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말이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68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맥 바넷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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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방을 나가려는데, 아이의 질문이 시작됩니다.

아빠는 조금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질문이 계속되면서 아빠는 점점 아이에게로 다가오는데요.
팔짱을 끼면서 듣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기도 합니다.
아이의 질문에 웃기도 하고, 다정하게 침대에 앉기도 합니다.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 하고 "이제 자야지." 하면서 아빠는 방을 나서려고 합니다.

"왜 자야 되는데요?"ㅋㅋ

저희 집 막내도 좀 있으면 말을 할 거고, 그러면 질문을 쏟아내겠지요.
그럴 때 여기 나오는 아빠처럼 대답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답도 좋겠지만요.

2. 아빠의 대답이 기발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답하는 태도가 마음에 듭니다.

안녕달의 '왜냐면'이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그 책에서는 엄마가 그렇게 대답해 주거든요.

이런 엄마 아빠들이 많으면 아이들이 조금더 행복해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

3. 왜 자야 되냐는 아이의 질문에 아빠는 대답합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

우리는 눈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높게 평가합니다.
시각적인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높죠.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한계가 될 때도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있죠.

아이는 눈을 감고 잠에 빠지면서 많은 것들을 봅니다.
꿈속에서 아이는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아이가 쏟아냈던 질문들의 정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요.
아이는 기분 좋게 꿈나라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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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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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굵은 하얀색 선이 장면의 위아래를 나누고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요.
책을 몇 권 사서 그림을 다 이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네요.

하얀 선은 공간을 나눠요.
뱀의 몸통이 그냥 원통형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되는 부분도 몇 군데 있네요.

뱀은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 주기도 하고요.
늑대로부터 토끼와 새떼를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것도 되고, 새떼로부터 생쥐를 지켜주고, 생쥐로부터 사과를 지켜주기도 합니다.
이 장면에서는 마치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뱀이 조절하는 것 같습니다.

가로로 쭉 연결된 뱀의 몸통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실체이며, 함부로 배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2. 소년은 뱀을 세게 꼬집었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뱀의 머리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뱀의 머리는 동굴 속에 있지만, 몸통은 세상 속에 있습니다.
위험이 닥치면 머리만 구멍 안으로 넣는 타조처럼, 뱀은 세상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가끔 누가 뱀을 치거나, 쓰다듬거나,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지만, 그 존재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아무도 여기까지 온 적 없거든.
친구도 없이 혼자 너무 오래 있었나 봐."

굴 속에 혼자 있던 뱀은 자기의 몸통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집 안에 은둔하고 있다고 해서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연결을 외면하려고 할 뿐인 거죠.

3. 연결이 되어 있는지 알아보려면, 뱀이 했던 것처럼 "톡톡" 두드려야 합니다.

도와달라고, 나 여기 있다고 하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모르지만 연결된 사람들의 무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날 겁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닙니다.
자존심 상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고, 누구나 다른 이들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년은 뱀에게 "둘만의 신호"에 대해 말해줍니다.
소년이 뱀을 다시 보게 되면, 뱀의 몸에 선 두 개를 그려 줄 겁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

나의 존재를 아는 이가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이어짐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이어져 있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수상작이네요.
작가는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리본'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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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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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건 안 되지. 이대로는 안 돼."
아저씨는 생각했어요.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 알아가고 싶었죠.

음악가가 먼저였어요.
아저씨는 글루크, 모차르트, 바그너, 바흐... 음악가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고, 그날부터 음악회를 가고 오폐라를 보았어요.
크리스마스에는 레코드 플레이어를 사서 자기에게 선물했어요.
아저씨는 밤새 음악을 들었지요.

아저씨는 음악을 들으며 음악가들이 되살아나 자기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것과 사랑에 빠지면 된다 했던가요?^^
아저씨는 음악가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어요.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에 있는 음악을 휘파람으로 불었지요.
오페라 곡은 외워서 불었고요.

작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저씨는 전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들을 자꾸 만나게 되었고, 무슨 뜻인지 알게 될 때까지 되풀이해서 읽었어요.

저는 한 번 본 책은 다시 읽기가 쉽지 않던데, 이 아저씨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그 작가, 그 책들, 그 이야기들과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뭔가 진정으로 알고 싶으면 사랑에 빠지면 돼요.
사람이든, 학문이든, 스포츠든, 자연이든, 뭐든 말이죠.

아저씨는 사다리 위에서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르고, 소설을 다시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그 사다리 밑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2. 아이들이 뭔가 잘하게 하고 싶으면 사랑에 빠지도록 해야 할 거예요.

저희 둘째는 사진과 사랑에 빠졌어요.
매일 사진을 보고, 사진을 찍고, 사진을 이야기하고, 사진에 대한 글을 쓰죠.
용돈을 모아 카메라를 사고, 사진과 관련된 책을 보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몰라요.

첫째는 역사와 사랑에 빠지더니 클래식 음악과 함께 춤을 추다가 요즘엔 그림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지식이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지요.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청소부 아저씨는 음악을 듣고 글을 읽으며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지식의 지평이 넓어진 것이죠.
음악과 문학을 넘나들며 사다리 위에서 하는 강연은 사람들 사이에 유명해지기 시작했어요.

3. 그러다가 아저씨는 TV에 나와 유명해졌어요.
네 군데 대학에서 강연을 부탁받았고요.
하지만 아저씨는 거절을 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아저씨는 청소를 계속하고 싶었어요.
사다리 위 강연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했기 때문에, 아저씨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아저씨처럼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몰라서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거예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말이죠.

저 같으면 대학 강연을 마다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ㅋㅋ
그렇게 좋은 기회를 날리는 것은 현자들만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아저씨 같은 사람이 일반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면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명예와 돈, 권력과 쾌락보다는 자족하면서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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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약속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경혜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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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지와 제목만 보고 '어떤 약속'인지 알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데, 약간 허탈하기도 했지요.
'어떤 약속이라는 게 그거였다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었어요.
이 가족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과 식물들이 하나같이 믿고 있는 그 약속!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세상은 멸망하고 말 거예요.

매일 일어나는 일인데, 어떤 '약속'이라고 표현하니 더 매력적이고 숭고한 느낌이 듭니다.
그 약속에 따라 사람들의 삶은 계획되고 이루어집니다.
모든 생명과 삶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 그 중요성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겠지요.

2. '어떤 약속' 앞에 저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한순간이라도 의미 없이 보낸다면, 그 부끄러움을 감추기 힘들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하루.
누군가에게는 힘겨워서 다시는 받고 싶지 않은 하루.
그 소중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이 책에서 가족이 함께 산에 오릅니다.
가슴벅찬 순간 함께하는 이가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까요?

사랑하는 이들을 더 사랑하고, 관심을 주지 못했던 이들에게 더 관심을 주어야 하는 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그것은 '어떤 약속'의 부차적인 약속조항일 수도 있습니다.

매일 사랑하며 살기.
매일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 갖기.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애쓰기.

3. 우리나라 김상근 작가의 파란색이 생각날 정도로 파란색이 인상적인 책입니다.

하늘도 파랗고 길도 파랗고 건물도 파랗습니다.
나무도 동물도 다 파란색이지만 다 같은 파란색은 아닙니다.
낮에 나무와 풀의 녹색이 다 같은 녹색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짙은 파랑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네요.

짙은 파랑 속에 여러 가지 불빛들이 있어서 지루해지지 않고, 가족들을 따라 새벽길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불빛들은 복선처럼 작용하기도 합니다.

쏟아질 듯한 은하수, 호수에 목욕하던 달빛, 산길을 인도하는 손전등...

빛이 있으면 어둠이 사라집니다.
빛과 어둠은 함께할 수 없다지만, 둘이 같은 공간과 시간에 함께하는 장면은 숨죽이며 보고 싶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4. 개인적으로 일출을 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성산일출봉에서의 일출이었습니다.
신혼여행 중에 보았던 일출은 저희 가정의 앞날을 밝혀주는 듯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마음을 다지기에는 일출여행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가슴이 대책없이 웅장해진다고나 할까요?ㅎ

어떤 시작이든 '어떤 약속'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매일을 소중히 여기고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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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 이상한 사람들
미겔 탕코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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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쫌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저만 그런 건가요?

오히려 자기를 사랑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첫 장부터 마음이 말랑말랑해집니다.
작은 개미들의 행렬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긴 다리로 넘어가는 아저씨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제각각 다른 개들과 놀고 있는 수많은 개들 사이에 혼자 뻘쭘하게 앉아 있는 개.
그 개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문신 가득한 아저씨의 손짓이 딱딱한 마음을 녹여줍니다.

2. 자칫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모습도 있어요.
자기 편이 졌는데도, 상대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마음은 정말 훌륭한 마음이지요.
하지만 훌리건들이 있는 곳에서 이렇게 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스포츠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하지만, 지는 것을 용서할 수 없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다른 사람을 웃기려고 하다가, 놀리는 거냐고 핀잔을 받을 수도 있지요.
재미를 위해 한 행동이 도를 넘는 경우들이 많아요.
친구를 왕따를 시키면서도 재미로 했다고 하는 말도 많이 하잖아요?

다른 이들을 깎아내리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도록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품격(?) 있는 유머감각이 필요합니다.

3.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아이, 어른-아이 이렇게 짝을 지어 가네요.
그중에 한 가족은 다른 길로 나가 "향긋한 찻집"을 향합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고 나서도 더 많이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
무한 경쟁의 세상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경쟁이 강요되는 세상에서, 소중한 것들을 가르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쫌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4. "나무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들"
"식물을 보살피는 데 재주가 있"는 사람들

식물에 관심이 생기면서 수많은 식물들을 키우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길에 피어 있는 들꽃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게 되었네요.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미처.

어쩌다 식물 화분이 들어오면 금새 황천길로 보내고 마는 똥손이었는데...
쫌 이상해진 것 같기는 합니다.
나무와 풀이 좋아지고 마음이 가는 것이 나이 먹어가는 티를 내는 건지...

이런 게 이상한 거라면 그냥 이상한 상태로 살려 합니다.ㅎㅎ

5. 쫌 이상한 사람들은 짙은 파랑으로 칠해져 있어요.
모자나 옷 색깔이 파랗거나, 문신이 파랑이거나, 머리칼이 파랑이거나, 자전거가 파랑이지요.

마지막 장에 아이들이 마구 쏟아져나오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파랑이 조금씩 칠해져 있네요.
완전 이상한 건 아닌가 봅니다.ㅋ

"세상에 이렇게 쫌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세상 어디나 이상한 사람들이 있고, 또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사랑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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