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다.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주인공이 겪었을 성 정체성 찾기는 힘겨운 일이었을텐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단 말인가 !

이 책의 저자인 '존 콜라핀토'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파헤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혀 버렸을 이야기이다. 그는 기자출신의 저널리스트로 1998년 <롤링 스톤>지에 '존 / 조앤의 실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씀으로써 데이비드 라이머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 책은 데이비드 라이머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기 위해서 '유려한 서술'이나 '분위기', 기타 소설에 준하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대화나 장면은 하나도 넣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대화부분들도 데이비드가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에서의 상담녹취원고를, 정신과 상담기록, 증인 혹은 당사자가 기억하는 말을 그대로 옮게 적었다.

공장 노동자인 데이비드 라이머는 일란성 쌍둥이의 형으로 태어났다. 생후 8개월이 되었을 때에 포경수술을 받게 되는데, 의사의 실수로 성기를 잃게 된다. 그의 부모는 우연한 기회에 TV에 나온 존 머니 박사의 성전환 수술 성공 사례를 알게 되면서 그의 아들을 머니에게 데려 가게 된다.

머니 박사는 데이비드(당시 이름 : 브루스)를 성전환 수술을 하여 여자로 살아가게 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연구를 위한 대상으로 브루스를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브루스는 어릴적부터 쌍둥이 남동생인 브라이언과는 다르게 원피스를 입히고, 머리를 길러 주는 등의 여자의 모습을 만들어 주는 것과 동시에 브루스는 여자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이외에도 12년간에 걸친 호르몬 치료와 사회적 정신적 교육까지 병행하게 된다.

머니 박사는 일란성 쌍둥이인 브루스와 브라이언(브루스의 실험 맞춤 대조군이 된다)의 성 정체성 연구를 통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생물학적이 아니라 문화적인데서 비롯된다' 라는 실험결과를 내세우면서 자신의 연구가 성공적임을  대대적으로 선전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브루스는 성기를 잃은 후에도 전혀 여성성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브라이언 보다도 더 남성적이고 과격하였지만 그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브루스의 부모 이외에는 브루스가 그런 연구의 대상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기에 브루스가 여자임에도 남성적인 성격을 보이는 것에 주위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반응만을 보일 뿐이었다. 그러니 브루스는 남자이면서 여자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심한 스트레스로 가정이나 학교생활에 부적응자가 된다.

브루스의 상담을 맡았던 키스 시그먼드슨 박사는 상담을 통하여 머니 박사가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연구는 실패였음을 입증하게 된다. 이미 브루스는 여자가 아닌 남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니 박사는 자신의 성공적인(?) 연구인 '쌍둥이 케이스' 연구를 위하여 쌍둥이 형제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이중인격자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두 아이는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해 주어야 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래서 형제를 마주보게 하고 옷을 모두 벗기는 행동, 형제가 유사 성행위를 흉내내도록 하는 등의 변태적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또한 부모가 보는 앞에서는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형제를 대하다가 , 보는 사람이 없으면 무서운 폭군으로 변하기도 한다.

머니 박사는 이들을 의학의 한계를 무한대로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할  뿐이었다.

연구 결과에 의심을 품은 미키 다이아몬드 등에 의해서 반론이 제기되고, 미키가 찾아낸 물증들에 의해서 머니와 미키의 갑론을박이 있기도 하였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존 콜라핀토'는 성 정체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중에 '쌍둥이 케이스'에 강한 의심을 품고 끈질긴 취재 끝에 그 실상을 밝혀낸다.

머니 박사가 " 인간의 성 정체성을 결정하는 으뜸 인자는 본성이 아니라 학습과 환경이라"(p. 99) 고 말했기에 이 사건에 대한 논쟁은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 쌍둥이에 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브루스는 여자로 살던 때에는 브렌다 라는 이름으로 살았고, 다시 남자로 살기 시작하면서는 데이비드로 살았다.

데이비드의 인생을 송두리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존 머니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서 현대 의학사상 '금세기 최고의 성 전문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그 연구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고, 진실을 은폐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었다. 만약에 '쌍둥이 케이스'가 성공적이었다 하더라도 단 한 번의 실험을 근거로 한 이론은 인정받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또한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누군가의 인권을 말살하는 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생후 8개월 아이때 부터 유아시절, 아동기, 청소년기,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에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했던 브렌다는 평생을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힘든 삶을 살았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데이비드도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동의를 했고, 인세도 받을 수 있어서 경제적 도움도 되었지만, 얼마후에 그는 자살을 한다.

데이비드의 남성성을 찾아 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제인과 결혼을 하기는 하지만 그는 아이를 가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어느날 제인이 이혼을 요구하게 되자 그는 더 이상 삶을 지탱할 이유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불의의 사고로 생식기를 잃게 된 한 남성이 자신의 연구 업적에만 눈이 어두운 의사에 의해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후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겪어야 했던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또한 아버지인 론은 20살에, 어머니인 라이머는 18살이란 어린 나이에 일란성 쌍둥이를 낳아 그중의 한 아들을 결국에는 실패로 끝난 사상 초유의 성 심리실험에 맡길 수 밖에 없었던 부모의 애타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이기도 하다.

브루스와 그의 부모에게 벌어진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의학계의 충격적인 실화이다. 소설 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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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쓴 인생론
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강나루 건너서 / 밀밭길을 // 구름에 달 가듯 /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 남도 삼백리 // 술 익은 마을마다 /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 / 가는 나그네 //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읊조리면 그 누구나 학창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마치 내가 남도의 길 위에 서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하는 주옥같은 이 시는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 사진출처: Daum 이미지 검색)

박두진,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우는 박목월이 쓴 인생론은 어떤 이야기일까 관심이 가는 책이다. <밤에 쓴 인생론>은  1975년에 三中堂에서 간행된 초판을 바탕으로 재정리한 책이다.

그는 이미 1978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약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고, 이 책에 실린 글들 중에는 시인의 20대, 30대 시절의 이야기들도 담겨 있으니 지금의 우리들 관점에서 본다면 수용하기 힘든 내용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추측은 맞아 떨어졌다. 책의 내용 중의 첫 부분에 해당하는 박목월의 아내와 박목월이 생각하고 있는 '부부의 대화- 야내의 변, 남편의 변' 그리고 위대한 모성 - 딸에게 주는 글' 등은 요즘 세대의 부부관, 자녀관에는 전혀 맞지 않는 그런 내용의 박목월의 생각 그리고 아내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부부의 대화 - 아내의 변 중의 한 부분을 살펴본다. " 아무리 여자가 훌륭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또 사회적인 활동을 한다더라도 부부라는 뜻에서는 그 남편에 속한 것이며, 남편을 섬기고 받들어야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믿습니다. " (p.7)

" 다만 남편의 직업이 무엇이든 아내는 남편을 통하여 사는 길이 열리는 것이며 사람마다 그 길에서 제대로의 보람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p.12)

이렇게 시인의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는 아내의 도리를 이야기하고, 시인 역시 남편의 변을 통해서 아내, 주부,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되는 여인들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현대인의 생각에는 맞지 않는 진부한 아내의 도리, 남편의 도리, 부부관이지만, 이런 부부관을 총정리하는 내용은 부부간의 인간적인 신뢰를 이야기한다.

" 그러므로 아내가 남편엑, 남편이 아내에게 구하는 것은 사랑이기 보다 이해일 것이며 사랑은 이해를 베풀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는 것으로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인간적인 신뢰는 하늘 같은 것이다. "(p. 22)

박목월이 1916년생이니, 약 100 년 전에 태어난 그 시절의 부부관은 아무래도 순종을 미덕으로 하는 아내의 변이 타당할 것이며, 그래도 그 바탕에 신뢰가 깔려 있어야 함을 강조한 듯하다.

딸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그 시절의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엿 볼 수 있다. 딸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학과 선택을 할 때에 아버지의 생각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딸의이야기이지만 아버지는 딸에게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성을 불어 넣어 주체적인 정신을 확립시켜 주려는 마음이 엿 보인다.

이렇게 <밤에 쓴 인생론>은 앞 부분에서는 현대적인 사고와는 엇 박자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지나면 박목월의 폭넓은 생각과 올곧은 가치관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감을 받게 된다.

가정의 의미, 자녀의 도리, 사랑, 종말, 실연, 고독, 행복 등을 주제로 자신의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가치있게 살아 가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동화 형식으로 쓰여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간단한 이야기 속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 나도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세상으로 추방당한 천사 미카엘이 무엇을 느꼈는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인간의 가슴 안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인간은 미래의 시간이나 운명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현재의 시간 만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 인간은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써 사는 것입니다. " (p.p. 78~79)

박목월은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톨스토이, 헤세, 릴케 등의 작품 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찾아 본다.

이 책을 읽으면 잔잔한 여운이 울린다. 특히 30년전의 이별 후에 이승을 떠나기 전에 꼭 한 번만 다시 만나 보려던 젊은 날의 그 생각을 실행한 이야기는 서럽고도 담담한 여인과의 해후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 속에는 문호들의 작품의 일부, 시 그리고 자신의 시들이 많이 담겨 있다. 특히 자신의 작품세계 (시의 세계)에 관한 해설은 그의 시를 이해하고 그가 우리나라에서 현대 시사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해 보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박목월은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내용으로 이 책을 끝맺는다.

" 이 아담하고 흐뭇한 자기의 세계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를 즐기는 것은 인생의 모든 낙(樂) 중 에서도 가장 으뜸이 될 것이다. " (p. p. 239~240)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박목월 시인은 <밤에 쓴 인생론>에서 그의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에서 생각하고 깨달은 다양한 가치관들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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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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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의 일상은 어떨까?" 철저한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인 이기진 교수의 연구실을 들여다 보면 온통 잡동사니로 꽉 차 있으니 여기가 물리학자의 연구실인지, 아니면 골동품상의 창고인지, 아니면 잡동사니 수집상의 방인지 모를 정도로 이상한 물건들로 들어차 있다.

손잡이가 깨진 하얀 도자기 포트, 목각인형, 연필깎기, 목각인형, 설탕 펜치, 개집, 여기저기 벗겨진 낡은 그릇, 실밥이 터진 야구공....

이쯤 되면 '저장 강박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보면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의 물건들은 그동안 국내외 벼룩시장 등에서 수집한 물건들인데, 그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범상치 않은 물건들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물건들,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존재한다.

25년 전, 아르메니아가 어떤 나라인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에 그곳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고,우연히 수집하게 된 설탕펜치.

일본에서 함께 일하던 교수가 준 연필깎기, 그가 쓴 동화책인 <박치기 깎까>...

   

그의 물건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르메니아의 씨앗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그릇이다. 여기 저기 벗겨져서 쓰레기통에나 들어갈 이 그릇의 바닥에는 '압록강', ' MADE IN D.P.R. OF KOREA'라고 씌여 있다. 이 물건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의미있은 그릇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맥주를 따라 마시면 적격이라고 하니?.... 맥주잔 보다는 막걸리잔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이 그릇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그의 생각과 행동은 '딴짓' 고수라 아니할 수 없다.

세상을 살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있겠지만 그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자꾸만 딴짓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같다.

그는 그르노블에서 열린 학회에 갔다가 우연히 알프스의 프라리옹에 오르게 된다. 그를 계기로 '내 인생은 프라리옹에 오르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프라리옹에 가서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 이후에 생각을 가다듬고 싶으면 그곳을 찾곤 한다.

과거를 잊고 현재의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싶을 때에,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싶을 때에.

학교 운동장에서 발견해 주워 온 실밥이 터진 야구공, 이건 왜 주워 왔을까?

그의 어린날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수업시간에 책을 읽게 되었는데 더듬더듬 읽다가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고 그 충격으로 학교를 그만둔다. 그것이 그에게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후에 야구에 빠져 지낸 적이 있는데, 실밥이 터진 야구공은 그의 어린시절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감정이입의 수단이라 할 수 있기에 그에게는 소중한 물건이다.

그의 연구실 한 편에 놓인 용마루가 있는 개집. 연구실에 왜 개집이 놓여 있을까?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방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아닌 마당에서 키우던 잡종견들에 대한 추억을 살릴 수 있는 물건이다.

이 책의 4장 할머니의 골동부엌에서는 주방용품이 소개된다. 야채 수프용 국자, 레몬 & 오렌지즙짜는 기구, 제빵 방망이, 도시락용 유리그릇, 도자기 냄비, 달걀 자르기용 도구, 샐러드 탈수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수집한 많은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것들에 대한 의미 부여에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었지만 그의 생활 패턴도 범상치는 않다.

그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큰 딸인 채린은 투애니원의 '씨엘'이다. '씨엘'을 보면 그 아버지를 알 수 있다고 하니, 개성 넘치는 '씨엘'에 주목하라.

        

 

물리학자가 쓴 책 답게 책 속의 이곳 저곳에는 물리학 이론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학창시절 어렵게만 생각했던 물리학도 그의 글을 통해서 읽으니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 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는 그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만날 수 있다. 무엇엔가 몰입하면 거기에 집중하는 물리학자의 삶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마날 수 있다.

재미난  딴짓을 하는 물리학자 이기진은,

" 하나만 하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하나만 하다. 죽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다" ( 책 속의 글 중에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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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 - 지식세대를 위한 서재컨설팅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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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에 그 집의 서재를 보면 주인의 지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어떤 책이 꽂혀 있느냐에 따라서 서재 주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졸부들이 자신의 집에 서재를 만들기 위해서 전집류를 책들을 마구잡이로 사서는 꽂아만 놓지 책 장을 펼쳐 보지도 않았다는 그런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집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재, 그곳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고 지식의 원천이 되는 곳이다.

'지식세대를 위한 서재 컨설팅'이란 부제가 붙은 <베이스 캠프>에는 저자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꾸며 놓은 멋진 서재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교육 전문가인데, 초중고등학교의 진로, 인성, 학습, 습관 교육을 비롯하여 영재 교육에 이르기 까지 교육 컨설팅을 하며, 이를 위해서 연구하고 집필하고 강연을 한다. 또한 대학생들에게는 비전 설계와 멘토링을 하고, 기업에서는 인재 선발에 관한 일을 하기도 하는 교육 컨설팅 전문가이다.

 

" (...) 내가 어느 곳에 있든지 나는 '교육'이라는 영역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의 삶을 살 것이다. 내가 깨달은 모든 지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지식이다. 나는 그 지식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 (p.15)

그가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가방 속에 담겨 있는 물건들을 보면 언제,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기기들, 2권의 책. 그는 1권은 인생의 방향에 관한 책, 1권은 인생읩방법에 관한 책이 담겨 있다. 한 마디로 그의 가방은 이동하는 사무실의 역할을 한다.

그의 가방에 한 번 놀랐다면, 그의 서재를 방문하면 더 크게 놀라게 될 것이다.

그의 서재는 집안에 있지 않고, 집에서 떨어진 독립된 공간에 있다. 그곳은 웬만한 도서관 보다도 잘 꾸며져 있다. 책장에는 책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책들은 저자만의 분류 방법에 의해서 언제든지 필요한 책들을 찾아 볼 수 있도록 꽂혀져 있다.

이 책은 서재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의 서재를 보기 위한 방문 인터뷰가 진행된다.

첫 번째 만남은 서재는 회복 그루터기

두 번째 만남은 서재는 역사의 궤적

세 번째 만남은 서재는 본질과 변화를 잇는 다리

네 번째 만남은 서재는 희망을 찾는 인간극장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서재에는 'The Right Time, The Right Person, The Right Book.' 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서재에 대한 의미이다.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소개해 주는 것'  


"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읽는 것을 강조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책을 읽느냐가 중요하며, 책을 잘 선별하여 읽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은 어디에 사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는 목적, 지식의 목적이 선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 (p. 53)

서재의 책 분류를 살펴보면, 그의 책읽기를 알 수 있는데,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양한 형식으로 책의 내용을 메모하여 놓기도 하고, 책을 읽은 후에 어떤 작가에 대하여 관심이 가게 되면 그 작가의 책을 모두 골라 읽고는 그것을 정리하여 지식 바인더에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하여 놓는다.

서재 방문자인 미란이 서재를 보면서 정리해 놓은 '미란의 지식 수첩'은 이 책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느낄 수 있고, 깨달은 부분들을 정리해 놓은 수첩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책과의 만남을 갖는다. 그 책들에서 작은 깨달음을 가진다.  한 권의 책이 주는 행복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서재, 서재는 그 사람의 베이스 캠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연구하고, 분류하고 정리해 놓은 작은 공간인 베이스 캠프는 삶의 현장이자 지식의 원천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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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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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펼치기 전에 생각나는 책이 있다. 괴테는 1786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가 베니스,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많은 편지을 쓰게 되는데, 그 편지를 토대로 해서 쓴 책이 <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이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가는 곳마다 접하게 되는 풍물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담겨져 있다. 괴테의 작품들을 읽을 때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은 소설이 아닌 여행기를 통해서 괴테의 생각을 직접 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명문가 자제들이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했기에 여행이란 그들에게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경험의 장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괴테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 밖으로 나가서 풍부한 체험을 했으며, 그것이 그들의 작품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필독서이기에 많이 읽힌 책들이고, 이 책들을 통해서 많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을 쓴 '헤르만 헤세'는 초기에는 낭만적인 시도 많이 썼지만 그의 소설은 인간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은 후에 갖게 되는 생각들은 삶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본다.

'헤르만 헤세'는 아마도 그런 성찰를 여행을 통해서 얻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에게 방랑벽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여행을 다녔다. 누구에게나 여행을 떠날  때에는 여행의 목적이나 의미가 있기 마련인데, '헤세'에게 있어서의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헤세의 여행>속에 담겨 있다.

" '자연' 가까이에서 자연의 힘과 위안을 맛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장소로 여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널리 만연한 오류이다. 뜨거운 거리를 피해 달아난 도시인에게 바닷가나 산 속의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해한다. 그는 더 신선한 기분을 느끼고 더 심호흡을 하며, 잠을 더 잘 잔다. 그리고 '자연'을 이제 제대로 즐기고 내부에 흡수했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귀향한다. 그런데 그는 그 자연으로부터 가장 피상적인 것, 가장 비본질적인 것만 받아들이고 이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은 발견하지 못하고 길가에 놓아두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 자는 보고 찾아내며 여행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 (p.p. 42~43)

'헤세'에게 있어서의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체험, 분위기 그리고 여행을 통한 자아의 길찾기이다.

" 여행은 언제나 체험을 의미해야 한다. "

" 정신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뭔가 가치있는 쳇험을 할 수 있는 것 "

" 깊은 의미에서 하나의 체험이 되려면 확고하고 특정한 내용과 의미를 지녀야 한다. " (p.13)

" 우리 여행 충동의 진정한 의미인 체험은 자신의 광채를 결코 완전히 잃지 않으리라. 내가 10 년이나 20 년이 지나 지금과는 다른 견해나 체험, 다른 삶의 감정으로 세상을 여행한다면 그것은 결국 지금과 같은 의미에서 일어날 것이다. 나라와 민족의 온갖 차이나 매력적인 대립성을 넘어서 모든 인간성의 통일적인 의미는 내게 점점 더 많이 또 점점 더 분명히 다가올 것이다. " (p.p. 134~135)

'헤세'는 1901년(24살), 1911년, 1913년에 이탈리아를 여행, 1904년에는 보덴 호를 산책, 1911년에는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1919~1924년에는 테신지역 소풍, 1920년에는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1927년에는 뉘른베르크 등지로 낭송여행을 갔다.

이와같이 '헤세'는 24세에서 50세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여행과 소풍을 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에세이와 여행기록의 짧은 글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 <헤세의 여행>이다.

    

'헤세'의 여행기 중에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독일 등 유럽의 여행 보다 더 관심이 가는 아시아 여행에 관한 글들이다. 특히 그는 <싯다르타>를 쓰기도 했기에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많으리라 추측했는데, 그는 인도, 인도차이나, 싱가포르, 수마트라 섬 남동쪽에 있는 수상가옥 도시인 팔렘방, 스리랑카 중부도시인 캔디에 이르기까지 여행가가 아니면 좀처럼 찾지 않는 구석구석까지도 여행을 한다. 서양인의 시각에서는 동양이 제공하는 많은 것들이 눈요깃거리가 될 수도 있을텐데, 과연 그는 아시아 여행 중에는 동양인 가계를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다채로운 상품들에 관심을 보낸다. 인도 보석상, 중국인 가게, 일본인 가게, 자바인과 타밀인 가게들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때론 미심쩍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 아시아는 '헤세'에게는 그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이기에 먼훗날 이때를 기억하게 된다면 아름다운 청춘의 한자락으로 기억되리라.

이 책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속하는 뉘른베르그 등지의 낭송여행에서는 낭송회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여러 도시를 돌면서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 일이 한 시간 정도의 시간임에도 낭송이 끝난 후에는 탈진해 쓰러질 정도로 지치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작가들의 독자와의 만남과 같은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헤세의 여행>에는 이렇게 헤세의 여행과 소풍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작품으로는 만날 수 없은 '헤세'의 민낯, 속마음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헤세'에게 여행은 체험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사유와 성찰의 시간이었으리라.

이 책의 글들은 '헤세'의 감성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로 쓰여졌기에 읽는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더군다나 여행 중에 찍은 '헤세'의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한 몫을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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