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살인마 -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데이비드 버스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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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오히려 "남자는 왜 사람을 죽이도록 진화했는가"에 가깝다. 여자들의 살인 이야기나 살인 판타지 이야기도 나오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살인범의 대다수는 압도적으로 남자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남자는 사람(같은 남자, 여자, 아이 등)을 죽여서 이익을 얻는 동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화된 대로 살라는 법은 없다."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동물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 존재로 보는 내 친구는 이 책을 권하면서 "우리는 진화된 대로 살라는 법은 없다" 부분을 "도덕적으로 흠잡히지 않으려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썼지만 말야." 하고 웃었지만, 난 역시 그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살인으로 이익을 얻도록 진화했다면, 윤리와 인권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도록 진화한 것도 사실이니까. 그리고 이제 인간은 자기 진화의 속도는 모르겠지만 방향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진화했으니까(그러기를 바라니까). 


하여간 치안과 공공질서가 계속 유지되는 나라에서 평생을 살다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것이 살인 판타지보다 더 큰 판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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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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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신앙이 지배하는 외딴 마을, 신앙과 얽힌 마을 내 세력다툼, 초자연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나하나 죽어가는 사람들, 이런 식의 기본 재료에 함량과 향신료를 조절해서 계속 비슷한 듯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의 요리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장어구이, 장어초밥, 장어탕, 장어뼈 튀김 뭐 이런 식으로. (내가 이번 여름에 장어를 못 먹어서 한이 맺힌 건 아니다. 정말로!)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내가 장어를 좋아하나보다. 엄청난 대작은 없어도 일정 퀄리티를 보장하기 때문에,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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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리오 기담 이즈미 로안 시리즈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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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괴기담 하면 아무래도 아주 무서운 이야기가 기대되는데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처럼 힐링계 괴담들도 많은 것 같다. <엠브리오 괴담>도 내 기준으로 치면 힐링계 괴담.


별로 무섭지 않지만 기이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이 읽기 좋은 책이다. 길을 잘 잃어 이계로 빠질 때가 많은 여행가이드 집필자와 그의 짐꾼 이야기. 

덴구가 아이를 잡아가서 몇 달 몇 년이 지난 다음에 마을로 돌려보내는 거예요. 잠혀간 사이 아이들은 덴구하고 함께 하늘을 날며 온갖 세상을 구경하죠. 마을로 돌아온 아이들은 실제로 그 장소에 가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까지 세세히 알고 있다고 해요. 제 어머니도 행방불명되었을 때는 아직 어린 나이였대요. 축제날 친구하고 함께 손을 잡고 신사에 갔는데, 그 친구가 갈림길에서 어머니가 사라진 걸 알아차렸대요. 잡고 있던 손에서 어느새 어머니의 손은 사라지고 그 대신 도토리하고 돌멩이, 새의 깃털을 쥐고 있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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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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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은 완전히 미쓰다 신조의 달이었다. 세 권이나 내리 읽었으니...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과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다. 한두 가문이 권력구조를 좌지우지하는 외딴 마을, 그 가문의 권력의 토대가 되는 민속신앙, 쌍둥이의 등장 같은 것은 공통 요소이고, 똑같이 사람이 죽어도 괴기소설 분위기가 더했던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보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쪽이 좀더 추리소설 같다. 


특히 맨 마지막 이중 삼중의 트릭은 사실 정통 추리소설의 시각에서 보면 사기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이 책의 흥미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독특한 분위기에 소스를 한 술 더 올려주는 기분이다. 아는 것 중심으로 차근차근 써나가는 작가인 것 같다. 

지방의 구가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요키타카에게 곧잘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구라타 가네 씨가 쌍둥이에게 행했다는 온갖 액막이 주술의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히메쿠비 촌에도 예로부터 전해지는 풍속은 있었지만, 그런 종래의 마을 풍습으로는 아오쿠비 님에게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후도 옹이 그 실적을 높이 사서 불러들인 사람이 가네 할멈입니다. 즉 그녀는 산파 및 육아 전문가이자, 이치가미 가에게는 조주로 씨를 수호하는 경호인 같은 존재였음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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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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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딕 호러물을 읽을 때 좀 부러운 부분은 역시 그 음산한 고가의 분위기다. 전쟁에 털린 지 백 년도 지나지 않았고 국토 곳곳에 재개발의 바람이 휘몰아친 한국에는 유명한 고가라고 해봤자 어느 종가집, 어느 양반 별장이나 정원, 그런 차원이니까. 하지만 <흉가>를 읽다 보니 한국의 고딕 호려물은 풍수지리물과 대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기가 세기로 유명한 어느 마을, 풍수를 다스리기 위해 치수치산 공사를 한 관리들이 죽어나간 전설, 도끼를 대자 피를 흘리는 당산나무 같은 요소들이 엮이면 제법 그럴듯한 한국형 고딕 호러가 되겠구나 싶다. 


<흉가>에서 좋았던 점은 주인공 가족이 사는 '외딴 집' 자체는 새 집이라는 설정이다. 화를 부르는 집이지만, 사실은 집이 아니라 집을 짓누른 산이 요기의 본산이다. 산에 대해서는 자세히 묘사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산에서 집으로 뻗어오는 음산한 분위기가 더 살아난다.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과 분량 차이는 그리 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린이의 시점에서 사건을 풀어가서 그런지 플롯 자체가 단순해서 그런지 이쪽이 훨씬 읽기 편한 소품처럼 느껴진다. 맺는 부분은 살짝 싱거웠지만, 괴담 좋아하는 사람에겐 딱이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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