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씨의 의자
노인경 글.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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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엔 누구나 선한 마음으로 다른 이를 대합니다.
그러다가 어떤 선을 넘게 되면 불편한 마음들이 생기죠.

곰씨는 자기만의 공간을 토끼 가족에게 내어줍니다.
호의적이었고,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자기 공간이 계속 침범을 당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쌓입니다.
눈치 없는 토끼 가족은 정말이지 너무합니다.

누구나 곰씨일 수도 있고, 토끼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성향이 더 많은지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2. 토끼 가족처럼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잘 모르는 경우도 가끔 있더군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내 기준에서의 최선은 부지중에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면 정말 얼굴 빨개질 일이죠.

곰씨처럼 불편함을 속으로 삭힐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야 참을 수 있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폭발할 수도 있겠지요.

착한 아이 콤플렉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곰씨는 자기가 "세상에 다시 없는 친절한 곰"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론 거절 당하거나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을 거예요.

적당한 선에서 표현해야 관계가 어색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곰씨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가고 말았습니다.
결국 곰씨의 마음에 병이 났네요.
곰씨는 정신을 차리면서 울기 시작했어요.
눈물이 멈추지 않않지요.

며칠 뒤, 곰씨는 토끼 가족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하나하나 말했습니다.

곰씨의 표정이나 말투를 보면서 참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작 그렇게 했다면 좋았으련만...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자신의 불편함을 말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표정은 좋게, 말은 천천히,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조곤조곤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4. 이외에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네요.

- 곰씨의 화분은 곰씨의 기분을 대변합니다.
꽃 화분이 저렇게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뉘요.ㅎ

- 자기만의 공간은 필요하며, 잠깐이라면 몰라도 오랜 시간 침범당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 호의를 철회하는 것은 쉽지 않네요.
그래도 관계가 좋으면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 곰씨가 사용한 마지막 방법을 보면서, 저 정도가 될 때까지 말을 못하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곰씨가 아무도 앉지 못하게 의자에 누웠는데 토끼들의 방해를 받았죠.
사람마다 참을 수 있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 정도쯤에는 자기의 불편함을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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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와 구름 한 조각 웅진 세계그림책 152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조은수 옮김 / 웅진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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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엔 조그만 조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커져서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구름을 우울, 걱정, 근심, 두려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은 신경을 쓰면 쓸수록 커지게 됩니다.
회피하고 외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직면'하라고 합니다.
'맞서기'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실체를 알아야 하겠죠?

구름이 무엇인지 알 때, 윌리는 자유하게 되었습니다.

"뭐야. 넌 그냥 물방울과 공기로 된 구름일 뿐이잖아! 저리 가 버리라고!"

우울, 근심, 걱정,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2. 윌리는 비를 맞으며 춤을 춥니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잘 어울리는 장면입니다.
'Singing in the Rain.'의 한 장면 같습니다.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먹기 나름'보다, '표현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죠.

마음의 불편함에 대해,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3. 구름은 어떤 '문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않고 놔두었다가 나중에 해결하려고 하면 너무 커져 있는 경우가 많지요.
때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요.
윌리를 따라다니는 구름처럼요.

이런 경우 윌리가 구름에다 소리지르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겁니다.

어떤 문제는 기다려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때가 있죠.
구름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고 나면, 사라집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거죠.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은 아무리 고민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그때는 조용히 기다려야 합니다.

때를 기다리는 것,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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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안에 뭐야?
김상근 지음 / 한림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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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작가의 '가방 안에 든게 뭐야?'의 후속작이네요.
그때 가방 안에 있던 애들이 개구리가 되었네요.
함께 연못에 빠졌던 동물들은 꼬마 개구리들의 아저씨들이 되었구요.^^;

'두더지의 고민'의 두 주인공이 까메오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열 마리의 캐릭터가 각 장면마다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2. 꼬마 개구리들의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네요.
결국엔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데요.

우선 동굴 안에서 반짝이는 뭔가가 있습니다.
개구리들은 그게 궁금했겠죠.
결국 그 존재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동굴 안에는 그 존재들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알면 무서운 것들.
안다면 도저히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만드는 것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경험을 만들고, 경험은 지식이 됩니다.
하지만 경험이 완벽하지 않고 상대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지식을 만들지 않습니다.

꼬마 개구리들은 동굴 안을 경험해 봤고, 그곳은 '반짝이 집'이라고 알게 되었지만, 그 지식이 완전하지는 않죠.
그 후, 누군가는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해를 당할 수도 있는 거고요.

3. 때로는 부모의 경험 때문에 아이들은 시도조차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경험이 한계를 만들기도 하는 거죠.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나면 어쩔래?"
"깜깜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는데."
아예 관심이 없는 어른도 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를 말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무의식중에 그럴 때가 많습니다.
내가 그랬으니 너도 하라는 거죠.

상황도 달라졌고 사람도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것을 강요하는 것은 억지가 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조심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다른 이의 경험이 듣는 이에게 편견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경험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해 봐야 합니다.
하지 않고 아는 것은 자기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아기 괴물에게 하는 엄마 괴물의 말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밝은 곳은 위험하단다.
괴물이 나올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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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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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5년 1월에 있었던 고베의 지진과 1998년 11월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를 직, 간접으로 경험한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을 좋아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았네요.

조금 시간이 지나서였을까요?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여서일까요?
큰 감흥이 없이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쓴 후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잊어서는 안 될 풍경은, 그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려서는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베대지진 두 달 후의 고베의 거리를 걸었던 작가는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건물도 도로도 망가지고, 개도 고양이도 없는 거리는, 머리를 백지로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 2년 동안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는 작가분도 만났습니다.

'우리가 지켜줄게!'
'우리가 더 좋은 세상 만들게!'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던 작가는 그 마음을 작품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존재 자체의 가치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고통입니다.
우리는 함께 이어져있기 때문입니다.

2. 소녀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한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느끼면서 연주하면 돼."

함께하는 연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됩니다.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음악은 불협화음이 될 수밖에 없죠.

간혹 나의 열심과 기준이 다른 사람보다 앞서 나갈 때가 있습니다.
무의식중에 강요할 때가 있고, 강하게 주장할 때도 있습니다.
'내 생각에 옳으니까,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야지.' 하는 거겠죠.

요즘 이런 생각의 위험함을 많이 느낍니다.

진리는 사랑이고, 사랑은 겸손입니다.
낮은 자세로 다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사랑입니다.
물처럼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도 생명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3. 소년은 음악회에서 첼로를 연주하면서 이런 의문이 듭니다.

"내 첼로 소리가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연습하는 걸까?"

참가자가 천 명 넘게 모여서 5분 남짓한 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외국의 첼리스트도 모여 있었죠.

그들이 연주하는 것이 어떻게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말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는 다 달라도 마음을 합하면 노래는 하나가 되어 바람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틀림없이 누군가에게 닿는다."

하나된 마음의 간절함이 바람을 타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졌을 거예요.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을 거라 생각합니다.

진심을 전하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
더디지만 하루하루 자라며, 새잎을 틔우는 것.

첼로를 켜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한 마음으로 그 고난을 이겨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 점점 더 잦고 심해지는 자연재해 속에서 인간만이 희망임을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

천 개의 첼로는 천 개의 바람을 일으키지만 하나의 마음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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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염소 새끼 우리시 그림책 15
권정생 시,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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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정생 선생님의 시에 김병하 작가의 그림이 잘 어울리는 그림책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열다섯 살 즈음에 쓴 시라고 하니, 한국전쟁 당시에 썼겠네요.

"제트기가 숨었다가
갑자기 호통치며 나왔다."

전쟁 중이라는 것을,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쟁 중이지만 세상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
저녁 때가 되고 마을 집집마다 뿌연 연기가 오르는 것이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배경이 되는 마을은 권정생 선생님이 생전에 사시던 마을입니다.
경상북도 안동 조탑동 마을.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글을 쓰셨던 권정생 선생님은 늘 검소하게 사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합니다.

2. 강아지가 새끼 염소를 귀찮게 합니다.
염소는 밧줄을 떼려고 기를 쓰지만 쉽지 않습니다.
강아지는 더 얄밉게 염소를 놀립니다.
염소는 말뚝을 머리로 박기도 하고 줄을 당기기도 합니다.

새끼 염소는 엄청 화가 났겠지요?
그러다 말뚝이 땅에서 빠졌습니다.
이제 염소는 강아지를 쫓을 수 있습니다.

둘은 동산을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처음부터 귀찮아 하는 표정, 골난 표정으로 일관하던 새끼 염소의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강아지와 뛰어다니는 게 좋은 모양입니다.
앞다리 뒷다리를 쭉 뻗어 달리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이네요.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짜증이 다 사라진 듯합니다.
함께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일이다 싶습니다.

게다가 제트기 소리에 깜짝 놀라서, 둘은 싸웠던 것도 잊은 듯이 함께 뭉쳐 있습니다.

3. "골대가리 다 잊어버렸다."

골난 대가리, 화난 대가리, 화난 머리.

오래 전에 쓴 것이라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가끔 나옵니다.
어감상 이해가 불가한 것은 아니지만, 낯설은 느낌이 들기는 하네요.

그래도 의태어, 의성어가 정겹습니다.
냐금냐금, 콱 떠받았지, 살짝꽁, 날름 비키지, 나알름 패앨짝, 엠엠 내젓고, 쐬-ㅇ우르르릉, 깨갱 깽.

당시 새끼 염소와 강아지는 지금보다 더 친근하고 살가웠을 것 같습니다.

4. "다 잊어버렸다."라는 말이 세 번 나옵니다.
원래 시에서는 한 번만 나오네요.

그림책으로 만들면서 왜 세 번이나 이 말을 썼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트기 소리에 깜짝 놀란 새끼 염소와 강아지는 둘이 다퉜던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내기를 하고, 밭을 갈고, 밥을 합니다.
전쟁 중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듯합니다.
염소와 강아지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선생님의 뒷모습이 평화롭게 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독자에게도 잊어버릴 것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과 싸우려고 했던 마음.
다른 이들을 깎아내리려고 했던 마음.
다른 이들을 놀리기도 하고 시기, 질투했던 마음.

그런 마음들은 마을이 어둠 속에 묻히듯 그렇게 잊어버려야 하겠죠.
잊어야 할 것들을 잘 잊어야, 삶을 그런 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망각은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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