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그는 소설 뿐만 아니라, 에세이,
일상생활이나 작활동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 잡문집, 자신의 마라톤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 옴진리교를 파헤친 르포, 여행기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썼다.
그런 하루키의 작품 속에 나온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다른 작가들이 쓴 책도 있고, 그의
소설에 나오는 요리들에 대한 레시피만을 담은 책들도 출간된 적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지만, 작품 활동 이외에도 많은 취미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책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에 하루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음악이다. 그는 이미 젊은 시절에 '피터
캣'이라는 재즈바를 10년 가까이 운영했기 때문에 그때의 일들을 담은 글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그뿐만아니라 하루키의 소설에는 주인공의 이미지나 주제, 장소와 관련되어서 작품 속에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은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에는
와타나베의 애청곡인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이 자주 언급되는데, 그래서 이 책이 국내에서 출간된 이후에 이를 모티브로 한 CF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하루키의 소설 중에 아직 끝나지 않은, 4편이 있듯한 예감이 드는 3권짜리 소설
<1Q84>에서는 '야나체크: 신포니아타'도 역시 이 소설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밖에도 하루키의 소설에는 많은 음악이 담겨 있는데, 그래서 소설을 읽던 중에 그 음악을
찾아 듣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은 책과 함께 하루키의 책 속에
나오는 음악들을 모아 놓은 CD가 나왔다. 음악을 듣고 싶다면 CD를 따로 구입하면 된다.
이 책은 4명의 저자인 소설가 백영옥, 재즈평론가 황덕호, 라디오 PD 정일서,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이 하루키 그리고 하루키의 음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이들은 오랫동안 하루키의 작품을 읽어왔고, 그 작품 속의 음악에도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백영옥은 소설가이지만 카피라이터, 패션잡지 기자 등을 지냈기에 그 누구보다도 감각적이고
예리한 글을 쓰는 작가이기에 하루키, 하루키의 작품을 보는 관점도 날카롭다.
백영옥을 제외한 3명은 음악과 관련된 활동을 하기에 주로 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을
담아내는데, 황덕호는 하루키 작품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재즈를, 정일석은 팝송을, 류태형은 클래식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하루키의 작품세계와 음악
세계를 살펴본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을 때는 그저 책 속에 나오는 음악들을 그냥 지나쳐 흘러 보내거나
그중에도 의미있는 음악이라고 생각되면 찾아서 들어보기도 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전체적인 하루키의 음악세계, 재즈, 팝송, 클래식 등으로
나누어서 살펴보니 그것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무라키미 하루키는 팝송부터 재즈와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전방위로 아우르는
전형적인 잡식성 리스너다. " (p.195)
" 하루키의 글들은 한마디로 풍요롭고 화려한 음악의 성찬이다." (p.
197)
" 하루키의 소설에 흐르는 음악은 작가 덕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또 음악에 실린
하루키의 글은 종이 위에 적혀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긴 수명을 약속받는다. '한없이 불멸에 가까워지는 수명'이다. 나는 하루키 소설에서 음악이
들려올 때마다 아바의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의 가사가 떠오른다.
Thank you for the music, for giving it to
me
음악에 감사해요, 그것을 내게 줘서 " (p. 368)

하루키의 작품을 이해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좋은 음악을 선물로 받는 느낌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 하루키 작품 속의 음악들.
그 음악들은 즐겨 듣던 음악일 수도 있겠으나,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음악을 알고 읽으면 훨씬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하루키의 작품들. 그 작품 속의
음악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

참고로, CD에 실린 음악들을 살펴본다.
• Disc
1 : Jazz
01. Take The "A" Train - Duke Ellington
02. Walz For Debby (Take 2) - Bill
Evans Trio
03. These Foolish Things (Remind Me Of
You) - Ella Fitzgerald
04. My One And Only Love - John
Coltrane, Johnny Hartman
05. Stella By Starlight - Stan Getz
06. Straight, No Chaser - Thelonious
Monk Quintet
07. Ojos De Rojo - Ray Brown
08. The Star Crossed Lovers - Ella
Fitzgerald, Duke Ellington
09. My Funny valentine - Chet Baker
10. UgetsU - Art Blakey &The Jazz
Messengers
11.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 - Dizzy Gillespie, Stan Getz
12. Night Lights - Gerry Mulligan
Sextet
13. Fine And Mellow (Live At Carnegie
Hall / 1956) - Billie Holliday

• Disc 2 : Classics
01. 어느 황홀한 저녁 - 만토바니 오케스트라
02. 스크리야빈: 피아노 소나타 2번 - 이보 포고렐리치
03.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 미샤 마이스키
04.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G 장조 - 잉글리쉬 콘서트,
트레버 피녹
05.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
에리히 클라이버
06. 바흐: 음악의 헌정 -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 라인하르트 괴벨
07. 브람스: 4개의 발라드 2번 D단조 - 줄리어스 카첸
08. 하이든: 첼로 협주곡 C장조 1번 - 피에르 푸르니에,
페스티발 스트링스 루체른, 루돌프
09. 야나체크: 신포니아타 -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찰스
맥커라스
10. 리스트: 순례의 해 중 제 1년 스위스 중 8번 '향수' -
라자르 베르만
11.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게오르그 솔티
12. 헨델: 수상음악 모음곡 2번 D장조, 알라 혼파이프 -
잉글리쉬 바로크 솔로이스트,
존 엘리어트 가디너
13.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카오리 무라지
14. 노르웨이 숲 - 외란 쇨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