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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런데, TV 드라마를 통해서 이 책이 소개되면서 다시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출간당시에 읽었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본다.
' 일 분 후의 삶',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생사의 갈림길까지 갔다 온 사람들에게 1분 후의
삶이란 삶에서 가장 절박했던 삶이고, 불확실한 삶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12 명의 생존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설 보다도 더 소설같은 극박했던 당시의
사건을 재조명해주면서 그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기적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의 감각을 극한으로 느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극한 상황에서
받아들인 삶의 깨달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의 진정한
순간들을 겪은 열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집이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첫 이야기인 '성에에 새긴 이름'에서부터 천안함 사건를,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게 해 준다.
배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살아 남은 대학생 실습 항해사였던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살아 남은 자는 그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돌아 오지 못한 자들은 아무런 말도
남길 수 없으니, 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떤 심정일까 헤아려 본다.
유조선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승선한 16명의 선원 중에 9명은 세상을 떠났다.
산악인 박태원이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에베레스트 산을 첫 등정한 고상돈과 함께 북미의 매킨리에
올랐다가 당한 사고, 이 사고로 고상돈은 세상을 떠났고, 박태원은 10 발가락을 모두 자르는 수술과 3손가락의 마디를 자라야 했지만 그는 또다른
등정을 꿈꾼다.
" 인생은 유한하다. 우리는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누구나 때가 되면 깨닫는다. 소원하는 것을 위해 자기를 묻어야 한다고. 그래도 손가락 발가락 다 잃고 어떻게 산에 오를까? 하지만
나는 안다.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려도 책을 읽고 글을 써낸 사람도 있다. 그것도 감동적인 글을. 헬렌켈러 같은 사람이다. 인생의 진리는
오직 하나, 하면 되고 안 하면 안 된다. " (p. 82)
태권도 선수가 되고, 청와대 경호실에서 일하고 싶었던 22살의 젊은 청년의 꿈을 앗아간
어느날의 사고, 그는 무술인이 되려고 태권도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였다. 군 입대를 며칠 앞둔 어느날 전봇대에 걸린 아이의 연을 내려주려던
순간, 감전사고를 당한다. 새벽에 내린 빗물이 전선에 남아 있는 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 사고로 그는 팔 하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장애인 근로 작업시설을 세우는 등의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게 되니...
2002년 김해공항에 들어오던 중국 민항기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 남은 부부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166명 탑승에 28명만이 살아 남았던 끔찍한 항공사고. 당시 부인은 임신중이었고, 다리가 부러진 상태에서 아이를 위해서 약과
주사를 마다하였으니... 3개월 후에 그들에게는 예쁜 아이가 생긴다.
" 죽음은 먼 곳에 있고, 우리를 피래갈
줄 알았는데, 인생은 참 짧은 것이었다. 죽음은 예고가 없고 오류처럼 찾아온다. 추락 사고 후에 깨달은 것은 분명했다. 내가 원하면, 지금 바로
해야 한다." (p. 236)
저자는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취재를
하였다. 생존자들의 생생한 사연을 찾아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이다.
그들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보여 준 용기와 깨달음은 우리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일 분 후에,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 그 답이 이 책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