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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특설대 - 1930년대 만주,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토벌부대
김효순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2월
평점 :
일제청산은 어느 정도 되었을까?
'독립운동가의 자식들은 끼니 조차 걱정할 정도로 빈곤하게 살고, 친일파 자식들은 대를 이어 부를 누리고 산다'는 말을 많이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요즘도 친일파 자손들이 나라를 팔아 가면서 얻은 토지 등에 대해서 소송을 하는 경우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간도특설대>를 읽는 순간 독자들은 그런 마음이 또다시 살아날 것이다. 역사를 바로 잡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간도특설대'라는 명칭을 처음 들었다. 만주를 중심으로 독립군들을 섬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계획적으로 구성된 부대가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소속 부대원들의 이름 중에 너무도 잘 알려진 인물들이 있었음도 알지를 못했다.
다만, 알고 있었던 사실은 일본군 소속의 만주 군관학교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 뿐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만주군관학교가 많이 거론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간도특설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백선엽에게 명예원수 추대를 하려는 문제를 계기로 그의 회고록을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백선엽의 회고록은 국내 회고록 보다는 일본에서 나온 회고록에 더 자세한 내용들이 있었으며, 그는 이 회고록에서 '긍지에 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간도특설대에 대한 많은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쓰게 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내용은,
* 독립운동의 성지인 간도에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 토벌부대가 등장하게 된 배경.
*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하는 점.
* 간도특설대는 어떤 세력의 조종을 받았는가
* 간도특설대가 토벌한 공비의 정체는 무엇인가
* 간도특설대의 구성원들의 인생유전 이야기
* 간도특설대의 간부였던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주역이 되었는가를 알아본다.

간도는 지린 성[吉林省]을 중심으로 랴오닝 성[遼寧省]을 포함한 창바이 산맥[長白山脈] 일대의 서간도와 두만강 북부의 북간도(혹은 동간도)를 함께 지칭하며, 좁게는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가 있는 북간도 만을 말한다.
간도에 조선인들이 들어가게 된 것은 철종말에서 고종초에 대흉년으로 먹을 것도 없는 농민들이 세도정치의 수탈과 학정에 견딜 수 없어서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이 곳에 가게 된다.
그후 일제강점기에는 토지를 탈취당한 농민과 항일운동가와 일제의 대륙침략과 만주건설을 위한 강제이주자 등이 간도에 들어가게 되니 조선인들의 이주민들이 대폭 증가하였다.
그 유명한 윤동주 시인의 '별을 헤는 밤'에도 나오지 않던가.
조선땅에서 살 수가 없어서 간도로 떠난 농민들과 항일운동가들의 한이 서린 이곳에 간도특설대가 만들어졌으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간도특설대는 1938년 만주국 치안부 산하 부대 중의 하나로 창설된다. 일제가 조선인만으로 구성한 부대이다. 목적은 무장세력을 섬멸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무장세력은 어떤 세력인가?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
간도특설대가 창설될 당시에 동아일보에 기사화된 자료를 보면, 지원병 모집, 자격요건, 대우, 지방 유력자에 대한 참여 독려 등에 관한 내용이 있다.
'만 20 세 이상 22 세 미만된 간도성 내 거주 조선인 남자'라고 명기하고 있다. 공용어는 일본어를 사용한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애국정신 운운하면서 '만주 거주 조선인의 영예이자 자랑'이라고 선전한다.
"(...) 조선 내에서는 내선일체 황도(皇道) 정신의 파악이 정치적 견지에서 요청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 (p. 139)

시대적으로 볼 때에 간도특설대가 창설될 당시에 만주는 반일 무장세력의 끝없는 저항이 있었다. 일본은 군경을 총동원하여 치안 숙정에 나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간도특설대가 만들어 진다.
창성을 주동적으로 건의한 인물은 만주 거주 조선인 이범익 등인데 이들은 친일파 우두머리격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주도적으로 간도특설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고, 관동군과 총독부, 일본 군부가 긴밀하게 사전 논의를 하여 창설되었다고 봐야 한다.
군관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을 보면, 송석하, 백선엽, 박임항, 박정희, 장은산, 강문봉 등인데, 이들이 해방후에 대한민국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친일파 문인이라고 잘 알려져 있는 이광수, 최정희, 모윤숙, 정비석, 김동환 등 38명은 간도특설대 훈련소에 하루 입소하고 난 후에 감상문을 써서 간도특설대를 홍보, 찬양했는데, 그 내용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저자는 그 밖에도 신문을 비롯한 관련자료와 문헌을 중심으로 간도특설대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이 책을 썼다.

그러나 아직까지 간도특설대에 대한 연구는 잘 이루어져 있지 않고, 오히려 간도특설대에 속했던 사람들에 의해서 이 부대가 항일 토벌부대가 아닌 공비나 팔로군 토벌을 위한 부대인 것처럼 미화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해방후에 일제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잘못된 역사를 갖고 가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과거의 불편한 역사를 감추거나 묻고 가려는 것 보다는 역사를 바로 알고 하는 일이 우리가 앞으로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