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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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식도암으로 죽어가는 무신론자의 이야기. 하지만 신에 대한 이야기는 첫 부분에만 조금 나오고, 나머지는 '병자'일 때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희망과 유머와 자존을 잃지 않고 버티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울러 '정상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종양마을' 사람들에게 악의 없이도 무례하게 구는지. 


사람이 자기 죽음을 앞두고 죽음에 대해 '냉정하고 공정하게' 서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삶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글을 쓰는 것. 이야기하고 논쟁하고 강의하고 농담하기 좋아하던 사람이 목소리를 잃었을 때 목소리 대신으로 글을 쓰는 것. 이런 상황은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 내가 암에 걸렸는데, 암 조직이 눈으로 뻗어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면 나의 수많은 일거리와 오락거리는 다 사라져 버리고 텅 빈 껍데기만 남을 것 같다. 


"몸이 믿음직한 친구에서 중립적인 존재로, 배반을 일삼는 적으로 변"할 때...사실 '죽을 병'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수십 년에 이르는 노년을 압축한 과정을 일순간에 겪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아닐까? 

불치병에 걸렸을 때 재미있는 사실은, 조금은 금욕적인 태도로(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 죽을 준비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생존이라는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확실히 기괴한 ‘삶‘의 방식이다. 아침에는 변호사였다가 오후에는 의사가 된다고나 할까. 이는 사람이 평소보다 훨씬 더 이중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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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방언정담 - 사람이 담긴 말 세상이 담긴 말
한성우 지음 / 어크로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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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이 자기 공부를 통해서 세상을 들여다보는 책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러나 여기서 몇 가지 단서가 붙는데, 첫째, 저자가 너무 잘난 척하지 않을 것(잘난 것과 잘난 척은 물론 다르다), 둘째, 에세이 독자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전공지식이 들어가 있지 않을 것, 셋째, 전공을 핑계삼아 언피씨한 주장들을 늘어놓지 말 것. 이 세 가지 균형을 잘 잡는 에세이집이 의외로 드물다.(이것으로 내가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을 면피해 보자.)


그런데 <방언정담>은 의외로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에세이집이다. 서울을 포함해 어느 지방 사람이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투리'라는 안경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그 변화를 들여다본다. 사투리를 전해줄 분들이 주로 노인층이다 보니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때로 웃기고 때로 짠하다. 남존여비나 옛날식 생활방식에 대한 변호가 들어갈 법도 한데 아슬아슬한 선에서 멈춘다. 


사투리에 흥미가 있는 독자가 직접 읽기도 좋지만, 50대 이상 노년층에게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요소를 고려해 서울말과 부산말 그리고 평양말을 비교해보면 서울말과 평양말이 더 가깝다. 무엇보다도 부산말에서는 높낮이로 단어의 뜻이 구별되는데 서울말과 평양말에서는 길고 짧은 것으로 단어가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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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 최고의 범죄학자가 들려주는 진화하는 범죄의 진실
이창무.박미랑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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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 대중서로 분류할 만한 책인데,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앞부분에 정말 간단히 나온다."범죄기회"와 "범죄동기"가 있으면 범죄가 나온다고. 대신 우리가 마주치는 여러 가지 범죄들에 대해 최신까지 개괄이 되어 있고(군내 성범죄는 새로운 것이라기 어렵지만 기존 범죄학 책들이 법의학에 치우쳐 있어서인지 신선했고, 부부강간, 성폭력의 남성 피해자, 크래킹이나 음란 사진 유포 같은 것까지도 나와있다) 여성과 남성의 공저라서 그런지 성평등적 시각에서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영아살해라는 죄에는 여성의 성적 일탈에 대한 비난과 살해라는 범죄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려는 입법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필자는 범죄학 수업을 진행하면서 종종 학생들에게 교도소를 디자인해보는 과제를 내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교도소가 아니라 ‘감옥‘을 그려 온다. 교도소는 차갑고 엄격해야 하기에 감시하고 가두는 기능을 주요 콘셉트로 잡는다. 교도소를 너무 살기 좋게 만들면 범죄자들이 또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하지만 필자는 교도소가 더욱 차갑고 혹독한 곳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사회가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교도소가 아무리 좋아져도 우리 사회의 일상 수준을 감히 넘어서지 못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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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바이러스 대습격 - 인간이 초래한 새로운 대유행병의 시대
앤드루 니키포룩 지음, 이희수 옮김 / 알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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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애덤스의 <마지막 기회>를 재미있게 보았거나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명작을 놓치면 후회할 것이다. <바이러스 대습격>은 인류의 욕심과 국제무역의 바람이 어떻게 인간을 죽일 수 있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각론 하나하나를 떼어서 보면 완전히 몰랐던 사실들은 아니지만, 이 저자는 마치 인류가 멸망해버린 미래에서 인류의 멸망 역사를 훑어보듯이 이야기를 쓰는 냉소적인 재능이 있다. 게다가 2천년대 이후의 흐름까지도 보여주기 때문에, 딱히 년도를 짚어주지 않아도 위험이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왔다는 경각심을 준다. 


확실히 인류는 좀비보다는 바이러스 때문에 멸망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예로부터 농업의 역사는 곧 지역 고유의 해충, 질병, 기후를 지혜롭게 극복한 인간 승리의 영웅담이었다. 그런데 현대 농업은 이 영웅담을 세계의 해충들을 주인공으로 한 희비극으로 바꿔놓았다. 해충들에게 주연을 맡아달라고 초청하고 두 팔 벌려 맞이한 것도 바로 우리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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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저주토끼
정보라 지음 / 아작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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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영 어덜트 다크 판타지 지향 단편집 같은 느낌. 작가는 무섭다기보다는 <백귀야행> 정도의 애수를 남기는 작품을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서정적인 이미지들을 보면 실패는 아니지만 딱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서사도 아직은 없다. 문학 전공자다운 서사전개의 균형감각은 매우 돋보인다. 직관적으로 안 들어오는 부분은 차라리 독자의 해석에 맡기고 말지, 억지스럽게 돌출하는 설명이나 사건, 이미지는 없다. 


첫 작품을 보면 "이미 대표작을 써버렸다"는 느낌이 드는 작가, "아직 기다려봐야겠다"는 느낌을 주는 작가, "뭐야 이거 (대표작을 쓰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난 이런 거 싫어" 싶은 작가 들이 있다. 이 작가는 확실히 두 번째 부류다. 단편이 아니라 장편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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