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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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2009년에 출간된 <네가 잃어 버린 것을 기억하라>가 절판되면서 한동안 서점에서 자취를 감췄었는데, 2020년에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된 책이다.

지금은 김영하 작가의 책이 출간되면 대부분 구입하여 읽는데, 2009년 즈음에는 동네 도서관을 찾아 가서 서가에 있는 책들을 꺼내서 읽어 보고 마음에 들면 대출해 오곤 했다.그당시에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었기에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를 우연히 읽게 됐고, 작가의 작품들에 꽂히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읽게 된 책이 <네가 잃어 버린 것을 기억하라>이다. 



지난 7월에 약 10여 년만에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대출받아 왔다. 약 10여 년 동안은 인터넷 서점에서 주로 신간서적을 구입해서 읽었는데, 오랜만에 간 도서관은 추억 속의 장소이기도 했다.



<오래 준비해 온 대답>은 <네가 잃어 버리 것을 기억하라>의 내용에 여행 당시에 시칠리아에서 해 먹었던 음식 레시피가 추가됐다. 작가 자신이 이 책에 대해서 "내게는 '과거의 내가 보내 온 편지'같은 책'이라고 표현한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들은 신간이 아닌 예전에 읽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책들이기에 작가의 말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읽었던 책들이지만 여러 해가 지나서 읽게 되면 내용들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지만 어떤 내용들은 처음 읽는 듯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가 이 책을 쓸 당시만 해도 마흔 살에 국립 예술대학 교수, 4권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소설을 쓴 소설가로 독자들에게 그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EBS의 새로운 여행 다큐멘터리에도 출연을 하던 시절이다. 방송을 위해 시칠리아를 여행했던 작가는 5달 후에 아내와 함께 시칠리아로 여행을 간다.
요즘은 1년 살이, 1달 살이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경우는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런데 밴쿠버, 뉴욕에서 1년을 살기 위한 출국길에 먼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2달을 살게 된다.  이후에도 작가는 해외 이곳 저곳에서 살게 되는데, 아마도 시칠리아의 생활이 그 시초가 아니었을까 
추억 속의 책과 같은 이 책을 읽는내내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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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달랏 여행의 모든 것 - 관광지부터 숙소, 식사, 카페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베트남
손연주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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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긴 비행시간의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서 짧은 비행시간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갈 수  있는 나라이다. '자유로움과 평온함이 공존하는 나라', ' 활기찬 젊음의 기운을 지닌 나라'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관광지 중에서 나트랑과 달랏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도시이다. 그런데 나트랑과 달랏은 베트남의 도시 중에서 뚜렷한 특색을 지닌 도시이다. 
열대의 바다 나트랑, 몽환적인 언덕 도시 달랏, 이렇게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자신이 가는 도시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는데,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가 인터넷이다. 여행자들이 올린 글들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여행을 갈  때에 참고할만한 가이드북이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가이드북은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두꺼운 부피 때문에 막상 여행 가방을 챙길  때에는 빼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 


시원북스에서 나온 <나트랑, 달랏 여행의 모든 것>은 아주 작은 크기의 여행 책자이다.(21cm * 11.7cm) 여행 중에도 손에 들고 다녀도 부담이 없는 크기이다.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여행 중에 현지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조언을 얻을 수 있고, 간혹 핸드폰이 터지지 않을 경우에는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손연주'는베트남에서 7년을 살았고, 대학도 베트남에서 나왔다. 현재는 우리나라 에서 베트남어와 한국어 강사를 일한다. 통번역 활동도 한다. 베트남 여행은 20번 이상을 한 베테랑 베트남 전문가이다.
몇 번 여행으로 가이드북을 낸 것이 아니라 현지인과 같은 생활 속에서 얻은 여행 지식들이다. 


또한, 이 책은 2025년~2026년 최신판이다. 가이드 북만 믿고 현지 식당을 찾아 갔는데, 이미 폐업을 했거나 휴업이어서 당황한 여행자들도 있을 것이다. 최신판인 만큼 이 책을 믿고 여행을 해도 좋다는 의미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지 2곳을 소개하면,나트랑은 '동양의 나폴리'라 일컫는 아름다운 나트랑 해변이 있다. 크루즈 여행도 추천을 하는데, 선상에서 노을을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시내에서 해변까지는 차로 10분 거리이고 택시 요금도 저렴한 편이다. 


달랏은 해발고도 1,500m에 위치한 고산지대로 연중 온화한 날씨로 우리나라 봄, 가을을 연상시키는 날씨이다. 그래서 식민지 시절에 프랑스인들의 휴양지 역할을 했다. '영원한 봄', '꽃의 도시', '사랑의 도시', '리틀 프랑스'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베트남인들의 신혼여행지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치안이 안전하고 환경이 깨끗해서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이다. 이 책에는 베트남의 기본 정보인 인구, 면적, GDP, 시차, 화폐단위, 전망, 무비자 체류기간 등 한국인이 궁금해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여행 일수에 따라서 추천 여행지 및 여행 일정이 잘 짜여져 있다.




베트남 음식소개, 추천 음식점, 카페, 숙소, 마트, 야시장, 근교 여행, 쇼핑 리스트까지 잘 구성되어 있다. 특히, 베트남의 우기와 건기, 태풍 시기 등을 잘 알아야 즐거운 여행 일정을 짤 수 있다.  베트남의 다른 도시를 여행하려고 하던 중에 이 책을 읽게 됐고, 그래서 여행지를 나트랑과 달랏으로 변경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은 잠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나라에 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베트남 여행을 준비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고 많은 정보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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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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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개>는 2005년에 출간됐는데, 15여 년 후인 2021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야기의 뼈대는 같지만 이야기의 구도를 낮추고 2005년 작품 보다는 안정적이고 순해져서 돌아왔다.
인기척이 없는 산골의 공가촌(公家村)이나 수몰촌에는 버려진 개들이 비쩍 말라서 자신의 무게를 짊어지고 떠돌아 다니면서 울부짖고 있다. 아마도 그런 개들의 모습에서 이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소설은 1인칭 시점(개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수몰지역에서 태어난 진돗개 수컷 보리. 4형제와 함께 태어났다. 맏형이 불구로 태어나 비실비실거리자 엄마 개는 맏형을 잡아 먹어 버린다. 개의 본능이기도 하지만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엄마 개를 죽도록 팬다. 그 매를 업어져서 다 맞는 엄마 개. 그래도 어린 개들은 편안한 엄마 품에서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이곳은 수몰지역으로 날마다 물이 조금씩 더 올라온다. 5가구 밖에 안 남은 곳에서 자살하는 이도 있고, 적은 보상금을 손에 쥐고 그곳을 떠난다.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곳을 떠나던 날에 엄마 개와 막내는 개장수에게 팔려 가고, 보리는 큰 아들의 아파트로 떠나는 주인과는 이별을 하고, 작은 아들의 바닷가 마을로 가서 살게 된다. 
그래도 바닷가 마을에서 주인 딸인 영희와도 친해지고 온 마을을 뛰어 다니면서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그러나 작은 아들의 죽음이후에 아파트로 떠나는 주인을 따라 갈 수 없어서 그곳에 남겨진다.
요약하면 이런 이야기이지만 소설 속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는 마치 자신이 개인 것처럼 개의 모든 행동과 생각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애견인이기도 했던 입장에서 본다면, 시골견들을 보면 가슴 아픈 적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강아지라 불리는 애완견은 좋은 사료에 간식에 안락한 집안에서 생활하면서 주인의 사랑을 흠뻑 받지만 마당견인 시골개들은 50cm가 안 되는 짧은 목줄에 묶여서 주인이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로는 몽둥이로, 빗자루로 개 패듯이 팬다는 말이 있듯이 맞아 가면서 살고 있다.
이 소설 속의 보리는 시골개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주인의 사랑을 받고 산다. 물론 애완견과는 다른 방식의 사랑이지만...
그런데 때로는 주인이 살던 곳을 떠나게 되면 그곳에 홀로 남아 거친 풍파와 싸우면서 목숨을 연명해 나간다. 버려진 개들...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많은데, 보리는 홀로 남겨지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면서 잘 살아 가리라는 생각이 든다. 영리하고 용감하고 세상을 살아 나가는 지혜를 가지고 있기에...


작가는 초판 서문에 이런 글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서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고통 속에서 여전히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쉽지 않으므로, 온 마을의 개들이 따라서 짖을 때까지, 사람이 사람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짖고 또 짖을 것이다. 인간의 마을마다 서럽고 용맹한 개들이 살아 남아서 짖고 또 짖으리. 개들아 죽지 마라. " (2005년 여름에 김훈)

다음은 2021년 개정판 서문이다.
" 이 작은 책은 진돗개 '보리'의 사랑과 희망과 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삶의 터전이 망가진 자리에 '보리'의 생명이 다시 뿌리내리기를 나는 바란다. 그 자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 (2021년 봄에,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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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대학살 - 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현대의 지성 94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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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판절판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에 출간됐다. 정가도 비교적 비싼 18,000원, 

    개정판이 2023년 6월 19일에 출간됐는데 정가는 22,000원이다.




    문화사, 미시사로 분류되는 책인데, 그동안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6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6편의 논문은 18세기 프랑스라는 역사적, 지리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하여 연관성이 없는 듯하나 내용을 깊이있게 살펴 보면 서로 다른 논문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로 보충하기도 하고 한 사물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본 전망을 제시한다.
    6편의 논문은,
    * 농민들의 민담
    * 파리 한 인쇄소에서 벌어졌던 고양이 죽이기 소동
    * 몽펠리에 주민의 도시 설명서
    * 경찰 수사관의 조서
    * <백과전서>의 서문
    * 한 시민의 서적 주문서 

    위와 같은 주제만 보아도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의문이 드는데, 읽다 보면 18세기 프랑스의 문화사를 이해하게 된다.

    1번째 논문인 '농민들의 민담'
    우리들은 재미있는 동화라고 어린이들과 함께 읽는 <빨간 모자 소녀>, <잠자는 미녀>, <헨델과 그레텔>, <미녀와 야수>, <장화신은 고양이>, <거인 죽인 잭> 등이 프랑스 농민들 사이에서는 다른 버전으로 전해 내려왔다.
    또한 같은 이야기의 유형이 독일과 프랑스의 구전 전통 속에서도 다르게 전해 내려왔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동화는 이후에 그림형제와 페로 등에 의해서 윤색을 거쳐 어린이 동화가 되었다고 하니, 구전으로 내려 오던 이야기를 접하면 아연실색하게 된다.

    2번째 논문인 고양이 학살사건 더 끔찍하다. 1730년 파리의 인쇄소에서 견습공이었던 콩타는 고양이 대학살 사건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가 즐거운 추억인듯 기록한 이야기는 고양이 대학살 사건이다.

    인쇄소 주인과 그의 아내에 대한 공격이라 할 수 있다. 견습공들을 혹사하는 부르조아인 주인에 대한 증오를 고양이 대학살이란 방식으로 복수를 한 것이다. 근세 초기에는 유럽 전역에서 동물 학대가 대중적인 오락으로 만연했다고 한다. 그 대상은 주로 고양이였다고 한다. 잔인하기가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운 그런 행위들도 그 당시의 문화적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단턴'은 이 책을 쓸 당시에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였는데, 이런 말을 한다.

    "구체제 (앙시앵 레짐)로부터의 편지 (18세기 프랑스인들의 기록들)을 읽으면서 놀라움에 마주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1984년 <고양이 대학살>로 LA타임즈 역사학 부문 최우수 도서상을 받았다. 이 책은 6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18세기 프랑스 문화 속의 이야기를 접해 보는 것도 특별한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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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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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인 수녀의 첫 번째 시집인 <민들레의 영토>가 출간된 지 벌써 50여 년이 지났다.  삶이 힘들고 지친 때에 시집 속의 싯구들은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을 와닿았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의 시집이 나올  때 마다 기쁜 마음으로 시집을 넘기곤 했다. 그리고 수녀님의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은 시로 우리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시인은 말한다. 시는 언제나 하느님을 향한 시인의 기도이며, 세상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편지라고...
    그래서 시를 읽는 독자들은 잔잔한 위로를 받는 것이리라. 
    <눈꽃 아가>는 이해인 수녀가 등단 이후에 2005년까지 펴낸 7권의 시집 가운데 60편의 시를 골라서 구성한 시집이다. 이번 개정판은 시인이 된 후 50여 년, 수녀가 된 이후에 61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시집이다. 
    <눈꽃 아가>는 자연과 고독, 사랑과 기도, 그 모든 것 속에 숨은 은총을 담은 시집이다. 
    시의 주제는 자연, 사랑, 고독, 기도이며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싣은 것이 특징이다. 언어의 벽을 넘어 더 많은 세상 사람들과 함께 시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시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족들에게 노래를 부르듯 시를 암송했고, 동요도 지었다. 중학교 때는 문예반 활동을 했고, 여고시절에는 백일장 입상을 휩쓸고 다닐 정도의 면모를 보여 줬다. 

    ** 진달래 **
    해마다 부활하는 /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 너는 보았니 //
    봄마다 앓아 눕는 / 우리들의 지병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
    한 점 흰 구름 스쳐 가는 나의 창가에 / 왜 사랑의 빛은 선연한가 //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 오늘도 다시 피는 /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

     ** 장미를 생각하며 **
    우울한 날은 /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 내내 앓고 있을 때 / 나의 눈을 환히 밝혀 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 길이 열리네 //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 나의 삶이 //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 불을 붙이네 //


    ** 기도 **살아 있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없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사물에 대해 창을 닫지 않는 열린 마음,
    삶의 경이로움에 자주 감동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타성에 젖어 무디고 둔하고 메마른 삶을
    적셔줄 수 있는 예리한 감성을
    항상 기도로 갈고 닦게 해주십시오.

    시의 주제 중에 자연에 관한 시들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보다는 자연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기도하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시를 읽으면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데, 잔잔하면서도 때론 강인한 마음과 수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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