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인 '프레드릭 배크만'이 까칠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멋진 아저씨를 우리들에게 소개한다. 그 이름은
오베~~
59세의 중년 남성 오베, 이 책을 읽다보면 오베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한없이 오베가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에게 행복한 미래가
펼쳐졌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생기게 된다.
오베는 어린시절 엄마가 죽은 후에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는데, 아버지 마저 오베가 16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은연중에 아들에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알려준다. 오베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밑거름을 다져 준 사람은
아버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베가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오베의 행동을 보면 사사건건 사비를 거는 까칠하고
융통성없고 사회성이 부족한 인물이다.
오베의 눈에는 사람들의 행동이 거슬리기만 한다. 주차금지 지역에 차를 주차시키는 사람, 쓰레기 분리수거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 남의 집
근처에 오줌을 싸는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안 그런 척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행동이 마땅치 못해서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큰 소리를 쳐 보기도 하지만, 오베 자신은 법 없이도 살 수 없는 바른 생활
사나이다. 오베는 옳은 걸,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뿐인데, 그의 언행을 다른 사람들은 까칠하고 화만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베에겐 옳은 건 옳을 수 밖에 없다.
까칠한 오베에게 사랑하는 사람은 있기나 한걸까. 어느날 오베는 갈색 머리에, 푸른 눈, 빨간 구두 그리고 머리에는 커다란 노란색 핀을 꽂은
소냐를 만난다.
아내의 친구들은 오베와 소냐의 결혼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내인 소냐는 오베를 이해하고 감싸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오베는 소냐와 스페인 여행중에 임신한 아이를 잃게 되고, 소냐 역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다.
"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 (p. 69)
판에 박힌 듯 규칙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던 오베는 아내 소냐가 죽자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다.
자살을 하려는 오베의 앞집에 멀대 가족, 자살을 하려는 순간마다 방해를 하니....
그래도 오베는 다양한 수법으로 자살을 계획하지만 그때마다 멀대가족때문에 실패로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언제 오베는 아내곁으로 가게
될까...
버럭 버럭 화를 내는 오베지만 아내를 그리워하며 분홍꽃을 들고 묘를 찾는 모습은 애잔하기만 하다. 투덜투덜하면서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꼬리도
반쯤 잘리고 귀도 하나 뿐인 고양이를 챙기는 모습.
바로 이게 오베의 진면목이다. 만약 우리 주변에 오베가 있다면 피곤할 수도 있다. 사사건건 잔소리에 버럭버럭 화를 내니까. 그러나 오베는
경우에 벗어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사나이다. 그 누구보다도 어려운 사정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오베와 40년 친구인 루네와도 겉으로는 앙숙처럼 행동하지만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오베이다.
"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 (p. 410)
책의 읽은 부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베의 마음에 동화되고 공감이 간다.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자살을 시도한다는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심각하고 우울한 내용이 될 수 있는데, 오베의 속마음과 행동을 보면 한없이 푸근하고 감동적이다.
나는 오베가 이웃들과 오손도손 즐겁게 살기를 바라면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그리고 때때로 그의 이야기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오베가 가장 행복해 질 수 있는 건 소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오베의 마음 가득한
소냐에 대한 추억 그리고 사랑.
좌충우돌 오베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면서도 재치있게 펼져지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시울이 불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