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잉글리시 티처 푸른숲 어린이 문학 34
박관희 지음, 이수영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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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전, 딸이 아침 밥상머리에서 " 힘들다"를 연발하길래 " 뭐가 힘든데?" 물어봤다.  " 그냥 다 힘들어" 한다. 예전 같았으면 

" 니가 뭐가 힘들어? 대한 민국에서 너처럼 편한 중딩이 어디 있다고? 속 편한 소리 하시네!!!" 잔소리를 4절까지 늘어놨을 것이다. 그 날은 힘들다는 딸을 가만 바라봤다. '그래 너도 힘들겠지.  안 다니던 학원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겠니' 그렇게 생각했다. 딸은 힘들다는 소리를 멈추고 조용히 아침을 먹었다. 


아이도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마이 잉글리시 티처>라는 책을 읽고서이다. 마지막에 있는 작가 후기를 읽고서 아이도 그 나름대로 충분히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딸에게 잔소리를 안 할 수 있었다.  책은 이렇게 시각을 변하게 한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내가 그걸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면서 관계가 달라진다. 그래서 책은 스승이다.

 

이 책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도 그 나름대로 힘들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네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네 아이의 삶은 어른 못지 않게 참 고달프다. 누가 그 아이한테 " 어린이가 뭐가 힘들어? 공부만 하면 되는데?" 라고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 요즘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는데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혹독한 회사 생활을 보며 눈시울이 젖곤 한다.  네 아이에의 삶도 장그래 못지 않다.

 

표제가 된 <마이 잉글리시 티쳐>는 엄마의 사회적 신분 상승에 대한 열망 때문에 수준 높은 영어 학원에 다녀서 상위 클래스에 들어갔지만 원어민 영어 강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할 뻔한 선희의 이야기이다.

<아빠하고 나하고>는  어느 날 갑자기 실직당한 아빠로 인해 엄마가 집에 공부방을 차려 돌연 자기 방을 뺏긴 채 거리를 배회하는 민재의 이야기이다. 실직자는 모두 치효의 말처럼 루저이며 사회부적응자일까! 

<여인숙에서 사는 아이>는 아빠의 사업 실패와 키워주시던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여인숙에 살게 된 세연이의 이야기이다.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외로움을 달래려 근처 도서관에 가 책을 읽다 우연히 비슷한 처지의 남자 아이를 만나 우정을 키워가지만 또 다른 시련이 세연이를 기디라고 있다.  

마지막 <어디까지 왔니>는 엄마의 가출과 아빠의 부재로 인해 술주정뱅이 할아버지에 맡겨진 어린 선우와 선재 형제의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누가 봐도 선희, 민재, 세연, 선우의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그들 나름대로 짊어진 삶의 무게가 참 무겁다. 마지막 선우 이야기를 보면 어린 아이가 짊어져야 할 짐치고는 너무 무겁다는 생각마저 든다. 내 자녀는 그들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부모가 다 생존해 계시고,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과연 각자의 삶이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힘들다는 것을 어른은 인정하지 않는다. "어른 되어봐라.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지.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공부야. 직장 다녀 봐, 얼마나 힘든지 알어? " 라며 얼마나 쉽게 말해왔던가! 그런데 과연 그런가! 난 학생 때 공부가 정말 쉬웠던가! 고민이 없었던가! 힘든 일이 없었던가! 그렇지 않다. 나도 딸 아이 나이 때 힘들었다. 공부도 힘들었고, 친구관계도 힘들었고, 무엇이 될까 고민도 많았다. 지금 어른이 되었다고 그 시절 그 고민은 어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한다. 아기가 배밀이를 하는 것도 힘들 거다. 초등학생도 나름대로 힘든 게 있고,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당연히 힘들다. 노인이라고 힘들지 않겠는가! 가끔 친정 엄마를 보며 얼마나 힘들까 생각한다. 40대인 나도 밥 해 먹기가 이렇게 고달픈데 80 노모가 삼시 세 끼 차려 먹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굳이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도 정신적으로 참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통계를 보니 40분마다 한 명씩 자살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자살률 1위라는 것은 이제 놀랄 만한 뉴스도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힘들지 않을까! 통계로 보면 직업에서 치과 의사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나와 있다. 이건 돈이 많아도,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나름 고민이 있고, 힘들다는 것이다. 


네 아이의 삶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혹시 어른이 세운 기준과 잣대 때문에 아이가 힘든 경우는 아닌가! 선희의 경우가 그렇다.  엄마의 신분 상승 욕구 때문에 선희가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자식을 통해 부모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고 하거나 신분 상승을 꿈 꾸는등, 부모의 잘못된 목적의식이 아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아이는 아이의 삶이 있는데 부모의 꿈을 강요해서는 안 되겠다. 


반면 민재, 세연, 선우의 경우 사회적 복지 제도가 뒷받침되었다면 고통 받지 않아도 될 상황이다. 미약한 복지 제도 때문에 경제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예이기도 하다.  한국이 북유럽의 복지 수준이었다면 갑자기 아빠가 실직을 당하더라도 민재가 이런 고통을 당할 필요는 없었을 테다. 세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기본 생활 문제로 고통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 아침에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여도 재취업할 때까지 나라에서 책임을 지는 사회였다면 민재가 공부방으로 방을 빼앗기고, 거리에서 배회하지 않았을 테며, 민재 아빠가 루저로 오해 받으며 pc방에서 시간을 때울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빈곤층 , 소외 계층이 사회 지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상태라면 네 아이의 고통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개인이 당하는 고통은 어쩌면 개인의 문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고통 중 일부는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 안 되어 당하는 고통일 수도 있다고 한번쯤 시각을 달리하여 생각해봤음 좋겠다.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른다. 한국은 민재네 가정처럼 가장이 실직당하거나 세연이와 선우 가정처럼 파산하면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한번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거기서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사회적 안전망부터 만들어 놔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적 안전망이 없으면 선희 엄마처럼 악착같이 딸을 공부시켜 너라도 신분 상승 하라고 세뇌시키는 부류가 나올 수밖에 없고, 아이는 그런 부모의 기대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힘들게 하루를 버틴다. 힘듦의 종류와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라고 해서 힘들지 않다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아이가 힘들다고 했을 때, 어깨를 토닥여주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겠다. 이 책에 나온 세 아이의 경우처럼 기본 의식주 생활 때문에 고통 받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세연, 선우의 경우처럼 파산으로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리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선희 엄마처럼 나의 이기심과 욕망 때문에 아이를 힘들게 하지는 말아야겠다.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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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2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라임 어린이 문학 1
강정연 지음, 오정택 그림 / 라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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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도군>을 쓴 강정연 작가의 책이다.

강정연 작가는 우리 가족과 인연이 깊다.

딸이 쓴 건방진 도도군 독후감이 비룡소 대상을 탔기 때문이다.

<건방진 도도군>을 정말 재밌고 의미 있게 읽은 터라, 강정연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무지 궁금하였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친친 할아버지가 뭘까?

친친 할아버지는 주인공 장군이가 할아버지를 부르는 애칭이다.

" 친한 친구 같은 사랑하는 나의 할아버지" 라는 뜻이다.

장군이는 할아버지를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하며 부자기간 보다 더 돈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장군이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나서 장군이 아빠는  혼자 양육할 힘이 없어

장군이를 속초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몇 년 동안 할아버지가 장군이를 키웠기 때문에 손자지간이 그 어느 집보다 돈독할 수밖에 없다.

장군이와 할아버지 사이에는 많은 추억이 있다.

아마 아빠와 함께한 추억보다 수십 배, 수 백 배 많을 것이다.

장군이에게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존재이다.

아니 어쩌면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였던 장군이는 이제 어엿한 5학년이지만

장군이의 학교 생활은 지옥 같다.

이름처럼 씩씩하지도 않고, 뚱보에다 울보여서 아이들은 그런 장군이를 "뚱볼보"라고 놀린다.

그 중에서도 장군이보다 키 작은 창식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장군이를 못살게 군다.

하지만 장군이는 그런 창식이를 향해 반격은 커녕 말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선생님이 가장 쉬운 여름 방학 숙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숙제를 해오라고 하였지만

장군이는 그 숙제조차도 힘들고, 어렵다.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못난이처럼 살고 있는 장군이에게 아빠는 어느 날, 구세주 같은 할아버지를 모셔 온다.

아빠는 둘만 남겨 놓고 또 떠난다.

할아버지만 계시면 여름 방학 숙제는 잘할 수 있을 법하다.

다시 장군이와 함께 살게 된 할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다.

바로 알츠 하이머를 앓고 계시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할아버지가 장군이를 돌봤다면

이번에는 반대다.

즉 장군이가 할아버지를 돌봐야 한다.

국어 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하신 할아버지는 알츠 하이머 라는 병에 걸려

한글을 깡그리 잊어버리셨단다. 헉~ 세상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나보다.

"위대한 개츠비"를 즐겨 읽으셨던 할아버지는 이제 장군이가 쓴 편지도, 간판 글자도 읽지 못한다.

 

한글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자신보다 작은 덩치를 가진 아이와도 대면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은 손자 장군이가

함께살며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의지하며, 서로 치유 받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표면상으로 볼 때는 장군이가 어린 보호자가 되어 할아버지를 돌보는 것처럼 보인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면 장군이 또한 할아버지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장군이 또한 "뚱볼보"로부터 점차 탈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장군이는 할아버지를 통해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받으며

한글을 잊어버린 할아버지에게 매일 편지를 쓰고, 읽어주는 일상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해 나간다.

 

통계상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치매 환자라고 한다.

장군이 할아버지처럼 일상 생활은 전혀 지장이 없는데 한글만 깡그리 잊어버리는 치매도 있고-진짜 놀라웠다.-

이밖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치매 초기인 아버지가 우리 집에 계셔서

더 묵중하게 와닿았다.

나는, 우리 수퍼남매는 장군이처럼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극진히 모실 수 있을까!

한글을 잊어버린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고 읽어주는 장군이를 보면서 반성하였다.

어른이라도 하지 못할 일을 12살 장군이는 싫은 내색 없이 할아버지를 위해 그 일들을 해낸다.

그것만으로도 장군이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 보니 치매 환자 돌보는 게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장군이는 아빠도 못한 일을 해내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 아이인가!

 

혹시 주변에 치매 환자를 가진 가족이나

장군이처럼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있으면 강력하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정연 작가 또한 기대감을 무너뜨리지 않는 멋진 작가이다.

 

창식이를 두려워하는 손자 장군이를 격려하며 해 준 할아버지의 말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다.

" 딱 한 번만, 더도 말고  딱 한 번만 부딪쳐 보거라. 처음 친구 집에 놀러간 것처럼,

처음 도서관에 들어간 것처럼, 첫 번째 벽만 깨면 그다음은 믿을 수 없이 쉽게 무너진단다.

하지만 그 한 번이 없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아무것도."

 

 참 멋진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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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한 최재천 꿈을 주는 현대인물선 17
최재천 글, 최경식 그림 / 리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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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이라는 이름을 근래 들어 여러 번 들었지만 솔직히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은

"통섭학자"타이틀 정도였다.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을 통해서 그 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키가 상당히 크시다는 걸 알았다.

키가 커서 농구를 잘하는 건지, 농구를 열심해 해서 키가 큰건지 그건 안 나와 있어서 모르겠고,

하다 못해 농구까지 잘하는 팔방미인이시다.

 

통섭이라 함은

사물에 널리 통함.

서로 사귀어 오감.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요즘에 연수를 들으면 강사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게

예전에는 하나만 잘해도 잘 먹고 잘 살았지만

미래사회는 그게 안 통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것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한단다.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고, 통합,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단다.

그리하여

학교에서 요즘 부르짖는 게 그래서 "융합"(STEAM)이다.

적어도 지금의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살아갈 미래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져서

한 사람이 보통 5-6개의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최재천 교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래사회를 준비한 사람인 듯하다.

 

시도 잘 쓰고, 미술적 재능도 있고, 동물학 공부도 하고, 기생충 공부 기타 등등

그야말로 통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잘하기도 힘든데 여러 가지를 알고 그 이치를 알아 사물에 널리 통한다는 것은

나 같은 범인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나면 통섭의 근본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통섭학자 최재천 교수는 쓸모 없는 꿈은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말한다.

책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그가 통섭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그 근본 바탕은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 부모님이 사 주신 동화전집, 그리고 교과서 너머에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통섭과 연관지어 미래 사회는 혼자 능력이 뛰어나서 헤쳐 나가는 사회가 아니라고 한다.

협력이 필요한 사회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사귀어 오감"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이들에게 사회성 내지는 원만한 대인 관계가 정말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나 혼자 그 많은 경험과 지식들을 소유할 수는 없다.

나와 다른 경험, 지식을 소유한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올바른 인성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그러니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간접적인 다양한 경험과 올바른 인성이다.

직접 체험을 다할 수 없으므로 자연스레 다양한 책읽기가 강조되는 것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올바른 인성이 더 많이 요구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교육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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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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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몇 번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등극한 이 책은

보면 볼수록  드라마와 비슷한 점이 많다.

드라마 작가는 누구도 이 책의 가치를 잘 모르던 시절에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었나 보다.

이 책을 등장시킨 걸 보니 말이다.

난 이 책이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는 줄도 몰랐다.

요즘에는 이 책이 등장하지 않지만

초반에는 주인공이 책을 읽는 장면이 몇 번 나와서

나처럼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저 책이 무슨 책일까 심히 궁금했을 것이다.

아무튼 책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책에 나오는 토끼 인형 에드워드는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지 할 줄은 몰랐다.

이 토끼 캐릭터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기로 작정한 도민준 씨와 상당히 비슷하다.

게다가 에드워드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그때마다 다른 이름을 갖게 되는 것도

드라마 속의 도민준 씨가 매번 사망 신고를 하여 새 이름으로 태어나는 것과 흡사하다.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와 비교하면서 읽으니 더 재미있었다.

 

자신을 끔직히 사랑해주던 애빌린 곁에 있을 때는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쥐뿔만큼도 몰랐던 에드워드는

유람선 여행을 떠났다가 바다에 빠지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된다.

그 시련 덕분에 무감정이었던 에드워드는

자신을 거쳐간 여러 사람들을 통해 하나하나 소중한 감정들을 배워나간다.

그 감정들 중에는 기쁨과 행복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희노애락이 다 들어 있다.

                                    

                              애빌린의 집에 있는 에드워드                            바다에 빠진 에드워드

 

 

에드워드를 맡았던 주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새 주인은 단언컨대

가난한 오누이 브라이스와 사라이다.

애빌린만큼이나 끔찍하게 에드워드를 사랑했던 사라 루스가

그 가녀린 몸으로 마지막 숨을 가쁘게 몰아 쉴 때는 정말 가슴이 먹먹하였다.

아무 잘못도 없고 착하디 착한 사라 루스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야 하는지.....

에드워드는 사라 루스를 통해 사랑도 배우지만 슬픔도 배우게 된다.

여동생이 그토록 사랑했던 쟁글스(에드워드의 새 이름)를 되살리기 위해

쟁글스를 인형 가게 주인에게 양도하는 브라이스의 그 절절한 사연을 읽을 때도 어깨가 들먹여졌다.

브라이스의 사랑은 내가 소유하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보여주는 예였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면 때가 되면 자녀를 과감히 보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에드워드는 이집트 애빌린의 집에서 가장 멋진 옷으로 치장하고 호사를 누릴 때는 몰랐던 그런 소중한 감정들을

여기저기를 헤매며 만나게 된 가난하고, 헐벗고, 연약한 자들의 사랑을 통해 배우게 된다.

드라마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되었지만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정말 충분히 감동을 주고 깊은 울림을 주는 멋진 책이었다.

 

누구에게나 에드워드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껴 주는 사람은 어쩐지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고, 그 소중한 존재 가치들을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다.

에드워드가 애빌린의 사랑을 안중에 없어 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애빌린에게서 멀어져 혹독한 세상살이를 통해

애빌린의 사랑을 되씹어 보고 그 고귀한 가치를 느끼게 되는 것처럼

우리 또한 그런 어리석음을 자주 범하곤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야 부모님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봐야 내가 얼마나 상대방을 사랑했는지 깨닫게 된다.

" 있을 때 잘해!" 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면서 너무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이 책은 에드워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고 나에게 경고해 준다.

헤어지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내 주변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아낌없이 사랑하라고 말이다.

부모님, 남편, 수퍼남매, 친구들, 선후배들, 학생들...

그들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매순간 소중히 여기라고 말이다.

 

또 하나 이 책을 칭찬하고 싶은 점이 있다.

에드워드를 돌봐주고 그에게 소중한 감정들을 일깨워 준 사람들이

하나같이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에드워드가 애빌린의 집처럼 윤택한 가정들을 전전하였다면 감동이 절감되었을 테다.

하지만 하나같이 가난한 자들이 에드워드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준다.

그들의 사랑을 통해 에드워드는 인생을 배우게 된다.

독자는 에드워드의 여행을 통해 세상의 약자들이 사는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몸은 가난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자인 그들의 세상 사는 법을 보게 된다.

부잣집에서 호의호식했지만 감사할 줄도 사랑할 줄도 몰랐던 에드워드와

가난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지만 죽는 순간까지 에드워드를 아낌없이 사랑했던 사라 루스

둘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

떠돌이 에드워드를 돌봐줬던 이들은 세상적으로 볼 때는 가난하였지만

그들이야말로 사랑을 줄 줄 아는 진정한 부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에드워드를 돌봐줬던 가난한 이웃들

 

어제가 설날이었다.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대박 나세요. 부자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주고 받는 걸 보게 된다.

어떤 복을 바라는 것일까!

진정한 복이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더 풍성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우산에 톡톡탁탁 부딪히는 소리

커피 한 잔의 그윽한 향기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왁자지껄 신 나는 윷놀이 한 판

작년보다 훌쩍 자란 자녀들의 세배

울림을 주는 그림책 한 권

 

이 모든 것들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진정 복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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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0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베스트셀러 1위인 이유가 있었군요. 별그대를 가끔 보는지라....ㅎㅎ
설 명절엔 맛있는 커피를 한잔도 마시지 못했어요.
입에 딱 맞는 커피 마실때 '아 행복해!'하는 소리가 절로 나와요^^

수퍼남매맘 2014-02-02 11:55   좋아요 0 | URL
별그대 자주 안 보시는군요. 요즘 이 드라마 보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에요. ㅎㅎㅎ
에궁! 세실 님은 원두 커피 좋아하는데 노란 커피를 주로 드셨나 보군요.

순오기 2014-02-0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그대는 재방재재방 하는 거로 띄엄띄엄 봤지만 거의 다 연결이 됐어요.
이 책이 궁금하네요~ ^^

수퍼남매맘 2014-02-03 21:33   좋아요 0 | URL
책 아주 좋습니다. 내용도 진지하고, 사진이 잘 안나와서 좀 그런데 그림도 참 멋스럽습니다.
작가가 뉴베리상 수상작가라서 믿을만합니다.
 
[일수의 탄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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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할 때 '일', '수재'할 때 '수', 이름하여  백 일 수

 일등하는 수재가 되어라! 일수의 이름에 담긴 뜻이에요. 초등학교 앞 문구점을 하는 어느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어요. 그것도 남편이 황금색이 수북이 쌓이는 꿈을 꾸고 나서 생긴 아이라 부모의 기대는대단했어요. 엄청나게 부자로 만들어 줄 꿈이 아닐까 기대했지요. 게다가 태어난 날이 7월 7일, 행운의 7이 두 개나 겹치는 날!

   <일수의 탄생>주인공 일수의 탄생 비화다. 아버지가 꾼 황금색 꾼 꿈은 실은 황금이 아니라 똥이었고, 일수는 태변을 먹고 태어났다. 황금이 아니라 똥꿈이어서일까 일등하는 수재가 되어라는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일수는 정말 그냥저냥한 중간 아이로 자라났다. 한 마디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 없는 아이 그 자체였다. 일수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던 아버지는 일수가 중학교 가던 무렵 돌아가시고, 엄마는 계속 해서 일수가 자신을 돈방석에 앉혀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지냈다. 엄마의 기대와는 달리 일수는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도 늘 중간 하는 아이였다. 공고를 졸업한 일수는 군대에 가고, 군대 가서 이런 저런 일들을 전전해 보지만 뚜렷한 기술 하나 배우지 못 하고 제대를 하고, 급기야 엄마가 하는 문구점에 눌러 앉아 있게 된다. 그야말로 청년 실업자 백일수가 된 것이다.

 

   그렇게 자기 앞가림 못 하던 일수에게 인생 역전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어릴 때 배워둔 서예 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우연히 문구점에 걸린 일수가 쓴 "하면 된다" 라는 붓글씨 액자를 본 어떤 아줌마가 돈을 주면서 가훈을 써 달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일수는 가훈업자가 되어 돈벌이를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재능 하나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일수가 드디어 자신이 쓴 붓글씨로 돈벌이를 하니 이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인가!  처음 돈을 번 날, 일수 어머니께서는 정말로 60여만원을 방석에 깐 채로 돈방석에 앉았다. 30년 세월 가까이 일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어머니, 일수가 번 돈을 만져보니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이제 돈벌이를 하게 되었으니 일수와 일수의 어머니는 행복할까? 여기서 해피 엔딩이 되었을까?

 

   일수 주변에 여러 인물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서예학원 명필가, 친구 일석.

 

   일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유일하게 있는 그대로의 일수를 존중해 주던 아버지는 일찌감치 하늘 나라로 간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했던 말을 떠올려 보자. " 일수에게 너무 기대하지 마. 대단해지지 않았을 때, 엄마에게 죄 지은 느낌으로  계속 살게 될 지도 몰라. " 너무 큰 기대는 자녀에게 커다란 짐이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말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어머니의 기대담은 더욱 커져 가고, 그런 기대감은 일수를 어쩌면 더 정체성 없는 아이로 자라나게 했을 지 모른다. 일수를 가르친 선생님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생기부에 적었던  " 순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학생입니다.  교우 관계가 깊어지고 특기를 계발하기 위해 부모님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말은 일수가 정체성이나 자존감이 약한 아이임을 대변해 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일수 자신도 자아정체감이 없지만 그렇게 된 저변에 어머니의 기대감이 한 몫을 담당한 게 아닐까 싶다. 실패를 하더라도 일수 스스로 선택하게 했더라면 정체감을 좀 더 일찍 찾지 않았을까 싶다.

 

   서예학원 명필가는 일수가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은 진실을 일깨워 주는 사람이다. 때로는 명필가의 말이 너무 직설적이고 모진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일수도 일수의 어머니도 명필가의 충고를 외면하지만 결국 명필가의 말이 일수의 현재 모습이 맞다. 일수는 서예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 유일하게 자신이 무슨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그런 아이였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른 채 어머니의 기대에 이끌려 그렇게 살아가는 아이였다.  일수의 말투를 보면 확연해진다. " ~~ 하는 것 같아요"란 말을 늘 쓰는데 명필가는 일수의 그런 점을 꼬집어 주는 역할을 한다. 아주 무서운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 너의 쓸모는 누가 정하지?" 라는 명필가의 질문은 그런 면에서 아주 예리하다.  하지만 일수는 명필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 한다. 아직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많은 시간이 지나 가훈을 써 달라고 찾아온 어떤 꼬마가 " 선생님 가훈은 뭐예요?" 라고 물어볼 때서야 깨닫게 된다. 내가 누군인지 전혀 아는 게 없다는 그 사실을 말이다.

 

   친구 일석이는 일수와는 완전 대조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수와는 달리, 일석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알고, 꿈도 한결 같고, 중국집 요리사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도 척척 알아 스스로 준비하는 그야말로 자기주도적인 인물 그 자체이다. 우리 부모들이 딱 좋아할만한 그런 타입의 자녀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이 닥쳐 오는데, 실연으로 인해 일석이도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30살 일석이의 분명했던 삶이 안개처럼 흐려지고, 일수처럼 " 나는 누구인가?" 를 고민하게 된다.

 

   30년 내내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던 일수나 30년 동안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했던 일석이의 " 나 찾기 "프로젝트가 이제야 시작된다. 너무 늦었다고? 물론 그런 감이 없잖아 있다. 대부분은 사춘기 때 겪어야 할 고민들인데 이제 서른이 된 그들은 지금에서야 "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을 하고 있으니  혹자는 한심한 인간들이라고 욕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이라도 내가 누군지 찾아 나설 용기가 생겼으니 말이다. 인생에 있어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꼭 " 나 "를 찾길 바란다.

 

   이 책을 한창 재밌게 읽을 때 tv에서 일수와 비슷한 예로 엄마에게 엄청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둘째 아들 이야기를 시청하였다. 남편에게 폭력을 당할 때 유난히 엄마를 위로해줬던 둘째 아들, 그래서 엄마는 둘째를 그 때부터 의지하고 편애하였다고 한다. 둘째는 엄마의 기대가 어릴 때는 정말 좋았지만 사춘기를 겪으면서 너무 부담이 되어 문제 행동을 하기 시작하였단다. 둘째의 폭력에 가정은 매일 전쟁터가 되었다. 그 가정을 보면서 부모의 기대가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커다란 짐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 엄마는 너만 믿어!" 라고 쉽게 내뱉는 말들이 우리 자녀에게는 아주 무거운 바위가 되어 어깨를 짓누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 책을 함께 읽은 딸이 " 엄마, 엄마도 나한테 너무 기대하지 마!" 라 한다.

 

   어디 일수 뿐이겠는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부모에게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내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존재이다. 부모는 눈이 멀고, 귀가 멀어 자녀야말로 수재이며, 내 기대를 한몸에 받을 존재이며, 언젠가는 나를 호강시켜 줄 것이라며 은근히 기대를 한다. 부모는 자녀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참 힘들다. 내 아이만큼은 그럴 리가 절대 없다고 맹신하곤 한다. 부모는 자녀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참 어렵다. 일수 어머니가 그랬다면 일수가 좀 더 일찍 자아를 찾았을 텐데 말이다. 부모의 허튼 기대가 자녀에게 독이 될 줄은 모르고 말이다. 일수의 어머니의 모습이 나에게도 있다. 자녀는 신이 잠시 나에게 맡긴 존재임을 순간순간 잊어버리고 그들을 내 뜻대로 조정하려고 들 때가 너무 많다. 이 책은 부모에게 더 울림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이 나에게 의미가 더 있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깨알 같은 유머가 들어 있는 문장들 덕분이었다.  유은실 작가가 이렇게 유머가 있었나 다시 전작들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마을에 젊은 부부가 살았어요.

부부가 사는 마을은 예로부터 물 맑고 인심이 좋았다는 얘기가 , 구청 홍보 자료에만 있었죠.

마을 개천은 공장 폐수로 오염이 되었고, 인심은 개천 물만큼이나 더러웠어요.

하지만 함께 산 다음부터 아내의 수줍음이 사라졌어요.

입을 크게 벌리고 손뼉을 치며 웃었죠.

아내는 무럭무럭 살이 쪄서, 결혼한 지 오 년 만에 완벽한 항아리 형으로 변신했어요. 

 

   둘째 유은실 작가님의 아버지가 교사여서인지 학교 생활을 낱낱이 잘 알고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수가 서예부에 들어가는 일이나, 교사들이 일수 같은 아이들의 특기사항을 적어줄 때 하는 고민들이 그렇다. 그런 세세한 부분들은 실제로 교사이거나 아주 가까이에 교사를 두고 있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표현들이다. 보면서 ' 와~ 정말 똑같다'를 연발하였다. 이 책을 읽을 때 나 또한 아이들의 통지표를 작성하느라 고민하던 터였다. 항상 모범생과 꾸러기들은 쉽게 문장이 터져 나오는데 특징이 없는 일수 같은 아이들은 써 줄 말이 없어서 늘 모니터를 째려보곤 한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표현된 것을 보고 정말 공감이 팍팍 되었다.

 

   셋째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일수 어머니를 보면서 나에게도 그런 모습들이 내재된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또 명필가를 보면서 교사로서의 나를 돌아본다. 일수와 일수 어머니를 향하여 " 더 이상 발전이 없으니 그만 가르치겠습니다. 댁의 아들은 서예가가 되기 어렵습니다. 일수는 자기 글씨체가 없습니다. 당신 아들은 자기 감정을 몰라. 자기 마음을 담는 게 서옌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해. 더 이상 하면 독이 될 거야. " 명필가의 말은 물론 다 맞다. 일수는 서예에 재능이 있지도 않았고, 열정도 없고, 더 이상 하는 게 일수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 고심 끝에 일수 어머니를 향해 이 말들을 했을 것이다. 아마 가르치는 자로서 최소한 양심을 지키기 위해 한 말이었을 게다. 학생이 학원비 내는 돈으로 보였다면 굳이 학원 잘 다니는 일수를 향해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명필가는 나름 일수와 일수 어머니를 생각해서 이 쪽 길이 아니니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뜻에서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명필가의 말은 분명 일수와 일수 어머니에게 상처를 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말하는 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을 둘러 보면 일수 같이 언뜻 재능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꼭 있다. 자신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부모도 모르고, 교사인 내가 관찰해도 재능이 잘 안 보이는 이들이 있다. 또 자신의 재능과는 달리 다른 쪽으로 열심히 훈련을 하는 것도 종종 목격한다.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이 책을 보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상당히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라 전에는 그게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나이가 서서히 들고, 자녀를 낳고 키워보니 꼭 직언을 해 주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이 느끼는 게 달라지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은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명필가의 이 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내 안에 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

 

   <일수의 탄생>은 아직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꿈을 물어봤을 때 선뜻 대답을 못 하는 아이나, 교실에서 존재감 없이 살고 있는 아이, 자녀에게 너무 큰 기대감을 가진 부모들,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는 교사와 부모, 그밖에 아직도 " 내가 누구인가?" 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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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1-2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겠어요. 많은 생각거리가 있는 책이군요.

수퍼남매맘 2014-01-20 20:13   좋아요 0 | URL
네. 생각거리를 주는 멋진 책이었어요. 웃기기도 하구요.

꿀꿀페파 2014-01-2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수퍼남매맘 2014-01-24 18:54   좋아요 0 | URL
늘 수고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