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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평점 :
책을 보기 전까지는 작가가 탤런트인 줄도,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줄도 몰랐다. 그냥 '장편 낼 만한 국내 SF 작가들은 대충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못 본 이름이네?' 하고 읽었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수준작이었다. 많이 본 클리셰들도 촘촘히 제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걸작은 아니라도 수준작은 되는 법이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인물의 깊이일지도 모르고, 뜬금없이 열린 결말이 되어버린 후반부일지도 모른다. 맥 매커천은 쾌활하지만 독자가 같이 울고 웃을 만한 깊이가 느껴지는 인물은 아니다. 김안나도 자기 힘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인물은 아니다. '쎈 언니' 스타일이나 엉뚱한 것이 곧 생동감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작가가 똥 페티쉬가 있거나 배변 문제가 있나 하는 의심도 들었다. 똥 얘기가 왜 이리 많이 나와.
하나하나 꼬집어 뜯자면 한도 없겠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재능있는 SF작가의 습작을 보는 느낌이었다.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목소리의 강약고저가 아직 조율이 안 된 bard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좀 더 조율되고, SF적 장치들보다 사람들의 모습이 더 전면에 나오는 다음 작품을 보고 싶다. 작가분 얼른 완쾌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