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 건넨 말들 - 신과 인간, 사막과 문명으로 이어지는 중동 인문 기행
백정순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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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중동이라는 거대한 지역은 하나의 이미지로 생각했습니다.

『중동이 건넨 말들』은 저의 이런 단편적인 생각을 깨고 각 나라와 도시의 성격과 배경을 구분해 바라보게 해 주었습니다. 저자는 여행에서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을 중심에 놓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 종교적 배경을 서로 연결하며 중동을 실제의 구조와 맥락 안에서 이해하도록 안내해 주었습니다. 테러와 분쟁으로 기억되는 부정적 이미지의 중동을 저자의 생생한 체험기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는데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던 정보가 실제 삶의 모습과 얼마나 거리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동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글로만 접했을 때 놓칠 수 있는 현실적인 분위기와 공간을 보여주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의 몇몇 사진과 장면은 특히 눈에 남았습니다. 사진에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핑크빛으로 물든 이란의 핑크 모스크 내부는 직접 보면 황홀할 것 같습니다. 종교사원이지만 다른 종교, 다른 국적의 사람들도 그곳에선 편견 없이 경건한 마음으로 공간의 고요함을 함께 받아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이슬람교도의 수니파와 시아파에 대한 설명은 두 종파의 차이와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가 있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의 이야기를 읽을 때 가자지구의 분쟁이 생각났습니다. 이 분쟁은 도시의 일상과 사람들의 삶에 여전히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현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중동국가의 자연환경에서 사막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 광활한 풍경은 사진에서도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중동의 자연이 단순히 척박한 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동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시작된 땅이었고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주요 종교가 태어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인류 문명의 기반이 자리 잡은 곳이었습니다. 유럽과 아이사의 발전에도 이어졌지만 지금의 중동은 그 역사적 가치에 비해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동이 건넨 말들』은 그런 중동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새롭게 보게 해 주었습니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여러 이야기와 사진이 흥미롭게 이어져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복잡하게만 보이던 중동을 쉽게 풀어줘 가볍게 읽으면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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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로 보는 한국사 이야기 미미 교양 7
구완회 지음, 권동현 그림 / 머핀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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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랜드마크로 보는 한국사 이야기』에 나오는 장소들이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집 가까이 경복궁이 있었고 광화문과 남대문이 있고 명동과 남산타워도 가까웠던 서울 중심부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경기도에 살고 있어 자주 가보지 못하지만 아이들과 가끔씩 경복궁부터 창덕궁, 덕수궁 투어를 하거나 남산타워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구경하고 광화문에도 가봅니다. 인천차이나타운도 집에서 멀지 않아 주말에 한 번씩 가게 되는 곳입니다. 모두 『랜드마크로 보는 한국사 이야기』에 나오는 곳으로 책에는 대한민국 대표 명소 17곳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중엔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는데 고화질 사진 336장과 랜드마크 조감도 및 단면도, 역사 장면 삽화 등은 눈길을 사로잡아 보는 재미가 있는 구성입니다. 책을 읽으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표를 달달 외워가며 배우는 역사가 아니고 실제 장소와 이야기를 따라가며 경험하고 느끼는 역사 학습입니다.

『랜드마크로 보는 한국사 이야기』 는 단순한 역사 요약이 아니라 한 장소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그곳에서 무엇이 벌어졌고 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를 짚어줍니다. 첫 번째로 소개되고 있는 경복궁도 이 책에서는 새롭게 보입니다.

조선의 법궁으로 세워진 이유부터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뒤 긴 세월 폐허로 남았던 과정, 흥선대원군이 중건하며 다시 나라의 중심으로 세우려 했던 의미까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근정전과 그 주변 건물들의 배치가 어떤 상징을 담고 있는지도 설명해 줍니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자리와 복원의 역사까지 이어지면서 경복궁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갑니다. 이렇게 경복궁을 포함 17곳의 랜드마크, 책의 부록으로 함께 알아두면 좋은 대한민국 랜드마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랜드마크로 보는 한국사 이야기』 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청소년까지 역사 교양서로 충분히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역사에 흥미를 높이기 위해 랜드마크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면 생생한 체험학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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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
김형규 지음 / 달그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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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가는 날』 의 표지에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물건이 흘러가는 자리에서 멈춰 선 모습은 제목과 함께 낯선 느낌을 주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인물의 상황과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첫인상만으로도 익숙한 그림책들의 분위기와는 다른 방향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저자는 성수동에서 공장을 운영했던 수제 구두 디자이너로 중년 남성이고 사업 실패와 이후 겪은 경험을 책에 담았습니다. 사업 실패 전 후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과 고통과 불안, 공포를 직관적으로 담은 그림들은 저자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무겁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려는 희망이 함께 있었습니다.

중년의 실패는 다른 나이대의 실패보다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습니다.

재기를 꿈꾸기보다는 차라리 포기가 빠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짐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설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가장의 삶이 안타깝고 마음 아프기도 합니다.

『가는 날』은 삶의 무게와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회복의 가능을 을 동시에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누군가는 저자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비슷한 아픔을 공감하며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녹록지 않아 늘 불안과 공포가 따르지만 그걸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런 이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이 책은 어떤 연령대가 읽어도 각자 다른 시선으로 삶과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젊은 독자는 실패와 재기의 의미를 배우고 중년 독자는 자신의 경험과 맞닿아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세계와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모든 독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무게와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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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노래
김진홍 지음 / 그림책도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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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호랑이의 노래』 는 아기호랑이가 나비를 만나 넓은 세상을 탐험하는 이야기입니다.

호랑이 형제들이 차례로 동굴 밖으로 나옵니다. 첫째와 둘째는 덩치가 큰고 막내는 아기호랑이입니다. 두 형은 커다란 나무에 발톱으로 자국을 남기며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쪽이 이곳을 차지한다고 말합니다. 그 후 두 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막내는 길에서 만난 나비를 따라가다 아름다운 숲에 다다릅니다. 아기호랑이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숲을 형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해 기다립니다.

하지만 돌아온 형들은 서로의 표시를 가리키며 다시 힘겨루기만 합니다.

동굴에 머물던 아기호랑이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 밖으로 나왔습니다.

동굴이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넓은 세상을 향하는 아기호랑이의 모습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넓히는 과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구를 배우기 위해 센터에 가는 버스는 몇 정거장뿐이지만 아이는 혼자 버스를 타본 적 없어 늘 저와 함께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는 스스로 가보고 싶다고 말했고 불안했지만 혼자 해보겠다는 용기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버스를 타고 내린 후 잘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집에도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날 아이는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감도 조금 더 자란 듯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길을 선택한 모습을 보며 아기호랑이가 처음 숲을 마주하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호랑이 형들은 나무 하나를 두고 자리싸움만 하느라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지만

아기호랑이는 눈앞에 열린 길을 따라 자기만의 세상을 열어갑니다.

스스로 길을 찾아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인 『호랑이의 노래』는 그 과정을 응원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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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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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RA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커다란 구렁이가 사람들의 몸을 칭칭 감고 있고 그 틈에 파묻힌 얼굴들은 저마다 욕망을 상징하는 물건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이 강렬한 장면의 표지와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의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목차에는 아람, 형근의 이름이 반복되고 있고 민욱의 이름이 자리해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들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아람은 연극을 전공했지만 현실의 벽 앞에 생계를 위해 콜센터에 다닙니다. 아람의 친구 소을 역시 예술을 꿈꿨지만 상담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을의 죽음으로 아람은 몰랐던 소을의 모습을 알게 됩니다. 소을의 죽음과 소을의 남자친구 석원, 그들의 일을 처리해주는 듯 하지만 다른 욕망을 품고 있는 형근, 그리고 민욱과 주변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단순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인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고 서로를 이해한 듯 보이지만 그건 자신의 필요와 두려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고 그것들은 결국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한 때 예술을 선택한 이들이 꿈을 이루려 노력했지만 어려운 현실에 좌절하는 모습이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지는 일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을 향하던 마음이 현실 앞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고 그들의 행동에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현실에도 존재하며 세상을 함께 살고 있고 내 안에 그릇된 욕망도 비슷하기에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을 읽으며 작가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들을 마주하고 내 안의 욕망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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