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C가 자기가 방학 전에 남양주로 전학을 간다고 슬쩍 나에게 말을 하는 거였다. 엉? 그런 일이 있으면 엄마가 마리 귀뜸을 했을텐데.... 다음 날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와서 확실히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양주는 서울과 성적 처리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부지런히 성적을 올렸다. 

 

어제 아이들에게  C에게 선물로 줄 초상화와 편지를 준비시켰다. C를 모델로 세우고, 아이들은 먼저 초상화를 그렸다. 다 못 그려서 오늘 마저 그림을 그리고, 편지도 썼다. 갑자기 전학을 가게 된  K는 이런 선물도 준비하지 못 해서 안타까웠는데 그나마 C는 일 주일 전에 전학 사실을 알게 되어 작별 선물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공부하다 보면 이렇게 그림 쓰고, 편지 쓰는 시간을 마련할 짬이 부족하다. 어제 오늘 모두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미리 알지 못했더라면 시간을 빼지 못했을 것이다.

 

C가 아침에 자신이 쓴 편지와 함께 어머니가 준비한 손수건 선물을 건네 주었다.나도 어제 미리 C에게 줄 선물을 가방에 챙겨 놨었다. 나의 선물은 다름 아닌 책이다.  아이들이 편지를 쓰는 동안 나도 C에게 편지를 썼다.  동생이 두 명이라서 언제나 의젓했던 친구, 항상 성경 1장씩을 읽었던 친구,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였지만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하였던 친구 C양.

1년을 함께 하지 못해 많이 아쉽다. 담임으로서 1년을 함께 하지 못하고 도중에 전학을 가는 친구가 있으면 진짜 아쉽다. 올해도 벌써 일 년을 함께 하지 못하고 중간에 전출을 간 어린이가 2명이나 된다. 2학기에  다른 학교에서 온 어린이가 빈 자리를 메꾸겠지.

 

 

점심 시간에 아이들이 그린 초상화와 편지를 묶어 제본을 하여 책처럼 만들었다. 겉표지는 행복한아침독서 심볼을 넣었다. 아침독서하던 상경초등학교 1학년 3반을 기억하라는 뜻에서였다. 5교시에 @@를 앞으로 불러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삿말을 하라고 시켰다. 아주 작은 소리로 " 애들아, 안녕~~"  한다.  C에게 제본한 책과, 내가 준비한 책<아기 소나무>, 만지락 1개, 출판사로부터 받은 엽서 1세트를 선물로 주고 힘껏 껴안아 주었다.C는 4교시 만지락 가지고 노는 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동물 만들고, 음식 만들고 하는데 " 선생님,사랑해요."란 글씨를 만들었다.  C의 기억 속에 좋은 선생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내가 초등학교 첫 선생님인데 기억해 주겠지?

 

어릴 적 나의 소원 중의 하나는 전학을 가 보는 거였다. 4학년 때 전학을 가긴 갔는데 집 근처에 신설학교가 생겨서 많은 어린이들이 우루루 가는 전학이었다. 다 아는 애들이라서 전학생의 어려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교사가 되고 나서  전입 온 아이들을 보면서 전학이라는 그 상황이 만만하지는 않겠다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작년에 큰 아이 전학을 시키고나서 나도 걱정을 많이 했다. 얘가 새 학교 가서 잘 적응을 할까 싶어서 말이다. 다행히 딸 아이는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적응을 잘해줬다. 

 

교사인 나도 5년마다 학교 옮기는 게 참 싫고 어색하고 힘든데,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을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게 그리 녹록지 않음을 어른들은 알 것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부모의 계획에 의해 전학을 가게 되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아이들에게 물어 보는 부모는 몇이나 될까? 이사를 결정하기 전에 자녀에게 먼저 물어 보는 것도 필요하고, 자녀의 의사도 존중해 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이사는 부모가 당연히 알아서 결정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애들이 무슨 어른들 일에 참견을 해? 그런데 그게 아닌 듯하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입장을 최대한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같이 왕따와 폭력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부모는 어른이니까 새 환경에 적응을 억지로라도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다르다. 어른보다 더 힘들 수 있다. 연약하지 않은가!

 

그래도 사정상 전학을 가야 된다면 가능한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는 저학년 시기에, 학기가 끝나고 나서 전출을 하는 게 아이에게 전학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받게 하는 비결이다. 더불어 전입을 하고나서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 뵙고 꼭 그 아이에 대해서 자세히 말을 해 주셔야 한다. 그래야 새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빨리 파악할 수 있고, 아이에 맞게 교육을 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가 더 관심을 가져 줘야 한다. 어른도 이사하고 나면 이래저래 신경 써야 할 게 많듯이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새 학교, 새 교실, 새 선생님, 새 친구들이라는 상황이 얼마나 낯설고, 힘들겠는가! 알아서 잘하리라는 헛된 믿음은 버려야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말이다. 부모가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셔야 한다. 

 

K와 C가 새로운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