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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리다 ㅣ 웅진 세계그림책 18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평점 :
1. 이 책의 주인공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화가입니다.
어린 시절, 병마와 사고에 시달렸고, 친구들에게는 따돌림을 당했죠.
그런 경험들이 프리다로 하여금 "자신과 타인, 내면과 바깥세상에 대해" 깊은 사고를 하게 했죠.
이 책은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 속 이야기를 모티브로 합니다.
창문에 입김으로 문을 그렸고, 그 문으로 나가서 상상 속의 친구를 만났죠.
상상 속에서의 프리다는 몸에 불편함도 없었고, 자유롭게 날 수 있었으며, 친구가 있어 외롭지도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프리다를 보면 웃었고, 말없이 춤도 추었죠.
프리다는 마음속에 있는 비밀들을 그 친구에게 쏟아놓았어요.
"모르는 사이지만 이상하게 잘 아는 느낌"의 친구와 단짝이 되었습니다.
2. 현실 속에서 프리다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친구가 있었다면 상상 속 친구가 필요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한쪽 다리가 가는 프리다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양말을 세 겹으로 신었습니다.
제 동생이 생각났습니다.
소아마비와 뇌막염을 앓았던 동생은 다리 한쪽이 짧고 가늘었습니다.
한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어 그것을 감추려고 했던 동생.
그땐 그 마음을 잘 이해해주지 못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따돌림을 당했을까요?
프리다 옆에 서 있는 가시 많은 선인장들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지 않은 애들이 대부분이지만, 유난히 연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었죠.
프리다는 자매들이 있었지만, 매일 혼자 놀았다고 합니다.
제 동생과 어렸을 때는 많이 놀았지만,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헤어지고, 그 뒤로는 소원해졌던 기억이 있네요.
가끔씩 동생이 그립습니다.
3. 프리다는 친구를 만난 날부터 그 친구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를 그리고 또 그리고, 찾아가서 만나고 또 만나고...
유난히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작가의 내면에 대한 성찰을 우리는 찬찬히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목장 건물의 작은 문으로 들어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듭니다.
핏자국처럼 흘러내린 두 줄의 빨간 선.
천천히 떨어지면서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는 프리다.
자기를 외면하는 세상으로부터 떨어져야 피눈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을 것 같아 마음이 쓰립니다.
너무 힘들게만 하는 자기 육체를 떠나야만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
프리다 칼로의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