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황제와 여기사 - 블랙라벨클럽 027 (총4권/완결)
안경원숭이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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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로맨스를 즐겁게, 몰입해서 읽었던 것은 30년 전쯤 된다. 그때는 하이퀸과 할리퀸이 동네 문방구(대여점 노릇을 하는)를 점령한 시절이었다. 그 후 내가 직접 연애를 하면서부터는 손발이 오그라들어 로맨스를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황제와 여기사>를 읽게 되었다. 


오...한국 로맨스 여기까지 왔구나! 내가 읽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표현 좋고, 상상력도 대담하고, 무엇보다도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다. 게다가 연애권력의 발생과 이동을 그리는 장르인 로맨스가 내포하기 쉬운 언피씨한 부분도 없다. 그렇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로맨스다! 나는 <이갈리아의 딸들>보다 <황제와 여기사>에 점수를 더 주겠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있음**



1권 끝에 남주가 여주에게 반하는데, 그 뒤 결말까지 가는 길이 전혀 지겹지 않다. 인물은 각자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와 진지하게 씨름한다. 맨 마지막 룩소스 1세의 프로포즈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제국 법전의 초안이라니! 제국의 시공간을 통째로 들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치는 거 아닌가! 내가 본 (얼마 안 되는) 로맨스 중에서 가장 통 큰 프로포즈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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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한 지침서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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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양이 사랑의 힘은 진중권의 독기도 부드럽게 다스리는 권능을 가졌나보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유쾌하지만 화난 젊은이가, 이제 입양한 고양이 딸을 키우며 고양이의 역사를 뒤지는 고양이 아버지가 되었다. 진중권 글답지 않게 독기가 쏙 빠져 있는데, 그래도 좋다. 나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글 자체가 좋은 건지 모를 정도로 글과 고양이가 혼연일체 되어 있다. 내용은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사' 정도 되려나.


<당나라에 간 고양이>급에는 조금 모자라지만 책에 실린 고양이 유물 화보만 봐도 돈이 아깝지 않다. 고양이 루비와 그의 집사-아버지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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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피아나 - 짧게 쓴 20세기 이야기
파트리크 오우르제드니크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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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읽자마자 '뭐야 이거.' 하며 킬킬거리고 좋아했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대략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유럽의 역사를 시니컬하게 요약하면서, 그 안에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충분히 사실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슬쩍 끼워넣는다. 


처음 몇 페이지 읽을 때에는 <캉디드>가 생각나더니, 나중에 책이 얇아져갈수록 '아, 이거 표절이라도 좋으니 아시아사나 한국사를 이렇게 소설로 누가 안 써주나'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면 제목이 <아시아나>나 <코리아나>가 된다는 사실이 간신히 이성을 붙들었지만...


무자비한 날씨의 달 7월을 열기 좋은 책이다. 

1917년 10월 혁명이 일어났을 때 몇몇 정교회 사제들은 혁명이 세계 종말의 시작이며 사람들은 세상의 끝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에는 종말론 교파들이 크게 늘어났고 몇몇 교파에서는 구성원과 지지자들의 집단 자살을 조직했는데 왜냐하면 자살은 죽음 이후의 삶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교파들은 거대한 지하 벙커를 짓고 그 안에서 자체적인 발전기와 하수도까지 갖추어 세상이 끝난 뒤 최후 심판의 날이 올 때까지 교파의 신자들이 임시로 머무를 피난처를 마련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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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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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안아키' 류의 유사의학 신봉자들을 계몽하기 위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예상과 전혀 달라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전국민 계몽'을 어렸을 때 겪었던 세대라, 나는 백신은 필수고 민간요법은 의심스러우며 국가에서 하는 예방접종은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초기 계몽소설에 흔히 나오는 '조선인의 가난과 비위생'에 대한 묘사도 그런 생각을 거들었다. 그런데 미국에는 "위생이 취약한 지역(계층)이나 백신을 맞고 중산층 이상은 백신 후유증을 더 염려해야 한다"는 안아키적인 믿음이 있었나보다! 하기야 미국인의 절반이 천사가 있다고 믿고 있다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저자가 정말로 '백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의 엄마라는 것도 당혹스러웠다. 사실 그런 아이가 실재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안아키'스트들이 지어낸 알리바이인 줄 알았다. 그걸 알고부터 '마음 고생이 심했겠구나. 이 분야에 대해 공부 열심히 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의사라니. 아이의 잘못은 없지만 온 가족이 얼마나 아이 때문에 마음을 끓였을까. 특히 엄마가. 


책은 어느 쪽에도 독선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노력과 함께 진행된다. 백신은 만능이 아니지만 우리가 질병에 맞서면서 갖고 있는 무기 중 제일 나은 것이며 인간과 외부 환경(바이러스, 세균, 변종, 생태오염까지도!)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어찌보면 진부한 결론으로 맺어지지만 그 결론에 다가가는 작가의 발걸음은 결코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사서 두고 가끔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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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성검의 블랙스미스 05 성검의 블랙스미스 5
미우라 이사오 지음, 루나 그림, 김완 옮김 / 제이노블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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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테네무루>보다는 조금 낫지만 그냥 그렇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진지해질 때 나오는 이상한 말투는 번역자의 문제일까 원문의 문제일까. 딱히 끝까지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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