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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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하던 직원협의회를 올해부터 월1회만 한다고 한다.

갈수록 바빠지는 학교 사회에서 이건 잘된 일일까!

매일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게 관리자들의 이 말은 어쩌면 기쁜 소식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모든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직원협의회 시간이 월1회로 준다는 것이 꼭 희소식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리자 입장- 특히 성과주의 관리자들-에서는 평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 싫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주장에 1인이 딴지를 걸 수도 있고,

그것이 교사들 사이에 공론화되면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뜻대로 학교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전교조가 활발히 활동할 때

교무회의 시간에 벌떡벌떡 일어나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던 그 때의 기억을 안고 있는 관리자라면

전체가 모이는 이런 협의 시간들을 회피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요즘에는 이렇게 벌떡 교사를 만나기도 힘들지만서도.

 

책에서 짚고 있듯이

예전 관리자들은 무조건 벌떡 교사들을 자신들과 대치하는 사람들로 몰아 선과 악의 분명한 구조로 몰아갔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벌떡 교사들에게 은근한 지지를 호소하는 동료교사들을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근래 들어 더 현명해진 관리자들은 소신 발언을 하는 벌떡 교사들을 전과 같이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회유책을 쓰거나 자신들이 아닌 동료교사들로부터 반발을 사게 만들게 하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관리자들도 진화되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지금 우리 학교처럼 월1회 직원협의회를 한다고 위에서 결정이 통보되었는데

어떤 교사가 직원협의회를 매주 해야 관리자와 평교사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그래야 학교일들을 서로 의논하고 조정할 수 있으며

그럴 때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등등의

이유를 들어 소신 발언을 한다고 가정하자.

오히려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형국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분분의 평교사들은

갈수록 바빠지는 학교 사회에서 관리자들이 고맙게도 월1회로 회의를 줄여줬는데

예전으로 환원시키자는 벌떡교사의 의견이 더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신 발언을 한 벌떡교사는 오히려 동료교사들의 냉소적인 시선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벌떡교사를 다른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하게 할 수도 있는게

요즘 교직사회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엄기호 교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만났던 소위 말하는 불온(?)시 여겨지는 벌떡교사들은

하나같이 관리자도 학생도 학부모도 아닌, 동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배척당하는 아픔이 가장 크다고 호소했단다.

바로 지금 우리 교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변혁을 꿈 꾸는 교사들이 갖는 딜레마가 바로 이것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당신만 잘 났냐,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당신만 참교육자냐, 당신만 교육에 대해서 염려하냐 등

동료교사들로부터 받는 비난은 정말 참기 힘들고 자괴감이 들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스스로 자기 검열에 빠뜨리게 만들고 점점 위축되게 만든다고 한다.

아까도 썼듯이 전에는 벌떡교사들이 관리자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조용한 지지를 받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동료교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고 한다.

하여 벌떡교사들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머지 다른 교사들은 각자의 교실에서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다.

 

 

인간은 다름을 만나고 마주쳤을 때에만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인간은 다름/타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재간이 없는 존재다.

그래서 타자와 만나지 않는 성장이란 불가능하다.

 

학교가 성장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들과 일상적으로 부딪치고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타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나와 다른 목소리들을 들을 줄 알고 말할 줄 아는 존재가 된다.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 간의 소통과 나눔은 점점 더 힘들어지거나 없어지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의견이 다른 것은 곧 서로 간의 "취향"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토론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 서로 건드리지 말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 되어 있었다.이렇다 보니 형식적인 이야기나 뒷담화 정도만 살아 남아 있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나누기 위해 둥들게 모여 앉는 일은 교육현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경우만 봐도

나와 다른 타자(학생, 교사, 학부모 등)의 만남을 통해 성장을 하였다.

특히 작년에는 우리 반 꾸러기 한 명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하였다고 본다.

물론 처음에는 이질적인 존재가 거북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분명 나는 성장하였다.

 

 

엄기호 교수가 말했듯이

성장이란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것은 빼더라도

지난 20여년 동안 교사-교사의 만남은 현격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초임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그렇다.

예전에는 아이들 가고나면 동료교사들이 항상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일학년은 그래도 매일 만난다.- 그렇지 않은 학년도 있다고 들었다.

(1주일에 한 번 만나 부장 회의 자료만 전달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 학교처럼 직원협의회도 자꾸 줄어드는 추세이다.

교사와 교사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모니터로 주고받는 게 훨씬 더 많다.(메신저의 부정적 영향이라고 본다.)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수업 붕괴나 학교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학교는 강제적인 생활의 공간이지만, 그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위는 되지 못하는 것이 위기의 실체이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무실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활발히 토론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정작 교무실은 침묵에 빠져있다. 위기를 감지하고 그것을 공론화하려는 교사들은 오히려 불온시된다.

공연한 분란을 일으키고 가뜩이나 피곤한 삶을 더 수고롭게 하는 '설치는 존재'들로 기피된다.

이 때문에 무엇인가를 시도하려는 교사들의 삶은 더욱 분주해지고, 자칫 사고라도 벌어지면 '독박'을 쓰게 된다.

아무도 나설 수 없는 구조, 나서면 망하는 구조, 그것이 지금 학교의 모습이다.

동료교사들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보다 학교 생활이 더 힘들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정작 그 고민과 고통을 서로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교실에 콕 박혀 혼자 끙끙 앓거나 다른 곳(상담 센터나 방송국)을 찾아 자신의 심정을 텋어놓는다고 한다.

교육이 위기를 맞을수록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지혜를 모아야 하건만

모일 기회는 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교사들은 적당히 타자의 삶에 터치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여 침묵으로 일관한다.

나 또한 직원회의에서 자주 느끼던 바다.

더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이런 학교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꿔 보려고 의견을 말하는 교사는

정말 "설치는" 교사, "분란"을 만드는 교사로 여긴다.

관리자의 말에 제동을 걸거나 딴지를 걸면 회의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퇴근 시간이 늦어질까 봐 그걸 가장 염려한다.

 

엄기호 교수는 이런 성장이 없는 학교의 모습에 "가르치는 이들"에게 해법을 제시한다.

교사가 둥그렇게 둘러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에는 관리자를 비롯해서 부장 교사, 평교사, 기간제교사, 시간 강사 등이 섞여 있다.

전에는 모두가 정규교사였지만 지금은 비정규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자들에게 순종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입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교사는 이런 위계질서를 떠나 서로 "우정"(평등한 관계)으로 한자리에 둘러앉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 이렇게 우정을 나누는 평등한 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판을 벌일 때, 공동의 세계에 대한 공통의 감각을 만들어갈 수 있다. 다시 얼굴을 맞대고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어떤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이야기하고 나누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함께 겪고 감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토론해야 하는 것이다. "

 

그러니 직원협의회가 월1회로 줄어든 것은 희소식이 아닌 셈이다.

모여야 한다.

모든 교사가  평등한 관계로 만나야 한다.

빙 둘러앉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아야 한다.

다름/타자를 인정해야 한다.

그 안에 학교 위기의 해법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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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3-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생활이 학교와 관계없으니
학교 풍경도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그래도 소신있는 교사들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수퍼남매맘 2014-03-25 15:04   좋아요 0 | URL
소신 있는 교사들이 점점 줄어들어 걱정이에요.
순오기 님 같은 분이 학교 사회에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