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나무 (나무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255817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https://blog.naver.com/assilence</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18 Jul 2026 04:50:06 +0900</lastBuildDate><image><title>나무</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72558174318894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255817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나무</description></image><item><author>나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시공을 뛰어넘어 울려퍼지는 여성 시인들의 메아리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2558174/17392052</link><pubDate>Tue, 14 Jul 2026 22: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2558174/173920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0907&TPaperId=173920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59/34/coveroff/k0521309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0907&TPaperId=173920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슬픔에게 언어를 주자</a><br/>김명순 외 지음, 이루카 엮고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07월<br/></td></tr></table><br/>“슬픔이 슬픔에 맞닿을 수 있다면,"고통이 고통에 응답할 수 있다면, 어떤 연민이든 당신을 녹일 수 있다면, 지금 내게로 오십시오.”   79, 에밀리 브론테, 슬픔이 슬픔에 맞닿을 수 있다면   &nbsp;  어떤 책은 다정하다. 독자의 변덕스런 감정을 인내하며 한결같음으로 독자의 방문을 허락한다. 그&nbsp;책은 다정하다. 발을 헛디뎌 절룩거리는 독자에게 기댈 어깨를 내어준다. 혼돈과 의심, 수치와 소외로 얼어붙은 독자를 재촉하지 않고 침묵 속에 기다려준다. 책에 숨겨진 촛불 하나로 길을 잃어 헤매는 독자에게 환한 통찰의 빛을 내어준다. 다정한 이 책은 삶에 기진해진 독자를 페이지를 길게 펼쳐 포옹해준다.    &nbsp;  <br>“이제 밤이 오면 잠 대신 고독이 찾아와  내 침대 머리맡에 앉는다.  지친 아이처럼 누워 그녀의 발소리를 기다리며,  나는 그녀가 조용히 불빛 끄는 것을 바라본다.” 177, 캐서린 맨서필드, 고독,   &nbsp;  &lt;슬픔에게 언어를 주자&gt;는 그 다정한 책이다. 이 책의 다정함은 조금 더 특별한데, 그것은 이 책의 목소리들이 모두 여성들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내 앞을 살다 간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길어 올린 맑은 물 한 잔을 독자에게 권한다. 갈애와 갈증을 안다고, 열기와 냉기를 안다고. 고양과 추락을 안다고. 상실과 추방을 안다고. 그녀들은 고요히 말한다. 멀리서 당도한 시어들은 속삭인다. 안다고, 내가 당신을 안다고, 보았다고.   &nbsp;  <br>“내 가슴속에는 공간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문을 닫아버린 곳. 당신의 얼굴을 기억 속에 가두고  열쇠를 가져가 버린 곳” 157, 래드클리프 홀, 기억,   &nbsp;  기원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공유한 경험과 감정들, 통찰과 지혜가 여성 시인들의 시어들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마음의 풍경을 그리는 시에서 공명이 울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성이라는 젠더가 통과해온 거시사와 미시사, 그리고 그 경험이 체득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안에 여성의 앎이라는 특수한 상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젠더를 넘어 인간 조건에 관한 시들에서도 안도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nbsp;    &nbsp;  “우리의 고통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남자는 없으니,그 산고를 당신들의 잔혹함을 막는 빗장으로 삼으라.” 41, 에밀리아 라니어, 여성을 위한 이브의 변론  &nbsp;  세계여성시선집이라는 기획 반가웠던 이유는 이 안도감 때문이었다. 어머니 젖가슴과 땀내에 대한 향수로 절절한 시구, 여성의 몸을 사물과 등치시키는 시구, 역사에 남성사를 의심 없이 합일시키는 시구, 폭력을 사랑으로 전도하는 시구, 가해를 자기 연민으로 연소시키는 시구, 진리의 담지자로 화한 자아 비대의 시구를 읽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안도감. 며칠 전에 본 영화의 도입부. 가정폭력으로 쉼터에 첫 방문한 여성에게, 현관문을 열어준 여자가 퉁명스럽게 말한다. ‘여긴 안전해요.’ 물론 그 안에도 잡음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전’이라는 단어를 대번에 이해하고 안도하는 ... 우리에겐 아직 여성들만의 방이 필요하다. 이 시선집은 그 방 중 하나다.    &nbsp;    &nbsp;  “기묘한 신비여라, 말의 힘이란!그 속에 삶이 있고 죽음이 있다.” 69, 레티샤 엘리자베스 랜던, 말의 힘  &nbsp;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이 시선집의 이름처럼, 의심받고 폄하되고 부정되었던 여성의 경험과 감정이 여성 시인들의 손끝에서 언어라는 몸을 갖추게 되자, 비로소 눈에 보이게 된다. 이 책은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여성 시인들이 남긴 시 100선을 담고 있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시가, 왼쪽 페이지에는 시인의 연대기가 소개된다. 시인들의 소개를 읽다보면 숙연해진다. 오랜 세월 이토록 많은 여성들이 이토록 혹독하고 고단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며, 자신의 감정을 시로 남겼다는 사실이 안겨주는 숙연함. 전쟁과 혁명, 억압과 저항, 사랑과 이별, 외로움과 고독, 탄생과 죽음. 피해갈 수 없는 삶의 관문들을 통과하며 여성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의 파동이 이 책안에 메아리로 울려퍼진다.   &nbsp;  <br>“우리는 만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19, 술키피아, 드디어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nbsp;  저 공은 얼마나 저렇게 공중에 떠있었을까. 시선집 표지 위에는 두 명의 여성이 라켓으로 공을 주고받는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두 여성의 몸을 오간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의 여성 시인 술피키아가 뛰어 올린 둥근 마음 하나가 내게 도착한다. 나는 응답한다. 둥근 마음 하나 공중으로 뛰어 올린다.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59/34/cover150/k0521309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593467</link></image></item><item><author>나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삶이라는 야생의 책에 관한 은유로 가득한 책 - [야생의 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2558174/17352154</link><pubDate>Wed, 24 Jun 2026 01: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2558174/173521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139510&TPaperId=173521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7/22/coveroff/k61213951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139510&TPaperId=173521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야생의 책</a><br/>후안 비요로 지음, 보탬 옮김 / 열림원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일생의 숨박꼭질 대상이 있다면, 내게는 싱겁게도, 아니 거창하게도 책이다. 10대 시절, 대학생이던 10살 터울 친족의 책장 안 책들은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수많은 문들과 같았다. 책 한권을 빼 읽으면, 그 책이 있었던 빈 공간만큼 세계를 보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들뜸.(순진도 하지!!) 징글징글하게 몸과 마음에 든 습에 취약한 종인지라,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책에서 무언가를 찾는다.(순진도 하구나...) 책과 책 사이의 빈 공간에 눈을 대고 금붕어처럼 눈을 끔뻑인다. ​하지만 일생의 연애에도 권태는 찾아오는 법, 책과의 연애도 예외는 아니다. 책에게 무엇을 원하나(진리, 진실, 믿음, 웃음, 깃발, 장미, 빵, 나무, 기차, 바다, 생크림, 맥주, 소화제, 해열제.. 해독제...근육이완제....... 수면제, 박멸제,............ .... &amp;%$%&amp;........구원.......... ??), 너무 시끄러운 책(과잉), 너무 과묵한 책(결핍), 거추장스러운 책(다른 의미의 과잉과 부담), 찾을수록 꽁꽁 숨어버리는 책(밀고 당기고). 사랑의 연료라 할 수 있는 호기심이 말라붙어 만사(책사)가 심드렁해진 이때 이 책의 카피가 눈에 들어왔다. 스스로 움직이고, 독자를 선택하는 책이라고?? 제목도 &lt;야생의 책&gt;. (제목을 볼 때마다, 반사적으로 ‘야성의 엘자’, 동시에 사자의 포효가 울려 퍼진다. ..연식이...) ​제목으로 호기심에 기름을 붓는 &lt;야생의 책&gt;. 야생성을 간직한 책이라는 설정 자체가 매혹적이다. 야생성이란 무엇인가? 길들여지지 않고, 제 본성대로 살아가는 성질이지 않은가. 책춘기, 책태기 중인 내가 찾던 책이 바로 이것 아닌가. 세련된 포장으로 무한 복제되는 동어 반복의 책이 아니라, 제 생명력으로 오래도록 살아남아 성질대로 으르렁대는 책. 그래서 펼쳤노라, 읽었노라.  <br>​과연 그랬다. 소년 후안, 소녀 까따리나가 탐험에 나선 띠또 삼촌의 도서관에 꽂힌 책들은 살아있을 뿐만이 아니라 본성대로 제 삶을 살고 있다. 그 책들은 각자 움직이고, 창조하고, 꿈꾸고, 찾아 나섰다. 동시에 서로 교류하고, 시샘하고, 상처주고, 충고하고, 위장하고, 훔치고, 달아나고, 협력한다. 후안과 까따리나는 이 기묘한 도서관에 머무는 동안 책들의 삶과 생태를 깊게 관찰한다. 소년이 내게 들려준 책의 생리와 생태는 이렇다.  ​<br>한 권의 책은 거울이자 호수이다. 책은 세상을 비춰 독자에게 길을 제시할 뿐만이 아니라 독자 자신을 비춰 자신을 직면하게 한다. 용기 있는 독자는 책의 수면에 투영된 자신을 받아들인다. 좋은 책일수록 수심이 깊다. 이런 책은 깊이 들어다 볼수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소리 없이 작동하는 모터”를 가진 “가장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빛과 에너지를 가진 글자는 독자에게 삶의 심해를 탐험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의 힘을 길러준다. 과거로, 미래로, 지하로, 대기권 밖으로 멀리, 멀리까지 오염 없이 데려간다.  <br>​훌륭한 책은 훌륭한 독자다. 이 놀라운 책들은 독자를 읽는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저마다 다른 삶과 마음을 가진 독자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알아보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 오랜 세월에 걸쳐 길고 긴 대화를 나눈다. 책에는 저자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책과의 교분은 잠자는 책의 영혼과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약효를 얻기 위해 약병을 흔들 듯, 타인과의 만남과 성장을 위해 영혼이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책은 시간이 합류해 소용돌이치는 장소다. 책은 “인류의 외부 기억장치, 즉 기억의 창고이다.” 동시에 책은 인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미래의 인큐베이터이다. 하지만 그 책을 지금 이 순간 펼치지 않으면 과거도, 미래도 현재로 끌어올 수 없다. 책을 읽는 행위는 기억의 과거와 희망의 미래를 현재라는 순간에 포개놓는다. 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책은 되어 진 세계와 되어 질 세계, 되어 진 나와 되어 질 나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고 조정해준다.   <br>하나의 책은 하나의 계단이다. 충성스러운 책들은 독자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를 향해 기꺼이 계단이 되어준다. 한 권의 책은 다른 한 권의 책을 부르게 마련이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호명된 책들이 모여 지상으로, 혹은 지하로 이어진 책의 계단이 만들어진다. 독자는 그 계단을 딛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낯선 세계로 나아간다. 발밑에 내 눈길이 속속들이 닿은 지지대가 느껴지면 그 낯선 세계로의 모험이 조금은 덜 두려워진다.<br><br> 책의 삶은 함께 읽힐 때 더 풍요로워진다. “강물처럼”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서로의 독서 경험을 나눔으로써 책의 흐름을 계속 바꿔놓는다. “강물처럼” 책을 읽는다는 건 세계가 흘러가는 맥락을 책의 맥락에 이을 줄 아는 능력이 아닐까. 독자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맥락의 양과 질에 따라 한 권의 책은 다르게 독해된다. 하나의 책에 대한 저마다의 독해가 한 자리에 모인다면 그 책은 더 이상 한권의 책이 아니다. 함께 읽은 독자의 배수만큼 겹겹의 책을 품은 비옥한 책이 된다. ​신비한 도서관에 관한 소년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계속되는 책의 비밀들은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서 남겨둔다. 이 책을 읽다보면 비유가 아닌, 진실로 도서관은 영혼의 숲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의 소리를 듣고, 다시 쓰여 지고, 잠자고, 침묵하고, 깨어나고, 말 걸고, 독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영혼들. 그들이 거주하는 장소. 책의 피부가 나무의 섬유로 만들어진 사실까지 얼마나 근사한가. 그래서 영혼의 숲, 도서관에서는 나무의 살결이 전하는 촉감과 향기로 책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  <br><br>​이 멋진 장소에서 진정한 독자는 진정한 저자가 된다. 영혼의 미로와도 같은 도서관은 보이지 않는 기억의 문신들로 빼곡하다. 그 문신들은 읽고자 하는 간절함 앞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독자의 간절함이 텍스트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현재 진행형으로, 매 순간 쓰여 지기를 원하는 책. 그런 만큼 세계의 생생한 현실을 살아가며 과거와 미래를 현재의 시점으로 해석할 지혜를 갖춘 독자, 자신을 간절하게 원하는 독자에게만 빈 페이지를 열어 보이는 책. 길들여지기보다는 차라리 사라지기를 선택하는 책. (성깔!!)  <br><br>​이 책이 소년이 그토록 찾아 헤맨 야생의 책이다. 만만치 않은 책은 만만치 않은 독자를 원한다. 고집스럽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것이 영락없이 삶과 닮았다. 내가 원하는 내용을 읽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써야하는 빈 페이지들의 삶. 내 앞에 펼쳐진 빈 시간의 페이지. 이 책은 이렇게 책과 독서, 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하다. 책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우리에게 도착하듯, 후안의 동생 까르멘이 존재의 경계를 넘어 인형들과 대화하듯, 이 책은 책과 책, 책과 독자, 저자와 독자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교란하고, 전복시킨다. 책과 독서, 삶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br><br> “내 생각에 우리는 좋아하는 책을 진심으로 열심히 찾는 지극히 평범한 독자일 뿐이었다.” 좋아하는 책의 내용이 무엇이든, 열심의 강도가 얼마이든, 관건은 ‘진심’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야생의 책을 알아본 것은 까르멘의 봉제 인형 토끼였다. 까르멘이 진심으로 믿은 인형의 생명이 이 탐험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이다. 야생의 책은 “글자 없는 책”이다.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소년도 나도, 이 탐험으로 배웠다. 내 삶의 최초 독자도 나, 최후 저자도 나이다. 괜히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빈 페이지들 앞에 전전긍긍하는 다른 친구들이 있으니까. (없다고? 이 책을 펼쳐보시라. 여럿 만날 수 있다.)  ​​PS. 미래의 독자는 과거의 맛이 나는 짭짤한 쿠키와 미래의 맛이 나는 달콤한 쿠키, 오묘한 맛의 현재의 쿠키를 준비하고 책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은 입맛도 야생으로 돌려놓아 온갖 음식과 레시피로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7/22/cover150/k61213951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972224</link></image></item><item><author>나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리스펙토르의 날숨과 식수의 들숨이 호흡하는 텍스트  - [리스펙토르의 시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2558174/17288131</link><pubDate>Wed, 20 May 2026 20: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2558174/172881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5490&TPaperId=1728813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99/10/coveroff/89324754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5490&TPaperId=172881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리스펙토르의 시간</a><br/>엘렌 식수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04월<br/></td></tr></table><br/><br>느른한 혼침에서 흔들어 깨우는 음성과 향기. 내면의 가장 어둡고 외진 바닥에 무겁게 침전되어 있던 존재의 입자들이 누군가의 향기로운 입김에 동요하며 먼지처럼 가벼이, 사방으로 부유하며 떠오른다. 그 입김은 클라리스 리스펙토르의 날숨이며, 엘렌 식수의 들숨이다. 달큼한 그 숨결에 나라고 불리는 그것이 사방으로 흩어져 은빛으로 날아오른다. 이 텍스트는 시인가. 주문인가. 기도인가. 응답인가. 아니면, 오렌지의 황금빛 노래? 시초에서 들여오는 누군가의 부름? 천둥? 모든 것인가, 그 어떤 것도 아닌가.  <br> 오래된 동굴 속 벽화를 만지듯, 클라리스 리스펙토르의 단어들을 더듬다보면, 내가 읽힌다는 숨죽인 기쁨에 가슴이 죄어든다. 은총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늘 거기에 머무르기에 가장 익숙하지만 가장 외진 장소. 그곳에 도달하는 한 줄기 빛, 발견됨의 안도감, 기이한 공포감. 탐독되기를 바래온 묵은 페이지, 독해를 기다려온 뭉개진 비문. 비석의 축축한 이끼에 닿는 따스한 손길. 섬광 같은 구원. 하지만 이내, 궁극의 무명으로 되돌려놓는 섬뜩한 지혜, 자애로운 배려, 최후의 은총. 내가 너무도 간절하게 원하고 원하는 그것.  <br> “나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여자들이 있다.” (9p) <br>엘렌 식수는 이 책을 여는 글, &lt;오렌지 살기&gt;를 이 한 문장으로 연다. 망설임과 유보의 유혹, 그럼에도 말해야 한다는 당위가 문장을 압박한다. 나는 단번에 알아차린다. 내가 들은 목소리를 원형으로 간직하고 싶은 조바심, 그 목소리와 함께 달아나야한다는 절박함. 언어가 그 목소리를 얼어붙게 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 세계를 직관으로 알아채는 커다란 귀이자 “고통을 끊임없이 기쁨으로 맞바꾸는” 선한 목소리. 이 책은 그 목소리에 대한 사랑으로 출렁인다. 그 목소리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이다.  <br> “그것은 단순한 글쓰기 이상이었고, 위대한 글쓰기, 먼 과거의 글쓰기, 대지와 식물의 글쓰기였다.” (13p)  <br>혀가 전부 죄어든 시대에 글쓰기의 자기 심판에 절망하던, “눈물 한 방울이 된 영혼”, 엘렌 식수다. 그에게 반짝이는 손이 다가온다. 그 손은 식수를 찾아내 열망과 믿음과 음악을 되돌려 준다. 그것은 놓아주고, 보살피고, 구원하는 손이다. “무한히 섬세한 손길”은 존재에 빛을 비추고, 신비를 보호했다. 생명을 감싸고 흙을 어루만졌다. 우리의 영혼을 만나러 “손으로 변모한 목소리”, 약속과 기도로 번역된 목소리. 리스펙토르의 목소리가 식수를 울린다.  <br>​“오렌지는 하나의 순간이다. 오렌지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17p) <br>리스펙토르는 “오렌지를 구해야 해”라고 식수의 귓가에 속삭인다. 말라가던 식수의 심장이 오렌지의 힘으로 솟구친다. “현전하는 빛의 구”, “초록빛 밤으로부터 내려온 붉은 낮”, 오렌지. 태양과 대기와 대지로부터 잉태된 오렌지. “모든 오렌지는 기원적이다.” 무한한 시간을 응축한 오롯한 한 순간인 오렌지. “근심 없이, 두려움 없이” 시간의 과즙을 탐하여, 오직 생명의 기쁨으로 찬란한 과육을 길러내는 오렌지. 순간이자 영겁인 오렌지. 리스펙토르의 “기원을 향한 사랑”이 식수를 가늠조차 어려운 시간으로 데려간다. 오렌지의, 오렌지를 위한, 오렌지로 사는 것. 시간은 그렇게 과거와 미래로, 현재로 순환하며 황금빛 알갱이로 영글어간다.   <br>“그것은 누구도 되지 않는 것, 마치 장미처럼, 모든 이름을 앞선 순수한 기쁨이 되는 것이다.” (30p) <br>리스펙토르는 이름들을 벗어던진다. 그가 무한히 변신하며 관통해온 시간의 터널 속에서 호명되었던 무한한 이름들. “벗어던짐의 규모는 무한힌 뻗어간다.” 왜냐하면 이름 속에서 그녀는 질식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자아의 막을 벗어던지고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것은 나라고 불리는 그것이, 본래 세계와 하나였음을 지각하는 것이다. 세계의 맥박, 그 혈류와 한 몸임을 자각하는 것. 그렇게 껍질을 벗어던진 리스펙토르가 당도한 장소는 “원초적이고 온전한 우리, 번역 이전의 살아있는 우리”로 차오른다. “죄의식의 신분증”없이 현존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숭고한 야생성”으로 충만하다. 이 장소로의 여행은 오렌지, 오직 오렌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오렌지는 장미이며, 동시에 바퀴벌레이다. 리스펙토르이며 식수이며, 나이다.  ​<br>"그녀는 나를 읽었다, (중략) 나는 그녀가 나를 읽게 했다. 그녀는 내 안에서 자신을 읽었다.” (34p) <br>이 문장을 읽고 놀라 안으로 탄성을 삼켰다. 클라리스 리스펙토르를 읽으며 늘 해온 생각, 이 문장으로 밖에는 표현이 안 되는 어떤 것. 이해, 공감, 교감 같은 언어로는 턱 없이 부족한 것. 이 책을 처음 펼치는 순간에도 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나를 읽어. 세상은 참 신기해. 식수가 썼듯 “어떤 여자들은 경계심 없이 창문을 열어두는 힘을 지녔다” 그 창문으로 뜻밖의 은총이 찾아든다. 어떤 저자와 독자는 서로를 알기도 전에, 영원히 만나지 못해도, 서로를 읽는다. 서로를 쓴다. 세상은 참 신기한 곳이다.  ​<br>“별과 나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얼마나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까운가.” (148p)<br> 식수가 더없이 느리게 노 젓는 배에 올라 &lt;리스펙토르의 시간&gt;을 나아간다. 희부연 은하수 안에 별의 항로를 떠간다. 영영 길을 잃기 위해 나아간다. 그러나 언제나, 영영 돌아온다. 그 길을 따라 광대하고 둥근 존재의 불빛이 환하게 밝혀진다. 별의 시간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나라 불리는 그것이 별의 시간 안으로 쏟아져 흘러나간다. 나는 무궁한 자유 속에 헤엄친다. &lt;리스펙토르의 시간&gt;, 그러니까 &lt;별의 시간&gt;은 마카베아의 시간이며, 리스펙토르와 식수, 그리고 나의 시간이다. 가난하고 부유한 시간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99/10/cover150/89324754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991036</link></image></item><item><author>나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별의 시간이 내게로 흘러 들어온다.  - [리스펙토르의 시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2558174/17252243</link><pubDate>Fri, 01 May 2026 14: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2558174/1725224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5490&TPaperId=172522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99/10/coveroff/89324754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5490&TPaperId=1725224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리스펙토르의 시간</a><br/>엘렌 식수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04월<br/></td></tr></table><br/> 을유 문화사가 발췌한 내용에 따르면&lt;탐독&gt;의 뜻은 이렇다. <br>1. 다른 일을 잊어버릴 정도로 어떤 글이나 책을 열중하여 읽음2. 어떤 글이나 책을 특별히 즐겨 읽음.  <br>리스펙토르와 식수야말로 탐독이라는 매혹적인 행위에 어울리는 작가들이 아닌가. 그들의 텍스트를 읽다보면, 그들이 풀어놓은 언어의 그늘 아래에 시간이 농밀하게 고임을 느낀다. 행간에 고여 그들이 이끄는 대로, 전혀 다른 시간대로 다시 밀려 흘러가는 시간들.  <br>그건 어쩌면 ‘별의 시간’인지도. 별에게 시간은 어떤 것일까. 작품을 읽다보면 인식하게 되듯이, 리스펙토르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시간이 흐른다. 식수는 그 ‘리스펙토르의 시간’에 배를 띄운다. 그 배가, 오늘 잠깐 멈춰 서, 나를 태운다.  <br>지난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을유문화사에서 &lt;탐독&gt;이라는 주제로 연 행사에 선정되어 선물로 받게 된 책. 더없이 싱그러운 계절, 5월을 열어준 선물이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와 엘렌 식수라니. 꽉 쥐었던 손바닥을 푸르게 쫙 편, 저 연둣빛 잎새들처럼 내 마음도 사방으로 펼쳐진다. 감사합니다.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99/10/cover150/89324754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99103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