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저 앗아간 극도의허기를 잠시라도 잊기 위해 그는 무언가를 씹어서 연하게 만들어목구멍으로 넘기는 상상을 한다. 강주룡의 손은 목구멍으로 들어가고 그는 천천히 자신을 씹어 먹는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간수의 소리를 듣자 강주룡은 몸을 세우고 저항하는 인간의 자세를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타인에게 폭력적이기보다는 차라리 자기를 잡아먹는 뒤집어진 인간, 하지만 저항의 존엄을 끝까지 상실하지 않는 인간. 그가 바로 강주룡이다. - P242

박서련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수많은 장면 중 하나에 불과했을 평양 을밀대의 지붕 농성 사진을 흘려버리지 않고포착했다. 먼 과거의 케케묵은 이야기일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당시 그녀들이 외치던 구호와 오늘의 노동자들이 외치는 구호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앞에서 강주룡을 찾아낸 박서련의 매서운눈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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