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쭈욱 도시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도시도 다녀왔다. 학창시절에는 '도시지리'라는 과목을 수강 신청한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는 도시에서 사는 것이 좋다. 더 나이가 들면 그때는 경치좋고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을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도시를 떠올릴 때에 그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건축물을 중심으로 거리 풍경이 떠오른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으면서 어쩌면 '도시' 그리고 '건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명쾌하면서도 깊이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사가 나온다. 그런데 거기에 더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정말 재미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도시의 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제는 내가 걷고 생활하는 도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이 책의 끝부분에 씌여져 있는 글귀는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줄여서 표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p. 382)
저자는 도시, 그 도시에 속한 건축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의 글을 써내려 간다.
건축물을 이해하면 그 배경에 있는 문화를 이해하게 되고 정치, 경제, 사회, 기술, 예술, 문화, 인류학적인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건축이 가지는 의미는 그저 건축이 아닌 종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축물은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고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첫 이야기부터 재미있는데, 도시의 일부인 거리도 특히 걷고 싶은 길이 있기 마련이다. 명동, 홍대앞 피카소 거리,
인사동길....
그런데 걷고 싶은 길이란 그냔 분위기가 좋은 거리가 아님을 저자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
걷고 싶은 길이난 그 거리에서 보행자가 다양한 체험과 삶의 주도권을 제공할 수 있는 경우의 수인 높은 이벤트 밀도와 거리 공간의 속도는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한 번 서울의 거리들을 걸어보자. 분명 걷고 싶은 거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거리가 있을테니.
우리들이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오래된 중세의 도시를 만나게 된다. 세월의 결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정말 멋있고 운치가 있는 도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왜 유럽의 오래된 도시는 멋있어 보일까.
지형에 맞추어 지어진 다양한 형태, 골목길, 하늘이 보이는 마당,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도시. 그런 도시를 만났던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이해도 쉽고 흥미롭다.
펜트하우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구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공간형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도시 이야기도 흥미롭다. 뉴욕의 도시이야기, 건축이야기는 뉴욕을 가보았기에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다녔던 그 거리를 생각해 본다.
뉴욕의 도시 재생사례로 등장한 소호와 할렘은 죽어가는 그곳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일으키게 된 계기와 그 방법이 이채롭다. 우리나라처럼
죽어가는 지역을 재건축, 재개발로 활력을 넣는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 있었고, 그것이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 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되니...
로마, 파리, 뉴욕 등의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으로 15가지 소제목을 통해서 도시를, 건축을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외국의 경우를 비교하기도 하고, 강남과 강북과 같이 서울의 도시를 비교해 보기도 하고, 종교적 건축물인 교회, 불교사찰,
이슬람 건축물인 모스크 등을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

얼마전에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미생> 영업3팀의 자리배치를 통해서 사무실 자리 배치에 얽힌 비밀도 밝혀본다.
사무공간은 개인의 업무 진행과 동시에 협업이 중심이 되는데, 이 내용을 읽으면서 며칠 전에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요즘의 새로운 사무실
자리배치에 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그 회사는 사원들이 매일 출근하면서 자신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데, 책상의 높낮이를 조절하여 서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업무 특성에 따라서,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서 자리 배치와 책상 조절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집의 구조의 평면도로 한옥구조와 아파트 구조를 비교하기도 하는 내용이 있는데, 한옥은 중정형식으로 마당을 중심으로 해서 사랑채와 안채가
있는데, 안채에는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대청마루가 있다.
아파트는 수목적 관계로 거실 복도에서 나뉘어져서 방으로 들어가면 방끼리 연결되지 않고 분리되는 공간구성을 갖게 된다.
도시는 인간의 삶과 함께 살아 숨쉬는 곳이어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우리나라와 세계적인 도시 이야기, 건축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절대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