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용어가 난해하고 복잡해진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가하고자 하는 폭력을 우리 자신에게서 감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인생의 한 시간을 빼앗는 것과 목숨을 빼앗는 것 사이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그의 에너지를 소모시켰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애써 만들어낸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다면 상대를 죽이려는 의도는 감출 수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힘을 행사하는 행위의 뒤에는 항상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생각이 남아 있다. "나는 너의 에너지를 먹고 산다." - P269
"책 속으로 깊고 안전하게 가라앉기, 그러곤 밖에서 산사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마치 파도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맑고 투명한 낮잠, 정원의 모든 초록 터널과 둔덕들. 깨어나니 덥고 고요한 낮. 보이는 사람도 없고, 방해가 되는 것도 없다. 우리만의 장소. 천천히 가는 시간." - P124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시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 P164
언제나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이해심 많은 무민들이 사는 동네에서 꼬마 미는 다른 캐릭터들에게 꼭 필요한 평형추 같은 존재다. 그녀의 공격적 기질은 어떤 면에서 해방적이며 우리 모두가, 심지어 ‘보이지 않는 아이‘마저도, 존재를 드러내려면 갖춰야 할 태도가 뭔지 보여준다. 화를 낼 줄 알아야만 진정 살아 있는 것이며,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진 다른 존재들 사이에서 자기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 - P165
우리는 우리 같은 생명체에겐 낙원이나 다름없는 칼라단에서 왔다. 칼라단에서는 육체를 위한 낙원도, 마음을 위한 낙원도 세울 필요가 없었다. 우리 주위에서 온통 그 실제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 대가로 우리는 인간들이 이런 낙원을 얻기 위해 언제나 지불해야 했던 것을 지불했다. 우리는 연약해졌으며 날카로움을 잃어버렸다. - P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