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로피아나 - 짧게 쓴 20세기 이야기
파트리크 오우르제드니크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첫 장을 읽자마자 '뭐야 이거.' 하며 킬킬거리고 좋아했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대략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유럽의 역사를 시니컬하게 요약하면서, 그 안에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충분히 사실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슬쩍 끼워넣는다.
처음 몇 페이지 읽을 때에는 <캉디드>가 생각나더니, 나중에 책이 얇아져갈수록 '아, 이거 표절이라도 좋으니 아시아사나 한국사를 이렇게 소설로 누가 안 써주나'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면 제목이 <아시아나>나 <코리아나>가 된다는 사실이 간신히 이성을 붙들었지만...
무자비한 날씨의 달 7월을 열기 좋은 책이다.
1917년 10월 혁명이 일어났을 때 몇몇 정교회 사제들은 혁명이 세계 종말의 시작이며 사람들은 세상의 끝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에는 종말론 교파들이 크게 늘어났고 몇몇 교파에서는 구성원과 지지자들의 집단 자살을 조직했는데 왜냐하면 자살은 죽음 이후의 삶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교파들은 거대한 지하 벙커를 짓고 그 안에서 자체적인 발전기와 하수도까지 갖추어 세상이 끝난 뒤 최후 심판의 날이 올 때까지 교파의 신자들이 임시로 머무를 피난처를 마련해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