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는 ‘옴스크‘를 기준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후기 도스토옙스키가 한 말이 있다. "인간성의 회복은 차가운 이성으로 만들어진 제도적 형벌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따뜻한 감정이 담긴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는 그 ‘말 한마디‘를 소싯적 푸리에주의가 아닌 기독교적 사랑에서 찾았다. 제도적 형벌을 받고나서야 그 절실한 깨달음을 얻은 도스토옙스키. 한편으론 모순적이고 야속하다 할 수 있지만 그 깨달음의 과정이, 그의 삶의 여정이 얼마나 고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다시금 그가, 그의 소설이 위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 P376
오래전, 수년, 수십 년 전의 아주 오랜 옛날, 아직 나무 타기를 좋아하던 시절에 내 키는 겨우 1미터를 빠듯하게 넘겼고, 내 신발 사이즈는 170밀리미터였으며, 나는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 만큼 몸이 가벼웠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그 무렵 정말로 날 수 있었다. 적어도 거의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 P7
"나도 느껴져. 이 안에 엄마처럼 용감하고 성질이 불같은 여자아이가 들어 있어. 내 말이 틀림없을 거야." - P363
우리는 DNA를 세속적인 영혼, 즉 우리를 이루는 화학 물질의 본질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DNA를 완전히 해석한다 하더라도, 거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전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P368
시인 정지용은 여행을 ‘이가락離家樂‘이라 했다. 집 떠나는 즐거움.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우선 근사한 여행지를 전제하지 않아서 좋다. 그저 집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그 뜻이 좋다. 집을 떠나면 우선 나는 달라진다. 낯선 내가 된다. 낯설지만 나를 되찾은 것 같아진다. 내가 달라진다는 게 좋다. 달라질 수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좋다.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