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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십자가
크리스토퍼 J. H. 라이트 지음, 박세혁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9년 9월
평점 :
사제인 저자가 십자가 복음의 메시지 내용 뿐 아니라 준비 과정까지 자세히 기록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회의 목회자와 달리 메시지를 준비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신중하다고 할까? 어쨌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상당히 신중하다. 물론 이것이 저자만의 특징일 수도 있다. 잠깐 그가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먼저 본문 전체와 그 본문의 맥락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다. 이때 여러 영어 번역본을 읽는데 헬라어 신약성경도 같이 읽는다고 한다.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 생각하면서 읽는다. 중요한 것은 이 본문을 처음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는 것이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이 본문을 통해서 나에게 무엇을 보여 주시려고 하시는지 보여 달라고 기도하며 읽는다. 반복되는 단어들과 연관성 있는 단어들은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도 한다. 설교 노트를 준비해 생각날 때 마다 메모해 두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본격적인 본문 연구단계에서는 본문의 내적구조와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 논점들 그리고 명백한 경향이나 대조 또는 비교와 결론을 파악한다. 또한 본문을 계속해서 곱씹으며 본문의 ‘안’ 과 ‘이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신약 말씀을 준비하면서도 항상 구약 성경도 찾아보아야 한다. 대부분은 구약과 연관성이 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신약에는 구약 성경의 메아리가 존재한다. 복음서 저자가 왜 이것을 언급하거나 인용하였는지 생각하고 파악한다.
이를 마무리 한 다음 이제 성경 주석을 살펴본다. 여기서 조심할 것은 여기서 감동받은 전체를 설교에 넣으려고 하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은 설교 본문과 방향성이 같은지, 핵심 부분과 연관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본문의 방향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성경을 읽는다.
이제 설교의 개요를 짠다.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설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듣는 이들이 잘 깨닫게 해 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이 단계에서 한참을 걸어 다니며 생각을 정리한다고 한다. 그런 다음 드디어 초안을 작성한다. 그리고 며칠을 놓아 둔 다음에 최종 원고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는 설교를 할 때 보통 세 사람을 염두 해 두라고 조언한다. 말씀을 듣는 청중과 이 성경을 쓴 저자 그리고 성령님을 의식하면서 전하라고 말한다. 그는 성령님은 왼쪽 어깨에 그리고 원 저자는 오른쪽 어깨위에 앉아 계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한다. 그는 메시지를 전하기 직전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고 한다. 그가 항상 하는 기도는 이것은 주의 말씀이고 듣는 이의 주의 사람이며 이 순간은 내가 주의 대변자 일뿐이다. 주님이 주신 말씀을 담대하게 전하고 이 말씀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잃지 않고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오직 주님께서 홀로 영광 받으시도록 기도한다고 한다.
여기에 기록된 메시지는 총 5편으로 모두 주님의 십자가에 관한 것이다. 마태복음에서 2편, 다른 3복음서에서 각각 1편씩이다. 그 중 베드로의 부인을 잠깐 보자. 마태복음 26장 69-75절이다. 베드로의 실패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주님 안에 있어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물론 주님도 이 사실을 아시고 계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실패는 용서 받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누가는 예수님이 베드로의 믿음을 위해 기도하신 말씀에서 찾았다. 그의 용기는 실패했지만 그의 믿음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분을 신뢰하기 때문에 다시 믿음으로 설 수 있다. 요한은 요21:15-19절 말씀을 통해 베드로의 사랑을 철저하게 점검하신 것을 들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흩어진 12제자들을 찾아가셔서 떡과 물고기로 배불리 먹이신 후 베드로에게 질문하십니다. “베드로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이 질문을 연거푸 3번이나 하십니다. 이에 베드로는 ‘주님, 주님, 주님이 아십니다. 주님이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주님이 아십니다. 저는 주님을 언제나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주님을 부인할 때조차도 저는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때 제 마음이 찢어졌고 주님의 마음도 찢어졌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미워했지만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주님,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주님, 주님을 사랑합니다.’ 이 말을 요한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의 주님을 부인하는 것을 직접 들었던 그가 이 예수님의 질문과 베드로의 대화를 기록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의 허물과 실패를 다 용서하시는 예수님은 또한 요한의 모든 실패를 아시고 용서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실패와 허물을 다 감당하시는 용서의 예수님이십니다.
현대는 모든 것에서 성공하고자 한다.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그들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앙에서의 성공하고자 목을 맨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실패도 맛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진실한 신앙이다. 참된 신앙은 나의 허물과 실패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용서함 받고 그 자리를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 나의 허물과 죄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주님의 용서의 음성을 들을 때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담대해진다.
저자의 진지한 메시지를 준비하는 자세가 다가온다. 값싼 은혜를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주와 같은 은혜를 사모하는 분들에게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생명으로 다가오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