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로 왔다 - 이주향의 열정과 배반, 매혹의 명작 산책
이주향 지음 / 시작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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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보다 달콤한 단어가 있을까. 한편으론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픈 단어일까, 사랑이란. 사랑의 색은 다양해 하나의 모습으로 그려낼 수 없다. 마치 이 책의 표지 -하나처럼 보이는 듯 서로 다른 실루엣과 같이 말이다. 그 다양한 사랑의 이면들을 철학교수 이주향이 그려냈다. 명작과 함께 그려내는 사랑의 철학적 단상을 고맙게도 우리는 넙죽 받아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랑이, 내게로 왔다>는 명작 속의 남녀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여러 모습을 철학적으로 살펴보는 독특한 책이다. 때론 책 속 문장을 인용하면서 두 남녀가 만들어내는 러브스토리를 전하고 그 안에서 사랑의 철학적 주제들을 이끌어낸다.

 

책에서는 다양한 커플들을 만날 수 있다. 열정적으로 후회없이 사랑한 그들 -사흘간의 짧지만 영원한 사랑을 한 요석공주와 원효대사,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사랑한 헬레네와 파리스도 만날 수 있다. 배신함으로써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그들을 만나기도 한다. 금기를 어겨 헤어졌지만 결국 충만한 사랑을 되찾은 프시케와 에로스는 배반과 사랑의 오래된 신화적 원형이다.

 

그런가하면 사랑의 아름답지 않음을 보여주는 커플도 만날 수 있다. 분노로서 사랑을 내버린 사람들 -바리를 버린 오구대왕, 네흘류도프에게 버림받고 매춘부가 된 카튜샤, 한낱 질투로 인해 사랑하는 부인을 죽인 오셀로- 를 보다보면 사랑의 바로 뒷면은 얼마나 나약하고 무서울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을 구원하는 것 또한 사랑이었다. 그러니 사랑이란 얼마나 대단한지!

 

한가지 특이한 점은 고전 속 여자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 인터뷰다. 이 짤막한 인터뷰를 통해 각각의 고전에서 저자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를 다시 집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본문에서 조금 아리송했던 부분들이 바로 여기서 조금은 맑아지는 듯도 하다.

 

처음 시작은 사랑으로 했지만, 이 책에서는 사랑 그 이상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바로 삶. 사랑에서 선과 악을, 선과 악의 대비에서 결국 우리네 삶으로 돌아오는 그 일련의 순환을 이주향씨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중요한 건 세상의 이치를, 삶의 아름다움과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에게는 사랑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사랑은 배신과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우리는 진정한 '나'와 '너'를, 신과의 만남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리 거창하게 말 할 것도 없을지 모르겠다. 결국 이주향씨가 우리에게 건네려던 말은 그저 사랑하고, 그로 인해 아름다워지라는 한 마디뿐일지 모르니.

 

그대들이여, 미치도록 사랑하고, 미치도록 아픔도 느껴보고, 그로 인해 성숙한 삶에 안착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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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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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오후, 이 사과를 드립니다. 라는 정갈한 글씨와 함께 내 품에 안겨온 <사과의 맛>. 처음 만나는 작가이기에 책을 펼치는 느낌 또한 남다를 책이었다. 혹여나 '이 책으로 좋은 작가를 놓치면 어떡하지' 란 걱정과 푸른 빛 표지마냥 달달하고 조금은 쓸쓸할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반반씩 섞인 채로 책을 펼쳤다.

 

'포스트모던 세예라자드, 오현종' 이란 문구가 혹여 과장된 광고문구는 아닐까 싶은 마음을 갖고 차례를 보니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그리고 인어. 초등학교 시절 처음 인어공주를 보고는 그 아픔과 사랑에 오랜시간을 아껴온 동화였기에, 작가 스스로도 가장 아프게 썼다던 '수족관 속에는 인어가' 를 첫 시작으로 삼았다.

 

어떤 이야기이길래 작가가 쓰면서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인어공주라고 하면 디즈니의 해피엔딩 스토리를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인어공주는 그 어떤 동화보다 슬프고 애잔한 작품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찢어질 듯한 다리의 고통을 감내하지만 결국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인어공주의 이야기. 자신보다 상대가 깊은, 불쌍할만큼 순진하고 아픈 사랑이다.

 

바로 그 슬픈 이야기가 녹아 있는 것이 '연못 속에는 인어가' 다. 인간 세상에 태어난 인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한 남자와 결혼하지만 그에게는 진짜 생명의 은인이 나타나고. 결국 우리의 주인공은 지중해나이트에서 인여쇼를 공연하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다.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목매기. 아무것도 모르고 오늘도 편지를 쓰며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에 눈물 한 방울이 오롱진다.

 

동화를, 신화를 빌려 엮어나간 9편의 이야기는 싸한 아픔을 전해준다. 행복해야할 것 같은 동화의 끝은 언제나 행복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끝이 난다. 교묘하게 동화의 플롯과 현대생활이 뒤섞인 속에서 세월이 변해도 변치않는 삶의 아픔이 비친다.

 

우연은 사실 계획된 계략이며, 한 때의 열정적 사랑은 곧 식어 후회를 남긴다 (상추, 라푼젤). 생활을 위해서는 가족도 제몰라라 한다. 정, 사랑은 이리저리 치이는 삶 속에 이미 온데간데 없다 (헨젤과 그레텔의 집). 교묘하게 위장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연극과 같은 삶은 실수 하나에 깨어지게 마련이고 (연금술의 밤), 한낱 오만한 꿈은 결코 현실로 안착하지 못한다 (연목 속에는 인어가).

 

세월이 변해도 여전히 우리는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고, 절대싫어를 외치던 사람과 동고동락하며 쓴웃음을 지어야 할지도 모른다 (열역학 제2법칙). 정말 기억해야 할 것은 잊은채 현실에만 급급하고 (창백한 푸른 점),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허우적대다 삶이란 외줄타기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곡예사의 첫사랑). 참아온 분노가 일시에 터져나올 때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지도(닭과 달걀).

 

누군가 동화란 정말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라 말했던 것도 같다. 현대판으로 재해석한다해서 지워질리 없다. 지금 우리 주위에도 수많은 동화가 무섭도록 일상적이게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일상의 포인트를 찝어 다양한 맛으로 들려준 오현종. 포스트모던 세예라자드란 말이 아깝지 않다.

 

우리 속의 또 다른 우리를 보여준 그녀의 사과의 맛은 달콤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녀가 건네준 사과를 씹어먹는 건 독자의 몫. 조금 아프고 섬뜩했던 내 사과의 맛과는 달리, 누군가는 쌉쌀한 달콤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제, 당신의 사과의 맛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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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일단 독특한 설정, 독특한 느낌, 이전과는 다른 것을 시도한 도전이 마음에 드는 연극이었다.

(물론 그렇기에 따라오는 아쉬움+개선점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공연이 사랑, 그 달달하고 귀여움을 주제로 한다면 <이웃집 발명가>는 조금 다르다. 남과 여가 나오지만, 게다가 마지막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극의 주제는 교훈적이다. 요컨대 이런것. "우리가 살아가는 데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 같은 것. 또 하나. 상당히 아이러니한 대화를 중심으로 극이 이어진다. 이어질 듯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두 사람. 그 안에서 싹트는 정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걸어가듯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여자의 대사를 듣고있자면 처음에는 짜증으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그녀의 매력을 느끼게 되더라.)

 

어느 날, 한 특이한 남자가 더 특이한 애완견(이라고 부르고 사람같이 대한다.)과 동네사람들을 기다린다. 얘기를 들어보니.. 흠~ 새로운 발명품을 첫소개하는 날인가보다. 그런데 등장한건 앞집으로 새로 이사온 여자. 한 바탕 잔소리 후 이어지는 발명품 소개. 그러나 어둠에 휩싸인 공간에서 느닷없이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 "꺅~". 아니, 그 잠깐 새 도대체 무슨일이??

 

발명가 남자를 향해 독설+일장 연설을 퍼붓는 여자는 다신 안 볼 것 처럼 가버리더니 며칠 후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우연히 밝혀지는 몇일 전의 실수. 시간이 오가며, 두 남녀와 이상한 개의 아이러닉한 대화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극의 클라이막스(?). 알고보니 천재였던 남자의 일상생활을 가능케했던 모든 물건들을 사정없이 못쓰게 만들어버리는 (사실 그보다 더한 짓을 하는) 그녀. 세상 만사 편하게만 살아오던 이 남자. 모든 걸 다 잃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둘.

직접 음식을 해먹을 필요도 없고, 필요하면 시간을 돌릴 수도 있던 이웃집 발명가 그 남자. 그러나 그 여자의 등장으로 그는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 삶의 진정성은 단순히 편리함을 추구하고 잘 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부대껴 살며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을 연극은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셋.

공연장에 대한 아쉬움 : 소극장이어서 역시나 비좁은 자리. (하지만 소극장만의 그 옹기종기 모여앉은 느낌이 좋으니 패스)

너무 더웠다. 공연이 끝나갈때쯤 되서는 집중이 어려울 정도로 무덥지근. 냉방이 잘 됐다면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운이 좋았던걸까 아닐까, 보러간 공연은 <이웃집 발명가>의 첫 공연날이었다. 아직은 서투르게 시작한 만남이지만, 더 많은 관객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발전하는 연극으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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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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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황석영을 문학계의 큰 별이라고 이야기한다. 언제나 진중한 문체로 우리의 지나온 모습을 그려오던 그가 새로 펼쳐낸 세계는 이전과는 다른 솔직함과 풋풋함이 가득하다. 이미 십대의 추억에서 먼 거리를 달려나간 사람이 쓰는 십대의 이야기.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을까?

 

십대의 정점 고등학교 시절에 한 배를 탄 준, 영길, 인호, 상진, 정수 그리고 선이와 미아.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화자들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준. 베트남 파견을 가는 군행열차 안, 준은 고등학교 시절로 생각을 돌린다. 데모와 총질이 난무하던 시대,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은 시내 나들이에서 친구 한 명을 잃는다. 이어지는 퇴학과 휴학. 아이들의 삶은 정해진 철로에서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학교에 남는 대신 방황하는 준과 친구들은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예술을, 사랑을 논하며 청춘을 바친다. 그리고 어느 여름, 정처없이 떠난 여행길. 그들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었을까. 이 책은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자신의 삶을 책 속 인물에게 이리저리 투영시켰다는 소설 속 장면 자체는 지금의 십대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학교를 관두고 변변한 차비 없이 떠나는 여행, 학교에 남아있지도 삶에 뛰어들지도 못하는 경계 속 인물들의 모습은 솔직히 낯설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 하라는 것만 하면서 조용히 지내온 모범생 부류였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작가 스스로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다" 라는 말에도 정말 이렇게 파란만장한 시간을 겪었을까? 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럼에도 책이 다가오는 느낌은 낯설지 않다. 겉으로 겪은 일이야 사람마다 달라도 청춘, 그 시기를 지나는 속마음은 시대가 바뀌어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막막함,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의 불확실함, 남녀 사이의 아릿한 감정. 끝없이 고민하기에 아름다운 나이이지만, 그 속 또한 한없이 타들어만 가는 시기가 십대가 아닐까.

 

가라는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눈길이 간다. 어디로 가서 부딪칠지 모르는 각박한 삶이지만 잘해보라고 응원하고 싶다. 

그게 나쁘냐? 나는 말야,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거다.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p.41

그렇다. 조금 늦어져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간다면 그 시간들은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삐뚤어질테다"를 외치며 집을, 학교를 박차고 나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무조건 끌려가는 삶이 아닌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조언. 먼저 그 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황석영 작가는 그 마음을 지금의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생이란 누구도 딱 한 번 살아가는 과정이다. 비단 청춘 때뿐이 아니라도 우리는 끝없이 헤매이는 존재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황석영이 보여주는 방황의 시간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나만 방황하는 것이 아니란 안도, 더하게 아픈 사람도 있다는 안도. 준과 친구들을 통해 '나의 길을 걸어갈 용기'를 얻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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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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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는 힘이 있다."

 

힘든 시간을 '글'이란 녀석과 부대끼며 살아온 나의 청춘은 이 말에 긍정한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 만큼 무력감에 빠질 때 나를 다시 밖으로 이끌어준 것은 언제나 글쓰기였다. 블로그에 주절이 늘어놓았던 글, 작은 노트에 솔직하게 써내려간 말들은, 그렇게 토해냄으로써 나를 삶으로 돌려주었다.

 

여기 글쓰기의 효능을 몸소 체험한 또 한명의 사람이 있다. 꾸준히 글을 씀으로써 몸의 질병까지 떼어버릴 수 있었던 셰퍼드 코미나스. 다른 사람들에게도 '글을 통한 새로운 나와의 만남' 알려주기 위해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는 사림이다. 처음에는 저자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작한 일기쓰기가 이제는 50년을 넘어선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정말 효과가 있는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하는걸까?

 

저자가 말하는 '일기쓰기' 란 온전히 자신과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치유는 시작된다. 자신을 만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온갖 방어로 둘러싸인 벽을 타파해야만 그 안에 갇힌 나를 볼 수 있거니와, 그렇다해도 여전히 무방비상태의 나를 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런 약한 나에게 다가가는 한 가지 방법은 질문이다. 특정한 주제를 골라도 좋고, 그저 하루 일과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해도 좋다.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보면 그 끝에는 분명 진정한 나와 만나는 문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한 번에 그 문이 열릴리 만무하다. 저자 또한 강조하듯 처음엔 어렵더라도 일단 3개월을 목표로 그저 한 줄이든, 한 단어든 써보는 것이다. 변화는 분명히 찾아온다.

 

그렇다면 생각을 하면 되지, 구지 왜 써야하나?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경험상 생각과 쓰기는 다르다. 특히 종이에 펜을 갖고 쓴다는 행위 자체는 자신이 내뱉는 감정에 대해 물러섬없이 받아들인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컴퓨터 상에 입력하는 것이 아닌, 노트에 펜으로 쓰는 작업을 권한다. 입력은 손쉬운 수정이 가능하고, 그만큼 자신을 더 방어하게 되기 때문이다.

 

코미나스가 권하는 글쓰기의 방법은 간단하다. 아무 노트, 아무 펜을 들고 당신이 편한 장소 어디든 앉아서 쓰라는 것이다. 다만 매일 쓰고, 3개월 이상 쓰라고 한다. 또 하나, 절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로지 나만이 볼 수 있어야 솔직한 자기 감정이 나올 수 있음이다. 이렇게 간단한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일기쓰기는 작품이 아니다. 완벽과 자신을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버릴 때 글쓰기는 진정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나 또한 2년여 넘는 시간을 블로그와 작은 노트를 통해 나 자신과 만나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느끼기에 난 여전히 자신을 위함이 아닌 보여주기식의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웠다.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다는 자만심이, 말로만 번지르르하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 나약함이. 

 

책에는 단순한 일기쓰기를 넘어 '글쓰기 워크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글쓰기 방식들을 소개한다. 유언편지, 여행기, 꿈목록, 그림그리기 등등. 이 많은 것들을 자유자재로 다루기에 아직 우리는 버거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들이 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됨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의 내가 모자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금씩 글을 통해 발전해가는 나를 만나고 싶다. 그 과정에 이 책은 책 이상의 조언자가 되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책 이상의 책으로 곁에 남을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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