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8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흑인 여성이라고 하는 '마야 안젤루'가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타계
소식에 버락 오바마, 미셀 오바마, 빌 클린턴, 반기문, 오프라 윈프라 등의 각계 인사들이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그녀의 죽음도 알지를 못했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읽게 되면서 작가 소개글을 통해서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대충 알게 되었다.
아직도 그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건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가 '마야 앤젤루'의 자서전이기는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그녀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할머니집으로 보내지는 3살에서 시작하여 사춘기 시절인 16살 까지의 13년간의 기록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야 앤젤루'의 자서전은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1969년>, <내 이름으로 함께
모여라 : 1974년>, <
크리스마스 처럼 노래하고 스윙 댄스를 추고 즐거워 하고 : 1976년>, < 한 여인의 마음 : 1997년>, < 하나님의 아이들에게는 모두 여행 구두가 필요하다 :
1986년>,< 하늘 높이 날려 버린
노래 : 2002년>, 이렇게 6권의 자서전 시리즈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외에는 출간이 안되었는지 검색이 안된다


그녀의 에세이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 / 마야 안젤루 ㅣ 문학동네 ㅣ
2010>가 출간된 것으로 나올 뿐이다.

'마야 안젤루'는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문학인이자 사상자라고 하는데, 그녀의 다양한 이력을 살펴보면, 시인, 소설가로 퓰리처상,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영화분야에서는 각본, 음악, 영화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가수, 작곡가, 연극배우, 극작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여성운동가, 흑인 인권 운동가, 저널리스트, 역사학자, 대학교수, 교육자, 강연가..... 전방위적인 인물, 르네상스적인
인물이다.
(사진 : 마야 앤젤루 홈페이지에서)
그런데, 그녀의 자서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읽어 보면 유년기에서 사춘기에
걸친 '마야 안젤루'의 성장기는 파란만장한 삶을 예고하는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녀는 1928년에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다. 3살에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그당시에 4살이었던 베일리 오빠와 함께
할머니집에 보내진다. 여기서부터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무신경적인 면이 나타난다. 3살, 4살 밖에 안된 남매는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아칸소주의
스탬프스로 가는 열차에 태워지게 되는데, 그들의 손목에는 짐짝처럼 꼬리표가 달려서 짐꾼에게 맡겨지게 되는데, 그 짐꾼 마저도 그들과 같은 곳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 지점에서 내리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무심한 부모에 의해서 할머니집에 도착하게 된 그들은 이곳에서 흑백 갈등을 경험하면서 살게 된다. 당시가 미국의 경제공항이었고, 얼마
안있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내몰리기 때문에 경제적인 궁핍이 심하였던 때이고, 아칸소주는 미국에서도 흑백 갈등이 심했던 지역이기에 이에
대한 '마야 안젤루'의 삶이 이 책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렇지만 '마야'의 할머니는 동네 작은 가게를 가지고 있기에 못 사는 백인들 보다도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웠다. 또한 할머니(마마 라 부름)는
마야와 베일리에게 자신과 자신의 세대 그리고 그 이전에 살다간 모든 흑인이 발견한 안전하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 가족에게는 땅도 있었고, 가게도 있었고, 어느 정도의 돈도 가지고 있었기에 마야는 책읽기를 즐기면서 똑똑한 아이로 성장한다.
그런 마야 남매에게 어느해 크리스마스에 나타난 아버지는 마야의 운명을 파란만장한 삶으로 몰아넣게 된다. 그 이전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신기루 같은 환상 속의 존재였지만 그 신기루는 아버지의 등장으로 산산조각이 난다.
아버지는 캘리포니아 호텔의 도어맨이고, 어머니는 명문 집안 출신으로 간호 교육을 받은 세련되고 사교적인 성품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아버지는 스탬프스에서 그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다시 마야의 어머니가 있는 세인트루이스로 마야와 오빠를 보낸다.
마야는 8살 나이에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강간을 당하게 되고, 다시 스탬프스로 보내진다. 어린 나이에 겪게 되는 엄청난 재앙은 그녀를 말을
잃게 할 지경에 이르게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교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이고, 고등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분노하게 되는 부분은 마야 어머니의 태도이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는 사교적으로 활동을 하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사랑도, 교육도 하지 않는 무신경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마야는 16살에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남자친구에 의해서 미혼모가 된다. 이쯤에서 우리는 미국 사회의 성문화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마야 그리고 오빠인 베일리까지도 성에 대해서 무지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 사회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무감각하게 성욕에 빠진다는 점이다.
" 나는 아주 오랫동안 운명과 복수의 여신에게 이용당한 비운의 희생자라고 받아들이면서 내
어려운 처지를 달랬지만 이번 경우는 스스로 이 새로운 재앙을 자초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내가 유인해 잠자리를 같이한 결백한 남자 아이를
어떻게 탓할 수 있단 말인가?" (p. 370)
마야는 8살 때의 일도, 16살 때의 일도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행동과 심경을 자서전 속에 밝혀 놓고 있다.
파란만장한 삶이 예고되는 '마야 안젤루'의 자서전 시리즈 1권은 여기에서 끝이 난다.
역자인 '김욱동'은 작품해설에서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의 마야 안젤루, 그녀는 천사인가 창녀인가?
라고 제목을 달고 있다. 비교적 자세하게 작품을 해설해 놓은 내용을 통해서 이 책을 통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마야
안젤루'를 좀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당시 미국사회는 '차별의 장벽'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백인과 흑인간의 차별. '마야 안젤루'와 같은 흑인은 미국 사회의 주변부에
맴도는 타자(他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흑인 여성은 '타자 중의 타자'라고 할 수 있다. 백인 여성이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라고 한다면
흑인 여성은 '새장에 갇힌 새'로 비유할 수 있다. '새장에 갇힌 새'는 그 좁은 공간에서 철창을 통해서 바깥 세상을 내다 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이라고 하니 새삼 '마야 안젤루'를 비롯한 흑인들이 겪었을 삶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사진 : 마야 앤젤루 홈페이지에서)
그런데,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마야 안젤루'는 한때 창녀촌의 마담이기도 했고, 창녀, 쇼걸까지 했다고 하는데, 훗날 그녀는 흑인들의 인권
운동가, 여성운동가, 저널리스트 등으로 활약을 했다고 하니 그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마야 안젤루'의 자서전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 내용도 마치
구성에 의해서 씌여진 성장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학적인 면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워낙 '마야 안젤루'는 자서전이라고
해도 자신의 실제 경험에 문학적 장치를 구사하는 글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상징이나 비유적인 언어들도 많이 사용이 된다.
미국에서는 <앵무새 죽이기>,< 보이지 않는 인간>과 함께 이 책이 미국 중고등학교 3대 필독서라고 한다. 그만큼 이
책을 통해서 미국 사회와 미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미국 예술계와 지식인 사회의 중심에 우뚝 섰던 '마야 안젤루'의 삶을 알고 싶다면, 그리고 미국 사회와 미국문화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 가물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보려고 한다.
마야 앤젤루 홈페이지 : http://www.mayaangelo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