 제가 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보살펴야 합니까?

그들은 생각도 없고 손도 없단 말인가요?

그들도 고사리 꽃을 찾을 수 있고 알아서 살 수 있는 걸요!"

야첵은 아무런 고민 없이

부모도, 형제도, 고향도 버리고

화려한 궁전에서 누구하고도 행운을 나누지 않고 혼자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시간이 지나자 야첵은 부모 형제, 고향이 그리웠다.

행운을 나누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고사리 꽃이 경고하였는데...

용기를 내어 고향에 가 본 야첵은 늙은 어머니가 하는 말을 듣고 잠시 흔들린다.

아마 그건 아직 남아 있는 양심때문이었을 테다.

어머니는 야첵을 알아보지 못한 채 자신이 기억하는 야첵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야첵은 마음이 착한 아이였어요.

자기 식구들하고 나누어 가질 수 없다면

어떤 행운도 마다할 그런 아이였습죠"

어머니가 기억하고 있는 야첵과 지금의 야첵은 한참 거리가 멀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궁전으로 온 야첵은 너무 괴로워 술로 세월을 보낸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다시 고향 집으로 가 본 야첵은

더 처참해진 가족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

" 어머니는 말할 기력이 없었고, 야첵은 도움을 줄 용기가 없었습니다"

야첵은 이번에도 행운이 날아갈 까봐 두려워 애써 가족을 외면하고 다시 궁전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화려한 궁전, 산해진미가 있어도 이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야첵을 불행하게 할 뿐이었다.

다시 한 번 가족과 고향을 찾아간 야첵!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자신이 찾은 행운을 모두 잃어도 상관 없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지만

너무 늦은 것은 아닐런지.


야첵이 고사리 꽃을 찾을 때도 세 번.

야첵이 고향과 가족을 찾아간 것도 세 번.

우연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양심을 돌이킬 기회, 행운을 나눠줄 기회는 몇 번 주어진다.

늦기 전에 양심의 소리를 듣길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을 교실에서 읽어줬더랬다.

그 때 "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라는 이 말을 잠시 소개해 준 적이 있다.

애너벨은 행운을 이웃과 함께  나눈 아이였고,

야첵은 엄청난 행운을 자신만 움켜 쥔 아이였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분명한 건

애너벨과 같은 사람이 많아질 때 이 세상은 지금 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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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2-2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수퍼남매맘 2015-12-30 17:15   좋아요 0 | URL
네~~ 멋진 책이더라고요.

2015-12-30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0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