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가끔, 어떤 특정한 시기에 공공의 악을 필요로한다. 서사가 주어지지 않는 악인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고, 누구에게나 이견 없이 비난받을 수 있는 존재는 때때로 사회에 유익했다. 대중은 공공의 악에 대한 필요성에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어떤 때에는 상당부분 동의하고심지어 지지하곤 했다. 이렇게 말한다면 모두가 부정하지만, 대중은 손가락을 모아 비난할 수 있는 대상을 원한다. 중구난방으로 복잡하게 얽힌 손가락들은 사회를 어지럽게 하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악인을 모두가 은연중에 바랐다. 매스컴은 그런 대중의 욕구에 맞춰 적절한 순간, 적절한 악인을 그들 앞에내주었다. 그러나 매스컴은 대중이 원하는 공공의 악을등장시킨 이후에는 빠르게 뒤돌아 사라졌다.
공공의 악이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 악은 누구에 의하여 심판받아야 하는지, 매스컴은 대답하지 않았다. -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